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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6. 12. 수요일

망소이



 


※2013년 5월 17일 작성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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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이름만 들어도 가난과 독재가 떠오를 거다. 평균적인 한국인들에겐 짜리몽땅한 못 생긴 사람들이 지지리도 가난하게 사는 나라 정도로 밖에 생각이 안들 거다. 그런 과테말라가 3주 간 세계의 뉴스에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물론 윤창중과 남양유업, 원세훈이 뉴스를 독점한 대한민국은 빼고. 



지난 5월 10일 과테말라에서는 역사적인 판결이 내려졌다. 30여 년 전인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 정권을 등에 업고 과테말라를 철권 통치했던 리오스 몬트 (Rios Montt)라는 넘이 드디어 제노사이드(인종청소)와 반인륜적 범죄 (crimes against humanity)로 80년 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리오스의 올해 나이가 86세이므로, 이넘은 이제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리오스는 1980년대 과테말라의 산악 지역에 거주하던 마야 원주민들을 약 10만 명 (정확한 숫자는 아무도 모른다.) 정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재판을 받았다. 리오스 색히가 재판 받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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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리오스는 백인 계통의 인간으로서, 자국민이라 할지라도 마야 계통의 원주민들은 인간 취급도 안한 것이다. 으례 독재자 놈들이 다 그렇듯이, 재판 과정에서 절대로 자신은 학살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딱 잡아떼었다. 학살은 밑의 부하들이 저질렀거나, 또는 원주민들이 보상금을 노리고 터무니 없이 피해 규모를 부풀린 것이라거나, 예상한 바, 공산주의자들의 모략이라고 둘러대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지?



재판정 밖에서는 원주민 피해자들이 "내가 이힐(Ixil, 과테말라의 마야인 거주지)이다. 법정에서 증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쓴 푯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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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과정에서는 몬트 정권이 저지른 학살의 진상이 일부 공개되었는데, 그 참혹함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그는 원주민들이 전혀 저항할 마음조차 가질 수 없도록 공포를 주입시키고자했다. 반항하면 끔찍한 죽음만이 내려진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아예 저항의 싹을 잘라 버리려고 했다. 불법 체포와 고문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마을에서는 어린이들을 대량으로 학살해놓고, 그 심장을 꺼내어 부모들 앞에 진열했다. 그리고 본보기로 주모자를 처단한 후, 남근과 혀를 잘라버리고는, 시체를 마을 한복판에 던져놓고 사람들이 억지로 구경하게 하였다. 한 마디로 엄청난 공포를 전시하여 완전히 사람들의 기를 죽이려고 한 짓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학살은, 레이건 정권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서방 언론이 침묵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그런 만행이 저질러진 지 30년이 지났다. 그런데 드디어 올해 5월 10일, 과테말라는 그 독재자놈을 잡아서 법정에 세운 끝에 80년 형을 선고한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판사 야스민 바리오스 (Yassmin Barrios)는 독재자의 명령을 받고 학살과 고문을 자행한 놈들도 하루빨리 수사를 진행해서 잡아들이라고 명령한다. 



자, 여기까지 보니까 무슨 과테말라에 민주 정권이라도 들어서서 과거사를 심판하는 것 같지? 그것도 아니다. 현 대통령인 오토 몰리나(Otto Molina)는, 80년대 학살 현장에서 군사 활동을 지휘하던 장교였다. 당연히 이놈도 지금 과거사가 들추어지는 것을 못마땅해하고 온갖 방해 공작을 일삼고 있다. 그러나 과테말라 민중의 강력한 대중운동으로 이런 판결을 이끌어낸 것이다.



지난 5월 10일의 판결 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과테말라 여성 리고베르따 멘추(Rigoberta Menchu)가 언론에 나와서 인터뷰한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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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판결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많습니다. 특히 미국의 역할을 밝히지 못한 것은 심히 유감입니다, 그리고 지난 독재 정권의 추종자들이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이 판결은 공산주의자들의 모략극이라고 떠들면서, 바리오스 판사를 죽여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합니다. 하루빨리 공권력은 이들을 검거하여 과테말라에 정의를 바로 세워야합니다."



자, 대한민국과 상황이 정말 비슷하지 않나? 종북을 떠드는 수구꼴통들의 존재부터, 자국민을 학살하고 국가를 사유화했던 놈들이 버젓이 활보하는 것, 그리고 독재의 후예들이 정권을 잡고 있는 것 까지. 그러나, 과테말라는 어쨌든 간에, 30년이 지난 과거를 바로잡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뭐냐? 



광주항쟁 당시 계엄군에 발포 명령을 누가 내렸는지 모른다고 하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국가가 한 줌 모리배들의 사유화된 도구라는 것이 명백해질 때, 국가는 붕괴하는 것이다. 





 


※2013년 5월 22일 작성 글


 



지난 5월 10일 유죄 판결이 내려졌던 과테말라 독재자 리오스 몬트의 판결. 그런데, 우리 시간으로 지난 밤에 독재자 리오스 몬트가 인종학살과 반인륜죄로 선고받았던 80년형이 뒤집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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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globalpost.com/dispatch/news/regions/americas/130521/genocide-conviction-rios-montt-overturned-guatemala-now



그러니깐 유죄가 무죄로 뒤집어진 건 아니고, 재판 과정에서 누가 주심 재판장을 할 것인가를 두고 재판이 진행 중이던 4월에 판사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었단다. 그런데 그 논란이 있었다는 사실을 빌미로 삼아 헌법재판소에서 재판 자체를 무효로 처리해버렸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시 재판이 열릴 수도 있겠지만, 학살자를 응징할 수 있는 동력이 심히 훼손될 것 같다. 몬트 시절 과테말라의 상류층은 거의 모두 학살자의 직접, 간접적인 공범이었다. 독재가 오래 지속되면, 처음에는 적극 가담하지 않던 자들도 나중에는 소극적으로나마 가담하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더더욱 열성적인 앞잡이가 된다. 



혁명 없이 과거를 바로 잡는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다.



참, 꼭 나쁜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아르헨티나의 독재자 비델라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복역하다가, 감옥의 샤워실에서 넘어진 후 5월 17일 죽었다. 87세의 나이에 겨우 2년 여만 감옥에서 복역하고 뒈진 게 사실 죄값을 치른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감옥에서 죽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비델라.JPG


http://en.wikipedia.org/wiki/Jorge_Rafael_Videla 






독투불패 망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