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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분만, 영어로는 ‘home birth’라고 한다. 분만 장소, 분만 방법을 비롯해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산모가 선택하는 것들을 다 존중한다. 하지만 그만큼 가정분만의 위험과 이득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게 의사들의 의무이고 정부의 의무이기도 하다.


여러 논문이 있지만 가장 최근 나온 논문을 참고하기로 한다.


“Committee Opinion No. 669: Planned Home Birth. - The 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교과서이자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는 저널인 <The 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이하 ACOG)>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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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OG>


미국에서는 1년에 35,000명 정도가 가정분만을 한다고 한다. 전체 분만의 0.9% 정도로, 이 중 1/4 정도는 병원에 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애기가 나온다던가 하는 이유로 못 간 사람들이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의료비가 비쌈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서 분만을 한다. 가정분만을 하는 대부분은 (좀 잘 산다고 여겨지는) ‘non Hispanic white’이고, 둘째 이상 출산, 그리고 나이가 많은 산모들이라고 한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가정분만을 많이 하는 나라는 네덜란드이며, 약 16% 정도가 한다(영국은 약 2%).


위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산모와 태아의 부작용’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이해하기 쉽게 표를 보여드리겠다.



산모의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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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분만: 진통이 없는데 (약을 써서) 진통을 일으키는 행위
분만증강: 진통이 약한데 (약을 써서) 진통을 강하게 하는 행위
수술적 질식분만: 아기가 안 나올 때 (머리가 크다든지) 기계를 써서 애기를 빼내는 것
회음 열상: 아기 나온 자리(항문이나 질 주위)가 찢어진 현상. 앉지 못할 수 있다.


가정분만 하는데 약을 잘 쓸 리가 없다. 에서 하기에는 수술적 질식 분만도 상당히 위험하다. 집에서 분만하는 데도 제왕절개 비율이 5%가 넘는다. 근처 병원으로 이송해서 한 것이다. 회음 열상은 오히려 가정분만의 경우가 더 낮은데, 요즘은 회음 절개를 잘 안 하기도 해서 그렇다. 회음 절개를 하면 열상이 더 심각할 수 있다. 출혈은 가정분만 시 약 2배 높다. 약을 덜 써서 혹은 의사의 적극적 조치가 없어서 그럴 수 있다.


(보통 산후 출혈은 전체 분만의 5% 쯤 된다. 분만할 때 의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4명 이상이 있다. 여차하면 바로 들어와서 도와준다. 아무리 유능한 의사여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에 밤에 사람이 없을 때 분만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나 같은 경우 밤에 분만 할 때는 꼭 옆에 인턴을 대기시킨다. 피나는 것은 순간이고 그 때 제대로 대처를 못하면 대량 출혈로 넘어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태아의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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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 점수: 태아가 태어나서 얼마나 건강한 지 측정하는 점수 (10점 만점). 점수가 낮을수록 아기가 건강하지 않다는 뜻이며, 바로 처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보시면 알겠지만 병원분만이 훨씬 더 태아에게 좋다. 아프가 점수 0점이라는 것은 태아가 태어난지 5분 만에 죽었다는 이야기인데, 가정분만이 병원분만 보다 10배 이상 높다. 1000명 중에 2명 이하이긴 하지만 말이다. 주산기 사망이란 태어난 지 1주일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이것 역시 2배 이상 높다.


가정분만을 하려는 사람은 적어도 다음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1. 위험에 대해서 모두 인지하고 있을 것


2. 태아의 머리가 아래로 있고 쌍둥이 임신은 아닐 것


3. 내과적으로 병이 없을 것 (특히 당뇨나 고혈압)


4. 그 밖에 자연분만이 가능한 사람. 전치태반(태반이 자궁 출구에 매우 근접해 있거나 출구를 덮고 있을 때)이나 과거 제왕절개한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


5. 자격증이 있는 조산사가 계속 지켜 볼 수 있어야 하고, 언제든지 응급 상황을 커버할 수 있는 병원(대학 병원 급)이 15분 거리 안에 있을 것


덤. 둘째 출산이 더 낫고 산모의 나이가 어리면 더 좋다.


참고로 가정분만을 가장 많이 하는 네덜란드의 경우 조산사의 교육과정이 매우 잘 되어 있다. 병원에서 분만 과정이나 응급 상황을 교육 받고 어떤 상황에서 3차 병원으로 전원시켜야 될 지를 집중적으로 교육 받는다.


위의 데이터는 선진국을 대상으로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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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ernal mortality rate (per 100,000 live births) around the world, 2013

<Our World In Data>


위의 그림(2013년 자료)은 전 세계의 10만 출생 당 산모 사망률을 보여주고 있다.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붉은 지역)을 주목하시라. 여기 나라들은 산모들 나이가 엄청 젊음에도 사망률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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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한주산회지>, 한국에서 모성사망 통계의 변화추이 논문)


같은 한국이지만 병원이 적고 지역이 넓은 강원도는 서울보다 3배 이상 산모 사망률이 높다. 의학적 개입에 따라 산모와 태아의 예후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가정분만하는 것이 병원분만에 비해 얼마나 만족도가 좋은 지도 누가 조사 좀 해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진통을 겪고 제왕절개로 우리 애기를 출생했지만 불편하거나 하지 않았다. 집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와서 축하해 주었고 나도 아내도 집안일 안 해서 좋았고…. 병원비 역시 5%만 내면 된다. 자연분만인 경우 예전에 특진 아닐 때는 10만 원이 안 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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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ksumi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