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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두불패]짧다

2013-06-0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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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6. 03.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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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맞는. 


으음... 걸맞다... 라. 사회가 꼴 지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소리겠지? 학생은 학생답게. 선생은 선생답게. 여자답게 남자답게. 그리고 제 나이에 걸맞게.



날씨가 존나 더워졌다. 아직 5월이라는 사실에 한숨부터 나온다. 낮 시간에 사무실을 벗어나 밖으로 나오면 온몸에 한기가 돌면서 닭살이 돋는다. 에어컨 탓이다. 곧 여름병이 도질테지. 뜨겁거나 눅눅할 날들이 앞으로 백사십육일 정도 남아있지 않을라나.




짧거나 헐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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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더위를 나는 방법이랄지. 멋쟁이들은 겨울에도 얼어죽지 않고, 여름에도 쪄죽지 않는다. 난 멋쟁이는 아니므로 겨울에는 얼어죽지 않으려고 애쓰고, 여름에 쪄죽지 않으려고 애쓰며 계절을 난다.



옷장 어딘가에 쳐박혀 있던 미니스커트와 핫팬츠를 꺼냈다. 지금 직장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복장이 자유롭다는 거. 무릎 나온 트레이닝 차림만 아니면 거의 용서된다. 한 달에 몇 날만 조심하면 된다.(비 많이 오는 날엔 쪼리를 신어도 뭐라 안 한다. 우리 회사 만만세-_-)



길이만 놓고 보면 미니스커트보다 핫팬츠가 훨씬 짧은데, 아무래도 타인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측면에서 미니스커트가 좀 더 부담스럽다. 부담되도 말이지. 스커트 안으로 불어오는 바람. 아유~ 씨원해. 그래서 포기가 쉽지 않다.




미니스커트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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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오를 때 여자가 궁디를 가방으로 가리고 애쓰더라도 쯧쯧거리지 좀 마라. 그럴 거면 왜 입냐-_- 고 재수없어 하지도 마라. 그렇다고 빤쓰랑 궁디를 팔랑팔랑 보이고 다닐 수는 없잖아. 세상이 그렇게 은혜로울 수는 엄따.



난 내 나이에 '걸맞는'에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어렸을 때 생각하던 30대와 40대와 50대의 모습을 가진 이가 거의 없다. 즐겨입던 스타일의 옷. 못 입을 나이가 될 때를 대비하여 목돈을 마련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때'라는 건 도데체 언제쯤이려나...



미니스커트를 입은 내 모습이 섹시해 보이는 건 원치 않는다. 적당히 어울리고 더워 보이지 않고 편하면 충분하다. 궁디도 신경써야 하는데, 발까지 불편하면 스텝이 꼬이-_-므로 짧게 입은 날엔 늘 워커나 운동화 혹은 쪼리를 신는다. 나의 젋디 젊은 동료들은 심하게 구박을 한다. 미니스커트 입는 날엔 힐 좀 신으라고. 왜 맨날 패션을 완성하다 마냐고;;;



으짤 수 엄따. 맵시보단 편함이 우선이다. 그리고 제법 그럴 나이를 훌쩍 넘어섰단다. 미니스커트를 입는 건 젊어 보이기 위한 발악이 아니다. 계절을 나기 위한 일종의 방편이다. 20여년을 그리 살았다. '나이에 걸맞지 않다' 여기는 직장상사는 내 모습이 영 마뜩치가 않은 모양이다.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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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울터이니... 짤이다. 


길이. 나이만큼 좀 늘려야 할까보다. 먹은 나이 숫자를 센티로 가늠하고. 으음.. 그 길이만큼 스커트의 길이를 늘리는 걸로(좀 이상한가_ _)



나이를 먹어도 간지를 포기하고 싶진 않지만, 겉도는 느낌도 싫다. 너님들의 규격봉투에 내 몸을 끼워맞출 생각은 없다. 다만 내가 선택한 봉투가 몸에 딱 들어맞아 겉돌지 않기를 바라지.



그리고 무엇을 걸쳐도 아름다운 사람이 참 좋드라. 그 사람이 가진 선이 고와서가 아니라, 사람이 실해서 옷이 안 보이는 느낌. 그럴 수만 있다면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다. 빛이 나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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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쳤다. 버텨야 할 날이 길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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