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6. 27. 목요일
햄촤
더위가 점점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6월도 어느덧 마지막 주다. 2013년이 벌써 절반이 지나갔다는 얘기다. 오, 생각하니 더 덥게만 느껴진다. 세상의 풍파와 시련에 열 받을 땐 그저 시원한 극장에서 영화 보며 스트레스 푸는 게 최고. 극장가엔 또 어떤 영화들이 찾아오려나? 이것저것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본론으로 고고싱!
<화이트 하우스 다운>
어느 날 백악관이 습격당한다. ‘아 뭐야 이미 본 영화 아님?’하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 있을 수 있겠다. 아, 이건 몇 주 전 개봉했던 <백악관 최후의 날>인가 뭔가 그 영화랑은 또 다른 거다. 착각하지 마시라.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인디펜던스 데이>와 <투모로우>, <2012>등 재난 영화로 잔뼈가 굵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의 이름을 알고나니 어쩐지 이 영화의 줄거리, 크게 중요할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간략히 디벼보자. 이야기는 존 케일이라는 사내가 딸을 데리고 백악관으로 향하며 시작된다. 존은 대통령 경호원에 지원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했지만, 면접심사(?)에서 안타깝게 고배를 마시고 딸과 함께 백악관 투어나 즐기기로 한다. 그러니 그 시각, 수수께끼의 인물에 의해 백악관이 초토화되고, 우연히도 사건에 휘말리게 된 존은 폐허가 된 백악관에서 자신의 딸과 대통령, 두 사람을 모두 보호하기 위해 총을 들어야만 한다.
이거 뭐 거의 <다이하드>내지는 <에이 포스 원>을 떠올리게 하는 스토리다. 상투적이긴 하지만 액션이라는 본질에만 충실하면 충분히 관객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세간의 평가야 어찌 됐든 스케일 큰 화면에는 전문인 롤랜드 에머리히가 메가폰을 잡은 만큼, 여러분들이 기대하시는 비주얼은 만끽하실 수 있으리라 예상해본다.
이런 장면이라든가...
이런 거...
그리고 이런 거 말이다.
출연진 또한 만만치 않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바 있는 제이미 폭스가 미합중국의 대통령을, <지. 아이. 조>의 몸짱 히어로 채닝 테이텀이 대통령과 딸을 지켜내야만 하는 존을 연기한다.
기대요소 : <2012>의 비주얼이 <다이하드>를 만난다면?
불안요소 : 기본적으론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소동극. 스케일은 거대하겠지만 그만한 긴장감이 있을지는 미지수.
----------------------------------------------------------------------------------------------------
<더 웹툰 : 예고살인>
인기 웹툰의 내용대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포털 사이트의 웹툰 편집자가 의문의 살인을 당하고, 담당 형사 기철은 현장에서 피해자가 보고 있던 웹툰의 장면과 살해 현장이 일치함을 발견한다. 기철은 작가인 지윤을 찾아가지만 그녀는 혐의를 부인한다. 그러나 똑같은 방식으로 두 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나자 지윤은 유력한 용의자로 검거되고, 심문 중 지윤은 자신의 만화에 얽힌, 사건의 실마리를 이야기 한다... 왠지 여X가X부가 웹툰 규제를 주장할 때 써먹기 좋은 떡밥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괜한 걱정이려나.
요약된 줄거리만 놓고 따지자면 썩 참신한 시나리오는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장르의 영화들이 늘 그렇듯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가 갈릴 것 같다.
<더 웹툰>의 캐스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역시 웹툰 작가 지윤 역의 이시영이다. <우리 결혼 했어요>에서 로봇 덕후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밝혀 뭇 덕후 남성들의 눈길을 끌더니, 이어서 여배우의 취미 생활로 치부하기에는 다소 파격적인 아마추어 복서에 도전하기도 했다. 기어코 그녀는 2012 서울시장배 아마추어 복서 대회와 회장배 대회에서 여자 48kg급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자신의 행보가 단순히 연예인으로서의 인지도 상승을 노린 것이 아닌, 진지한 도전이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살인자를 만나면 원펀치 쓰리강냉이, OK?
최근엔 <위험한 상견례>, <커플즈>, <남자사용설명서>같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두각을 드러낸 그녀다. <더 웹툰>은 호러/스릴러 장르라는 점에서 이시영의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더 웹툰 : 예고살인>은 <와니와 준하>로 장편 데뷔해 김혜수 주연의 호러 영화 <분홍신>, 조승우, 수애 주연의 퓨전사극액션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연출한 김용균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고려한다면 <더 웹툰>이 많은 이들을 만족시킬 웰 메이드 스릴러가 될지는 미지수인 듯하다.
기대요소 : 웹툰과 연쇄살인이라는 신선한 소재, 복싱여왕 이시영의 새로운 연기 도전
불안요소 : 소재를 빼면 다소 상투적으로 보이는 스토리 라인, 연출력으로 해결이 됐을까.
----------------------------------------------------------------------------------------------------
<빅 웨딩>
줄거리를 디벼보기 전에 일단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출연하는 이 영화, 캐스팅이 상당히 빠방하여 눈길을 끄니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자, 가장 먼저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에서 캐스피언 왕자 역을 맡았던 꽃미남 벤 반스가 출연하고, <스파이더맨 3>에서 베놈 역을 맡았던 토퍼 그레이스에 <27번의 결혼 리허설>, <어글리 트루스>등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특화된 배우라 해도 과언이 아닌 캐서린 헤이글이 출연한다. 뭐? 그게 뭐가 빵빵하냐고? 기다려봐라.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출연한 이 영화엔 이름만 읊어도 설명이 필요 없는 명배우들이 기다린다. 로버트 드니로와 로빈 윌리암스가 나온다고 하면 좀 수긍이 되시능가? 거기에 수잔 서랜든과 다이안 키튼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맘마미아>, <레미제라블>등의 작품에서 아름다운 미모로 필자를 비롯, 많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출연한다.
날 보러 와요...
이 영화, 무슨 <오션스 일레븐>이라도 되나? 그런 건 아니고 한 커플의 결혼식을 둘러싼 작은 소동극을 그린,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출연하는 그런 영화라고 한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벤 반스가 결혼식을 앞둔 미시와 알레한드로 커플로 등장하며, 로버트 드니로가 시아버지, 다이안 키튼이 시어머니, 캐서린 헤이글이 시누이, 토퍼 그레이스가 시동생으로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연기할 주인공, 미시의 완벽한 결혼식을 본의 아니게 훼방 놓는 왁자지껄한 가족 구성원들로 등장한다고 한다.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출연하는 <빅 웨딩>의 감독을 맡은 사람은 <버킷 리스트>의 각본가 출신 저스틴 잭햄으로, 이번이 그의 장편영화 데뷔다. 연출력이 아직 검증되진 않았으나 좋은 각본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감독이니 <빅 웨딩>의 이야기 또한 기대해 볼 만하다. 무엇보다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출연하기도 하고.
기대요소 : 화려한 출연진이 선사할 결혼 소동극. 그리고 아만다 사이프리드.
불안요소 : 주변인들 결혼식에 불려 다니는 것만으로도 지겹다는 솔로들에겐 비추?
----------------------------------------------------------------------------------------------------
<힘내세요, 병헌씨>
이병헌 감독이 연출한 <힘내세요, 병헌씨>는 신인 감독 이병헌의 데뷔작이다. 뭐라고? <지. 아이. 조>와 <레드>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이병헌이 대체 언제 시간이 있어서 영화감독까지 손을 댔느냐고? 오, 오해 마시길. 이 영화의 감독 이병헌은 우리가 잘 아는 배우 이병헌이 아닌 동명이인이다.
나 아니야…내가 안 그랬어...
<힘내세요, 병헌씨>의 감독 이병헌은 <과속스캔들>과 <써니>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적 있는, 실제 신인감독이다. 영화는 이미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전석 매진과 관객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고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초청 받아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는, 말하자면 이미 관객들에게 검증된 독립영화다.
배우는 아니지만 그래도 잘생기셨다.
영화는 일종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한 방송사가 데뷔를 앞둔 신인감독 이병헌의 영화제작과정을 밀착 취재하며 전개되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신인감독의 일상을 찍고 있노라면 방송사에서 원하는 그림이 통 나오지 않는 게 문제다. 하루 종일 한글파일을 띄워놓고 시나리오는 쓰지 않고 시나리오 제목의 폰트만 몇 시간 동안 고치기 일쑤에, 밤만 되면 친구들을 불러 술을 마시는 모습만 보여주니 그럴 수 밖에. 이에 제작진은 긴급회의를 소집하여 대책을 마련한다.
아무래도 독립영화이니 만큼, <힘내세요, 병헌씨>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들의 이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신인감독 이병헌 역은 홍완표가 연기하고, 다큐멘터리 필름의 내레이션은 조향기가 맡았다. 그밖에 앙현민, 김영현, 허준식 등이 출연한다. 비록 수 억의 출연료를 자랑하는 톱스타는 볼 수 없을지라도 이미 수많은 관객들이 환호했듯, 독립영화에 대한 편견마저 깨어줄 유머 가득한 작품이라 하니 겉만 번지르르하고 막상 뚜껑을 열면 실망스러웠던 메이저 영화에 식상한 분들, 병헌씨를 찾아주시라.
기대요소 : 게으른 신인감독의 좌충우돌 데뷔기, 깨알 같은 유머들로 가득하다고 한다.
불안요소 : 어쨌든 규모는 독립영화. 화려한 볼거리나 톱스타 배우를 찾는 분들이라면 다른 상영관으로.
----------------------------------------------------------------------------------------------------
<코스모폴리스>
천문학적인 돈을 주무르는 뉴욕의 최연소 거물 투자가, 그에겐 누구도 해결해줄 수 없는 고민이 있다? 개인적으로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 설정이지만 이 영화, 주목해도 될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주연배우의 얼굴 한 번 보실까. 아마 대부분 익숙한 얼굴이라 느끼실 것이다. 혹은 처음 보는 얼굴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이 청년, <트와일라잇>시리즈로 한 번에 스타덤에 오른 할리우드의 차세대 유망주, 로버트 패틴슨이다.
이번에는 물지 않아요.
워낙 <트와일라잇>으로 성공한 하이틴 스타의 이미지 덕분에 그의 연기력에 대해 의심하는 분들이 있으시겠지만, 로버트 패틴슨은 그밖에도 <워터 포 엘리펀트>, <벨아미>, <리멤버 미>등 다양한 영화에서 활약하며 성장 중인 배우다. 뭐 그렇다고 소름이 돋을만한 연기력을 보여준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나쁘지 않단 얘기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감독이 데이빗 크로넨버그라는 사실은 로버트 패틴슨의 캐스팅에 의아함과 기대감을 덧붙여준다.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누구인가 하니, <플라이>, <네이키드 런치>, <비디오드롬>, <스캐너스>등 시각적, 이야기적으로도 특유의 기괴한 느낌을 풍기며 명성을 날리던 감독이시다. 본 필자 역시 어린 시절 그의 작품 <플라이>를 우연찮게 접하며 그 독특하고 기괴한 느낌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난다.
크로넨버그의 영화 <비디오드롬>의 한 장면.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를 몸소 시전 하는 주인공.
그러나 크로넨버그가 단순히 시각적으로 기괴하고 자극적인 영화만 만들어온 것은 아니다. 2002년대 이후 그가 만든 <스파이더>, <폭력의 역사>와 <이스턴 프라미스>같은 영화에서는 인간이 파리로 변해간다거나 먹다 남은 고기의 뼈로 총을 만들고, 염력으로 사람의 뇌를 폭발시켜버리는 것 같은 장면은 더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그는 늘 천착해온 인간의 정신과 정체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드는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평가가 갈리긴 했으나 최근작인 <데인저러스 메소드>에서도 그런 성향을 엿볼 수 있다.
강박증에 시달리는 젊은 갑부의 하루를 다룬 <코스모폴리스> 역시 그의 최근 성향에 부합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눈 뜨고 보기 힘든 끔찍한 시각적 충격은 아마도(?) 없을 테니 로버트 패틴슨의 여성 팬들도 안심하고 극장에 가셔도 될 것 같다. 물론 책임은 못 진다. 로버트 패틴슨 외에도 줄리엣 비노쉬, 폴 지아마티 등의 탄탄한 출연진 또한 잊지 마시라.
기대요소 : 거장 데이빗 크로넨버그와 청춘스타 로버트 패틴슨의 조합. 그 자체로 기대되는 화학작용.
불안요소 : 흥미로운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이지만, 그의 작품들이 대중성과는 거리가 좀 멀다는 점.
그 밖에 개봉작들
<쥬라기 공원 3D>
<아바타>로 시작된 3D 열풍 덕에 과거의 영화들이 3D로 재개봉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엔 93년 당시 전 세계적으로 비주얼 충격을 가져왔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의 차례다. 물론 케이블 TV 재방 덕에 질리도록 다시 보셨을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번 3D 재개봉은 이 영화를 극장에서 접해본 적이 없는 어린 세대들에게는 좋은 기회일 듯하다.
93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신 분들 중 이제 어엿이 중학생이 된 자녀를 둔 부모님도 계실 터, 티라노사우루스와 랩터의 공포에 자녀와 함께 움찔대며 추억을 되살려보시는 건 어떨지. 다만 3D 효과가 얼마나 좋을지 알 수 없다는 게 함정.
<빈센트: 이탈리아 바다를 찾아>
투렛증후군, 강박장애, 거식증을 가진 세 젊은 환자가 요양원을 탈출해 이탈리아 바다를 찾아간다는 내용의 로드무비. 어쩐지 <노킹 온 헤븐스 도어>가 떠오르는 줄거리다. 유럽의 풍경을 만끽하며 극장에서 쉬어가는 느낌으로 감상하실 수 있는 영화가 될 듯하다.
<라스트 엑소시즘: 잠들지 않는 영혼>
2010년 작 호러 <라스트 엑소시즘>의 속편. 전편에서 살아남은 소녀 넬이 다시 악령의 공포에 휩싸인다는 내용이다. 전작의 평가가 썩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통계적으로 전작이 별로인데 속편에서 걸작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을 참고하도록 하자.
<극장판 헌터X헌터: 팬텀루즈>
만화잡지 점프에 연재되고 있는, 동시에 장기간 휴재중인 요시히로 토가시 원작의 만화 <헌터X헌터>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이야기는 주인공 곤의 친구이자 붉은 눈을 가진 쿠르타 족의 후예, 크라피카가 동족의 복수를 위해 환영여단과 싸우는 부분이다.
비록 늑장 연재로 많은 이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으나 그만큼 만화가 재미있다는 방증이기도 한 것이 사실. 팬들은 애니메이션으로나마 긴 기다림에 위로를 받으시길.
독자 여러분이여, 부디 재미난 영화와 함께 6월을 마무리 하셨으면 한다. 7월에도 더욱 재미난 영화들이 우리에게 찾아오길 바라며, 모두 준비됐으면 지갑에 9천 원 장전하시고 주말 극장가로 궈궈 하시라.
햄촤
트위터 : @hamchwa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는 검색이 금지된 단어입니다.
저작권보호 혹은 청소년보호에 의해 검색보호조치 및 내부규정에 따라 검색 제한을 진행하고 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소지한 자는「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제11조에 따라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