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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5. 14. 화요일

너클볼러








어제 당일로 설악산을 다녀왔어. 5월이잖아. 어머니 모시고 함 다녀왔던 거지 뭐. 지나고 보니 가급적 윤창중이 이 넘이랑 좀 멀리 떨어졌으면 했던 것 같기도 해. 뭐 암튼...

 

설악산도 가고 대포항도 가고 뭐 그럴 요량이었어. 좋잖아. 산도 보고, 바다도 보고...  산 밑에서 도토리묵 하나 시켜 놓고 동동주도 한잔 하고, 바닷가 앞에서 회도 한접시 먹고, 그렇게 제대로 된 산과, 제대로 된 바다가 인접하고 있는 곳, 설악산 이잖아.

 

 

일단 차 막히는 걸 피할까싶어 아침 일찍 출발했지. 서울에서 설악산 가는 길은 크게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코스와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방법 이렇게 두가지로 볼 수 있는데... 나는 주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뭐 일단 영동보다는 확실히 덜 막히는 것 같아. 민자도로라 요금이 좀 지랄맡긴 하지만 뭐 그 얘긴 다음에 하기로 하고...

 

헌데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의 문제가 하나 있어. 제대로 된 휴게소가 하나밖에 없어. 올림픽대로를 타고가다가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휴게소는 '가평휴게소'하나 밖에 없어. 내가 어제 도착한 시간이 8시였는데 휴게소에 차를 댈 수가 없더라고. 요즘이 설악산 가는 철이기도 하고, 앞서 말한 것처럼 하나 밖에 없다보니 차란 차는 죄다 들어오는 거지. 사실 나는 휴게소에서 뭐 처묵는 거 정말 좋아하거든. 그래서 어디 갈때면 아침을 무조건 걸러. 휴게소에서 뭐 먹어야 하니까. 우동도 한 그릇 먹어야 하고, 커피도 한잔 사 묵어야 하고, 오징어도 한 마리 꾸 먹고, 과자도 한 봉지 사먹고, 고구마 스틱도 하나 사묵고 그래야 하니깐... 근데. 그냥 지나쳤어. 사람이 너무 많아서 화장실도 못가겠더라고.

 

곧 다음 휴게소 하나 나오겠거니 했는데, 없더라고...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는 동홍천 IC에서 끝나고 거기서 부터는 국도를 타고 설악산까지 들어가는데 자그만 휴게소가 몇군데 있긴 하지만 거기도 꽉꽉 들어차 있더라고... 배는 고프고, 우동 생각은 나고... 어머니도 배가 슬슬 고프다니 왠지 불효하는 것 같고... 그렇게 국도를 타고 가다 표지판 하나를 본거야. 식당 표지판이었는데 '40년 전통'이라고 하더라고...

 

동홍천 IC에서 빠져나와 설악산 방향으로 홍천강을 낀 국도를 타고 쭈~욱 가다보믄 자은1리가 나와.  그 즈음에서 표지판을 본거야. 아무런 정보도 없고 일단 배고프니 먹고 보자는 생각으로 출구로 빠졌어. 근데 출구로 빠지고 나서 바로 시험에 들게 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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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더라고... 뒤에 차가 오고 있어 한 3초 고민했나? 뭐 뻔하잖아. '원조' 아니믄 '00년 전통' 그래 '40년동안 허송세월 보내기야 했겠어' 뭐 이런생각 끝에 결정했지. 헌데 가는 길이 좀 쩔더라고... 우리가 가던 설악산 방향의 반대쪽에 위치하고 있어 딱 차 1대 들어갈 만큼의 터널을 파 논거야. 난 거기서 냄새가 나더라고.. 이 식당 뭔가 심상치 않다고 봤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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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앞에 도착했는데 휴게소가 미어터지는 것에 비해 너무 한산하더라고. 대게 사람이 많으면 맛있다고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잖아. 물론 막상 들어가 먹고보면 그리 대단하지도 않은데, 식당에 대한 정보량이 없을 때 대개 사람 많은 델 기어들어가잖아. 근데 너무 없는거야. 터널을 통과하며 걸었던 기대를 버렸어. 뭐 아침 한그릇 먹는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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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평범하더라고. 역시 메인은 막국수. 이곳에서 삼결살이나 낙지 볶음같은 안주류를 시켜먹는 경우는 흔치 않을테니 주력메뉴는 상당히 착한 가격의 식사류로 보이더라구. 사실 가격에 좀 놀랐어. 나름 관광지 가는 길에 있는 식당인데 가격이 넘 저렴한거지. 그리고 뭐 그런 거 있잖아 가격이 비싸면 음식의 맛과 질도 상대적으로 높을 거라 생각하는  뭐 그런 근거불명의 마인드. 사실 다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지. 암튼 아내와 엄니가 청국장을 시킨다고 해서, 나는 막국수를 시키려고 했어. 근데 생각해 보니 전날 저녁에 라면을 한 그릇 먹고 잔 거 있지. 그래서 국수대신 순두부를 시켰어.

 

식당 안엔 우리말고 2팀의 손님이 있었어. 한 테이블에서 아저씨 몇 분이 아침부터 술판을 벌리셨고, 한 테이블엔 아주머니 몇분이 식사를 하고 계시더라고. 주문하고 별 기대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옆 테이블의 아주머니들이 식사를 다 하시고 나가시더라고... 근데 아주머니들이 마치 사전에 합의라도 했다는 듯이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너무 맛있다', '또 오겠다'는 멘트를 남발을 하더라고. 이거 뭐가 심창치 않아 보였어. 슬쩍 넘겨보니, 찌개류하고 감자부침을 시켜드신 것 같더라고... 다시금 기대가 스멀스멀 올라왔지. 드디어 아저씨가 음식을 가지고 오셨는데 말이지.

 

 

사진 2.JPG

 

 

별 거 없더라고.. 사실 나는 '단무지' 맛 없는 중국집에는 안가거든. 중국집에서 나오는 찬이라봐야 단무지, 양파, 춘장이 전분데(물론 짜사이나 양배추절임, 땅콩조림같은 찬이 추가로 나오는 곳도 있지만) 단무지가 맛없을 정도면 요리도 뻔하다는 생각인 거지. 그래서 나오자마자 반찬부터 먹어봤어. 근데 말이지. 반찬이 죄다 끝내주더라고... 특히 참나물(우측)은 세 번이나 추가로 갔다 먹었을 정도로 너무 맛나더라고. 살짝 말려 산나물 몇가지 함께 볶은 것이었는데 정말 너무 맛있더라고... 무말랭이, 고추절임, 김치, 호박고지, 멸치 볶음도 죄다 시골 할머니가 해준 그 맛이더라고... 사실 우리 엄니가 음식 좀 까탈스러우시거든, 근데 반찬이 너무 맛있다는 거야. 까탈스럽다는 우리엄니가 말야.

 

찌개를 한 숟가락 떴어. 순두부는 우리가 식당에서 먹는 순두부와는 다른 묵직한 국물 맛이더라구. 집에서 띄운 장맛이라고 해야하나. 다 좋은데, 들어가 있는 조개 몇 개가 크고 실하진 않더라구. 그런 재료의 디테일 역시 중요한데 말이지. 암튼 괜찮다 생각하며 청국장 맛을 함 봤는데... 어머나 이거 뭐야.

 

 

사진 1.JPG

 

 

정말 맛있더라구.  일단 청국장 특유의 냄새가 별로 없더라구. 들어간 재료는 호박, 두부, 시래기였는데, 일단 청국장에 시래기가 들어간 것, 그리고 두부를 살짝 으깨서 넣은 게 독특해 보이더라고... 근데 정말 맛있어. 어머니도 너무 좋아하시더라고... 푹푹 떠넣어 밥에 비벼 먹고는, 공기밥 하나를 더 시켰어. 어머니가 더 시키자는 거야. 엄니가 공기밥을 하나 더 시키는 걸 나도 얼마만에 본 건지 몰라.

 

청국장은 청국장만으로 낸 맛은 아닌 것 같고, (내생각엔)육수에 직접 띄운 된장을 살짝 풀고 역시 직접 띄운 청국장을 넣은 것 같은 맛이었는데, 암튼 정말 맛있더라구... 그런데 가격도 6천원, 순간 지금 다니는 회사 때려치우고 사장님 졸라서 서울에 분점하나 내고 싶은 심정이었어.

 

 

 

돌아오는 길에 함 더 갈까 싶었는데... 배가 부르더라고.

6천원짜리 청국장에 얼마나 감동을 받았던지, 집에와서 이런 트윗을 날렸더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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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훌륭한 곳을, 게다가 남들이 모를 거란 생각에 살짝 흥분한 거였지. 근데 검색해봤더니, 이미 아주 살짝 알려진 곳이더라고 근데 사람들이 대부분 메인 메뉴인 막국수나, 감자부침만 먹어본 듯 하더라고... 게다가 막국수엔 대한 의견은 분분하고...

 

 

오봉.JPG

 

 

뭐 맛있어 보이긴 하는데... 안 먹어봐서 뭐라 말은 못하겠어. 대신 먹어본 청국장은 강추야. 강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막국수도 먹어봐야겠어. 내가 사실 국수라면 사족을 못써. 코로 나올때까지 먹기도 하거든...

 

암튼 애초에 이런 걸 끄적거릴 생각이 없었던 터라 짤이 좀 시원치 않치만 맛은 정말 최고야 최고.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먹어보기도 하지만 이렇게 소개하는 것도 처음이고...

 

 

암튼 기회가 되면 꼭 함 좝솨보길 권하는 바야. 나처럼 침을 질질 흘리면서 한그릇 뚝딱 해치울수도 있지만, '맛이 뭐 이래' 이럴 수도 있어. 맛이 별로 였다면 아마 주방에 계신 사모님이 전날 사장님과 심하게 싸웠다거나, 아니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장금이처럼 미각을 잃었다거나 둘 중 하나일테니 날 원망하진 말라고...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 오봉식당 식사류 시켜먹을 식당이 회사 주변에 있다면 직장생활도 나름 할만하다고 말야.

 

 

암튼 다들 담주 한주도 잘 잡숫고 일하시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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