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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MBC에 무슨 일이

2013-06-2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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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추천10 비추천0

2013. 06. 24. 월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MBC에는 <시사매거진 2580>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어떤 프로그램인지는 대략 다들 아실 것이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보통 세 꼭지의 내용을 40분 정도의 분량에 담아 방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어제, 2013년 6월 23일에 방송된 860회는 23분 43초 밖에 안되는 짧은 분량만 방송되었다.


이거 시간 확인하느라 MBC 웹사이트 들어가서 그 많은 광고들 다 봐가며 다시보기를 해서 알아낸 것이다. 참고로 859회는 40분 34초, 858회는 39분 24초였다.



왜 이렇게 짧아졌을까?


한 꼭지가 통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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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홈페이지의 시사매거진 코너를 캡춰한 사진이다. 물론 빨강 물음표는 내가 넣은 거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 저 자리에 있었을까?


미리 예고된 내용에 의하면 860회에도 분명히 세 꼭지의 기사가 있었다. 그 사라진 세 번째 꼭지의 제목은 바로 '국정원에 무슨 일이'라는 것이었고, 담당 기자는 김연국 기자라고 분명히 나와 있었다.


내용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검찰, 그 수사 결과 발표에 이어 벌어지고 있는 논란을 들여다 본다' 였다.


그 내용이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사전에 조율되어 다른 꼭지로 대체된 것도 아니고, 오늘은 두 꼭지만 방송하겠다는 안내 화면이 나온 것도 아니고, 그냥 사라져 버렸다. 들어내어져 버렸다.


이게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고 뭔가 얘기가 나올텐데~ 싶어서 찾아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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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트윗이 발견되었다. 30분 아니다. 23분 43초다.


생방송도 아니고 사전에 장시간 취재한 내용을 편집해서 만드는 방송에서, 이미 예고도 된 내용이 참여한 기자들의 동의도 없이 그냥 사라져 버리는 사건.


방송을 이런 식으로 만드는 것은, 그것도 준공영방송에 해당하는 MBC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무척이나 생소한 일이다. 아니, 꼰대들에게는 그리 생소하지도 않다. 다만 몇십 년만 과거로 돌아가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바로 현직 대통령 박근혜의 부친 되시는 전직 박 대통령 시절에는 아주 흔한 일이었다.


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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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공정방송 노동조합


MBC에는 노조가 있다. 이름하여 'MBC 공정방송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의 노조가 있다. 한국노총 소속인 이들은 지난 2009년 사내 설문조사를 근거로 해서 아주 화끈한 주장을 한 적이 있다.

 

 

MBC 프로그램 전반의 공정성에 대한 질문 : 불공정하다 - 46%


MBC <뉴스데스크>가 경쟁사에 비해 시청률이 뒤지고 있는 원인(복수응답) : 회사의 신뢰성 상실 - 70%, 불공정 보도 때문 - 37%


MBC의 소유구조에 대해서 : 민영화 해야 한다 - 49%



눈치 빠른 분들은 이 쯤이면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느끼셔야 한다.


이 설문에 응답한 사람은 모두 81명. 1700명이 넘어가는 MBC 직원들 중에 81명이 응답한 조사이며, 이 공정방송 노조라는 존재는 그 설립 목적 자체가 무려 '선임자 권익보호' 이다. 보직 간부를 제외한 부장급 이상 간부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09년 당시 모두 121명이 가입되어 있었다.


이른바... 간부사원들 중심의 노조인 것이다. 그리고 사내에서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 노조에 가입해 있는지도 서로 잘 모르는, 그런 기괴한 노조다.


그러니까 2008년 당시 쇠고기 수입문제를 둘러싸고 <PD수첩>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면서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신뢰를 얻고 있던(아아... MBC도 그러던 시절이 있었단 말이다) 당시의 MBC를 보고 불공정하다고 주장을 하고, MBC를 민영화 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었던 셈이다.


MBC의 실질적인 진짜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와 헷갈리면 절대 안된다. 2009년 당시에 이 진짜 노조의 본부장이었던 사람이 바로 박성제 본부장이다.


이 공정방송노조라는 사실상 어용노조에 속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 그 사람들 또한 구조조정을 두려워 하고,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일 테니 말이다.


물론 그런 이상한 단체를 만들어서 거기서 위원장이라도 하고 나오면 퇴직 후 어딘가 그럴싸한 자리 한 개라도 얻어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도 있었겠지...


그리고 몇 년이 더 지난 요즘, 이 두 진영의 사람들이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공청회


지난 21일, 국회에서는 공청회가 한 건 열렸다. 그 한선교(왜 앞에다가 그를 붙여 강조했는지는 모르겠다. 이 분이 노래방에서 술 마시는 걸 좋아해서 그랬나 보다)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이름 말하다가 숨넘어 갈 것 같아서 사람들은 보통 미방위라고 부르는 이 위원회가 주관해서 열린 공청회이다.


주제는  '해직언론인 등의 복직 및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안'이었다. 보통 법안을 하나 만들어 내려면 공청회도 거치고 그런다. 그러니까 MBC 등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의 복직 문제나 그들의 손상된 명예를 회복시켜줄 수 있는 방안을 다루는 작은 특별법이겠지.


물론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 별도의 법까지 제정하고 그러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다. 법 이전에 회사 내에서 노사 간에 적절한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MBC를 장악하고 사람들을 마구 짤라내던 김재철이나, 지금 MBC를 장악하고 있는 경영진들이 그리 대화가 잘 되는 사람들은 아니지 않는가.


뭐 어찌되었건 간에, 그런 공청회가 열렸고, 그 공청회는 각계의 관련자들을 진술인 자격으로 불러 얘기를 들어보는 자리인 것이다. 거기에 새누리당 측 추천 진술인으로 두 분이 참석을 하신다. 하나는, 박명규 전 MBC 아카데미 대표이사. 이 분은 김재철 사장과 함께 사장 선임 후보에까지 올랐던 전력이 있는 높은 분이시다. 또 하나는, 이상로 MBC 국장... 국장이자 바로 그 MBC 공정방송 노동조합의 위원장님 되시는 분이다.


그리고 이 두 분께서는 범인들은 가히 감당하기 힘든, 여차 잘못하면 내상을 입고 주화입마에 빠져 똥오줌을 못 가리게 될 수준인 고강도 울트라 스펙타클 궤변을 토해내시게 된다. 그 위험을 넘어서 이 분들의 발언을 곰곰 되씹어 보면 도대체 오늘날의 MBC 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시사매거진 2580>이 뚝 잘려서 방송되고도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멀뚱멀뚱하고 있게 되는 건지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옮겨 본다.


그리고 이 발언을 현장에서 듣고 극심한 고통에 빠져버린 상대 진술인이 바로 앞서 2009년의 얘기에서도 나온, 그리고 현재 MBC에서 해직된 상태인 박성제 해직기자이다. 도대체 이 분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 솔직히 고백한다. 원래 이 발언 내용은 국회 영상회의록 자료에서 해당 공청회의 동영상을 보고 직접 녹취해서 전달하고자 했으나, 동영상 자체가 3시간 40분이 넘는 엄청난 분량이고, 음질도 좋지 않으며 시종일관 한선교 의원의 고귀한 자태를 지켜봐야 하는 정신적 고통의 강도가 너무 세서 그러지 못했다. 나도 살아야 한다.


대신, 해당 내용을 다룬 미디어스의 기사를 참조했으며, 발언 내용은 해당 기사에 정리된 것을 인용했다. 해당 기사의 링크는 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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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151


점프해가면서 검증해본 바, 해당 기사에 실린 이 두 분의 발언 내용은 사실 그대로이니 신뢰하셔도 될 것 같다. 



박명규 전 대표이사의 발언


“정연주 사장 사례에서 보듯이 사법부를 통해 언론인 피해구제가 잘 이뤄지고 있다. 자신의 해직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언론인들은 정연주 사장이 법정에서 다투었듯, 법원에서 다투면 된다. 정연주 사장 건은 이 특별법안이 불필요함을 증거 하는 매우 좋은 사례이다.”


첫 출발부터가 범상치 않다. 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짤린 정연주 사장 사건에 대해 이런 관점을 가졌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정연주 KBS 전 사장의 경우 법원에서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다는 판결까지 얻어냈다. 하지만 그가 부당하게 해고되기 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임기는 끝났고, 상처는 받을 대로 받았으며, 그가 했어야 하는 일들은 하나도 하지 못했다. 이게 겨우 부당하게 짤렸으니 그 기간 동안 받았어야 할 월급이나 내놓으라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피해구제가 잘 이뤄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해직된 언론인들은 법정에 가서 알아보라는 은혜로운 조언이다.


“언론종사자가 회사의 어떤 행위가 잘못이라고 판단한 경우에 취할 일은 첫째, 상사에게 그 사실을 조용히 알려 시정을 건의하는 것이며 사안이 공익에 관련되고 중대한데 회사가 전혀 시정하려하지 않는 경우에 취할 수 있는 최대의 선택은 그 사실을 사회에 알리는 것이다. 언론종사자들의 임무는 (파업이 아니라) 이것으로 끝난다. 근로조건을 제외한 어떠한 이유로든 종업원이 회사와 사장을 상대로 투쟁을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언론종사자가 이 룰을 지켰다면 해고나 중징계는 없었을 것이다.”


언론 종사자는 종업원이었던 것이다. 종업원은 근로조건을 제외한 어떤 이유로도 회사와 사장을 상대로 싸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장이 기껏 만들어온 방송을 정치적인 이유로 방송도 못하게 압력을 넣어도? 사장이 압력에 저항하는 동료 직원에게 부당한 방법으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고, 심지어 짤라도? 사장이 공금을 횡령하고 법인 카드로 자기 애인에게 선물을 사주고, 거 어디냐... 그 이용 기자가 극찬을 한 퓨전 떡볶이 집에서 데이트를 해도?


아마도 이 사람이 언론 기관에 근무하기 시작했던 시절에는 이런 마인드가 일반적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수십 년째 이런 마인드를 유지해 오고 있으며, 국회에서 개최되는 공청회에 나와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피력한 것이다.


“우리사회와 언론계와 언론학계에는 언론의 독립과 자유에 대한 큰 오해가 있다. 언론의 독립과 자유의 주체는 언론사다. 환언하면 언론사의 대표인 사장이다. 언론노동자는 언론의 독립과 자유의 주체가 아니다. 종업원은 사장의 보조자이다. 언론노동자는 사장의 지시에 순응하고 잘 보좌해야한다. 종업원은 사장에 대한 감시자가 아니다. 보좌에 충실해야한다”


언론의 자유의 주체는 언론사와 언론사의 대표인 사장이라고 하신다. 일심동체 총화단결의 정신이 떠오르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발언이다. 씨바, 눈물이 다 나려고 한다.


기자고 피디고 앵커고 나발이고 언론의 자유하고는 관계가 없다. 그냥 사장이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일 시키면, 네~ 하고 시킨 일이나 잘 하면 되는 거다. 유일하게 개겨도 되는 것은 사장이 월급 떼먹을 때 뿐이라는 거다. 그거 참... 월급을 사장이 주나?


“사장이 ‘혼자서 독립과 자유를 지키려니 힘들다. 좀 도와달라’고 종업원에게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종업원이 나서서 왈가왈부한다면 무례다. 사장을 비판하는 것은 더욱 무례하다”


언론의 자유를 나홀로 지키고 있는 외로운 사장이 도와달라고도 안 했는데, 왜 나서냐는 거다. 감히 무례하게 왈가왈부하고 사장을 비판을 해? 이 되먹지 않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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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사람들


이 쯤에서 나는 진짜 MBC에서 파업을 벌이다가 짤린 노조원들이 뭔가 진짜 잘못한 게 아닌가 하는 환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잘못한 행위를 하면 응당한 처분을 받아야 하는 것이 정의다. 잘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직된다면) 사람들이 뭘 배우겠냐. 조해진 의원님은 반성을 했으니 (해직 언론인들을) 다시 들이자는 것인데 그러면 새로운 젊은이들이 들어갈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다. 의원님은 눈에 보이는 사람만 생각하고 보이지 않는 것은 보지 않는 것 같다. 똑같이 사랑을 해야 한다. 해직된 사람들에게 어떤 것이 합리적인 것인지 그에 대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가르쳐주는 것은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눈물만 닦아주는 것이 사랑이 아니다”


성스러운 사랑의 의미를 설파하신다. 사장도 아닌 주제에 언론의 자유를 외치는 것은 무례하고 잘못된 일이며, 그런 잘못을 하면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하고, 그 처벌에 대해서는 비록 반성씩이나 해도 복직시켜주면 안되는 거다. 그건 사랑이 아닌 거다.


왜냐면 그렇게 복직을 시켜주면 새로 들어온, 혹은 들어와야 하는 젊은이들(뭐 꼭 파업 때 임시 땜빵으로 고용한 시용기자들을 얘기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의 기회를 박탈하는 나쁜 짓이기 때문이다. 그들도 사랑해야 한다는 진정한 사랑의 성인다운 발언이시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잘못한 넘에게는 혼줄을 내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약간 SM스럽기도 하다. 근데 애당초 그 사람들이 잘못도 안 한 거거든. 이건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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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규 전 대표이사(왼쪽)와, 이상로 MBC 공정방송 노조 위원장(오른쪽) 



이상로 MBC 공정방송 노조 위원장의 발언


“<해직언론인법>은 작년 2012년 1월 말부터 170일 동안이나 파업에 참가하다가 해고된 MBC의 언론노조원들을 복직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언론의 민주화’에 앞장선 것이 아니라 언론을 이용해 총선과 대선에 개입하려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파업을 일으킨 정치언론인들이다. 이들은 언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 따라서 이들을 복직시키기 위한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


MBC에서 김재철 사장의 전횡을 고발하며 파업에 돌입했던 모든 사람들은 이 말 한마디로 몽땅 정치언론인이 되었다. 정치 언론인 하니까 엄기영 사장이 생각나긴 하는데, 엄기영도 언론인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일까?


참고로 엄기영 전 사장도 MBC 공정노조 노조원이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재철 사장이 역대 MBC사장 중에 가장 불공정 방송을 못했거나 안한 사장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언론환경이 점점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흑... 부정의 부정 어법을 사용해서 헷갈리지만, 이 분의 개인적인 생각 속에 자리잡은 새로운 세계에서는 김재철 MBC 전 사장은 역대 MBC 사장 중에서 가장 공정한 방송을 했던 사람이다. 물론 개인의 능력 덕분은 아니고, 우리나라 언론 환경이 너무 좋아진 탓이라고 한다. 결국 이명박이 잘했다는 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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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언론인법>이 제정된다면) 파업하고 돌아오고가 반복될 뿐이다. 그래서 저는 확고하게 이 법안이 되지 않길 희망한다”


파업하고 돌아오고 하는 게 문제라면, 파업 자체를 안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파업하다가 부당하게 해고된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이 만들어지면, 사람들이 심심하면 파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하시는 이 분께서는 혹시 내일 아침에 해가 안 떠오를지 걱정되어 어떻게 잠드시냐고 물어보고 싶기도 하다.


“언론인은 오해될 행동을 해선 안 된다. 중책이 아니라고 해도 작년 파업은 오해될 만한 소지가 있었다. 비난받아도 마땅하고 복직돼선 안 된다는 게 소신이다...(동료 의원에 대한 모욕적 언사에 대해 사과를 촉구하자)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말을 해서 후배들에게 비난 받을 걸 알지만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 있다. 비난 받더라도 제 주장을 굽히지 않겠다”


오해될 행동이라... 오해될 소지가 있는 파업은 하지 말아야 한단다. 오해라는 말을 쓰는 걸 보니 파업이 정당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일그람 든다. 오해라는 것은 파업이 정당했는데, 사람들이 그 정당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는 얘기잖아.


지금 당장에도 이 두 분은 계속, 파업이 부당했다고 얘기를 해 놓고서 왜 이제와서 '오해'운운일까? 자꾸 오해 오해 하니까, 씨바 이명박 가카가 생각나잖아. 썅.


어찌되었거나 이 두 분의 발언이 얼마나 파워풀 했으면, 야당 측에서 한선교 위원장에게 저 두 분은 새누리당 측 추천 진술인이었으니, 저 두 분의 발언을 새누리당의 공식입장이라고 생각해도 되겠냐는 질문을 던지자, 한선교 위원장 마저도 답변을 못하고 도망갔다고 한다.


당연한 것이 요즘이 아무리 여왕님 통치하의 대한제국이라 해도, 공청회 석상에서 공식적으로 저런 구한말 삘 나는 발언을 하기에는 새누리당도 얼굴 두께가 모자를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진짜로 무슨 생각을 할까?


많은 사람들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고, 나 또한 그게 무척이나 궁금하기도 했었던 그런 얘기가 있다. 새누리당이나 기타 이 사회의 주류 계층들, 이 사회의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저항하고 그들을 억누르고 탄압하는 권력자들, 그 사람들이 과연 진짜로 무슨 생각을 하는가 하는 질문 말이다.


자신들도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 약자를 왜 보호해야 하는지, 사회적 정의는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판단기준에 비추어서도 부당한 행동을 일부러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진정으로 옳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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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모두에 대해서 단정적으로 어느 한 쪽이라고 판단해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양심을 숨기고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진짜로 자신들의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 모든 사람들이 딱 잘라서 구분되지는 않는다.


마치 우리가 무지개를 일곱 색깔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보고 있지만, 실제 무지개는 일곱가지 색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빨간색에서 보라색까지 서서히 변해가는 연속된 주파수 대역의 가시광선들의 집합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뭐 그렇게 권력의 핵심부에 가까이 닿아 있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 노땅들 중에는 위에 언급된 두 분과 유사하게 실제로 자신들의 그 황당한 생각, 지난 수십 년간 어디 냉동고에 잘 얼려뒀다가 어제 꺼낸 타임 캡슐에서나 나올 것만 같은 그런 생각들이 '옳다고' 믿는 사람들도 꽤 많이 존재한다.


과거의 우리 사회에서는 실제로 그런 생각들, 사장에게 개기면 무례한 것이고, 종업원들은 사장의 명령에나 잘 따르면 되고, 월급이나 잘 주면 아무 불만 없이 살아야 옳은 거고, 고마운 줄 알아라 이거뜨라~ 하는 생각들이 이 사회 전체의 중핵적인 가치관이었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의 마인드는 바로 그런 시절에 청년기와 중장년기를 보내면서 인생의 철학으로 뼈에 새겨져 버린 것이며, 그들은 그런 사고체계를 깨트려 버릴 만한 진보적인 경험이 없었던 것 뿐이다. 그들의 숫자는 적지 않고, 그들의 고루한 사고는 지금도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다. 그걸 배우고 거기에 공감하는 젊은 세대들 또한 결코 적지 않다. 한 사회의 중핵적인 가치관이 변화하는 데에는 그만큼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제대로 된 근대화의 과정을 밟지 못하고 극적으로 짧은 시간동안 압축적으로 성장해버린 우리 사회는 마치 정신연령은 유아기에 머물고 있으면서 몸만 훌쩍 커버린 비정상적인 성인들 처럼 갈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치 박물관에서 지금 막 걸어나온 좀비 화석 같은 생각을 품고 사는 저 두 분의 발언들을 지켜보면서, 그 발언들을 옮기고, 그 발언들에 대한 나의 소감을 정리하면서 극단적으로 교차하는 두 가지 상념을 떠올리고 말았다.


하나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우리 사회는 참 앞으로 갈 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이었고.

 

 

또 하나는 좀 다른 생각이다. 저런 사람들이 저렇게 당당하게 떠들고 있고, 그런 사람들의 숫자가 결코 적지 않으며, 그들이 이 사회의 권력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참 많이 변해왔구나, 우린 지나온 시간 속에서 결코 뭔가를 아주 못했던 것은 아니구나' 하는 낙관적인 생각이다.


갈 길이 먼 것은 맞다. 그러나 우리가 지나온 길도 결코 짧은 것만은 아니었다.

 

 

계속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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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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