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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6. 

퍼그맨








어느 날 청와대에서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고 가정해보자. 


pickingnose.jpg


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누군가는 드러나 있는 부분을 유심히 볼 것이다. 


"우리 근혜찡 요즘 마음 고생 심하신지 머리가 셌다능ㅠㅠ"

"목걸이 어디서 산 건가요?"

"블라우스 깃을 쟈켓 밖으로 빼서 입는 센스!"




그러나 대다수는 가려진 부분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저 부분을 대체 왜 가린 거지?"

"가려진 부분 뒤에는 대체 뭐가 있는 거지?"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가려진 부분에 주목하는 정도를 넘어 상상하기 시작할 것이다. 


"코 후비고 있었던 거 아니야?" 

"아니, 내가 보기엔 후비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훸유를 날리고 있는 거 같은데?" 


처음에는 중구난방으로 저마다 자신이 상상한 것을 얘기하는 수준이겠지만 이 중 가장 그럴 법한 것이 남게 되고 여기에 살이 붙으면서 보다 설득력 있는 무언가로 부풀려질 것이다. 


"저 때 박근혜 대통령은 김무성이랑 있었는데 그가 당대표를 넘어 마치 대통령처럼 권한을 행사하려 하자 그냥 법규를 날린 것이 아니고 무려 코딱지를 바른 법규를 날린 것이다. 대통령의 지인들에 따르면 이것은 의전을 중요시하던 그녀로서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모욕을 표한 것이며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부 인사들간의 불화가 극에 달하게 된 것을 증명한다. 청와대가 해당 부분을 가린 이유는 북한이 이런 극심한 내분을 알게 될 경우 남침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통령의 코딱지 하나가 국가 안보와 직결될 정도로 지금 남북 관계는 민감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니 외국인 투자자들은 갖고 있는 주식을 모두 현금화하라!"


자, 아무리 인터넷 상의 소설이라도 이쯤 되면 사회적으로 영향이 없을 수 없다.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정부 입장에서도 진화에 나서게 될 것이다. 


이 때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조치는 원본을 까는 거다. 숨기는 부분 없이 죄다 공개하면 되는 것이다. 


park.gif

뭔 개소리냐! 후비지 않았다!

모자이크는 '후비기 직전에 찍힌 것 아니냐', 

뭐 그런 오해가 생길까봐 싶어서 했는데

오히려 더 논란이 일더라. 판단 착오 지송!


그런데 이렇게 대처하지 않고 아래와 같이 한다면?


CGbv_iQVAAADozc.jpg


불난 집에 자원 외교로 꼬불쳐 둔 셰일가스 뿌리는 꼴이 될 것이다. 


"뭐지? 왜 단속해서 잡아들인다는 거지?" 

"원래는 소문이 맞는데 찔려서 저러는 거 아니야?" 


여기까지는 그래도 상황이 아직 괜찮은 편이다. 이제라도 원본을 까고 손꾸락이 콧구녕에 삽입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면 잠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안후볐다.jpg

우매한 백성들아 보아라. 

이 구녕과는 완벽하게 무관한 중지를!


그런데...


hqdefault.jpg


이런다거나 


박근혜코후볐나.jpg


이런다면?


이건 불난 집에 고리 원전 1호기를 실어다주는 꼴이다. 아마 더 강한 부스터는 없을 듯. 


이제 현실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이 정권은 위에 가정한 이야기를 수시로 현실화시키고 있다. 세월호 때 현실화시켰으며 정윤회 문건 파동 때도 현실화시켰고 이번에는 메르스 확산 건에 대해서도 그러고 있다. 


처음 메르스가 퍼지기 시작할 때 정부는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아니, 우왕좌왕하다 못 한 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단계가 되어서도 


문형표연합뉴스.JPG

기사 원문 - 연합뉴스


상상은 가려진 부분에서 시작된다. 계속 병원명을 숨기니까 거기에 대해 이런 추측이 난무하는 거잖아? 




누가 괴담을 확산시키는 것인가?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 있다. 국정원이라는 강력한 정보기관도 돌리고 있는 이상 괴담을 잠재울 만한 정보를 쥐고 있지 못하다면 그건 무능하거나 부패하거나다. 오피스텔 잡아주면서까지 일시키는 걸 보니 진짜 빡셀 거 같드만. 만약 킹스맨 요원이나 국정원 요원 중 하나 택하라 그러면 난 킹스맨 택하고 싶을 정도다. (절대 금발 여성의 X꼬에다 해볼 수 있을 거 같아서가 아니다. 어떤 일이든 쉬면서 해야 되니까 이 쪽이 그나마 낫겠다 싶은 거다.) 


처벌과 댓글 여론 몰이로 막아봤자 유언비어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의혹이 나오지 않도록 하여 세간에 퍼지고 있는 유언비어가 얼마나 헛된 것인지 보여주는 쪽이 효과적이다. 아니, 그냥 이 방법을 쓰는 게 옳다.


Profile
딴지그룹 마켓팀원. 편집부 일도 하고 왔다갔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