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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6. 5. 수요일
덕후 카인


 




요일의 남자, 홀로 보낼 주말을 오롯이 잡아주는 자, 카인이 돌아왔다.(근데 왜 수요일이냐.)

2주 동안 펑크낸 거라고 생각하면 슬프다. 2주 전에는 윤창중 사건으로 한 번 밀린 거고, 이번엔 딴지 멤버십 광고로 밀린 거다. 통재라, 내가 무엇을 잘못하며 살았단 말인가. 기다렸던 독자들은 가난한 딴지의 재정 상태를 원망하라. 만만한 게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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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런 수치까지 당했다. 오덕 캐릭터는 내 거야! 우걱우걱

예고대로 이번엔 게임 파트다.

가끔 이런 사람을 만난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물은 보는 내내 손 놓고 가만히 있는 게 지겨워서 싫다고 말하는 사람. 이런 사람의 취미로는 게임이 딱이다. 게임은 실시간으로 반응해야 하고 반응에 대한 결과가 곧바로 전달되는 역동적인 문화 컨텐츠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도 만난다. 게임을 해보고는 싶은데 PC방의 담배연기/분위기/게임하다 말고 욕으로 비명지르는 사람 등등이 토 나온다는 사람, 게임하면 인생 망할 것 같다는 사람...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 인생은 이미 망했다. 게임하는 사람들의 바보 같은 짓거리가 짜증나 손대기 싫다 해도 답은 있다. 온라인을 안 하면 된다.

온라인 게임에 드글드글 서식하는 초글링과 그에 준하는 저질 개념 소유자들이 두렵고 따라서 게임이 기피된다면, 생각해보자. 온라인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엔 비디오 게임을 어떻게 했을까? 글타. 그냥 혼자 했다. 컴퓨터든 게임콘솔이든 게임 프로그램과 게이머인 나 둘이서 노는 게 기본 구도였다. 이젠 이런 게임을 온라인 게임과 구별하여 ‘패키지 게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하여 대상은 패키지 게임이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산다. 게임도 혼자 하면 된다.



게임 시장의 무게 중심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옮겨간 후엔 패키지 게임은 굵직한 타이틀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당신이 영화 투자자 혹은 제작자인데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해서 고만고만한 작품으로는 쉽게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흥행과 작품성 모두가 확실해서 결코 욕먹지 않을 시나리오 위주로만 고르려고 애를 쓰지 않겠는가. 패키지 게임 또한 마찬가지다. 대작과 인디 게임 둘의 양극단만 제작되고, 중간 정도의 고만고만한 규모의 게임은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런 소소한 게임은 온라인/모바일로 기획된다.

시장의 측면에서는 비극이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괜찮은 상황이다. 양화와 악화의 구분이 비교적 정확하고 극명해지니까. 그리고 구분의 기준은 다른 컨텐츠 장르와 유사하다.

무엇을 중심 컨텐츠로 잡았는가. 즉, ‘어떤 재미’를 노리는가.

게임은 종합 장르다. 문학에서는 서사를 가져왔고, 미술/만화/영화에서는 그래픽과 캐릭터와 앵글 기법을 가져왔고, 음악은 아예 그 안에 품어버렸다. 물론 서사나 그래픽이나 캐릭터 외에 게임의 오리지널 요소도 있다. 놀이의 근간이 되는 ‘규칙’이 그것이다. 다양한 요소가 결합해 게임을 만들지만, 결국 중심되는 ‘즐길 거리'는 한정되어 있다. 그 중심 요소가 무엇이고 얼마나 잘 만들어 졌나, 중심 요소를 위해 다른 요소가 얼마나 복무하느냐는 게임을 평가하는 괜찮은 기준이다. 

그리고 게임은 게이머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웅장한 서사든 잘 만든 세계든 그래픽이든 재미난 규칙(시스템)이든 멋진 캐릭터이든, 한 가지 전제 위에 건설된다. 게임은 게임 시스템과 게이머 사이에서 빠르게 반응이 오고가는 ‘인터랙티브(interactve)’ 장르다. 역동적이다.

게임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어떤 문화 컨텐츠 장르도 작품과 독자가 이렇게 소통하지는 않는다.

불타는 주말에 어울리길 바랐지만 아마도 불타는 현충일에 어울리게 되어 나름 슬프다.(설마 이번 주 금요일에도 또 원고 내라는 건 아니겠지) 이번 덕질 비기닝의 게임 3부작의 첫 번째를 시작한다.



- 체험형 : 무언가가 되는 것

배트맨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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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아캄 어사일럼
2009년 작.
PS3, XBOX360, 윈도우, OS X로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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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아캄 시티
2011년 작.
PS3, XBOX360, 윈도우, Wii U, OS X로 발매

장르는 액션 어드벤처라고 하지만, 최근의 게임들은 세부 장르를 나누는 게 사실상 의미가 없다. 락스테이디의 배트맨 연작은 체험이 중점 컨텐츠인 게임이다. 바로, '배트맨이 되어보는 것'이다. 

수퍼히어로 편에서 살짝 설명을 했듯이, 배트맨의 특성은 탐정 수사 능력과 현질에 의한 장비빨이다. 첨단 장비 사용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정교한 게임 월드와, 장비를 적절히 사용해야 진행할 수 있는 전투, 그리고 진행할 수록 조금씩 늘어가고 업그레이드 되는 장비... 정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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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를 사용하지 않는 배트맨과 총기를 당연히 사용하는 갱들과의 전투는
필연적으로 잠입 액션으로 시작된다.
어둠에 숨어 몰래 뒤로 돌아가 제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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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는 격투 능력으로 싸움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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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거리 무장해제를 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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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구를 찾아 길을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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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상 기억 섬유로 만들어진 망토를 이용해 공중 활공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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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를 찾기 위해 적외선 시각을 활성화시킨 후 지문의 흔적이나 발자국이나 공기중의 알콜 분자를 스캔하는 등의 탐정 모드...

이게 모두 ‘배트맨 되기'의 일환이다.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은 아캄 수용소(asylum)가 조커에게 장악되면서 시작한다. 배트맨을 정교하게 준비한 자신의 계획 속으로 초대하려는 조커와 당연하게도 그를 막으려는 배트맨 사이에, 아캄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던 특수 범죄자들이 얽히면서 사건이 복잡하게 돌아간다. 뭐 이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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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용소 안에서 당면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단서를 찾아 추적하고 만나는 수용자들과 전투하며 진행하여 보스 격인 수퍼 범죄자와 대면/전투하는 것이 큰 사이클이다. 수사-전투-보스의 사이클 중간중간에 수수께끼 덕후인 리들러가 수용소 곳곳에 배치한 퍼즐을 푸는 등의 사소한 컨텐츠가 끼어든다. (아래에 링크한 영상은 지금까지 설명한 요소가 모두 드러나 있는 플레이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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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대체 무슨 퍼즐이냐 리들러!

한글화는 되어 있었으나 PC판의 경우엔 잠긴 상태로 출시되어 인터넷에서 잠금 해제용 크랙을 찾아야 한다. GOTY(Game Of The Year) 수상 후 출시된 GOTY 에디션을 구매 추천한다.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 플레이 영상


[배트맨: 아캄 시티]는 아캄 수용소 사태 이후로 이어진다. 수용소장 퀸시 샤프는 범죄자와 갱에 대한 극단적인 강경 정책으로 시장에 당선되고, 계엄령을 통해 고담시 일부를 높은 장벽으로 두르고 그 지역 자체를 ‘아캄 시티'라는 이름의 격리 수용소 지역으로 사용하기로 한다. 배트맨은 이 말도 안 되는 정책에 대해 배트맨으로서도 브루스 웨인으로서도 저항하지만 역으로 수감되는 처지에 놓인다. 그리고 아캄 시티의 책임자 스트레인지 박사는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인 것을 알고 있다.

이제 배트맨은 전작의 수용소 정도의 맵이 아니라 소도시 규모의 월드를 돌아다녀야 한다. GTA 시리즈에서 첫 형태를 갖춘 오픈월드 시스템을 차용한 [아캄 시티]는 곳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게이머에게 제공하여 한층 높아진 몰입감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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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에서는 의문의 총성이, 저 구석에서는 폭행당하는 정치범이...

오픈월드 시스템의 강점인 자유도는 그만큼의 약점으로도 작용한다. 스스로 서사를 만들어낼 줄 아는 플레이를 모르는 게이머에게는 ‘이제 뭘 해야 하는 거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동하면서 이것저것 사고 치면서 즐기는 것이 익숙치 않다면,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지루해지는 것이다.

반면 [아캄 시티]는 이동 과정에서 다양한 서브 미션이나. 조무래기 범죄자들과 정치범들의 대화 등을 접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동 자체에도 재미와 의미를 부여했다. 장비를 이용한 탐정 수사와 말끔한 전투 등 전작의 장점을 온전히 계승한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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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의 무전을 도청하자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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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업그레이드하면 이런 장비도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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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막탄도 쓴다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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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의 줄 발사기를 업그레이드 하여 줄 위에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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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모드도 여전하게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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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 능력은 여전하지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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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면 활강도 더 오래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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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활강하다가 덮칠 수도 있다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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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네 보스가 무슨 꿍꿍이인지 불어라 얍!

[아캄 시티]의 소소한 장점은 하나 더 있는데, 배트맨만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본편에서는 캣우먼도 플레이할 수 있으며, 따로 결제한 후 다운 받는 추가 패치인 DLC(DownLoad Centents)를 구매하면 나이트윙과 로빈도 플레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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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중간중간에 플레이할 수 있는 캣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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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구매를 해야 하는 DLC, <할리퀸의 복수>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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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윙 역시 추가 DLC 구매로 플레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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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먹을 뻔 했다. 전작의 리들러 퍼즐 역시 계승했다. 리들러 퍼즐 중 하나인 인질 구출.

전작 [아캄 어사일럼] 또한 극찬을 받았지만, [아캄 시티]는 전설적인 게임 GTA에서 처음 완성된 오픈 월드 시스템을 사실상 완결지었다는 평까지 받았다. 다만 전작과는 달리 같은 해에 발매된 다른 대작들 덕에 상을 많이 받지는 못했다.

[배트맨: 아캄 시티]의 플레이 영상

배트맨 연작의 중점 컨텐츠이자 장점은 결국 ‘체험의 그럴 듯함'으로 요약된다. 단순한 아이디어 몇을 엮어내어 실제 수사인 것처럼 기분을 낼 수 있게 하고, 화려한 액션을 직접 디자인하게 해준다. 방대한 퍼즐도 있으며 정교한 물리 엔진으로 만든 게임 세계는 걷다가 버려진 신문을 차면 신문이 바람에 날리는 수준으로 정교하다. 이 모든 게 체험의 디테일을 위해 복무한다.

이렇게 정교한 물리 법칙 구현과 그래픽은 최근 게임의 추세이기도 하다. 하지만 체험이라는 측면에는 모자란 경우가 많은데, 배트맨 연작은 게임의 시스템과 결부되어 성공했다. 잘 만들어진 체험 시스템은 곧 몰입감이니, 우리의 외로운 휴일은 존재하지 않고 영웅적 자경단의 위대한 활약으로 채워질 것이다.

처음 배트맨 게임에 관해 들었을 때 든 생각은, ‘유명 캐릭터를 사용한 게임이니 캐릭터성에 집중하여 게임으로서의 재미는 별로 없겠다'였다. 즐겁게도 그 생각은 틀렸지만, 사실 배트맨 연작이 캐릭터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배트맨 프랜차이즈는 다수의 매력적인(=정신질환자인) 악당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악당들의 상당수가 두 편에 출연하는 만큼, 이들의 이야기 또한 매력적이다. 이 이야기의 데이터베이스를 리들러 퍼즐과 결부시켜 하나하나 열어내어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텍스트와 그림의 형태뿐 아니라 음성 기록의 형태로도 제공한다. 우와, 멀티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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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캄 어사일럼]에서 출연했거나 딕셔너리에서 다뤄진 캐릭터들.
자꾸 오른쪽의 포이즌 아이비에 시선이 가는 걸 어쩔 수 없다.
이거 아무래도 배트맨 브랜드는 나중에 따로 다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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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짤. [아캄 어사일럼]에서 전투 가능하고 [아캄 시티]에도 등장하는
포이즌 아이비.



어쌔신크리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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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가 너무 많아 중심작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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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 크리드 - 2007년작
PS3, XBOX360, 윈도로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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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 크리드 2 - 2009년작
PS3, XBOX360, 윈도, 맥으로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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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 크리드: 브라더후드 - 2010년작
PS3, XBOX360, 윈도, 맥으로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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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 크리드: 레벨레이션 - 2011년작
PS3, XBOX360, 윈도로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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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 크리드 3 - 2012년작
PS3, XBOX360, 윈도로 발매

일단 짜증나는 부분부터 해치우자.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엄청난 히트 브랜드이고, 그래서 원소스 멀티유즈가 되었다. 게임에서 시작하여 소설, 만화, 단편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퍼져나갔다. 게임에서도 중심작인 패키지 시리즈에서, 포터블 전용으로 페이스북 게임으로 외전 격의 서브 타이틀이 출시되었다.

오늘 다루지 않을 그 타이틀의 리스트는 대강 이렇다. 1편의 성공 후 [어쌔신 크리드: 알테어 연대기]가 닌텐도DS와 모바일로, [어쌔신 크리드: 블러드라인]이 PSP로 발매되었다. 2편 발매 후 [어쌔신 크리드2 : 디스커버리]가 닌텐도DS와 iOS 모바일로, [어쌔신 크리드: 프로젝트 레거시]가 페이스북 게임으로 발매되었다. 4번째 작인 [레벨레이션] 이후에도 작은 타이틀 2개가 iOS 모바일로 발매되었다. 3편 직후에는 [어쌔신 크리드: 리버레이션]이 PS비타로 발매되었다. 그리고 이런 걸 다 다루면 나부터 지쳐서 사망할 것이다.

따라서 위에 거론한 중심작들만 다룬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주인공은 당연히 암살자다. [히트맨] 시리즈 같은 청부살인업자 이야기 같지만 정반대다. ‘암살자의 신조'라는 의미의 제목처럼 여기의 암살자들은 종교의 교리와 같은 ‘신조'를 신봉하며, 이 신조가 가리키는 가치인 개인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암살을 행한다. 때문에 매우 정치적이며 그 정치적 스탠스는 자유/평등에 맞춰져 있다. 당연히 이들의 적은 다분히 파시즘적이다. 고귀한 목적을 위한 수단의 정당성은 일단 미뤄두자. ‘게임인데 뭐' 같은 무식한 의도로 하는 말은 아니다.

먼저 메인 컨텐츠인 ‘암살’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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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도 찌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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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가 되면 공중에서 뛰어내려 암살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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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서 말로도 뛰어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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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초더미에 숨어있다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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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더블 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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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숨겨두는 암살검을 주로 이용한다.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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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 석궁, 표창 같은 원거리 무기도 사용한다.

암살 방법이야 그렇다 치고, 암살을 위해서는 아마도 잠입이 주가 될 것이라 예상할 거다. 맞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와 더불어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잠입 액션의 명품 브랜드다.

암살의 시작은 정보 수집이다. 도시의 높은 곳에 올라 주변 경치를 감상, 아니 주변의 상황과 길을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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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의 도시 경치

그 후 소매치기를 하거나 엿듣거나 정보원을 만난다거나 하여 암살 대상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잠입 루트를 알게 되면, 잠입이 시작된다. 잠입은 곧 위장 혹은 은폐와 같다. 게임의 암살자들을 어떻게 위장시키는지가 상당한 긴장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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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는 순례자들 사이에서 위장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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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의 일부로 위장하여 숨거나 도청할 수 있고, (물론 안 그래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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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행이나 도청을 위해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도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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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과 같이 숨을 수 있는 장소도 활용한다. (물론 여기서도 암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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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에서는 숫제 나무 위로도.

이런 식으로 군중 속과 시야의 사각을 이용해 숨어다니며 표적에게 접근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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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괘, 아니 암.살.한.다.

이리하여 정보 수집 - 표적 확인 - 잠입 - 암살 - 도주의 사이클이 기본 플레이 형태가 된다.

당연히 맵의 디테일과 그 맵을 돌아다니는 이동이 재미있어야 할 것이다. 위에서 1편의 도시 중 하나의 경치를 보여줬다. 상당하다. 게다가 2편은 “가장 싼 이탈리아 여행 방법”이라는 극찬까지 받았다. 그 정도로 건축과 복식에 대한 고증이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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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의 절정,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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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의 베네치아. 물로 다이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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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후드의 이스탄불. 건초더미를 향해 다이빙 중.

이런 도시를 누비는 방법은 걷고 달리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파쿠르, 혹은 야마카시라 불리는 그것. 맨손등반도 있다. 파쿠르는 특히 잠입 방법으로도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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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유명한 건물을 직접 기어오르는 맛!

자, 여기 1편의 게임플레이 영상이 있다.

이쯤 하면 왜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가 체험형 게임인지 알 것이다. 이 시리즈의 기본 모티브는 ‘과거의 체험’이다 

건축, 복식, 무기 등의 디테일을 이용해 과거 도시를 복원해놓고 다소의 오픈 월드 형식을 따라 플레이어를 그 안에 집어넣는 것이다.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역사적 실존 인물들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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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의 알 무알림. 실존했던 암살단의 수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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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의 영국 왕 리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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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의 로렌초 데 메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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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후드의 체사레 보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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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과 브라더후드에서 큰 도움을 주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저 뒤에 있는 다 빈치의 발명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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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써먹기도 한다.
실제 다 빈치가 설계도 상으로 남겨두었던 초기형 탱크 같은 발명품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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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중년 친구의 대화
에지오 : "요즘 무슨 그림에 집중한다며? 모나리자? 그러다가 모델과 눈 맞는 거 아닌가?"
다 빈치 : "걱정 말게. 난 여자에겐 관심 없으니." (다 빈치는 실제로 게이)
에지오 : "......"
그리고 두 사람, 어색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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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의 조지 워싱턴.

물론, 체험이 너무 극대화되면 이럴 수도 있다...
(만우절 영상. 어쌔신 크리드가 키넥트로 출시된다?)

체험이라는 키워드는 스토리에서도 모티브가 된다.

철새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지구 반대편의 서식지를 찾아가는 것은 유전자에 조상의 기억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라는 설정에서 이 시리즈가 시작한다. 인간의 유전자에도 조상의 기억이 단편적인 암호로 들어있고, 이를 해독해내는 장비가 비밀리에 개발된다. 이름하야 애니머스(Ani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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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등장한 초기 형태의 애니머스. 쟤는 주인공인 데스몬드 마일즈.

애니머스는 유전자에 숨겨진 기억을 해독하고 단편적인 정보를 토대로 가상현실을 만들어 사용자에게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애니머스를 통해 주인공 데스몬드는 자신의 조상들 중 역사 속에서 암약한 암살자들의 기억을 체험하게 된다.

1편에서 데스몬드가 체험한 암살자 조상은 알테어(알타이르) 이븐 라 아하드. 십자군 전쟁 시대의 중동 사람이다. 스승 알 무알림의 명령에 따라 마시아프, 아크레, 다마스커스, 예루살렘 등지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신비한 힘을 갖고 있는 고대의 유물을 두고 성당기사단(Templar)의 요인들을 암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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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우린 중세의 중동을 구경할 수 있다.

2편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로 간다. 체험한 조상의 이름은 에지오 아우디토레. 알테어 이후 기사단과 적대 관계가 된 암살단은 기사단의 목적인 세계 정복을 막기 위해 조직을 세계적으로 확장했고, 에지오의 가문 역시 암살단의 일원이었다. 가족의 몰살을 계기로 암살자의 길에 입문한 에지오는 피렌체, 로마냐, 산 지미냐노, 베네치아 등지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알테어와 마찬가지로 에지오 역시 고대 유물을 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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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브라더후드에 표현된 르네상스 이탈리아는 온갖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걸작이다.

브라더후드로 오면 무대는 로마로 옮겨간다. 중년에 들어선 에지오는 유럽의 암살단 조직을 확고히 하기 위해, 그리고 철천지 원수가 된 기사단 결사 소속의 권력자 체사레 보르지아를 몰락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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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후드에서부터는 신입 암살자를 채용해 훈련시키고 임무를 주는 컨텐츠가 추가 되었다.

레벨레이션에서 에지오는 장년, 명실상부 아저씨가 되었다. 이제 그는 궤도에 오른 유럽 암살단을 떠나 이스탄불로 온다. 선대 암살자인 알테어의 자취와 그가 남긴 유물의 기록을 찾기 위해서다. 기사단 또한 같은 목적을 갖고 있을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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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서도 주인공으로 고생하는 에지오 옹.

3편의 배경은 미국 독립전쟁이다. 신대륙 아메리카의 암살단은 이미 기사단에 의해 풍비박산 나있으며, 주인공 라둔하게둔-영문명 코너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암살자에게 사사 받아 최초의 아메리카 원주민 암살자가 되었다. 처음엔 암살단 결사와 원주민 동족들만을 위해 싸우기 시작했던 코너는 차츰 식민지 주민들의 현실을 알게 되고, 이윽고 자유라는 가치 자체에 헌신해간다.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암살자의 신조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는 알테어/에지오가 그러했듯, 고대 유물을 놓고 벌이는 기사단과의 전쟁에 점점 깊게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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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과 뉴욕과 카리브해에서 주로 활약한 코너.

3편에는 사냥과 해전 컨텐츠가 추가되었다.

최신작인 3편의 플레이영상

암살단이 역사 내내 싸우고 있는 상대인 기사단, 템플러의 논리는 이렇다. 인간은 약하고 악하며, 집단일 때는 특히 그렇다. 따라서 고귀한 이상을 갖고 깨어있는 소수가 다수를 이끌어야 하며, 그러한 깨달음을 얻은 집단은 기사단이다. 따라서 기사단은 권력지향적이며 지배지향적이다. 반면 암살단은 개인과 인간 종족 자체의 자유의지를 신뢰한다. 따라서 그들은 불의하게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시도를 분쇄하려 한다. 반면 기사단은 그러한 음모조차도 대의를 위해 용인한다. 대의를 위한 수단으로 암살을 선택한 암살단과 거울의 양면 같이 유사하지만 반대의 집단이다.

결국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통제와 자유에 관한 오래된 논쟁을 암살단 vs 기사단의 갈등으로 치환해놓은 이야기인 동시에, 역사의 뒷편에 존재한다고 회자되는 음모론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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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고증은 그래픽으로 표현되는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십자군 전쟁, 르네상스, 미국 독립전쟁 시기에 대한 거의 모든 음모론 요소가 게임 안에 집대성되어 있다. 게임 내에서 접할 수 있는 문서에서부터 숨겨진 퍼즐에까지.

최고의 음모론 요소는 ‘고대 문명’이다. (착각하지 마라. 지금 당신은 파토 우원의 글을 읽고 있는 게 아니다.) 알테어-에지오-코너를 비롯한 암살단과 기사단이 뺏고 뺏기는 싸움을 벌인 주된 원인인 고대 유물의 명칭은 ‘에덴의 조각’이다. 그리고 이 에덴의 조각들은 인간 이전에 존재한 종족이 남긴 유물이다.

인간 이전의 선주자들은 에덴의 조각들로 인간을 지배하여 노예로 부렸고, 태양의 기상 이변으로 문명이 멸망한 후엔 인간에게 넘어왔다. 조각들 중 공의 형태를 한 것은 ‘사과’라고 불리며 인간에게 환상을 보여주거나 인간을 조종할 수 있다. 알테어가 1편에서 접하게 되는 것이 이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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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몬드는 기사단 소속의 다국적 기업에 납치되어 애니머스에 들어간다.
기사단이 데스몬드를 통해 이루려는 목적도 사과의 수집이다.
때문에 과거 암살자들의 기억을 뒤져 그 소재를 알아내려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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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지배하는 능력이 있으니, 체사레 보르지아 같은 기사단들에게는
최우선적으로 소유해야 할 물건이 된다.
징기스칸이나 히틀러와 같은 지배자들도 이를 소유했다는 설정이다.

이런 음모론의 활용은 앞서 얘기한 고증의 디테일과 함께 덕후들을 열광시키는 요인이 된다. 진정한 덕후는 공부하는 덕후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게임 속에 역사를 녹여놓았고 역사 덕후들이 축조해낸 것이 분명한 이 세계는 당연히 다른 덕후들을 불나방 앞의 불처럼 유혹하게 된다. 보기에도 매력적이고 파보면 더 매력적이니까.

시리즈는 거의 다 한글화가 되었지만, 1편의 PC판의 경우에는 한글화가 되어있지 않다. 어쌔신 크리드의 중심작 전편의 텍스트를 한글 번역해놓은 블로그를 링크해둔다.





단 두 시리즈만 다뤘는데 이렇게 길다. 긴 이유야 사진이 열라 많은 것도 있지만, 천천히 게임의 특성과 장점을 설명하기 위한 것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길게 설명해봐야 무엇할 것인가.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흥미가 간다면, 구매해서 플레이해보라.

새로운 취미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소개한 게임들은 초반 튜토리얼도 충분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그러고서 주변에 숨어있는 덕후들과 이야기해보자. 새로운 친구들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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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도 좀 되어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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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짤은 PS비타로 발매된 [어쌔신 크리드: 리버레이션]의 주인공 에블린을 포함한
주요 암살자 4인방의 월페이퍼.


덕질 비기닝 게임편의 다음 기사는 도둑처럼 찾아올 예정이다. 대비하라.



놀이 마스터 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