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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5. 29. 수요일

춘심애비

 




 

 






 

 

1. 민주화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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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민주화 세대’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위키피디아의 ‘386세대’ 페이지가 최상위에 놓인다. 그 위키피디아의 ‘386세대’에서 ‘특징’을 볼짝시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386세대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이라는 특유의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진보적인 정치 사회의식과 태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전 세대보다 휠씬 탈 권위적, 탈 지역적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분배' 또는 국가보안법과 같은 문제에 대해 진보적인 태도를 갖고 정치단체 또는 사회단체에 가장 높은 참여를 하는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세대는, 켜켜이 쌓여있는 이전 기성세대들에 맞서, 민주주의의 가치와 탈권위주의의 역사적 당위성을 외쳤고, 그 댓가로 졸라게 쳐맞았다. 은유로써의 ‘쳐맞음’도 당했지만, 진짜 문자 그대로 졸라게 쳐맞기도 했다. 부모, 선생, 고참, 군인, 경찰 등등으로 부터.

 

 

그렇게 쳐맞으면서 바득바득 대들다가, 김영삼-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추세선을 바라보며 그들은 뭔가 위안을 얻는다. 세상이 조금씩 더디게 나아지고 있구나. 이러다가 진보정당이 대통령을 배출할 날도 더이상 꿈만은 아닌 시절이 오겠구나. 우리가 추구하던 가치가 드디어 주류가 될 수 있겠구나.

 

 

그러다 이명박이 당선되고, 심지어 박근혜가 당선되고 만다. (여기서 ‘심지어’는 오타다. 씨바. 걸고 넘어지지마.손가락이 미끄러진 거야.)

 

 

 

명칭상으로 386세대라는 말은 60년대생 전체를 일컫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민주화 세대’라는 말로 바꿔 쓰겠다. 60년대생 중에 수꼴도 있겠고 일베인들도 있을텐데, 흔히 말하는 386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니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위키에서 인용한, 저 특징에 부합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실 아직도 쳐맞는 중이다. 그들을 쳐패던 그 윗세대들은 아직까정 빨갱이들이라고 까댄다. 언제 굶어봤어야 세상 힘든 걸 안다며 평생을 까댄다. 어린 것들이 세상 뭘 아냐고. 그리고 386세대는 까댄다. 일베를. 언제 경찰한테 이유도 없이 쳐맞아 봤어야 세상 힘든 걸 안다며 까댄다. 어린 것들이 세상 뭘 아냐고.

 

 

전편에서 부동산 얘기하다가 이게 뭔 개소린가 싶으실 거 잘 안다. 할만 하니까 하는 거다.

 

 

부동산 얘기를 통해 하고자 했던 말은, 그냥 불패신화로만 알던 한국의 부동산이라는 게 사실은 그다지 불패가 아니고, 오히려 머릿수가 졸라게 많은 61~76년생들에게 정통으로 뒤통수를 후려갈겼다는 주장이었다. 61~76의 절반 이상이 민주화 세대다. 부동산이 그들의 피지컬적 뒤통수를 후려갈겼다면, 일베의 등장은 그들의 멘탈적 뒤통수를 후려갈긴다.

 

 

 

 

 

2. 오이디푸스 확장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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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얘기는 평생 한 4만번을 들으셨을테니 개괄 설명은 넘어간다. 


궁금하시면


http://ko.wikipedia.org/wiki/%EC%98%A4%EC%9D%B4%EB%94%94%ED%91%B8%EC%8A%A4_%EC%BB%B4%ED%94%8C%EB%A0%89%EC%8A%A4 

이걸 보거나, 


http://www.ddanzi.com/index.php?document_srl=860831&mid=ddanziNews 

이걸 보시라.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는, 인류의 절반인 남자가 대부분 처해진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수적으로 절반이긴 하지만 현대까지의 인류사는 남성위주의 불평등 사회였고,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이론 자체가 단지 가족관계만을 놓고 보는 것이 아닌, 인간 심리의 근저를 탐구하고자 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인간 사회 전반의 해석에까지 사용될 수 있는 일반적 심리기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빌헬름 라이히나 슬라보예 지젝 같은 인간들이 맑스와 프로이트를 연결시킬 수 있는거다.

 

 

말이 복잡한데, 쉬운 말로 다시 얘기해보자.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의 핵심은, 엄마를 놓고 아빠와 경쟁해야 하는 아들의 고뇌다. 모든 능력이 압도적인 아빠에게 GG를 치자니 엄마를 빼앗기겠고, 빼앗기기 싫어서 개기자니 아무런 능력이 없다. 그러므로 이 고뇌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이 자기 자신보다 큰 권력을 지닐 때 마다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러한 고뇌에 대한 인간의 대응 특성이, 파시즘이라는 사회현상을 만드는 근본적인 기재가 된다.

 

 

이렇게 되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는 하나의 이론이나 주장, 가설 등이 아니라, 권력의 불균형이 자아내는 하나의 현상이 된다. 코찔찔이 시절에는 부모에게, 학교에서는 선생에게, 군대에서는 고참에게, 사회에서는 상사나 갑에게서 느끼게 될 권력관계 전반을 아우른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말한 한국의 민주화 세력은, 참 오지게 잘못 걸렸다. 졸라리 확고한 가부장제가 아직 팽배하게 남아있는 60년대에 태어났으며, 대충 나이먹고 독립하기 전까지 10~20대 전부를 군사독재정권 휘하에서 지냈고, 분단국가의 특성상 남자들은 죄다 군대에 끌려가야 했으며, 한국형 기형적 교육열이 시작된 세대로서 선생들에게도 졸라 지배당했다. 이쯤되면, 미쉘 푸코가 무덤에서 땅을 칠, 감시와 처벌의 가장 극단적인 환경에서 성장기 전부를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권력관계 전반에서, 피지배층의 옵션은 2가지다. 동일화 되거나, 끝까지 개기면서 힘을 키워서 내가 권력자가 되거나. 이 2개의 양극 사이의 어딘가에서, 각자 균형을 갖고 살아간다.

 

 

 

 


3. 폭력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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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학술검색에서 ‘family violence’나 ‘가정폭력 영향’으로 검색하면 영문 논문이 약 180만개, 국문 논문이 약 1만1천개 정도 나온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가정내 폭력을 경험한 아동들이 청소년 및 성인으로 성장 후 우울증/사회부적응/폭력성/알콜중독가능성/약물시도가능성 등으로 연결될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결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뭐 내가 180만개를 다 본 건 아니다만, 랜덤하게 수십개 찍어보니 다 그렇다.

 

 

통계학에서의 영가설을 내 멋대로 해석해서, 위의 내용을 확대해석하자면, 성장과정에서의 회피 불가능한 폭력에의 노출은, 노출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과는 거리가 졸라리 멀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겠다. 과잉된 권력은, 뭔가 문제를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사회라는 것과 현대사회에서의 미디어라는 것은, 맥락에 따라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거다. 가정내 폭력을 경험한 아동들이 성장 후에 저러한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는 논문을 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측은지심을 느낄거다. 하지만, 전후 맥락 다 자르고, 정신질환 환자가, 사회에 부적응한 채, 알콜중독자에, 마약도 빨아본 인간이, 폭력을 휘둘렀다면 그건 뭐 앞뒤 안가리고 사회악인 것처럼 취급받는다.


 

단적인 예로, 어떤 고등학교에서 고1 신입생을 상습적으로 삥뜯고 졸라게 팬 고3 선배가 있다고 치자. 이 사회에서의 미디어는, 그 고3 선배를 천하의 썅놈으로 만들고 이 사회에서의 여론이라는 것도 그 미디어의 관점을 그대로 따르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그 고3 선배가 2년 전에 얼마나 쳐맞고 얼마나 많은 돈을 빼앗겼는지에는 관심조차 없다.

 

 

만약, ‘아무리 지가 고1 때 그렇게 당했더라도, 그러면 후배를 더 사랑해야지 씨바 똑같이 삥뜯으면 돼?’라고 말하는 놈이 있다고 치자. 그 놈한테 한번 묻고 싶다. 그러면 씨바 이건 타이밍 싸움이냐? 그 고3선배가 2년전에 한창 쳐맞을 때 기사 나면 선량한 피해자인 거고, 재수가 없어서 2년 후에 삥뜯을 때 기사 나면 천하의 썅놈인거냐?

 

 

학교에 따라, 선배가 대가리 박으라면 그냥 박아야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고1이든 고3이든 화목하게 사이좋은 학교도 있다. 이 때, 대가리 박으라고 하는 선배가 나쁜새끼고, 질질 짜면서 대가리 박는 후배가 불쌍한게 아니라, 그 학교에 다니는 애새끼들 전체가 피해자인거다. 물론, 그 와중에 더 나쁜 새끼도 있고, 진짜 잘못 없는 새끼도 당연히 있겠지. 전체가 피해자니까 전체를 쉴드 쳐줘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그 중 아무리 진짜 씹새끼인 놈이 있어도, 그 놈도 일부분은 피해자다. 피해자로서의 그 놈과, 씹새끼로서의 그 놈이 공존하는거다.

 

 

그러므로 김문수도, 이정희도, 일정부분 능력자면서, 일정부분 병신이고.

 

 

그 미친 세상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이유로 일정부분은 피해자다.

 

 

 

한가지 더.

 

 

선배가 후배 삥뜯는 게 문화인 학교라면, 삥뜯기던 후배가 2년 후에 선배가 돼서 지 후배들 삥뜯을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졸라 선후배가 서로 사랑하고 물고빠는 학교에서도 삥뜯는 선배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원래 삥뜯던 학교라고 해서 그 가능성이 사라지거나 더 낮을 리는 졸라 없다.

 

 

그 미친 세상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해서, 민주화 세대에는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인간이 하나도 없을 리는 없다. 분명, 단 몇 명이라도, 분명히 있다. 전 세대가 서로 사랑하고 물고빠는 시대에서도 미친 꼰대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 미친 세상에서 버텨온 민주화 세대에서 그 가능성이 사라지거나 더 낮을 리는 졸라 없다는 거다.

 

 

어찌됐든, 그 민주화 세대의 꼰대를 마냥 비난할 마음은 없다. 그들도 분명 일정부분 피해자니까.

 

 

 

 

 

4. 갈등의 무한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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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타면, 내새끼 구김살 없이 키우려고 진짜로 졸라 물고빨면 걔는 진짜 졸라 천사처럼 평생을 살게 될 것인가 하면, 안타깝게도 그건 아니다. 애 키워본 사람들은 알겠지만(난 안키워봤다. 미안타.)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그 이유는 2가지가 있겠다.

 

 

첫째로, 진짜로 졸라 물고빨고 사랑만 가득하게 해주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일을 해야하고, 일을 하다보면 야근도 해야되고, 회식도 해야되고, 애한테 술냄새도 풍겨야 된다. 돈이 없으면 애한테 부족함을 느끼게 해줄 수 밖에 없고, 애가 말을 졸라게 안들으면 혼은 내야되는데 그러다 보면 애가 주눅이 들기도 한다. 그냥 너무 피곤해서 이유없이 짜증을 낼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있고, 나는 졸라 부드럽게 말한다고 한건데 애가 오해를 할 수도 있다. 아무리 맘먹고 잘하고 싶어도, 애한테 상처나 공포, 결핍을 한톨도 주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둘째로, 애초에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는, 졸라 폭력적인 아버지에 대한 고뇌가 아니라, 그냥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관계성에 대한 얘기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갓난 애기보다 근력이 약할 수는 없고, 키와 덩치가 작을 수는 없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내 마누라를 나와 남으로 만들 수는 없다. 이러한 상대적인 권력차에서 오는 아이의 고뇌는 내 노력과 무관하게 발생한다.

 

 

이 둘 모두, 단지 아버지와 아들 얘기가 아니라 권력관계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된다.

 

 


인류사를 통틀어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유아와 청소년에게 정치적 권력을 주지 않았다. 그 나이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어도, 8살짜리 꼬마들이 50먹은 중년층과 동등한 권리와 정치권력을 부여받은 사회는 없다. 유아와 청소년들은, 무조건적으로 성인들이 만들어 놓은 규율과 체제 속에서 살아야만 한다.

 

 

이러한 권력구조는, 유아와 청소년에게 충분한 ‘설득’이 이행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낳는다. 하물며 투표를 통한 정치적 권력이 주어진 성인들에게도, 지배계층은 충분한 설득과정 없이 지들 입맛에 맞게 지배구조를 변형해가는데, 하물며 권력 자체가 없는 애들에게 그런 설득을 충분히 할 리가 없다. 설득 과정이 스킵된 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강제는, 당연히 폭력이다. 그게 옳고 그르고와는 무관하게. 아가리에 강제로 뭘 쳐넣으면 그게 종합비타민이나 장뇌삼 한뿌리여도, 그건 폭력이니까.

 

 

어른들이 아무리 애들 말을 들어줘도, 기본적으로는 폭력적이다. 하물며, 내가 아무리 맘먹고 애들에게 잘해주고자 한들, 실제로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애들이 말을 안들으면 윽박지르게 되고, 내가 짜증이 나면 예민하게 군다. 게다가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한들 어른’들’ 중에는 그냥 졸라 폭력적인 꼰대새끼도 있고, 그 새끼는 내 노력과는 무관하게, 어떤 애들을 졸라 팰거다.

 

 

그러므로, 아무리 민주화 세대가, 객관적으로 미친 세상에서 각종 폭력을 온몸으로 맞아가며 살았다 한들, 요즘 애들도 폭력에 맞서며 살아간다.

 

 


민주화 세대가 얼마나 크고 부조리한 폭력에 대항했는가의 문제가, 

그 이후 세대가 마주한 폭력을 없애진 않는다.

 

 

 

어떤 놈이 아버지한테 졸라게 쳐맞고 자랐지만, 자기 자식은 물고 빨고 사랑했다고 해도, 자식이 느낄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없앨 수는 없다. 하물며 그놈이, ‘니가 이정도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느끼면 안되지’라고 한다면, 그건 인류 전반에서 불가피한 심리적 고뇌를 느낄 권리마저 침해하는, 초특급 울트라 폭력이다.

 

 

 

 

 

5. 민주화 세대와 일베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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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말했듯, 일베는 민주화 세대의 멘탈적 뒤통수를 졸라리 후려 갈겼다. 세상이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에, 왠 덕후들이 각종 극우적 행태로 균열을 냈고, 그냥 미친놈들 놀이터로 생각했던 그 사이트가, 10대들의 문화에 파고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그 믿음을 산산히 깨부숴버렸다.

 

 

'도대체 문제가 뭘까'에 대해 생각들 해봤을 거다. 도대체 저 애들은 뭐가 잘못돼서 전라도민 전체를 무시하고, 고인이자 전 대통령인 노무현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고, 5.18을 폭동으로 규정 못해 안달이며, 전두환 박정희를 영웅으로 만들고 싶어 난리인 걸까.

 

 

 

여기서 이걸 생각해보자.

 

 

지금의 6~70대가 민주화 세대를 처음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도대체 문제가 뭘까에 대해 생각했겠지. 도대체 저 애들은 뭐가 잘못돼서, 폭풍 경제성장 전체를 무시하고, 불굴의 리더 박정희를 못잡아먹어 안달이고, 5.16을 쿠데타로 규정 못해 안달이며, 김영삼과 김대중을 영웅으로 만들고 싶어 난리인 걸까.

 

 

물론, 졸라 다르다. 씨바. 비교할 게 아닌 걸 비교한 거 나도 안다. 일베에서 주장하는 건 미친소리고, 민주화 세대가 말한 건 맞는 말이다. 최소한, 유럽사가 그걸 증명했다.

 

 

하지만, 지금의 6~70대인 산업화 세대도, 민주화 세대가 어릴 적에 똑같은 얘기를 했다. 너희가 틀렸다고. 우리가 옳다고. 너희가 하는 건 미친소리고, 우리가 하는 말이 맞는 말이고, 최소한, 우리의 살림살이가 그걸 증명했다고.

 

 

내가 생각하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학술적인 입장에서는 민주화 세대의 주장이 맞고, 6~70대 및 일베의 주장이 틀렸다. 하지만, 6~70대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 간의 의사소통 과정, 그리고 민주화 세대와 일베의 의사소통 과정만을 상대적으로 놓고 보면 그 구조가 거의 같다. ‘내 경험에 따르면 내가 맞다.’는 논리구조. 덧붙여, 세대의 차이에서 오는 불가피한 권력구조까지.

 

 

그렇다면, 산업화 세대가 민주화 세대에게는 보여주지 못한, 아주 확실한 무언가를 일베 세대에게 보여주지 못한다면, 민주화 세대가 일베 세대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민주화 세대도 산업화 세대에게 설득당하지 않았으니까. 같은 구조적 환경에서 다른 결론이 나오려면 뭔가 확실한 게 나와야 한다.

 

 

과연, 민주화 세대는, 일베 세대에게 확실한 뭔가를 보여 줬을까? 분명 보여줬는데도 애들이 이지랄인 건가?

 

 

 


 

6. 일베의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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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5.18이 지금의 일베 세대에게 피해를 끼친 건 없다. 민주화 세대의 피와 땀으로 얻어낸 직선제 투표권이 일베 세대에게 직접 끼친 손해도 없다. 그러므로 민주화 자체와 5.18이라는 사건에 대한 그들의 편협된 시각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가능성이 높고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민주화 세대가 그들에게 끼친 가장 큰 영향은 뭘까.

 

 


교육.

 

 

여태껏 민주화 세대가 해낸 최후의 성과였던,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으로 인해 꾸려진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진보진영 내부의 평가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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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평등하고 민주적이었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05293

 

 

물론, 이 기사 하나가 진보진영의 내부평가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는 건 아니다. 씨바 그냥 긁어왔다. 오마이니까.

 

 

암튼 내용 자체에는 큰 반대가 없으리라 본다. 김대중 노무현 10년간, 교육계에서 발전했다고 할 수 있는 건, 애들 말을 들어줬고, 머리나 옷으로 쥐어 패진 않았으며, 꼭 머리나 옷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덜 패거나 안 패는 방향으로 갔다는 정도다.

 

 

그 이외에 수행 평가 같은 건 기형적 편법을 낳았고, 대학등록금은 겁나 치솟았으며, 대학들의 수만 많아졌을 뿐 대학 서열화는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즉, 그 시대에 학교를 다녀온 일베 세대에게는, 그 10년이 유럽 등의 선진국과 비교해서 전혀 행복하거나 아름답지 않았으며, 졸라게 쳐맞던 민주화 세대의 학창시절 보다도 전혀 평화로웠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대학 졸업장만 들고가면 대기업에서 모셔갔던 민주화 세대가 대학 4년간 술퍼마시고 나이트에서 원나잇하며 방탕한 삶을 살 때, 그들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전쟁에 뛰어드는 처지다.

 

 

중요한 건, 온전히 그 세대의 눈으로만 본다면, 그 학창시절 10년이, 머리 굵어진 그들의 인생 전부라는 점이다.

 

 

그들의 인생 전부가, 그들의 시각으로 볼 때, 민주화 세대에 비해 그다지 나아진 게 없다면, 그들에게 있어 민주 정부 10년은 확실하게 결정적인 무언가를 전혀 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명박 5년간, 다른 모든 사회 전반이 개지랄이 났어도, 교육부문이 그 이전 10년에 비해 개지랄이 났는가 하면,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원래부터가 더 할 나위 없는 개지랄이었으니까.

 

 

 

이에 더해 또 한가지 변수는 전교조다.

 

 

지금의 30대 이상 세대는, 어쩔 수 없이 전교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교조가 졸라리 탄압을 받고 있었으니까. 전교조의 영향을 느끼기는 커녕, 그게 실존한다는 사실도 거의 못느낀 사람들이 태반일 거다. 99년도에야 합법적인 조합으로 인정받았으니, 99년도 이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세대와 그 이후 세대간에는 체감상의 격차가 발생하는 게 당연하다.

 

 

물론, 전교조가 뭔가 좆같은 짓을 하거나 그랬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아무리 좋은 맘을 먹어도 인간의 한계상 폭력적인 순간이 있을 수 있고, 설사 그게 없었다 한들, 교사와 학생의 권력관계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므로, 학생은 그 관계에서 폭력성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분명 전교조 조합원 중 단 1명이라도 학생들에게 진보사상과 이명박 반대를 강압했을 수 있고, 설사 한명도 없었다 한들, 태생적으로 보수적 파시즘에 순응적인 학생들은 폭력성을 느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자신은 그냥 시키는대로 주입식 공부하고, 시험 잘 봐서 명문대가고, 돈 많이 벌고 잘살고 싶은데, 선생이 그 생각이 틀렸다고 한다면, 그게 강요든 온건한 설득이든 뭐든간에 그 학생은 폭력성을 느꼈을 거다. 그리고 그 애들이 일베로 가서, 전교조 명단 까면서 빨갱이네 어쩌네 하며, 자신이 권력을 만들어 그 선생을 짓밟고 싶을 거다.

 

 

객관적으로 옳고그름을 따지기 전에, 그 일베인의 심리상태는, 학교에서의 교련수업을 항의하다가 빠따를 졸라게 맞은 민주화 세대의 누군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베 세대가 민주화의 가치가 뭔지도 모르고 군사독재의 칼날이 얼마나 서슬퍼런지도 모르는 건 맞다. 반면, 민주화 세대도 2000년대의 교육현실이 어떠했는지, 그 아이들은 어떤 하루하루를 살아갔는지 모른다. 군사독재 시절 동안, 그 미친 세상에서 성장하며 우리의 자식들에겐 이 광기를 넘겨주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이, 분명 어떤 아이들에게는 싸대기보다 고통스러운 폭력일 수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어린 것들이 뭣도 모르기만 한 게 아니라, 나이 먹은 것들도 똑같이 뭣도 모른다는 거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최소한, 일베의 눈에, 이 세상은 그렇다.

 

 

 

 

 

7. 아버지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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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자꾸 아버지와 아들의 메타포를 쓰고있는 데에서 여성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세상이 이렇게 생겨먹었고, 나도 남자다 보니 그렇게 됐다. 나는 수준이 아직 이정도인가 보다. 정말 미안하다.

 

 

암튼.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흘러가기 때문에,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한 세대는 언젠가 다음 세대보다는 윗세대가 된다. 그리고, 더 큰 권력을 지닌다. 이 세대간의 관계에서 반드시 이전세대와 동일시 되는 부류와, 맞서 싸워 이기려는 부류, 그리고 그 가운데에 수많은 부류들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어떤 세대든 간에 이전 세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부류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일본의 극우청년이든, 독일의 네오나치든, 한국의 일베든 간에.

 

 

민주화 세대 중 분명 NL은 존재하지만, 그 세대 전부가 종북인 건 아니듯, 일베에는 5.18 희생자 사진을 놓고 홍어 말린다는 미친놈들도 있지만, 실제로 게시판을 보면 노무현 희화화 사진을 대형마트에서 인증하는 짓을 비판하는 글도 있다. 그 비율상의 차이가 어쨌든 간에, 누가 퍼나른 사진 몇 장으로 일베 전체를 또라이 취급하는 민주화 세대가 있다면, 최소한 그는 산업화 세대가 야권 전체를 종북으로 매도하는 것에 대해 할말이 없다.

 

 

물론 옳고 그름은 있다. 넘어선 안 될 선이라는 게 분명히 있다. 일베가 그 선을 넘었든 넘지 않았든 간에, 맑스의 자본론을 끼고 살았던 운동권 출신이 지금 이 순간 모니터 한 구석에 HTS를 띄워놓고 주식대박을 노리고 있다면, 그래서 딴 돈으로 풀싸롱에서 접대부를 고른다면, 최소한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노동자의 권리라는 주장을 할 자격이 없다.

 

 

아무리 이렇게 써도, 일베 쉴드치는 미친놈이라는 댓글은 분명 달릴 거고, 전교조를 하이퍼하게 탄압한다는 댓글도 분명 달릴 거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 자신이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 권력의 일부를 쥐고 있다는 사실은 망각한 채로, 일베충들은 혼쭐을 내줘야 한다고 생각하겠지.

 

 

마치 산업화 세대가, 이 먹고 살만한 세상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망각한 채로, 빨간물든 애새끼들 족쳐야된다고 생각하듯이.

 

 

‘민주화’ 세대가, 일베에서 쓰는 의미로써, 일베를 ‘민주화’ 시킨다면 시지프스의 돌은 다시 한 번 떨어진다.

 

 

 

다음편에 총정리 하고, 이 연재는 끝내겠다.

 

 

 

 


끝.

 

 

 

 

 


춘심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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