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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추천24 비추천0

2013. 06. 18. 화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열 안 받아

잘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열이 받아서 식식대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는 아닐 거잖아그런데 왜 이렇게 세상이 조용하지난 가끔 내가 머리가 이상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야.

불과 반 년 전에 치러진 대선에서 국정원이 적극적으로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을 했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 결과 사실로 밝혀졌어그런데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들지를 않아책임을 지기는커녕 재발을 막기 위한 어떤 조치를 하는 시늉도 안 해이게 정상적인 사회인가?

심지어 지난 대선에서 야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 조차도 이게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는군아니 국가 최고의 권력을 가진 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해서 선거판을 뒤집어 놨는데그 선거로 당선된 사람이 책임을 안 지면 누가 책임지나떨어진 사람이 책임인가

민주당은 그 와중에 당사 규모를 줄이겠다는 소리나 하고 앉아서 뭉개고 있고...

정말로 이해가 안가는 세상이야나만 그런 거 아니지?

정부.JPG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위배한다는 것그러니까 공직선거법을 위반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일까당연히 능지처참에 처하고 가산을 몰수하고 삼족을 멸할 죄는 아니지하지만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야겨우 십 년 전에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니까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도에 '당(자신이 속한)이 선거에 이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돕고 싶다'라는 말 한 마디 덕분에 선거법 위반의 혐의가 있다는 명분 하에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되어 버렸어.

누가 국회의 다수당이거나당시 민주당이 노무현에 대해 어떤 심정을 가지고 있었거나 그런 것들은 다 세부적인 얘기일 뿐이야핵심은 현직 대통령이 선거법에 위배될지도 모르는 언행을 했다는 것뿐이야그것 하나만으로도 대통령도 탄핵될 수 있는 거야억울하긴 하지만 그 말이 맞는 거라고절차적인 명분이 되는 거라고.

그만큼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는 심각한 거야왜냐면 이 공무원들이 국가 시스템을 움직이는 사람들인데그들이 나서서 특정 정치 세력이 선거에서 이기도록 만든다면 공무원이 지배하는 세상이 올 거잖아이러면 곤란하지우리 사회가 그런 수준은 아닌 거잖아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최소한도의 합의 사항으로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를 각종 법에 명시해 둔 거라고이 모든 합의를 다 우습게 보는 거야지금우리 사회가 무슨 법도 없고 말도 안 통하는 깡패국가야?

아니잖아이렇게 조용히 넘어가서는 안될 일이라고.



그래좋아.

그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그냥 당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지나치게 높아서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지 않으면 빨갱이 세상이 올 것 같아서 자기가 알아서 부하들 시켜 박근혜 후보를 좀 도운 거라고 치자그러니 원세훈 하나 처벌하고 '다시는 이러지 마라~' 하는 사회적 경고를 날리면 문제가 다 해결될 수도 있겠지.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고그게 밝혀져서 처벌을 받았다이런 상황이라면 나도 뭐 할 말은 없어선거 결과가 뒤집힌 거 아니냐고그럴 수도아닐 수도 있겠지역사에 가정이라는 게 어디 있어맘 같아서야아니 내 맘만이 아니라 세상의 상식으로도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사실 하나만 드러나면 선거 무효 되고 재선거 치르고 그래야 정상이긴 하지만이미 지난 일이라고 치자또 우리 사회가 미국이나 유럽같이 그렇게 진보한 민주국가는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주자진짜 엄청 양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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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놓치고 있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어.

국정원이 그 짓거리 하던 중에 걸린 거야이게 오히려 선거 다 끝나고 한참 지나서 걸렸으면 모르겠는데선거도 치르기 전에선거 운동 기간 중에 민주당에게 걸려 버렸어하기사 무슨 외국인들 왔을 때 호텔방에서 USB 훔치다가도 걸릴 만큼 어리버리한 놈들이니 안 걸리는 게 더 이상하겠지.

걸리니까 당장 난리가 났겠지내일 모레 선거인데 그 며칠을 못 견디고 걸려 버렸으니 박근혜 측이 선거에 질 판이 된 거잖아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선 사람이 누구야바로 김용판이잖아국정원 출신이자당시 서울경찰청장이던 김용판 말야이 김용판을 서울경찰청장이라는 막강한 보직에 꽂아 넣은 과정도 수상하더만원래 내정되었던 인물에게 청와대에서 축하 인사까지 해 놓고서도 막판에 김용판으로 바꿔버려서 경찰 내부에서도 난리가 났었다고 그러네.

기사캡쳐.JPG

이렇게 써먹으려고 미리 꽂아 넣은 건지무리하게 자신을 발탁해준 인사에 대한 보은이었던지 그건 모르겠어하여간 김용판은 이 사건을 자신이 완전히 덮어 버리기로 맘을 먹었던 것 같아그래서 사이버 수사대 분석관들이 국정원이 개입했던 흔적들을 대량으로 발견하고 환호를 지르고고기 사달라고 그러고 있던 것을 묵살해 버리고, '우리는 증거를 찾지 못했어요' 라고 대선 3일 전에 발표하게 된 거잖아.

그런데 이 과정이 수상해난 여기에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가 숨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김용판이 저 어처구니 없는 수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는 시점이 이상하다고그날 밤중에 뭐가 있었나.박근혜-문재인 간에 대선 후보자 티비 토론회가 있었잖아이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들 다 기억할 거야박근혜는 문재인을 맹렬하게 비난했어아무런 증거도 없이 젊은 여성을 오피스텔에 감금하고 부모도 못 만나게 하고인권 변호사 출신이라는 분이 왜 인권을 침해하냐고문재인은 그저 어물쩡하게 답을 했었다고현재 사법기관이 수사중이니 그 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그런데 그 결과가 바로 토론회가 끝나자 마자 나왔잖아엄청난 숫자의 국민들유권자들이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누구를 찍어야 되냐고 귀 쫑긋 세우고 티비 토론을 봤는데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네그게 아니라 민주당이 선거에 이기려고 죄 없는 젊은 여성을 집에 가두고 괴롭혔네이러고 싸우고 있는 거야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거야하고 갸우뚱 거리고 있는데바로 토론 방송 끝나자 마자 경찰이 발표를 하네.

"아무 증거가 없네요. "




씨바... 이게 뭐야이게... 문재인은 완전히 그 몇 분 사이에 구라쟁이 개새끼 되어 버린 거고박근혜는 이름모를 한 젊은 여성의 인권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애로운 어머니가 된 거고정권 탈취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민주당을 준엄하게 꾸짖은 엄한 지도자가 되어 버린 거잖아이게 바로 선거 3일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고엄청난 숫자의 국민들이 지켜보는 코앞에서 말이지.

이 환상적인 시나리오가 어떻게 가동된 걸까?

새누리당은 서울경찰청장 김용판이 이렇게 '증거 못 찾았어요증거 없어요라는 발표를 할 것이라는 점을 사전에 알고 있었어사전에 알고 있지 못했다면당장에 증거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과감한 발언을 박근혜에게 하라고 시킬 수가 있었겠어확실하게 알고 있었던 거야.

심지어 박근혜 캠프에서는 당일 대낮부터 경찰이 어떻게 발표할 것인지 알고 있다는 냄새를 솔솔 풍기고 있었어요즘 얘기 나오는 권영세 뭐 이런 사람들이 말이지캠프가 알면 누가 안다당연히 후보가 알지박근혜 후보는 김용판이 자기 쉴드를 쳐줄 것을 미리 알았어알았으니까 토론장에서 그렇게 자신있게 문재인을 몰아부친 거겠지.

이게 뭘 말하는 걸까?

검찰 조사 결과를 보면분명히 서울경찰청 산하 사이버 수사대 분석관들은 국정원을 잡을 정도로 엄청난 증거들을 왕창 잡았다고 환호를 했어이삼일 전부터 말야그러면 당연히 경찰은 그 증거를 발표해야 되는 거잖아그런데 이게 정 반대로 발표가 나도록 누군가 만들었다는 거야.

김용판이 혼자 했다고순번도 안된 자기를 경찰청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뽑아줘서그렇게 자리 좋아하는 사람이 대선 끝나자 마자 명퇴를 해명퇴하고 대구에 가서 금뱃지 입문자들이 하는 출판 기념회 하고 다닌다며.

뭐 혼자 했다고 치자아무도 안 시켰다고 치자그 어떤 권력자도다음 번 총선에 너 대구에 공천 한 자리 꽂아 줄께하는 약속을 안했다고 치자.

최소한 박근혜는 그날 대선 토론회에 임하기 이전에토론방송 나가자 마자 서울경찰청장 김용판이 증거 못 찾았다고 발표할 것을 미리 알았다는 거야그걸 알면 증거가 왕창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도 당연히 알았겠지김용판이 그랬을 거 아냐...

"증거가 왕창 쏟아져 나왔지만대선도 앞두고 있으니 그냥 제가 아무 증거도 못 찾았다고 브리핑 한번 쏘겠습니다. (그 대가로… 대구.. 그거.. 아시죠?)"

이랬을 거 아닌가 말야. 정리해 보자. 내가 주장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이거야.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을 했어이게 누가 시킨 건지 MB 꼬붕 원세훈이 자발적으로 한 건지 몰라하긴 했어그러다가 민주당에 걸렸어그래서 경찰이 수사를 했어수사를 하니까 증거가 왕창 나왔어.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조사를 담당하지도 않았던 서울경찰청장이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물 먹이고 증거를 숨겨숨긴 것 뿐 아니라대선 후보자 토론 방송 끝나는 타이밍을 노려 증거가 없다고 발표를 해이거 심각한 범죄야지금 김용판이 기소당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야그리고...

김용판이 그런 범죄를 기획하고 있었다는 것을사전에 박근혜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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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제일 문제야그런 범죄를 저지르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그게 자신의 당선에 도움이 될 일이라는 것을 알고묵인하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동조해서 자신도 토론회에 나가 이 준비된 범죄를 이용한 주장을 막 쏟아낸 거야그걸로 정치적인 이익을 얻었고그 결과 당선이 된 거야.

박근혜가 지난 선거에 대해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

자신의 당선을 위해 현직 국정원장이 수작을 부리던 것도 알고 묵인을 했고그게 걸려서 난리가 났는데 서울경찰청장이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서 거짓말로 국민들을 속이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동조하고그걸 이용해 먹고, 그 결과 당선된 사람인데 왜 책임을 안져? 당연히 책임을 져야지!

나 지난 번에 이거 관련 글 쓰면서 '이명박 나오라 그래~'하고 소릴 질렀는데 끝내 안 나오더라고. 나오기는커녕 거제도 가서 골프치고 낚시하고 회 먹고 잘 놀러 다니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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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이 국정원을 일개 선거운동 조직으로 활용한 거그거 아무리 살펴봐도 이명박 책임이지 박근혜 책임은 아니야그거 맞어그래서 이명박 나오라 그랬어.

그런데 이게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보니까...

원세훈은 몰라도 김용판은 박근혜 책임이야최소한 김용판이 구라 발표 하기 몇 시간 전에 박근혜는 이 기획된 범죄를 사전에 인지했었고자신의 선거에 이용해 먹은 거야.

이 정도면 국정원 시켜 선거에 개입한 이명박보다김용판 이용해 거짓말로 선거 자체를 이겨 먹은 박근혜 책임이 더 커.

자 이제... 김용판이 그런 짓을 할 줄은 나도 미처 몰랐다고 주장 해 보시지.


주중 대사로 도망가 있는 권영세 불러다가 '이 모든 것이 네가 김용판하고 짜고 꾸민 일이라고 발표를 해라'고 시켜 보시지외교에 아무런 경험도 없는 권영세를 왜 주중대사로 보냈는지도 좀 설명해 보시고.

이거 왜 이래선수들끼리원칙과 신뢰의 살아있는 현신박근혜는 도대체 어디로 간거야?


아니면 애당초 그런 사람은 없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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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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