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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자꾸 현실이 되니까 재미있어서 또 쓰게 되네. 전편에 조선일보와 우병우에 대한 이야기는 그냥 내 머릿속 이야기였음을 다시 밝힌다. 오해하지 마시라.

 

지금부터 다시 소설을 써보겠다.

 


1. 민족정론지 조선일보의 운명

 

우병우 민정수석이 판을 뒤집기 시작한 시점은 이석수 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의 대화 내용이 <MBC>를 통해서 방송되었을 때부터다. 그런데 그 방송을 유심히 보면 뭔가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기자와 이석수 감찰관의 대화 내용이 그대로 녹취되어 있다. <MBC>는 조선일보 기자들이 취재를 해서 데스크에 보고하는 정보보고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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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BC>

 

하지만 기자들은 정보보고를 취재원과의 대화 내용 전체를 녹취해서 올리지 않는다. 그냥 회사에서도 회의하면서 대화한 내용을 그대로 담아서 상사한테 보고하면 쿠사리 먹는다. 핵심만 정리해서 가지고 오라고(아 물론 조선일보는 1등 신문이니까 전체 통화내용을 정리해서 보고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사와 같이 대화를 토씨 하나까지 빠트리지 않고 정리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옆에서 받아 적는 거다. <MBC> 보도를 보면 제 3자가 옆에서 통화 내용을 한 땀 한 땀 받아 적은 우주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런데 통화를 제 3자가 어떻게 받아 쓸 수 있을까? 여기서 다시 찐하게 소설을 써보자.

 

다들 알겠지만, <원칙과 소신>의 박근혜 정부 국정원은 절대 도청 따위를 하지 않는다. 테러방지법 정국 당시 나쁜 야당과 종북 세력이 핸드폰 도청법이라고 근거 없이 비난했을 때,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몇 번이고 약속했었다. 뒤집어 말하면, ‘테러 위험’이 있을 때는 할 수 있다는 건데, 그게 어떤 테러인지는 말을 아끼겠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와서, 이석수 특별 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의 통화내용을 누군가가 도청해서 <MBC>로 넘겼다고 하면, 소설을 쓰는 나로써도 너무 멀리 나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거기에 우병우 수석 라인의 최윤수 국정원 2차장이 개입했다고 하면 더더욱 말이 안 된다. 국정원 제 2차장은 국내 정보와 공안 부분을 책임지면서 대북 관련된 자료만 수집하지 국내 정치에는 절대 개입하지 않는 걸로 몇 번이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정말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항간에 떠돌았던 조선일보가 <정보보호법>으로 우병우에 대한 반격을 준비했다는 말은 분명 잘못된 소문일 것이다. 이번 사안은 명백히 조선일보의 잘못이 아니라 송희영이라는 주필의 일탈이기 때문이다. 내가 쓴 소설대로 <TV조선>의 재승인과 연관되어 조선일보가 꼬리를 내렸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 않는가? 명색이 민족 정론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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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2.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

 

청와대는 송희영 주필 말고도 부패한 언론이 있을 수 있다고 공명정대하게 밝혔다. 물론 청와대의 이 발언은 정치적 계산 따위로 한 말이 아니지만, 정말 조금은, 아주 쬐끔은 언론을 협박하는 말로 들릴 수 있다(알아서 기어! 1등 신문이 어떻게 작살났는지 봤지?)

 

청와대 관계자의 마지막 말, ‘역대 정권 누구도 조선일보와 싸우지 못했지만 도덕적으로 약점이 없는 박근혜 대통령은 다르다’는 이 말, 난 완전 믿는다. TV 조선만 없었다면 조선일보 정말 사생결단을 냈을 것이다.

 

정권 말 레임덕 따위 걱정하기보다 오직 국가만 생각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부패한 언론을 바로잡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 참으로 뛰어난 정치력이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은 압박하면서 안정적으로 임기 말을 관ㄹㅣ.. 아 아니, 나는 이번 사태가 김영란법 시행과 맞물리면서 국민들이 싫어하는 두 집단인 국회와 언론에 대한 사정이 끊이지 않을 것이고, 자신들이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며 바로잡으려 했던 국기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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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이렇게 바로잡겠지.. 

 

또 하나,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리셨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총선에서 대패를 기록해 체면을 구기신 바 있다. 친박 라인이자 오른손 왼손인 최경환과 윤상현에게 선거를 맡겼다가 와르르 무너져 버린 것이다. 야당이 분열한 상황에서도 패하고 말았으니, 대통령도 이런 친박 정치인을 계속 손으로 사용하기는 무리일 터. 새로운 손을 구했다. 사정라인이다.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을 봐도 그렇다.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사정라인이 아닌가. 청문회에서 음주운전 사고까지 드러났지만 이를 덮고 임명을 강행하는 걸 보면 손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하물에 손 중의 손이자, 머리이기도 한 우병우 수석은 얼마나 중요할까. 그럼에도 몇몇 멍충이들은 우병우 수석을 잘라야 한다는 우매한 말을 하고 있으니, 대통령님은 오죽 답답하실지.

 

지난 소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위기를 우 수석이 어떻게 넘겼는지 이야기했다시피, 그가 위기를 돌파하는 방식은 대통령과 코드가 맞다. 이건 전략과 전술의 문제가 아니다. 최선의 공격은 최고의 방어라는 신념 하에, 누군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면 가르키는 손가락을 부러뜨려 버리는 간지 넘치는 방식이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임기 말로 갈수록 고조되는 고비마다 자기 대신 싸워 줄 사람, 우병우 수석을 놓을 수 없을 테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이고 소설이지만.

 


3. 우병우, 사드 그리고...

 

부패 언론에 대한 정리가 끝나면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문제를 재점화 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사드, 여러 가지 의미로 대통령의 정체성과 맞다.

 

박 대통령은 성주에서 사드 관련 집회가 있었던 지난 8월 4일, 새누리당 대구·경북지역 초선의원들과 회동에서 “성주군에서 추천하는 지역이 있다면 새로운 지역을 면밀하고 정밀하게 검토, 조사하도록 해보겠다”고 언급했다. 자신의 정치적 텃밭에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코너에 몰려 있던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모두들 이 발언으로 사드 반대 전선이 주변 지역인 김천까지 확대되어 대통령에게 정치적 위기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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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근황.jpg

 

그러나 그전 여론조사(7월 14일)에서 44.2%였던 사드 배치 찬성 여론이 8월 9~11일 사이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찬성 56%로 올라가며 사드 이슈를 장기화할수록 박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흐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야당이 난처한 상황이다. 더민주는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려고 하지만 박근혜에게 말려들 수 있다는 생각에 고심하고 있고,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반대로 진보세력과 호남 표심을 재집결해 지지율 반등을 꾀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되려 사드 반대로 그나마 있던 중도보수 세력이 이탈 조짐을 보이기도 했고.

 

여기에 최근 대통령님은 북한 버프까지 얻었다. 우주의 기운은 늘 대통령님에게로 흐르는 것 같다. 사드 이슈가 약간 불리하게 흘려갈 수 있었던 타이밍에 때마침 태영호 공사의 탈북과 북한 외교관들의 연쇄 탈북 이슈가 터졌다. 초조해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태영호 탈북 축하 기념으로 날려줬다.

 

언론은 김정은을 ‘예측 불가능한 정신 이상자’로 몰아가며(물론 정말 그런 것 같긴 하지만),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사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말이지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보수 우익의 가슴은 다시 뜨거워져 있다. 사드를 압도할 이슈를 야당이 찾지 못하는 한, 국면 전환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대선으로 다가갈수록 사드와 같은 외교 안보 문제가 전면에 등장할 거다. 애국보수의 가슴에 불을 당기기 가장 좋기 때문이다. 복지와 경제 이슈로 판을 만들려 해도 야당은 두 명의 후보로 싸울 게 뻔하다. 두 가지 이슈는 각각 나눠 가지고, 외교 안보 이슈를 한 명이 독점한다면, 선거에 승산이 있는 쪽은 독점을 한 쪽이다. 게다가 착각이지만 외교 안보 이슈를 해결할 적임자로 보이는 유엔 사무총장이 등장할 수도 있으니까.

 

물론 이렇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말도 안 되는 소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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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노숙자


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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