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상황 1


때는 후한. 한나라의 황제 헌제까지 옹위 중인데다 원소까지 물리친 뒤 무서울 게 없어진 조조. 오나라마저 어케 해보기 위해 강동의 손권에게 싸움을 건다. 이름도 유명한 적벽대전이다.


당시 조조는 주유와의 싸움에서 한 번 패배한 상태였다. 똥줄이 탄 조조는주유의 영채로 주유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자신의 부하인 장간을 프락치로 보낸다. 물론 주유는 장간이 오기 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주유는 프락치에 대한 예의로다가 우리가 이렇게 잘났고 저렇게 잘났고를 보여주면서 옛 친구와 엄청나게 술을 마신다. 주유의 장난질이 시작되었다.


1.jpg

영화 <적벽대전>의 주유(양조위 분)

잘생겨서 넣음ㅇㅇ


주유는 취한 척하며 장간을 숙소에 데려가 ‘같이 자자’고 한다. 뭔가 팬픽스러운 전개긴 하지만 별 의미는 없다. 침대에 누운 주유는 격하게 자는 척+취한 척을 하고, 장간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런 장간의 눈에 들어온 건 책상 위에 놓인 편지였다.


편지는 조조 휘하의 군사인 장윤, 채모가 주유에게 보낸 것으로, ‘조조 밑으로 들어간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며, ‘조조의 목을 따버리갔다’는 내용이었다. 장간은 서둘러 조조의 영채로 돌아가 이 편지를 전한다.


조조는 그대로 장윤과 채모의 목을 베어버리는데, 이게 주유의 계략이었다는 게 문제 하나요, 이 둘만이 조조군에서 유일하게 수군을 다룰 줄 알았던 사람들이라는 게 문제 둘이었다. 주유와 바다 위에서 싸워야 하는 조조는 유일한 수군 전력을 제 손으로 없애버렸다.



상황 2


그런 조조의 앞에 방통이 등판한다. 주유가 방통에게 노숙을 보내 방통으로 하여금 계책을 쓰게 했기 때문이다. 그 때 대부분이 육지 출신이었던 조조군은 때 아닌 병에 오지게 고생하고 있었다. 물과 흙이 맞지 않아 죽어나가고 그랬다.


방통은 조조에게 조언 아닌 조언을 한다. 군사들의 몸이 흔들리지 않게 배와 배 사이를 쇠고리로 연결하고, 넓은 판자를 깔라는 것이었다. 흔들리지도 않고 말도 탈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님? ‘연환계’로 불리는 작전에 조조는 무릎을 탁 쳤다.


2.jpg


결론부터 말하면 조조는 좋게 됐다. 손권-유비 연합은 배에 불을 질렀고, 쇠고리와 널빤지가 깔려있으니 도망치기도 힘든 것은 물론 배와 배가 붙어 있어 불은 삽시간에 퍼졌다. 똑똑한 조조가 배를 연결하면서 화공을 생각 못했던 건 아니다. 불이 붙으면 공사가 다망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남동풍이 불어올 계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안심했다. 아니, 정확히는 안일했다.


결과적으로 남동풍은 불었고, 남동풍을 불러일으킨 제갈량은 튀었고, 조조는 불길에 도망치느라 머리카락까지 홀랑 태워먹었다. 이게 모두가 알고 있는 적벽대전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이다. 조조는 진짜로 큰 코 다쳤다.



상황1과 상황2는 이름만 꺼내도 온동네 덕후들이 모인다는 <삼국지 연의> 중 '적벽대전'에 관련한 이야기다. 각각 장간과 조조가 좋게 된(결국은 조조가 좋게 된)이야기로, 적벽대전으로 가는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사실은 남동풍이 불지 않았다능! 이라거나 방통은 왜 갑자기 등장하냐능! 이라는 뭇 삼국지 덕후들의 고운 지적은 조금 모른 척 하겠다. (내맘)


난데없이 삼국지 얘기를 꺼낸 건 '커뮤니케이션'을 얘기하기 위함이다. 삼국지 얘기하다 웬 커뮤니케이션? 하고 반문할 수 있겠다. 것보다 커뮤니케이션이 뭔데? 라고 먼저 묻겠지만서도.


커뮤니케이션 communication [발음 : 커뮤니케이션]


사람들끼리 서로 생각, 느낌 따위의 정보를 주고받는 일. 말이나 글, 그 밖의 소리, 표정, 몸짓 따위로 이루어진다. ‘의사소통’, ‘의사전달’로 순화.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간단히 말해 커뮤니케이션은, 너와 내가 말하는 것, 생각을 전하는 것,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의사소통'이나 '의사전달'로 순화하라는데, 업계에선 '커뮤니케이션'이란 용어 자체를 사용하고 있으니 그대로 가도록 하겠다. 뭔가 영어로 나오니까 학술 용어 같으구 그런데 결론은 '정보를 주고받는 일'이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선 다음과 같은 게 필요하다.


1) 메시지

2) 송신자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

3) 수신자 (메시지를 받는 사람)

4) 매체 (메시지 전달수단. 없을 수도 있음)

5) 피드백 (역시 없을 수도 있음)

6) 잡음 (물리적, 심리적 잡음 등)


이 여섯 가지의 조건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의 종류가 나뉜다. 졸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귀찮으니, 가장 반대되는 커뮤니케이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대인 커뮤니케이션과 매스 커뮤니케이션, 일케 두 개만 볼 것이다.


ㅇㅇ.jpg

대인 커뮤니케이션 모델


첫 번째는 대인 커뮤니케이션으로, 2~3인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피드백이 자유롭기 때문에 송신자와 수신자의 관계가 수시로 바뀌며, 소수에게 강한 효과(태도, 생각의 변화 등 남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내는 특징이 있다.


친구랑 얘기할 때를 생각해보자. 내가 엑소 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가도 친구의 '저녁에 피자 먹을래?' 소리에 대화의 주도자는 친구로 바뀐다. 친구는 내가 맛있는 피자집을 찾았는데, 하며 A 피자집 얘기를 꺼낼 것이고 난 A 피자집은 파스타가 영 별로라며 응수할 것이다. 그럼 내가 A 피자집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판단한 친구는 치킨을 먹는 건 어떠냐고 물어오겠지.


짧은 대화 안에서 대화의 주체가 바뀌었고, 피드백이 일어났으며, 생각이 변화했다. 이처럼 대인 커뮤니케이션은 즉각적이고 효과는 크나 소수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메시지의 전달력은 매우 떨어진다.


반대되는 개념엔 매스 커뮤니케이션이 있다.


123.jpg

매스 커뮤니케이션 모델


기본적으로 대인 커뮤니케이션과 골자는 같은데,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 '대중매체(TV, 신문, 라디오, 인터넷 등)'를 이용한다. 매체가 중간에 있기 때문에 송신자와 수신자가 명백하게 갈리며, 피드백이 원활히 일어나지 않는다. TV에 나오는 맛집을 생각해보자. TV에 B 갈비집이 맛집이 아님에도 맛집이라고 나왔다. 저거 맛집 아니라고, 방송을 뭐 그 따위로 만드냐고 내 의견을 피력하고 싶으면, 굳이 인터넷 창을 켜서, 'XX특공대'라고 검색을 한 뒤, 웹페이지에 들어가, 로그인을 하고, 게시판에 글을 써야 하는 수고를 거쳐야 한다. 이 의견이 추후 방송에 있어 반영될 지 안 될 지도 미지수다.


이처럼 매스 커뮤니케이션은 피드백은 정말 원활하지 않으나, 매체를 통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에게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당연히 파급력도 크다. 많은 사람한테 빨리, 동시에 같은 메시지가 전달되는데 파급력이 적을 리가 자나.


위에 나온 커뮤니케이션의 사전적 의미엔 '의사소통'과 '의사전달'이 있었다. 대인 커뮤니케이션이 의사'소통'을 한다면, 매스 커뮤니케이션은 보통 '전달'을 한다고 보면 된다.


1231231.jpg

Rogers, E. M. "Mass media and interpersonal communication"(1973)

대인 및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특성이라능


내가 진짜 친절해 마지 않게 표까지 보여줬는데 개념이 정리가 안 된다믄 ㄱ회사를 보자. ㄱ회사는 내년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이걸 어떻게 직원들에게 알릴까.


① 사내 방송이나 전체 메일 등 전체가 볼 수 있는 수단(매체)을 통해 통보한다.
② 간부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불러다 미안하다고 한다.


①을 택할 경우, 정보는 전직원에게 삽시간에 퍼진다. 다만 그만큼 분노도 삽시간에 모여 역성혁명을 계획할 수도 있겠다. ②를 택할 경우, 직원들이 느끼는 분노는 적어도 ①보단 덜하다. 다만 간부는 졸라 수고스럽다. 이 일을 직원 수 만큼 해야 하니까.


①이 다수를 상대로 하는 매스 커뮤니케이션이라면 ②는 대인 커뮤니케이션이다. 뭐가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순 없으나, 확실한 건 혹여라도 사내 방송으로 임금 동결을 통보하는 회사는 다니지 않는 게 좋다는 점이다.



엄청시리 돌고 돌아 다시 삼국지라능. 상황1의 송신자(메시지 전달자)는 장간이고 수신자(메시지 수신자)는 주유다. (대인 커뮤니케이션에선 송신자와 수신자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굳이 따지자면 주(主)송신자와 주(主)수신자로 표현할 수 있다) 같은 느낌으로다가 상황2의 송신자는 방통이고, 수신자는 조조다.


상황1과 2의 결과는 전혀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장간과 방통이 모두 개인임에도 불구하고 ‘매체’가 되어 나라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이다. 장간과 방통이 각각 주유와 조조에게 한 것은 대인 커뮤니케이션이지만, ‘매체’의 역할까지 겸했기 때문에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파급력을 낳았다. 따져보면 결정은 조조가 했지만 날아갈 뻔한 건 나라다. 확실히 소수에게 강한 영향을 미치는 일반적인 대인 커뮤니케이션의 결과와는 다르다.


CI90045414430159236.jpg

커, 커뮤니케이션...?


당시 사회가 특수하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긴 하다. 삼국지의 배경이 되는 시절에는 소수의 결정에 의해 사회가 움직였다. 위정자들만 사회적 메시지에 접근할 수 있었고, 전파할 수 있었다. 매체가 필요 없는 대인 커뮤니케이션을 했음에도 매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만큼의 파급력을 가졌던 것이다.



세월은 흘러따. 기술의 발달로 메시지 송신의 주체는 말 잘하는 사람에서 대중매체로 옮겨왔다. 신문, 라디오, TV, 인터넷 등을 포함하는 ‘대중매체’는 넓은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옛날엔 수신자가 소수였다면, 이제는 대중이 메시지의 수신자가 됐다.


'영향'이나 받던 대중이 직접적인 수신자로 등극해부렀다. 소수만 영위할 수 있던 메시지를 불특정다수가 영위할 수 있게 된 거다. 수신자가 대중이라는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버린 건 그만큼 송신자의 역할이 늘었다는 걸 뜻한다.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을 다시 떠올려보라능.


빠르고 넓은 전달력, 송/수신자의 엄격한 구분, 메시지의 일방적인 전달로 피드백이 잘 일어나지 않음.


대중이란 이름 아래 묶여있지만, 어쨌든 대중매체의 수신자는 '익명으로 존재하는 원자화된 집단(<커뮤니케이션 핵심 이론>)'이다. 그에 반해 매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송신자는 '대규모 조직에 속해있는 전문가 집단'이다. 예전에 비해 크게 변하지 않은 수의 송신자와 반면 엄청 커다래진 수신자. 다시 말해 소수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파급력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거다.


(송신자를 '대규모 조직에 속해있는 전문가 집단'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사실 저건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 요즘은 1인 미디어라고 해서 꼭 어디 속해있지 않아도 송신자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전문가다. 송신자가 되려면 추상적인 컨텐츠 뿐 아니라 물리적인 기술까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특정한 형태의 권력집중을 가져온다(이니스)거나, 미디어가 문화를 통제한다(맥루한)는 등의 어려운 이야기는 차치하고나서라도, 당장 <무한도전>만 봐도 송신자 파급력이 얼마나 큰 지를 파악하긴 어렵지 않아보인다. 무한도전에 특이한 것만 하나 나와도 바로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하지 않나. 무한도전의 인기가 가장 큰 몫을 하겠지만, 그것이 대중매체를 이용하는 송신자의 영상 컨텐츠가 아니었으면 무한도전이 무한도전으로 자리 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라니, 그렇다면 문제.


지금 우리내 송신자는 어떻게 하고 있나.


이걸 아는데 가장 빠르고 편하고 제대로 된 길은, 길고 긴 선전의 역사를 살펴보거나 계속해서 발전하는 커뮤니케이션 이론 등을 공부하는 거다. 근데 그럼 재미 없스니까... 전공자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해서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대표주자이자 가장 매체와 가장 오랫동안 호흡해 온 언론을 디벼보기로 했다. 원래 뭔갈 가장 빨리 아는 것은 실 사례를 보는 게 최고다. 우리내 언론을 통해 그들이 자신들이 가진 파급력을 이용하는 방식, 언론이 송신자로서 자신을 어떻게 쓰는지와 우리가 그걸 어떻게 이용하는질 알아볼 것이다.



다음 편이자 첫 편은 언론과 광고편이 될 구다. 언론에게 광고는 졸라 중요하다. 자본주의는 상품유통에 의해 유지되며, 광고는 상품유통을 돕는 필수적인 수단이고, 언론은 이런 광고를 매개한다.


라는 원론적인 얘기는 사실 아무래도 좋다.


948.jpg


제목 없음-1.jpg


중요한 건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파급력을 여자 가슴에만 쓰는 호기로움이다. 이들은 먹고 살기가 힘들다. 앵간히 먹고 살기가 힘들지 않고서야 '송신자'라는 이름을 달고 가슴만 팔아먹을 리 없다. 라고 하지만 딱히 남을 나무랄 처지는 아니어가지구...(부끄)


여튼 언론이 밥줄의 핵심인 광고를 하는데 있어 파급력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조금 알아볼랑가 할 거시다. 나야말로 호기롭게 말했지만 전문 컨트롤 비트꾼이 될 확률이 높긴 허다.


그럼 마따네~



*참고문헌

삼국지 / 나관중, 황석영 역 / 창비

적벽대전 / 오우삼

매스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 정인숙 / 커뮤니케이션북스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와 활용 / 김정현 / 커뮤니케이션북스

커뮤니케이션 핵심 이론 / 오미영, 정인숙 / 커뮤니케이션북스

언론의 정치경제학 / 이효성




편집부 챙타쿠


Profile
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