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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7. 05. 금요일
늘상 노는 카인










덕질 비기닝 시리즈의 세 번째 장르, 게임의 회차도 이번으로 마지막이다. 빈말로라도 아쉽다고 해라. 아직 다음 회 주제를 결정하지 못했는데, 댓글로 쏴주면 참고는 하겠다. 댓글 수 늘리려는 꼼수 맞다.


NLL로 한 주 밀리고, 알 수 없는 수뇌부만의 기사화 결정 시스템으로 인해 또 한 주 밀려서 근 3주 만에 돌아왔다. 미안타. 하지만 이 글은 2주 전에 이미 마감을 끝낸 글이다. 난 원래 더딴지 마감 빼고는 마감 잘 지킨다.


지난 회 마지막에, '원초적인 장르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열분덜은 '원초적인 장르'가 뭔지 고민했을 것이다.


같이 고민해보자.


원초적이라는 의미는 체험이라거나 운영이라거나 하는 복잡한 프로세스 없이, 쏘고 부수고 뛰는 컨텐츠 중심이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럼 떠오르는 장르는 일단 네 개가 된다. 격투, 레이싱, 스포츠, 슈팅.


하나씩 보자. 격투 게임의 원초적인 치고박기는 세 가지 컨텐츠의 연계로 만들어진다. 


1)매력적인 캐릭터, 2)캐릭터가 구사하는 다종다양한 무술과 액션, 3)각 무술의 공방 기술들 간의 상성. 


따라서 격투 게임은 캐릭터가 있는 가위바위보다. 가위가 바위에 지듯, 저놈의 던지기 기술은 나의 관절기 기술에 지게 된다. 그런데 가위를 낼 것 같은 저놈이 보를 내서 내가 지듯, 던지기 기술인 줄 알았는데 타격기 기술이라 내 관절기 기술을 누르고 나를 날려보낸다. 이게 격투 게임의 기본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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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격투 게임 [권호]의 스크린샷.

이런 격투 게임의 치고박는 원초성은 빠른 순발력과 순간 판단 능력이 필요한데

그게 가위바위보에서 유래된 복잡한 상성 시스템 위에 구현되니

2중의 두뇌 플레이가 필요하며, 때문에 진입 장벽이 은근히 높다.

그러니 패스.


두 번째, 레이싱 게임의 경우엔 좀 더 단순하다. 상성과 판정을 모르면 손도 못 대는 격투와 달리, 레이싱 게임은 꽤나 간략해진 운전 시스템만 배우면 끝이다. 그러고서 주어진 코스를 달리면 된다. 따라서 레이싱의 컨텐츠는 둘로 구성된다. 다양한 차종, 그리고 적절한 코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나같이 자동차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레이싱 게임의 두 축 중의 하나는 바로 자동차다. 다양한 차량을 보고 즐거워할 수 있어야 레이싱 게임에 입문할 수 있다. 물론 현실의 탈것을 등장시키지 않는 레이싱 게임도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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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는 레이싱 게임의 명가다.

하지만 나처럼 차에 대한 관심도가 제로인 사람들은

컨텐츠의 나머지 축인 레이스 자체에 대해서도 심드렁해지기 쉽다.

그래서 패스.


스포츠 게임은 어떨까. 직접 선수들을 조작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어쩌면 당신은 전북 FC 팀을 이끌고 레알 마드리드를 격파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역시나 레이싱 게임과 같은 문제가 있다. 스포츠의 팬이 아니라면? 나처럼 축구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는 사람은 축구 게임의 명가인 [FIFA] 시리즈나 [위닝 일레븐] 시리즈에 대해 호랑이가 토끼풀 보듯 하게 된다. 반면 농구팬인 내가 찬양해 마지않는 [NBA Live] 시리즈에 대해, 농구 하면 서장훈만 떠오르는 사람은 관심을 가질 수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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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팬이라면 이 [NBA Live 2013]을 플레이하면서

얄미워 죽겠는 마이애미 히트를 침몰시킬 수 있지만,

그건 농구팬이 아니면 공감할 수 없는 희열이다.

따라서 패스.


그리하여 하나가 남는다.


슈팅. 쏘고 부수고 죽이는 게임. 정말 단순하게 총이나 활을 들고 나가 적을 맞추면 되는 게임. 순발력과 전투 의욕과 순간 판단력이 필요한 건 위의 세 장르와 마찬가지지만, 쏘아서 맞추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장르. 당신의 어머니로 하여금 '돈 쳐들여서 컴퓨터 사줬더니' 혹은 '돈 들여서 게임기 사더니'라고 말한 후에 주먹과 함께 '이딴 폭력 게임이나 하고 앉았느냐'고 분노할 수 있게 해주는 게임들. 거칠게 요약하면 총싸움이긴 하지만 그 이상이 있는 게임들.


가보자.






그런데 문제가 남는다. 슈팅 게임의 중심 컨텐츠는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단순하다. 때문에 정교한 물리 엔진으로 구현한 그래픽과 다종다양한 무기로 실감나는 전장과 임무 목표를 꾸민다는 것 외에는 별 필요 요소가 없다. 그래서 입문자에게는 '그게 그거'로 다가올 수 있다.


게다가 슈팅은 전투가 주 요소로 이루어진 장르다. 쉽게 피로해진다. 따라서 슈팅 게임 중, 다른 장르의 요소와 결합되어 있는 작품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 좋다. 다른 장르 요소와 결합한 경우에는 슈팅 특유의 지속적 투닥투닥에서 나오는 전투 피로감을 완화시켜주는 다른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슈팅의 특성인 '시점'의 문제가 있다. 슈팅 게임을 거칠게 둘로 나누면 FPS와 TPS로 나뉜다. 이 차이는 카메라가 내 캐릭터 눈 뒤에 있는지 등 뒤에 있는지의 차이다. FPS는 First-Person Shooter 즉 1인칭 슈팅 게임이며, TPS는 당연히 Third-Person Shooter 즉 3인칭 슈팅 게임이다. 문제는 1인칭 시점, 즉 FPS의 경우에는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는 것이다. 1인칭 시점이 주는 시야의 피로감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멀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농담이 아니다. 나부터도 그렇다. 난 [둠] 시리즈의 엔딩을 늘 보지 못했다. 때문에 TPS를 골라야 한다.


슈팅의 전투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다른 장르의 요소가 있어 쉴 틈이 있고, 시점은 3인칭인 게임. 오늘 두 편을 골랐다.




- 전투형 : 닥치고 쏘는 단순함



[툼레이더] (리부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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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작.

PS3, XBOX360, 윈도로 발매


입문자들이여, 착각하지 말라.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아마 유행에 대한 기본 감각과 최소한의 기억력이 있다면,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가 게임을 원작으로 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툼레이더]는 무진장 오래된 어드벤처 액션 게임으로, 현재에는 명성이 많이 죽었지만 왕년에는 깃발 좀 날리던 브랜드였다. 그리고 이제 2013년, 죽어가는 브랜드를 사들인 일본의 게임 제작 명가 스퀘어에닉스가 성공적인 리부트를 해냈다.


사실 [툼레이더]를 슈팅의 추천작으로 고르기가 애매했던 것을 고백한다. 게임 내에 구현된 요소들을 놓고 볼 때, '게임 요소가 주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툼레이더]를 게임 1편의 체험형 게임에 넣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무수히 고민했다. 따라서 이런 내용으로 악플을 달면 난 할 말이 별로 없다.


물론 할 말이 완전히 없진 않다. 일단 [툼레이더]는 1편에서 다룬 [배트맨] 시리즈와 유사하다. 경험치를 모아 스킬 포인트로 성장시키고, 3인칭 시점으로 전투하는 형태. 하지만 [배트맨] 시리즈의 액션은 기본적으로 잠입 액션 계열의 '격투'다. 반면 [툼레이더]는 무기 선택 - 조준 - 발사의 과정을 거치는 슈팅 액션이다. 또한 벽을 기어오르는 아크로바틱에 퍼즐 요소가 가미된 부분은 역시 1편에서 다룬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와 유사하다. 하지만 [어쌔신 크리드]의 중점 컨텐츠는 액션 전투와 잠입 전투인데, [툼레이더]는 아크로바틱 퍼즐이 슈팅과 동등한 요소로 취급된다.


결국 나로 하여금 [툼레이더]를 이번 챕터에서 다루도록 만든 이유는, 슈팅 요소의 기본이 차근차근 잘 구현되어 있다는 덕목 때문이다.


주인공 라라 크로포드는, 이전 시리즈에서는 밑도끝도 없이 강인한 여전사인데 직업은 고고학자인 캐릭터였다. 캐릭터의 계보로는 인디아나 존스를 잇는다. 스퀘어에닉스는 이 브랜드를 리부트하면서 스토리의 맥락이 부족한 라라에게 제대로 된 기원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리부트된 [툼레이더]는 '라라 크로포드 비기닝'이 되었다. 때문에 라라는 아직 이전 시리즈와 영화에서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쌍권총을 쓰지 않는다.[사소한 스포일러] 활부터 시작한다.


생존 초보에 모험 초보인 라라를 데리고 게임을 진행해가면서, 플레이어는 활-권총-산탄총-소총으로 발전해가는 무기를 경험하게 되는데다 전투 상황 따라 4가지 무기를 번갈아 사용하는 방법도 익히게 된다. 이건 슈팅의 기본이다. 상황에 적절한 무기를 선택해서, 타겟을 조준하는 것. 이것을 기초부터 천천히 배우기에 [툼레이더]는 매우 좋은 교재가 된다.


칭찬한 김에 덕목 얘기를 좀 더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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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앞에서 말한 '잘 된 리부트' 자체가 덕목이 된다. 유적에 난입해 열심히 쌍권총 쏘고 퍼즐을 풀던 라라 크로포드 대신, 그런 베테랑 모험가가 되어가는 라라 크로포드를 다룬다는 것. 탱크탑에 거유와 핫팬츠에 가려진, 캐릭터 스토리에 대한 질문 '왜 얘는 이러고 있지?'에 대한 답을 해준다는 것.


슈팅 요소의 기초가 잘 정비되어 있다는 것은 말했지만, 동시에 튜토리얼과 장비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초 단계를 하나하나 안내 받아가면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덕목이다. 초심자에게는 별 설명 없이 떡하니 인터페이스 시스템을 던져주는 [문명] 시리즈 같은 게임은 어려워서 손대기 힘든 법이다. [툼레이더]는 그런 계열의 게임이 아니다. 친절하다.


스토리와 시스템에 있어 친절하다는 것은, 몰입감으로 이어지기 참 좋다. 라라를 데리고 하나하나 게임 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활 쏘고 뛰다 보면 어느새 슈팅 게임의 기본기를 익힌 자신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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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무기,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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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사용하게 되는 총기, 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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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조준을 통해 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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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용 도끼를 이용해 근접 액션을 할 수도 있지만,

그건 근접으로만 죽일 수 있는 적이거나 1:1 상황에서 멋진 액션을 보고 싶거나 한

특수 상황에서나 쓰게 된다.


몰입감을 위해서일 수도 있는데, 일단 UI[용어 해설]가 매우 간소하다. 저게 모두 특별한 스크린샷이 아니라 실제 게임플레이 장면이다.


또한 생존이라는 컨셉을 위해, 표류한 섬에서 인양 물품을 찾아내어 무기와 도구를 업그레이드 할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진행 중에 네 번째 무기인 소총을 입수하면 추후 업그레이드를 통해 유탄발사기를 장착할 수 있으며 소음기도 추가 할 수 있다. 기본 무기인 활 또한 초반의 원시 활에서 부품과 인양 물품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면 각궁이나 컴퍼짓 보우 같은 고등한 활로 탈바꿈시킬 수가 있다.[쓸데없는 이야기] 권총 또한 베레타를 입수해 업그레이드를 계속 하면 최종으로는 데저트 이글이 된다.


[툼레이더]의 또 하나 덕목은 2013년작답게 멋진 그래픽이다. 질 좋은 물리 엔진으로 섬세한 작중 세계 표현을 해낸 덕에 보는 재미가 생겨 몰입감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나 이런 최신 게임은, 입문자들로 하여금 그래픽 카드를 지르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라라의 머리카락이 그래픽 덩어리가 아니라 바람에 따라 한올한올 흩날리는 모습까지 보고 싶어지면, 당신은 그래픽 카드에 관해 공부를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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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ssFX라는 그래픽 기술을 사용해, 머리카락의 세세한 표현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이 옵션을 켜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성능의 그래픽 카드가 필요하다.

왼편이 기본 그래픽, 오른편이 옵션을 켠 그래픽.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생존/모험의 초보면서 갑자기 등반 도끼를 휘두르고 활과 총을 쏘아대는 라라의 급격한 적응에 어이가 없어질 수도 있다.


정작 문제는 QTE[용어 해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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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TE의 예시.

강제 이벤트가 발생하며, 특정 버튼을 연타 혹은 타이밍에 맞춰 눌러야 한다.


QTE야 갑작스러운 이벤트를 통해 몰입감을 향상시켜주고, 소소한 재미를 주는 괜찮은 시스템이다. 그런데 [툼레이더]의 QTE는 좀 까다롭다. 등장하는 타이밍이 약간 지나치게 갑작스러운 감이 있으며, PC판의 경우에는 무슨 키를 눌러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아이콘만 보여준다. 게다가 QTE 중 몇몇은 분명히 시키는 대로 졸라 연타하는데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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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드라는 이름의 이 성추행범 색히가 그렇다. 초반에 등장하는데 죽이기가 너무 어렵다.

그런데 죽이지 않으면 라라가 죽어 진행이 안 된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사소한 단점이다. 슈팅 요소를 기본으로 깔고, 거기에 약간의 퍼즐 액션과 업그레이드 시스템을 얹고, 생존 컨셉으로 마무리한 [툼레이더]의 리부트작은 수작이다. 넋 놓고 몰입하여 재밌게 놀다 보면 알아서 슈팅 게임의 기초 소양을 쌓을 수 있으니 입문자에겐 이 아니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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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동영상은 실제 게임의 프롤로그와 극초반 플레이 영상이다.

슈팅 요소는 드러나지 않지만, 어떤 스타일인지는 알 수 있다.







매스이펙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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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 이펙트]

2007년 작. (윈도 판은 2008년 작.)

XBOX360, 윈도로 발매Bring Down the Sky>, 의 2종">[추가 D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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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 이펙트 2]

2010년 작.

PS3, XBOX360, 윈도로 발매Zaeed - The Price of Revenge>, 와 스토리 추가 DLC인 , , , , 장비 추가 DLC인 의 7종">[추가 D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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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 이펙트 3]

2012년 작.

PS3, XBOX360, Wii U, 윈도로 발매From the Ashes>와 스토리 추가 DLC인 , , 과 엔딩 확장 DLC인 과 멀티플레이 전용 4종을 포함해 총 9종">[추가 DLC]


[툼레이더]를 통해 슈팅에 입문했다면 이제 입문을 졸업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에 고른 [매스 이펙트] 시리즈는 슈팅 게임에 필요한 기본 소양을 잘 가르쳐주는 시리즈이며, 당연하게도 명작 시리즈다.


[매스 이펙트] 시리즈를 플레이하면서 자동으로 익히게 되는 슈팅 게임 소양은, 두 가지다. 어떤 무기를 어떤 상황에 사용할 것인가, 그리고 전투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공격을 견뎌내는가.


일단 무기의 선택을 보자. 칼이나 도끼라면 당연히 근접전에서 사용할 것이다. 권총이나 산탄총처럼 거리가 멀어지면 명중률이 낮아지거나 사거리 자체가 짧은 무기는 적당한 거리를 잡고 써야 할 것이다. 소총이나 저격총 같이 사거리가 길다면 당연히 거리를 멀리 두고 사용할 것이다. 모든 싸움의 기본은 거리이며, 특히 총싸움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게 플레이어의 성향과 연계되면 선호 무기가 생기게 된다. 직접 눈앞에서 해결하는 걸 좋아하는 적극적 유형이라면, 돌격소총이나 근접무기를 들고 돌격하는 걸 선호할 것이다. 뒤쪽에서 조율하거나 지켜보는 걸 좋아하는 안정형이라면 소총이나 저격총으로 멀리서 깔끔하게 해치우는 걸 좋아할 것이다. 무기 유형과 개인 성향에 따라 전투법과 전술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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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의 종류뿐 아니라 무기에 사용되는 탄환이나 보조장비 또한 다양하다.

저격을 즐겨하는 스타일이라면 스코프를 추가해 명중률을 높이고 조준 난이도를 낮추는 선택이 괜찮을 것이다.

이건 3편의 저격 스코프 시야다.


[매스 이펙트] 시리즈는 이런 경향성을 '직업'의 개념을 통해 초반에 안내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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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의 직업 선택/안내 화면.


이 직업의 개념은 내가 어떤 방식으로 전투를 풀어가는 걸 좋아하는가 하는 물음이다. 돌격하여 섬멸하는 타입, 장거리에서 저격하는 타입, 염동력으로 적을 무력화시킨 후 압도하는 타입, 원격 기술력으로 상대의 무기나 로봇을 해킹하여 반전시키는 타입 등등.


직업을 고른다는 대목에서 짐작했을 수 있지만, [매스 이펙트] 시리즈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주인공 캐릭터, 셰퍼드의 세부사항을 직접 디자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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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성별을 고를 수 있다. 남자는 존 셰퍼드, 여자는 제인 셰퍼드가 기본 이름이며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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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도 직접 조합해 만들 수 있다. 이건 2편의 커스터마이징 화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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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터마이징을 잘 하면 이렇게도 만들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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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에서 여성 셰퍼드의 여러 가지 커스터마이징 경우.

셰퍼드의 출생 배경과 과거 경력 등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이 선택은 실제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준다.


직업 선택을 비롯해 세세한 튜토리얼을 통해 내게 맞는 무기 고르는 법을 익히고,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높이면, 몰입도가 상승한다. 이런 몰입도는 게임 내에서 제공되는 여러 가지 읽을거리를 통해서도 부연된다.


내 성향에 맞춰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의 특성에 맞춰 무기를 들고 싸우는 기본 위에 또 하나 더해지는 것은 '동료'다. [매스 이펙트]의 전투에는 2명의 동료를 데리고 나간다. 당연히 전투 중에 동료에게 어떤 위치로 이동하라거나 어느 스킬이나 무기로 어느 적을 공격하라거나 하는 명령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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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의 동료 선택 화면. 임무의 종류에 따라 적합한 동료를 골라갈 수 있다.

동료 캐릭터마다 성격과 능력의 특성이 다른 건 졸라 당연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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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서 지휘를 내린다. 물론 완전히 위임할 수도 있다.

2편의 전투로, 여성 셰퍼드와 여성 동료 미란다가 엄폐한 상태에서

남성 흑인인 제이콥이 염동력 능력으로 스킬 공격을 하고 있다.


3개 시리즈에 출연하는 동료 캐릭터는 매우 다양하고, 그 성격과 쓰임새도 모두 다르다. 이런 동료 캐릭터들이 사용하는 무기와 장비를 챙겨주면서 착실히 각종 무기의 용도를 습득하게 된다. 또한 동료를 통해 주인공 캐릭터 능력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거나 임무의 어려운 부분을 넘기다 보면 전투의 흐름을 알게 된다.


그런데 앞에서 [툼레이더]가 다양한 타장르의 요소와 결합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 [매스 이펙트] 시리즈는 무슨 요소가 섞였을까?


좀 어처구니 없을 수는 있겠지만, 미연시 요소와 결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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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수많은 연애불능 덕후들의 위안이 되어준 장르다.


미연시는 그야말로 '가장 가까이 하기 싫은 덕후'를 양산해냈다. 특히나 포르노 게임과 겹치는 장르다 보니 타인과의 관계가 두려운 덕후들이 더더욱 빠져든다. 당연히 주변 사람들의 거부감을 산다. 일단 그런 심리적 거부감은 잠깐 접고, 미연시 장르의 특성을 생각해보자.


일단 미연시는 연애의 대리체험이 중점 컨텐츠다. 따라서 게임이 대화로 꽉 차 있으며, 대화는 주로 선택지로 이루어진다. 또한 대화의 상대인 작중인물의 캐릭터도 중요해진다. 청순 스타일, 보이시 스타일, 누님 스타일 등 같은 전형적인 분류에서부터 세부적으로 들어가는 설정에 의해 캐릭터가 구체화되어야 미연시가 성립한다. 따라서 명작 미연시 게임은 심도 깊은 캐릭터를 통해 스토리를 구현하고, 이 스토리에서 적절한 대화문의 선택지를 제공하면서 플레이어를 몰입하게 한다. (추후 이런 시스템은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로 변화해, 반은 게임 반은 읽을거리 형태의 컨텐츠로도 이어진다.)


[매스 이펙트] 시리즈가 도입한 시스템이 대화문 선택지다. 대화를 통해 동료들과의 친목도를 올릴 수도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심지어 1편에서는 동료 중 하나를 쏴 죽여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동료 중 하나와 연애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플레이어의 선택을 통해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완성되어 간다. 이야기의 큰 틀이야 제작사가 짠 것이지만 그 전개 방향은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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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선택지를 통해 작중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건 2편 극초반의 선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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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수많은 동료들의 캐릭터성이 미연시의 캐릭터성과 겹치기도 한다.

이 캐릭터 중 몇몇과는 연애도 가능하다. 작중에서 섹스도 한다.

2편부터는 동성끼리도 연애가능 캐릭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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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종족의 차이는 뛰어넘는다.

3편에서 아사리 종족인 리아라와 남성 셰퍼드의 연애, 그 절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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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인간 동료 미란다와의 씬. 아래 깔린 셰퍼드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안 보인다.

물론 흥분도로는 AV가 훨씬 나을 거다.


대화 선택지 요소는 단순히 동료와의 친목/연애에만 활용되는 건 아니다.


[매스 이펙트]의 SF 세계에서는, 모든 유기체 문명을 말살하는 기계 종족 '리퍼'가 주기적으로 도래한다. 주인공 셰퍼드는 이런 사실을 가장 먼저 알게 된 사람이고, 그래서 은하계 문명에 경고를 한다. 당연히 이런 전설적인 이야기를 믿어줄 사람들은 별로 없다. 하지만 능동적인 군인 셰퍼드는 스스로 가능한 자원을 끌어모으고 사람들을 설득해가며 리퍼와의 결전을 준비한다. 그 결전이란 건 3편 말미에 도래한다.


3편의 트레일러.


때문에 셰퍼드는 크고 작은 선택에 직면한다. 1편 말미에는 적의 총공격으로부터 은하계 연합 평의회 의원들을 구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선택지가 있다. 구하기로 선택한다면 인간 함대가 피해를 무릅쓰고 돌진하여 의원들을 구출하지만 큰 피해를 입는다. 반면 구하지 않으면 의원들이 탄 전함이 파괴되지만 인간 함대의 전력은 보존된다. 이 선택의 결과는 이후 2편과 3편에 영향을 미친다. (즉, 전편의 세이브 데이터가 후편으로 연동된다.) 


의원들을 구하면, 3편에서 사용하게 되는 자산 중 인간 함대의 전투력이 감소하고 목숨을 빚진 의원들이 셰퍼드를 대하는 태도가 좀 더 부드러워진다. 의원들을 구하지 않으면, 신출 의원들이 셰퍼드를 냉랭하게 대하고 파괴된 전함의 전투력은 사용할 수 없지만 3편에서 인간 함대의 전투력은 높다. 사소한 선택에 의해 주변 인물이나 엑스트라 인물의 운명도 이리저리 바뀐다. 이런 선택들은 대부분 일장일단이 있으며, 때문에 플레이어의 가치관에 따라 결정된다.


가치관이라는 게임 개념은 서구 RPG(Role Playing Game)에서 특히 중요한데, [매스 이펙트] 시리즈에서는 2가지 지향점으로 가치관이 설정되어 있다. 명예와 선행을 중시하는 영웅적 가치관인 파라곤(Paragon), 그리고 냉혹함이나 적에 대한 잔인함 등을 중시하는 레니게이드(Renegade). 아마 레니게이드 가치관이라면 인간 종족이 우선이므로 의원들을 버리는 선택을 할 거다. 반면 파라곤이라면 전 종족 평등 사상과 박애주의에 입각해 의원들을 구할 것이고. 또는 이런 선택지는 어떨까. 임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바람에 동료 중 하나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다. 버려진 동료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데, 과연 당신은 어느 동료를 포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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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이 파라곤 선택지, 빨간색이 레니게이드 선택지.

1편 초반에 등장하는 식민행성 주민들이 무기를 주는데,

숨겨둔 무기까지 얻기 위해 부드럽게 나갈지 강경하게 나갈지를 결정한다.

한쪽을 선택하면 해당 가치관의 점수가 상승하면서

좀 더 많은 대화에서 가치관에 따른 선택지가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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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난 너희들이 대화/선택 시스템에서 뭘 가장 흥미로워하는지 알고 있다.

2편의 미란다 짜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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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여성 셰퍼드가 제이콥 형님을 매만지시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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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소수자를 위한 3편의 짤. (누가 날 좀 말려줘 재미 들렸어)


이 시리즈의 기본 시스템은 이렇다 치고, 게임 플레이의 루틴은 어떻게 돌아가나 궁금할 것이다. 안 궁금하다고 해도 궁금한 척 해라.


일단 배경이 SF 은하계이니 우주를 돌아다니는 파트가 있다. 메인 임무를 받고, 우주를 누비면서 서브 임무도 받고, 받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다른 행성으로 날아가고, 임무 수행지에 도착하면 동료와 장비를 골라 탐험과 전투를 위해 출격하는 거다. 임무 수행지에선 전투와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진행하고, 돌아와서 임무 결과와 전리품을 체크한다. 이게 기본 루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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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중에는 난이도에 따라 조준 지원도 해주는 친절함이 있다.

이래서 커다란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입문작으로 선정한 것이다.

초기작인 1편에서도 이 정도의 조준 정보가 주어진다.


단점이 없을 수는 없다. 단점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일단 1편의 탐험 파트가 약간 지루한 편이다. 지상 차량을 몰아 행성 맵을 탐험하는 부분은 지형이 운전하기 짜증나고, 가끔 있는 건물에 들어가 해적들과 전투하는 전투 맵은 거기서 거기라서 번거롭다. 반면 2편은 시리즈 중 최고작으로서 이런 단점들을 거의 제거하고 탐험 부분을 간략화하는 덕목을 보였다. 3편은 1편과 2편의 중간 형태를 기획하여 그런대로 성공한 편인데, 문제는 기나긴 스토리의 끝인 엔딩이 구리다 못해 팬들의 커다란 원성을 샀다. '성의없는 엔딩'이라는 분노가 엄청나게 끓어올랐고, 결국 제작사 바이오웨어는 추가 엔딩 DLC를 발매해야만 했다.


또한 정식 번역이 없어서 유저들의 번역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1편은 완벽한 번역이 아직까지 없다. 몇몇 DLC는 결코 번역되지 않을 것만 같다. 때문에 필요하다면 지난 번 [어쌔신 크리드] 파트에서도 링크했던 블로거 타마스란 님의 '기록 보관소' 블로그를 이용해야 한다. 유저 한글화 작업에도 기여를 한 바 있는, 영문 번역에 실력 있는 블로거다.


이제 감을 잡았을 테니 실제 게임플레이 영상을 보도록 하자.


1편의 게임플레이 영상.
전투 장면만 따로 보고 싶다면,


여기 2편의 전투 플레이 영상이 있다.






이상으로 세 편에 걸친 게임 권유를 마친다.


첫 회에선 체험을 키워드로 한 액션 어드벤처를 권했고, 그 다음엔 운영과 안정을 키워드로 전략 게임을 권했다. 이번에는 원초적으로 쏘고 부수는 슈팅의 입문작을 권했다.


왜 이거이거이거는 안 다뤄주냐는 항의, 받지 않는다. 그 항의할 시간에 너님께서 멋들어진 댓글로 추천해주던가 아니면 내친 김에 멋들어진 글로 써 독투불패 게시판에 올리길 바란다. 꼭 게임이 아니어도 좋다. 언제든 '덕질 비기닝 스핀오프'를 모집한다. 너님이 미래의 딴지 필진일 수도 있는 거다.


그건 그렇고, 댓글을 보면 같은 덕후 종족들만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혹시 덕질 비기닝 시리즈로 인해 새로운 취미에 입문한 신진 덕후가 있다면, 존재를 밝혀주면 고맙겠다. 댓글이 부끄럽다면 트위터로 멘션이라도. 감사 인사와 추가 질문은 언제든 환영이다.


난 외로운 덕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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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는 타고 나지 않는다. 만들어지는 것이다.






고독한 카인

@Kain_Sul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