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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6. 21. 금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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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누구나 다 예상이 가능했던 수순으로 가고 있다


국정원과 경찰, 대한민국 공권력의 핵심적인 축들이 직접 불법적인 방법으로 대선에 개입했고, 그 과정에 대한 수사, 그나마 마지못해 나선 검찰이 최소범위로 축소한 수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런 개판을 보다 못한 대학생들이 시국선언에 나서기 시작하자, 여권은 사력을 다해 물을 타고 있다.


자기들도 아는 거다. 이 사건이 확대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 문제는 정권의 정통성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최단거리에 존재하는 문제이며, 이 문제가 무사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쇠고기 수입 문제로 정권 초반 촛불에 발목 잡혔던 이명박 정권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되는, 아니 그 보다 몇배나 더 위태로운 상황에 빠져버리게 될 거라는 점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들고 나온 게 NLL


이 정권 내부에서 도대체 누가 이런 기획을 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뭐 대략 짚이는 사람이 몇몇 있기는 하지만, 그거 굳이 짚어서 뭐 하겠나. 하지만 이 한 마디는 꼭 전해주고 싶다. 썩었어... 아주 푹 썩어서 구려 죽겠어. 도대체 이게 언제 때 수법이야...


사람들이 풀밭에서 벌레나 주워 먹고 나무 열매나 따 먹고 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무리 생활을 시작한 이래, 집단을 제어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은 언제나 '외부의 적' 이었다. 그것도 무시무시 할수록 좋았다. 예전에 우리 할머니들은 아이들이 말 안듣고 징징거리면 흔히 이런 말로 아이들을 겁주곤 했다.


"자꾸 울면 호랑이가 와서 물어간다. "

"어른들 말 안 들으면 농넹이 삼시가 와서 데려간다."


(참고로 '농넹이 삼시'라는 것은 지역마다 다르긴 한데, 내가 자란 곳에서 흔히 쓰이던 말이다. 커다란 광주리를 등에 지고 휴지 주으러 다니는 사람들을 말하는 건데, 속설에는 그들이 그 광주리를 이용해 아이들을 납치해다가 앵벌이 하는 거지로 만들어 버린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 호랑이나 농넹이 삼시를 얼마나 자주 써먹었으면, 아이들이 호랑이를 너무 무서워 하게 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랑이는 곶감을 무서워 한다는 동화가 등장하기까지 했을까.


이런 식으로 외부에 공포스러운 적을 하나 상정해 두면, 사람들은 긴장해서 조직의 룰에 잘 따르게 되고 다른 사소한 문제들은 모두 잊어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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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편리한가


아마도 이런 기법은 인간의 본질적인 성품에 기인하여 고안된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은 언제나 적을 필요로 한다. 그게 꼭 무섭지 않아도 좋다. 일단 적이 생기면 안심이 되는 법이다. 내가 장담하건데, 지금 당장이라도 외계인의 비행접시가 나타나서 인간을 몇십 명 잡아가는 현장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전세계 통합정부는 며칠 내에 만들어 질 것이다. 아님말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보자


꽤 긴 시간 동안 사냥에 실패한다. 이러면 위기상황이다. 먹을 게 없다. 그러면 사냥감들의 행동에 변화가 생겼는지, 기후가 변했는지, 뭔가 합리적인 이유가 뭔지를 찾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정상일텐데, 그렇게 어려운 일은 하기 힘들다.


누군가 부정 탈 만한 짓을 했기 때문에 사냥이 안 되는 거라고 자기 멋대로 생각을 해 버리고, 부정 탈 짓을 한 놈을 색출하기 위해 죽창을 들고 나선다. 그게 옆 동네 사는 다른 부족일 수도 있고 , 우리 부족 내부에 사는 평소 재수 없던 어떤 왕따일 수도 있다. 이게 훨씬 더 마음도 편하고 효과도 좋다.

 

중세 시대의 썩어빠진 권력자들도 이런 메커니즘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왕과 영주와 성직자들의 부패라는 직접적인 원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당신들의 고통은 바로 저 마녀의 흑마술 때문이었다"고 선전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흑마술이 무서워서 , 마녀가 무서워서(라기 보다는 젊은 여성을 잡아다가 고문하고 옷 벗기고 물에 쳐넣고 결국 태워 죽이는 행동이 주는 변태적인 흥분을 좋아하는 놈들도 분명히 있었겠지... 아부나이...) 일치단결 하게 된다.


그리고 애꿎은 여성들을 잡아다가 괴롭히고 나서는,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고통은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마녀로 지목된 여성들이 무슨 힘이 있어서 그 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트렸겠는가.


이런 유치하고 원시적인 기법, 이제는 완전히 푹 썩어서 구린내가 풀풀 날리는 수법은 현대 사회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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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사인천>



2차대전이 끝난 뒤


비록 승전국임에도 불구하고 긴 전쟁으로 인한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던 미국 사회에서도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 영수증 뭉치를 흔들면서 여기에 미국 사회에서 암약하는 공산주의자들의 명단이 있다고 외치던 한 정신병자에 가까운(이 대목에서 우리 사회에서 활약하는 누군가가 생각나지만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다. 정대세라는 축구선수를 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한 바로 그놈 말이다.) 정치인의 같잖은 선동에 의해 미국 사회는 광풍에 휩싸여 버렸다.


미쳐버린 미국 사회에서 반공주의자들은 각계 각층의 공산주의자들을 색출하는 것에 전념을 다해, 세기의 천재 찰리 채플린 마저도 공산주의자로 몰아 유럽으로 쫓아 내기에 이른다. 바로 매카시즘을 얘기하는 것이다.


수백 명이 넘게 수감되었고,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사회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그들 중에 진짜 공산주의자로 확인된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극소수였다. 공무원, 노조 운동가, 연예인, 예술가 등이 공산주의자로 몰렸으며, 심지어 동성애자들도 공산주의자로 몰렸다. 뭐 평소 재수 없던 놈들은 다 걸어 넣는 거다. 이 와중에도 또 변태적인 쾌감을 즐기는 놈들이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


이런 짓이 먹히는 것이 인간의 사회이다. 비록 몇 년간 그 난리를 치다가 지치고 힘들어지자 반성하는 척을 하긴 한다. 심지어 이 일을 주도했던 공화당에서조차 독재자의 방법으로 자유를 지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하고, 법원에서도 국가안보보다 사상의 자유가 우선함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일은 마무리 되어갔다.


그런 바보 같은 사건이 있고나서 그런 습성이 인류 사회에서, 특히 미국 사회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을까? 미국 시민들은 그런 뻘 짓을 계기로, 자기들이 얼마나 바보 짓을 한 것인지 이해하고 다시는 그런 짓을 반복하지 않게 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그러지 못했다.



9.11 이후 불어닥친 미국 사회의 애국주의는 또 다른 형태의 매카시즘이었다


그 상대가 공산주의자에서 이슬람 원리주의자, 빈라덴과 그의 친구들로 바뀌었을 뿐이지 일이 전개되는 양상은 똑같았다. 모든 공항에서의 검문 검색이 강화되고, 아랍계 미국인들은 주변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에 시달려야 했었다. 심지어 사소한 실수를 한 아랍계 미국인들이 테러혐의자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FBI가 출동하는 사태까지 빈번하게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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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뒤로는 애셜론 프로젝트를 동원해서 전세계를 감청하려 들었고, 프리즘 시스템을 준비해서 인터넷에서 오가는 모든 개인 정보를 검색 가능한 형태로 수집하고 있었다.


언제나, 모든 권력자들에게는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유를 누리는 것이 불편하고 귀찮은 것으로 인식되는 모양이다. 사람들에게 자유를 허할수록 자신들의 권력이 축소되고 자신들이 누려오던 특권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정도 자유가 자리를 잡았다 싶으면 이런 '외부의 적'을 동원해서 사람들을 공포에 빠트리고 자유를 축소시키려는 시도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거기에 너무나 쉽게 넘어가 스스로의 권리를 잊어버리고, 잃어 버린다.





이 정권, 박근혜 정권도 전혀 다르지 않다


굳이 다른 것을 찾으라고 한다면, 좀 지나치게 낡은 수법을 쓴다는 것 뿐. 2013년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케케묵은 '반공주의'를 다시 꺼내드는 것이 도대체 뭐냐. 복고풍이냐? 엔틱 선호사상이냐? 음악을 들어도 클래식 고전주의를 넘어 파헬벨 시절의 바로크 음악만 들을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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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다! 진짜 빨갱이가 나타났다!



국가 안보를 얘기하는 놈들은 언제나 국가안보에 가장 치명적인 위해를 끼친 놈들이었다


군대를 이끌고 한강을 넘었던 박정희가 그랬고, 수경사를 이끌고 참모총장 공관을 무장 습격했던 전두환이 그랬다. 사실 그 때 노태우의 9사단이 지키던 휴전선 일부 구간이 완전히 무장해제된 공백 상태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김일성이 땅을 치며 통탄 할 만한 찬스를 제공했던 것이 바로 전두환과 노태우라는 얘기다.



박근혜는 뭐 안 그런 것 같은가?


북한이 핵을 만드는지, 미사일을 쏘는지 신문에 보도가 되어야 겨우 아는 수준으로 국정원이 바빴던 이유가 뭔가. 국가 안보를 위해 가장 핵심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야 할 국정원이 여당의 대선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만사 제쳐놓고 이름만 그럴싸한 '심리전단'을 창설해서 수십 명의 정직원을 동원해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이나 달러다니고 트윗 공간에 진출해서 무한 알티질이나 하던 것. 이 자체가 국가 안보에 가장 치명적인 사태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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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은 정권을 잡기 위해 국가안보 따위야 한 번 쓰고 휴지통에 쳐박은 똥묻은 휴지처럼 집어 던지던 놈들이 입만 열었다 하면 국가 안보가 어떻고 반공이 어떻고를 외친다.



노무현이 NLL을 북한에게 양보했다고? 


노무현이 NLL을 무시한 것은 사실이다. 개성공단을 강화하면서 개성 근처에 주둔하던 북한군 6사단, 64사단, 62포병 등이 수십 킬로 뒤로 후퇴를 했다. NLL을 북쪽으로 밀어낸 것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다. 무시한 것은 맞는데, 반대로 무시했잖아.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무시했잖아. 이게 뭐가 문제인가?


그리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해상의 NLL 지역에 평화수역을 만들자고 제안을 했다. 김정일은 거기에 찬동을 한거고. 이거 기존의 NLL 관련 정책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제안이다. 그러면 당연히 법도 손보고 제도도 바꾸고 그래야 되는 거지.


이걸 가지고 노무현을 종북으로 몰아보겠다고 변모 같은 관심병 환자를 국정원으로 불러다가 강연이나 시키고 절대 시계나 주고, 일베충들 불러다가 밥 사멕이고 하면서 이용해 먹는 것이 국가 안보에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는 것인지 나는 진짜 모르겠다.



그러더니 결국...


자기들이 국정원, 경찰 다 동원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핵심 시스템인 대통령 선거판을 개판으로 만들어 버리고, 그게 걸려서 궁지에 몰리니까 이걸 이용해서 어떻게 좀 물을 타 보겠다고 나서는 것이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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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면 이렇게 단순하고 바보 같은 수작이다. 그런데도 그게 우리 사회에는 먹힌다. 이미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은 말이 없다. 자기 방어를 못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온갖 모욕을 고스란히 받고도 말 한마디 못한다.


비열하고 치사하게도 그런 모든 점을 고려해서, 국정원을 또 동원해서 전직 대통령이 존안 처리해 둔 국가 기록원 자료를 들고와서, 그걸 자기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까발리고 이용해 먹는 단세포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지금의 새누리당 주류의 움직임이고 말이다.



나는 저들을 비난하기도 싫다. 이젠 가련할 뿐이다


그래, 당신들이 가진 그 권력, 돈을 장악하고 언론을 장악하고 국정원을 장악하고 경찰을 장악한 그 권력을 가지고 사람들을 도대체 얼마나 속이는지 두고 보자. 천 년 만 년 해 먹을 권력도 못 되는 주제에 그렇게 발버둥 치면서 얼마나 호의호식하고 잘 사는지 지켜보겠다는 얘기다. 물론 내가 먼저 굶어 죽거나 홧병으로 속이 터져 먼저 가게 되겠지만 말이다.


단지 내가 관심이 가는 것은 우리가, 즉 내가 속해서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가 저들이 원하는 대로 또 속아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자신들이 권력기관을 동원해서 대선판에 개입하던 사실이 까발려지자, 그걸 덮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내민 이 보름 동안 푹 삭혀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흑산도 홍어보다 더 푹 썩은 꼼수가 우리 주변의 멀쩡한 생활인들에게 먹힐지가 궁금하다.


아무리 사람들이 언제나 외부의 적이 필요하고, 그 적이 무서운 상대일 수록 공포에 젖어 집권 세력들이 원하는 대로 꼭두각시 춤을 추는 것을 즐겨 하며, 그게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이라 하더라도, 2013년 대한민국의 일반 유권자들이 저들의 수십 년 묵은 구태의연한 헛수작에 또 한번 놀아날 것인가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들은 그렇게까지 멍청한 사람들인가?


수십 번, 수백 번을 당하고도 하나도 못 배우는 짐승같은 존재들인가? 난 이 질문에 "그렇다, 우리들은 겨우 그런 존재다" 라는 답변이 나오게 되는 상황이 가장 두렵다. 어떤 황당한 사건이 터져도 어떤 치욕적인 일이 생겨도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매달려 발버둥치는 나의 최소한의 믿음이 깨져 나가는 상황이 두렵다. 바로 사람에 대한 믿음 말이다.



우리가 최소한 짐승은 아니라는 그 믿음이 깨져나가게 될까봐 진심으로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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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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