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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보스호트 우주선과 미국의 제미니 우주선이 우주공간에서 미-소간의 우주경쟁을 하고 있을 때, 미국은 1960년대가 끝나기 전에 달까지 사람을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작 몇 톤 중량의 우주선을 지구와 매우 가까운 저궤도(LEO)까지 보내는데 급급했던 당시 인류의 우주로켓 기술로는 도저히 달까지 사람을 보낼 수가 없었다.


소련은 1959년부터 이미 달 탐사 위성인 루나 시리즈를 R-7로켓으로 발사하기 시작했다. 매우 작은 크기의 무인 탐사위성이기에 당시 로켓기술로도 충분히 달까지 보낼 수 있었지만, 사람을 보내려면 적어도 수십 톤의 우주선을 달까지 보내야 했다. 달에 착륙해야 지구에 귀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로켓보다 열배 가량 큰 초대형로켓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미국은 새턴-V 로켓과 아폴로 우주선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소련은 N1/L3 로켓과 소유즈 우주선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1966년, 당초 N1/L3로켓을 이끌던 소련 로켓공학의 대부, 세르게이 코롤료프가 사망하면서 N1계획은 차츰 나락으로 빠진다. 직전부터 여러 개발국 간의 의견 차이로 삐걱거리면서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던 데다가 예산부족 등의 문제까지 겹쳤던 것이다.


최초로 인공위성과 우주비행사를 배출한 소련의 R-7로켓을 만든 주역, 세르게이 코롤료프와 발렌틴 글루시코는 새로운 초대형 달로켓 N1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의견차이로 갈라선다. 로켓엔진에 정통한 글루시코와 그의 설계국(에네르고마쉬)은 강력한 추력의 케로신연료 단일엔진을 개발하려고 했으나, 코롤료프는 미국과의 달 탐사 경쟁의 촉박함 등을 이유로 R-7로켓처럼 비교적 소추력의 엔진들을 대량으로 클러스터링(유사성 등의 개념에 기초하여 데이터를 몇몇의 그룹으로 분류하는 수법)하는 방식을 고집한 것이다.


결국 글루시코의 팀은 빠지고 코롤료프 설계국에서 개발한 NK-33엔진을 주축으로 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클러스터링 로켓, N1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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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중인 N1/L3 로켓. N1로켓은 아래쪽 3단을 뜻하고 위쪽 2단은 달천이가속 등에 쓰이는 L3라고 부른다.


소련과 달리 미국은 아폴로 계획을 매우 체계적으로 진행하면서 막대한 지원 속에 하나씩 기술적 난제들을 해결해 나갔다. 특히 3천 톤에 육박하는 초거대로켓 새턴-V를 쏘아 올릴 초강력 로켓엔진 F-1을 개발하였으며, 2-3단 엔진으로는 효율이 가장 뛰어난 액체수소(LH2)를 사용하는 J-2엔진까지 개발하였다. 기존에 사용하던 케로신-액체산소, 또는 하이드라진-질산 계열의 엔진보다 액체수소-액체산소를 이용하는 엔진은 연소효율이 30~40%까지 높았다. 더 적은 발사중량으로도 더 많은 페이로드를 우주에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소련은 당시 미국에 비해 단일엔진으로 추력을 높이는데 뒤떨어지고 있었다. 비록 R-7로켓이 몇 년 간 단일 발사체로는 가장 많은 페이로드를 우주로 보낼 수 있었지만, 무려 20개의 소추력엔진을 클러스터링한 결과였다. 반면 미국의 타이탄로켓은 고작 2개의 엔진으로도 R-7에 어느 정도 근접하는 페이로드를 운반할 추력을 내고 있었다.


아폴로우주선은 사령선(CSM)-달착륙선(LM)으로 구분되며, 사령선은 또다시 귀환모듈(CM)-기계선(SM)으로 나뉜다. 달착륙선 역시 2단이기에 다소 복잡하다. 이렇게 구성한 이유는 달에 인간이 착륙했다가 귀환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안된 ‘달궤도 랑데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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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성궤도에 도착한 소유즈 우주선과 LK착륙선 상상도.

N1/L3로켓의 5단로켓을 끌고 와서 그 힘으로 역추진하여 궤도에 진입


소련의 달탐사 우주선도 미국의 영향 때문인지 달궤도 랑데뷰 방식을 채용하여 개발된다. 모선으로는 소유즈 7K-LOK 우주선이 개발되었고, 달착륙선으로는 LK Lunar Lander를 개발한다. N1/L3로켓은 새턴-V로켓에 비해 지구저궤도(LEO)에 운반할 수 있는 페이로드 중량이 2/3에 불과했다. 그래서 달탐사선과 착륙선은 아폴로 우주선과 착륙선에 비해 더 경량이며 좁고 작았다. 하지만 탑승인원은 3명으로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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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착륙선과 아폴로 착륙선의 비교 이미지. LK착륙선은 1인승이며 훨씬 가볍고 작다.


아폴로 우주선은 새턴-V로켓의 3단로켓으로 달까지 천이궤도를 형성하고, 달에 도착해서는 기계선의 자체 추력으로 감속역추진하여 달 위성궤도에 진입한다. 하지만 소유즈와 LK착륙선은 3단로켓인 N1로켓으로 일단 지구저궤도(LEO)에 올라간 후에 4단(L3로켓 모듈)으로 달 천이궤도를 형성한다. 그리고 달에 도착해서는 5단으로 감속역추진을 하여 달 위성궤도에 진입하는 방식이다.


소유즈 7K-LOK 우주선은 당초 달에서 지구까지 돌아올 추진력을 보유해야 했으므로 나중에 쓰인 일반적인 소유즈 우주선들보다 추진부가 더 크다. 그리고 LK달착륙선과 도킹으로 승무원이 이동할 수 없어서 직접 우주유영(EVA)으로 1명의 승무원이 건너가야만 했다.


아폴로 우주선에서는 1명의 우주비행사가 사령선에 남고, 2명이 달에 착륙한다. 소유즈-LK 우주선에서는 2명의 우주비행사가 사령선에 남고, 1명이 달에 착륙하는 차이가 있다. 달에 착륙한 LK 착륙선은 아폴로 달착륙선(LM)과 동일한 방식으로 상단이 분리되어 재귀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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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L3로켓과 소유즈 7K-LOK, LK달착륙선에 대한 설명 이미지


N1로켓은 1단에 무려 30개의 NK-33엔진을 장착한다. 구조적으로도 엄청나게 복잡해졌고, 비행 도중에 엔진이 4개까지 정지해도 다른 쪽 대칭엔진을 정지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유지할 수 있다. N1로켓 1단의 이륙 시 추력은 무려 4,600톤에 이르러서 새턴-V 로켓의 3,450톤 추력보다 더 높았다. 하지만 로켓의 발사중량은 2,750톤으로 새턴-V의 3,000톤에 비해 약간 더 가볍다.


N1로켓의 2단은 8개의 NK-33엔진을 장착하고, 3단은 4개를 사용한다. NK-33엔진 자체는 개당 150톤 이상의 추력을 내는 비교적 큰 엔진이다. 하지만 새턴-V에 쓰인 F-1엔진이 개당 690톤을 추력을 냈던 것에 비하면 작은 편이고, 2단 이상에서 쓰이기에는 새턴-V의 J-2엔진에 비해 추력을 강했지만 케로신엔진과 액체수소엔진의 차이로 인해서 연소효율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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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N1로켓은 새턴-V로켓과 아폴로 우주선들이 1968년부터 발사되기 시작하자 1969년 초에 첫 발사를 하였으나 발사되고 1분이 지나서 엔진이상으로 공중폭발한다. 이후 1972년까지 3차례 더 발사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1974년에 공식적으로 계획이 폐기된다. 실패의 주원인으로는 시대를 앞서간 복잡한 제어기술의 도입이 제대로 성사되지 못했고, 구조적으로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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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실험 때는 두 대의 N1로켓을 나란히 세워놨다가 한대가 폭발하면서 옆의 로켓도 같이 폭발하는 불운을 겪는다. 미국이 1969년에 이미 달을 먼저 정복했기에 의욕도 낮아진 와중에 계속적인 발사실패와 예산 문제,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소련은 N1 달탐사 계획을 접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유즈 우주선이 개발되고, 이후 소련의 주력 유인우주선으로 자리 잡는다. 소유즈 우주선은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최장수 유인우주선이며 독보적인 발사횟수와 우주비행사 배출인원을 자랑하고 있다.



Tip. NK-33 로켓엔진과 RD-170 로켓엔진


세르게이 코롤료프 휘하의 설계국에서 개발한 NK-33엔진은 비록 케로신 연료의 엔진이지만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여 매우 뛰어난 성능을 낼 수 있었다. 추력은 해수면 1,510KN-진공 1,680KN으로, 당시 소련이 보유한 로켓엔진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추력이었다. 단지 동시대의 미국 F-1엔진에 비해 약했을 뿐이다.


하지만 엔진의 연소효율은 월등해서 비추력이 무려 해수면 297sec-진공 331sec에 이른다. F-1엔진의 비추력이 해수면 263sec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높은 효율이다. 또한 NK-33엔진은 추력에 비해 매우 경량으로 엔진의 추력대중량비가 무려 137배에 이른다. 최근에 스페이스-X의 멀린 1D엔진이 개발되기 이전까지 추중비가 가장 높은 엔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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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33엔진은 다량 생산되었으나 N1계획의 폐기로 인해 방사능 차폐막에 덮여서 창고에 방치되었다가 냉전이 종식된 이후에 우연하게 발견된다. 발견된 NK-33엔진들은 미국회사에 판매되어 정비를 거친 후에 민간 우주로켓회사인 오비탈ATK(구. 오비탈사이언스)의 안타레스 로켓의 1단 메인엔진으로 다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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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로켓과 같은 초거대로켓을 쏘아 올리기 위해선 1단에 무려 30개나 장착되었던 NK-33엔진이지만, 240톤 중량의 안타레스 로켓을 쏘아 올리기엔 2개의 엔진만으로도 충분했다. 무려 반세기 가까이 과거에 제작된 엔진이지만 그 성능은 여느 케로신엔진에 비해 훌륭했던 것이다.


하지만 2014년 말, 국제우주정거장에 물품보급업무를 위해 발사된 안타레스 로켓이 이륙하자마자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원인을 두고 오비탈ATK측은 구식 엔진인 NK-33을 탓하였지만 그 대체품으로는 또다시 러시아제 RD-180엔진을 수입하려고 하고 있다.


N1계획에서 코롤료프와 이견으로 독자적인 엔진 개발에 나섰던 글루시코의 로켓팀은 훗날 역사상 단일엔진으로는 가장 추력이 강력한 RD-170엔진을 개발한다. RD-170엔진은 비록 노즐이 4개라서 단일노즐 단일엔진인 F-1엔진에 비해 많지만 같은 연료펌프를 사용하므로 단일엔진으로 볼 수 있다. RD-170은 추력에서도 F-1에 비해 조금 더 높고, 비추력은 해수면 309sec-진공 338 sec으로 케로신 엔진으로는 가장 뛰어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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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RD-170엔진, (우) RD-180엔진


RD-170엔진은 소련의 우주왕복선 부란을 쏘아 올리는 에네르기아 로켓의 4개의 부스터 엔진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곧 소련이 붕괴했고, NPO 에네르고마쉬라는 독자적인 로켓엔진 회사로 거듭난 뒤 미국의 록히드마틴에 RD-170을 절반으로 자른 RD-180엔진을 수출하고 있다. RD-180은 미국의 주력 우주로켓인 아틀라스-V의 1단의 메인엔진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미국이 보유한 어떠한 케로신엔진보다도 추력과 효율이 높고 저렴하며 신뢰도도 높다.


우리나라 나로호에 쓰였던 RD-151엔진도 사실은 RD-170엔진을 1/4토막 내서 노즐 하나만 사용한 엔진이다. 러시아는 RD-151과 동일한 RD-191엔진을 최근에 개발하였고, 러시아의 차세대 우주발사체 시스템인 앙가라 시스템의 주력 엔진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RD-170엔진도 NK-33엔진과 기술적으로는 연장선에 있으므로 RD-191엔진과 나로호 역시 구시대의 유물인 NK-33엔진기술에서 이어져온 셈이다.




[ References ]


1. 영문 Wiki - N1 Rocket, Soyuz 7K-LOK, LK lunar lander, NK-33
2. 네이버 EHC112037님의 블로그 : http://blog.naver.com/ehc112037/207610679
3. www.space.com
4. http://spaceart1.ning.com/photo/lk-lander-compared-to-the-lem
5. http://orbiter-forum.com/showthread.php?t=23222&page=5
6. http://rostec.ru/en/news/4514351
7. www.nasaspacefl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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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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