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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배터리 폭발이 발생한 갤럭시 노트7의 리콜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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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콜은 서비스센터를 통한 부분 교체 및 수리와 같은 소극적 리콜이 아니라 모든 출고 물량의 신품 교환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리콜 발표에 다수 언론이 조 단위 수준의 막대한 손실을 감내하고 품질 경영을 위한 극단의 조치를 취했음을 칭송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8,2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IBK증권은 2조 원의 비용지출을 예상했다. 또한 언론사별로 리콜의 규모를 150만대에서 250만대까지 예측하고 있는 만큼 어떤 수치를 적용해도 이번 리콜은 대단한 수준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 훌륭한 결정이다.


하지만 모든 사설과 기사가 칭송 일색이다 보니 다른 시각도 내보여야 할 것 같아 필부의 시각으로 몇 가지 되짚어본다.


우선 이번 리콜이 그간 삼성이 내놓은 수많은 모델 중에 첫 번째 리콜이라는데 주목해야 할 것이다. 갤럭시 S3의 배터리 스웰링(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 문제 등 그간에도 리콜의 필요성은 있었으나 묵묵히(?) 소비자의 원성을 외면하며 제 갈 길 갔던 삼성전자다. 과거 여러 모델에서 취하지 않은 리콜로 인해 이번 리콜에 들 비용을 미리 비축하지 않았는가? 과연 이번 리콜로 삼성이 입을 손실은 순수한(?) 손실인가? 하는 의문을 내려놓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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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일요서울


이런 과거가 있다 보니 삼성이 발표한 갤노트7의 리콜 이후 수거된 제품의 향후 처리에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수거된 모든 제품을 전량폐기하는 방법, 일부 문제없는 부품의 재활용,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 배터리 납품업체의 것만 교체하는 방법, 이렇게 3가지 방안이 있는데 삼성전자가 어떤 방식으로 이 불량품들을 처리할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 대목은 언론이 삼성의 고뇌에 찬 결정과 이재용 경영구도의 차별성을 찬양하기 전에 먼저 점검하고 확인했어야 할 부분인데 이런 분석이 찾기 힘들다는 것이 이번 리콜 사태에서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혹자는 잘한 일을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이렇듯 딴지를 걸어서야 되겠냐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확인하지만 이번 삼성전자의 리콜 발표는 잘한 일이고 훌륭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일관해 왔으며, 삼성반도체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인해 암에 걸리고 생명을 잃었음에도 공장의 보건안전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그래서 이번 리콜 발표에 더 큰 기대를 걸게 되고 더 유심히 향후의 행보에 주목하며 희망을 품게 된다.


품질 경영에 대한 욕심이 있는 기업이 훌륭한 노사 문화에 욕심을 갖지 않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노조를 인정하고, 가족과 같은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단기간의 이익에 양심을 파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 존경 받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입지를 다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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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되어서야 날개를 편다고 했던가?


삼성이 발표한 리콜에 대하여 현재의 각기 다른 손실 예측과 삼성의 진의를 의심하는 시각들이 단시간에 명료하게 정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삼성전자의 행보가 소비자보다 더 큰 힘을 갖는 기업이 지배하는 사회, 리콜이 흔하지 않은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적 특성을 이용한 회심의 리콜 마케팅이었는지 새로운 시대를 맞는 삼성의 의지였는지는 반드시 1년 안에 밝혀질 것이다.


삼성전자가 스스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브랜드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한 이번 리콜이 향후 재무제표에서 어떻게 기록되었는지 공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7년이 되면 삼성전자의 재무제표를 확인하고 2016년 9월의 이 사건을 검증하기로 하자. 아이러니하게도 기업의 이익이 아닌 손실을 확인하면서 우리의 산업과 문화가 진일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확인하는 또 한 번의 사건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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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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