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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5. 09. 목요일

독투불패 마흔동자







종이가 귀하던 시절 잡지나 공책의 네 귀퉁이를 접어서 만든 네모난 딱지는, 어린시절에는 화폐의 역할도 했고, 구슬과 함께 대표적인 부의 상징이었다. 신문지는 그 당시에도 너무 흔했기 때문에 다구리에 목마른 아이들만이 신문지로 딱지를 접었다. 그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딱지는 전두환장군의 3S정책에 휩쓸려 자취를 감추고 만다. 탁구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고, 컴퓨터 게임이 등장하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근 30여년간 이어져오던 딱지에게 부활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바로 초딩무적 예능인 '런닝맨'에 딱지가 등장하면서 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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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치기에는 놀음과,스포츠와,게임의 3박자가 모두 들어가 있다.


1. 딱지치기에서 내 딱지가 넘어가면 상대에게 딱지를 빼앗기게 된다. 딱지 양이 많을때에는 개당 몇장 이런식으로 베팅을 하기도 한다.(한장 넘어가면 5장 합쳐서 6장을 주는식이다.) 따는 넘이 있으면 잃는 넘이 있고, 첫 끗발이 개끗발인것도 비슷하다.(물론 정확한 통계에 의한것은 아니다.)

2. 딱지를 칠때마다 축구의 승부차기를 능가하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나 아끼던 딱지일 때에는 정말이지 이를 악물고, 두 손을 꽈악 쥐고,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하면서 넘어가지 않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던 바. 필자가 무신론자가 되지 않게 했던 일등공신이 바로 딱지였다.(10살 때까지도 부처님, 예수님, 마호메트에게 기도를 했으니까)

3. 각종 절대딱지아이템들이 있었고, 그것을 깰 수 있는 필살기등의 스킬을 연마하였다.



자 어떤가 딱지치기의 우수성을 들여다 볼 수 있을것이다. 컴퓨터게임 이상의 몰입도를 주면서도 활동적인 스포츠이면서, 모포 한 장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노름을 능가하는 스릴을 느낄 수 있고, 부의 축적도 가능하다. 실제로 필자는 어린시절 딱지치기로 인해서 수많은 분야에서 혜택을 보았다. 큰 딜 앞에서 쫄지 않고 과감히 베팅하는 배짱과, 언제(타이밍) 어디를(약점파악) 어떻게(각도와 힘계산) 공략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능력, 주구장창 연마하고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잉여정신, 어떤 핵이나 꼼수를 쓰면 렙업이 빨리되는지를 파악하는 능력등을 얻을 수 있었다.


딱지치기로 단련된 어깨덕분에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탁구선수 시대표로 활약하였고, 고학년에는 야구에서 투수와 외야수를 번갈아 가면서 할 수 있었다. 학력고사에서 무려 20점의 배점을 가지고 있던 체력장에서는 친구10명이상의 공던지기 대타로 활약하였다. 40이 넘은 지금도 직구스피드 120을 찍고 있다.


이와 같이 딱지치기의 우수성을 알아보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딱지의 종류와 딱지치기의 기술들을 소개하겠다. 먼저 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필자의 약력을 소개하겠다. 필자는  소싯적에 전설의 딱지왕이었다. 옆 도시에서 한판 붙자고 원정 오기도 했고, 겨울엔 딱지로 난방을 할 정도였다. 집에 딱지용 창고가 따로 있었다. 이정도면 믿을만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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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의 종류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은 조금씩 달랐지만, 의미나 뜻은 비슷했을 것이다. 딱지를 부르는 이름과  딱지를 치는 타법이름역시. 딱지의 종류를 나눌 때에는 크게 형태에 따른 분류와 종이재질에 따른 분류로 나눌 수 있다.


형태 분류에는 배꼽의 위치와 튀어나온 정도에 따른 분류와, 딱지 두 장을 겹치는 식의 합체 등의 분류가 있다. 재질 분류에는 갱지나 공책같은 질나쁜 종이(헐랭이라는 애칭), 컬러잡지등의 질좋은종이(갑빠라고 불렀다), 잡지표지, 전과표지, 그림동화책 등의 두꺼운 종이(초갑빠, 절대딱지 혹은 걸레딱지라 부름)등의 분류가 있다.


런닝맨에 절대딱지라고 나온것은 딱지서열로 보면 2~3번째 수준이다. 절대딱지 소리 들으려면 걸레딱지정도는 되어야 한다. 런닝맨 절대딱지는 물딱지와 불딱지의 변종인 걸로 보인다.그건 중상급 이상의 실력이거나, 능력자처럼 힘이 쎄거나, 말도 안되게  두꺼운 딱지만 있으면 넘길 수 있다. 하지만 걸레딱지는 웬만해서는 쉽게 등을 보이지 않는다.


걸레딱지를 만드는 법이 실종되었다고 전해지지만 내 머리속에는 아직 남아있다. 



그렇다!! 비전이다.



걸레딱지 제작법을 요약하면 "물이 잘 먹지 않는 종이에 짜부기술과 갈기 기술을 접목하여 물이 스며들게 만드는것"이다.

 

 

***절대딱지(걸레딱지) 만드는법***

 

손으로는 잘 구부러지지도 않는 종이(하드보드지 비슷)를 준비한다. 종이를 대충 세로로 접은 후 잣대나 동전등을 이용하여 최대한 납작하게 접어준다. 삼각형으로 접은부분 끝이 1센티 이상 남게하라. 이때!!! 반드시 종이두께 만큼의 여유를 주어야 한다. 나머지 한 장도 똑같이 준비한다.  


그림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양쪽 접은 곳의 여백이 똑같아야 한다.

즉 4개의 삼각형 크기가 똑같아야 한다. 


그림은 a4 사이즈를 기준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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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번 째 접은 종이를 밑에, 두번 째 접은 종이를 위에 가게 한 후 삼각형을 안쪽으로 접어준다. 같은 방식으로 4방향을 모두 접어 딱지의 모양을 갖춘다. 완성되면 콤파스를 이용해서 배꼽이 정 중앙에 오는지 확인한다. 정중앙이 맞다면, 이제 침대나 쇼파, 장농등을 이용해서 눌러준다. 약 하루정도 소요됨.


2. 충분히 눌러줬다면 딱지를 다시 분해한다. 분해된 딱지조각의 모든 접힌 부분을 사포나 시멘트 바닦에 문질러 준다. 종이의 코팅이 벗겨져 나갈 정도만 하라. 그대로 물에 10분정도 담가둔다. 물에서 꺼내어 다시 하루정도 눌러준다.


3. 다시 딱지로 조립한다. 네 곳의 테두리와. 가운데 X자가 희미해질 때까지 갈아준다. 물에 30분 이상 담가둔다. 물에서 꺼내어 하루정도 눌러주는데, 이때부터는 딱지 전체에 판판하고 고르게 눌러주어야 한다.


4. 이를 2번 더 반복한 후 그늘에서 이틀정도 말려준다.



딱지에 그림이나 인쇄가 보이지 않고, 손에 서늘한 감촉이 전해진다면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종이에 코팅이 되어있기 때문에 물에 담그면 사포에 갈린 모서리부터 젖는다. 한번 빨아들인 물은 몇달까지도 머금고 있게 된다.

보통 일주일 4번정도 반복하면 쓸만해 진다. 걸레처럼 될수록 좋은 딱지지만 너무 심하면 수명이 짧아진다.


걸레딱지는 앞쪽 방어력이 99 뒤쪽은 95정도이다. 일반딱지의 60 / 40에 비하면 엄청난 것이다. 하지만 공격할 때 문제가 생긴다. 딱지가 너무 무거워서 일반적인 타법으로 공격하면 상대 딱지가 뒤집어지기도 전에 눌러버려서 이길수가 없다. 걸레딱지로 공격을 할 때에는 빗겨치기류 위주로 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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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법의 종류

 

딱지치기의 타법에도 여러 분류가 있으나, 사술로 치부되는 발대고 옆치기, 칼치기, 바람치기 등은 제외한다. 딱지를 칠 때는 허리를 굽히는 것이 기본자세이다. 수비딱지를 중간에 놓고 양 발을 어깨넓이보다 약간 넓게 벌린 기마자세 상태에서, 밭을 메는 것처럼 허리를 굽힌다. 즉 엉거주춤한 상태... 에서 출발. 하체는 고정. 팔의 힘과 허리의 반동만으로 때린다.

 

정타치기 : 말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직각으로 때리는 기술이다. 중요한 것은 배꼽치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비딱지가 앞으로 있던 뒤로 있던 내 딱지의 정가운데 배꼽부분으로 수비딱지의 가운데에서 약간 옆부분을 때리면 된다. 헐랭이딱지와 갑빠딱지정도는 정타법만으로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초갑빠이상이 되면 정타법으로는 성공확률이 10분의1도 안되며, 최강의 딱지 걸레딱지는 1000번을 쳐도 안넘어간다.


제대로 만든 걸레딱지는 바닥과 완전히 밀착되기 때문에 힘으로는 절대 넘어가지 않으며, 뒤집어져도 걸레조각이 바닦에 밀착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넘길 수 없다.

 

필자가 설명 하려고 하는 타법은 딱지치기 상급 이상만 시전할 수 있다는 타법, 상급이라는 빗겨치기 중 최고의 기술인 타고넘기 타법을 극대화한 궁극의 기술, 너무나 위험하여 시전자의 손톱을 여러차례 빠지고 피멍들게 만든다는 전설의 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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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빗자루쓸기타법'이다. 



걸레딱지는 젖은 낙엽과 비슷하다. 젖은 낙엽을 빗자루로 후려쳐서 떨궈내듯 바닦과 수평을 이루어서 때리지 않는 한 걸레딱지는 절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70년대 이전 독자들은 독고탁의 '더스트볼'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것이다.

 

빗자루쓸기 : 빗자루 쓸듯 딱지를 쓸어 자신과 함께 타고넘어 동귀어진하는 기술이다. 중요한 것은 지면과 내 딱지의 진행방향이 수평이 되어야 한다. 하체의 기본자세는 정타법과 같으나 수비딱지의 위치가 왼쪽 발쪽에 약간 치우치게 선다. 허리는 중에서 출발하여 오른쪽으로 몸통 반 개만큼 이동하였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탄력을 이용하며, 팔은 최대한 오른쪽으로 뻣었다가, 돌아올때는 지면과 스치듯이 수비딱지 쪽으로 접근한 후, 수비딱지와 내 딱지가 완전히 겹쳐지기 직전에 손목스냅을 이용하여 아래쪽으로 힘을 주어서 친다.


손을 놓는 타이밍은 수비딱지의 종류, 모양, 지면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르므로 수많은 연습을 하여야만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한 타이밍, 손목의 스냅, 팔의 회전력, 허리의 반동... 이 중 하나만 빠져도 걸레 딱지를 넘길수는 없다.





p.s. : 하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회사에서 뻘짓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지라, 여기서 마치고자 한다. 아울러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있는 초딩들은 빗자루쓸기타법 만큼은 시전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정말로 위험하다. 초딩들을 위해 몇가지 기본 타법을 남기도록 하겠다.

 

빗겨치기 : 정타법을 제외한 거의 모든 타법의 기본기이다. 자세는 정타법과 동일하나 수비딱지가 왼발 쪽에 약간 치우치게 선다. 하체와 상체를 고정한 상태에서 팔을 오른쪽으로 반원을 그리듯이 하여 친다. 이 때 수비딱지가 앞면으로 있다면 가운데에서 우측을, 뒷면으로 있다면 가운데 약간 우측을 때려야 넘길 확률이 높아진다. 중심쪽에 가까이 묵직하게 치는 것을 타고넘기라 하고, 우측으로 많이 쏠려서 가볍게 치는 것을 벗겨넘기기라 한다.

 

당겨치기 : 빗겨치기의 전단계 정도로 보면 된다. 정타법과 비슷하나 다른 점은 위에서 아래로 직각이 아니고 팔을 가랭이 사이로 집어넣는다는 기분으로 당겨서 친다. 이때 수비딱지가 앞면으로 있다면 정가운데를, 뒷면으로 있다면 약간 윗쪽을 때리는 게 좋다.



 



마흔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