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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추천16 비추천0

2013. 07. 08. 월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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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 뭐라고 해야 할 지...


뭐 고맙다고 해야 할지, 씨바스럽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박근혜 정부의 스타일상 재계에서 최저임금 동결안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잘 협조해서 그렇게 하세요~" 이래 버릴까봐 두렵기도 했으니 고마운 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저임금 7.2% 인상! 사상 최초로 최저임금 5천 원대 돌입! 노동자의 삶을 배려한 결정! 이 따위 개소리를 듣고 있자니 씨바스럽다 못해 씨바스 리갈이라도 한 병 사 먹고 싶어지지만, 노동자의 최저임금으로 따져 무려 열시간이 넘게 일해야 술집도 아니고 마트에서 겨우 한 병 정도 사 먹을 수 있는 씨바스 리갈이라 무서워서 먹지도 못하겠다.

 

분명히 뭐라 하면서 달려들겠지만, 또 하나의 거짓된 신화에 도전해 보자. 그 거짓된 신화는 임금이 인상되면 물가가 오른다... 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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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임금' 말고...

 

어린 시절 학교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운 내용이 바로 그거다. 임금이 오르면 물가가 오른다. 임금이 오르는 것은 물가인상의 주된 원인이다. 그러니 임금 올려봐야 도루묵이다... 도루묵이다... 귓속에 아직도 울린다.

 

하지만 냉철하게 고민해 보자. 임금이 오르면 물가가 오르나? 진짜? 레알? 임금이 오르는데 물가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분명히 임금 인상에는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원인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원가 상승 문제이다. 기업에서 물건을 만들어 파는데, 밑지고 팔 수는 없으니 생산원가보다는 더 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그 생산원가에 인건비, 즉 임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당연히 임금이 인상되면 원가가 상승하고, 원가가 상승하면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 메카니즘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임금이 오를 때 원가는 얼마나 상승하는 것인가?

 

생산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줄어들어왔다. 당연한 것이 생산공정 자동화도 많이 되었고, 산업구조도 가급적 인건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되어 왔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상황, 생산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보편적으로는 10% 정도, 제조업에서는 8% 선까지 내려와 있다.

 

단순히 계산해보자. 제조업의 경우, 모든 종업원의 임금을 50% 인상했을 경우, 생산원가에 비추어 보면 약 4%의 원가 상승이 나타나게 된다. 인건비 비중이 8%니까 말이다. 만약 임금이 7% 인상되었다면, 0.56%다.

 

0.56%...


그러면 해외에서 사오는 기름, 즉 유가가 오르게 되면 어떨까? 유가가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정확하게 얼마나 되는지 통계에 잡히지도 않고 최종 생산품의 종류에 따라서도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석유화학 관련 제품의 경우 기름은 가장 비중 높은 생산 원자재에 포함될 정도로 중요한 물질이다.

 

기름 뿐 아니라 철강이나 고무 등 수입할 수 밖에 없는 원자재 등의 국제가격 인상은 어떨까? 이들의 가격이 인상되면 원가 상승은 인건비와는 또 다르게 직접적인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원자재 가격이 한 10% 상승하게 되면, 아무리 작게 잡아도 원가 상승요인이 5% 이상은 발생할 것이다. 전 종업원의 인건비를 50% 상승시켜주는 것보다 더 클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우리 정부는 기업들에게 어떻게 얘기했던가?

 

생산성 향상으로 원가 상승요인을 흡수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임금인상에 대해서는 그런 얘길 안하는가?

 

거기다가... 수출기업들을 돕기 위해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시도했다. 강만수가 그 주역이었잖아.

 

고환율 정책을 시도할 경우, 원자재 수입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국제적인 가격의 변동과 전혀 관계 없이 정부가 취한 어떤 정책으로 인해 원가 상승요인이 적용된 것이다. 이 비율이 4% 보다 작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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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정부가 고환율 정책을 취해 생필품 가격이 치솟고 수입업체들이 죽어 나갈 때에도 정부는 경제위기를 이유로 들어 임금을 거의 동결 수준에서 묶어 두곤 했다. 그런 고환율 정책이 원가 상승에 기여하는 바는 얼마나 될까? 이게 임금 인상으로 인해 발생한 원가 상승요인보다 더 비중이 적다고 말할 자신이 있는가?

 

이렇게 원가 상승 요인을 수도 없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고도, 임금인상은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나? 최저임금을 무려 7.2% 나 인상시켜 준다고 해서 모든 직종의 종업원(일부러 노동자라는 말도 안 쓰겠다)들의 임금이 다 상승 되는 것도 아니다. 즉 최저임금 7.2% 인상 되었다고 해서 전체 임금 수준이 7.2% 올라가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일단 이 부분,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을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원인이 아니고, 잘해야 서너 번째쯤 서 있는 부수적인 원인이라는 걸로 얘기를 정리한다.

 

또 있다. 임금이 오르면 소비 여력이 증대된다. 소비가 증가하면 수요가 늘어난다. 시장에서 공급이 일정한데 수요가 늘면 가격이 상승하기 마련. 즉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라 임금이 오르면 물가가 상승한다.


그런데 말이다. 지금의 경기 불황에 대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뭐라고 했더라. 소비 감소, 내수 감소. 소비를 안하니까 경기가 죽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가장 직접적인 해결책이 뭐라고 했더라. 내수 진작, 소비를 늘리고, 그러기 위해 주 5일제 도입해서 돈 좀 쓰라고 했고, 뭐 등등등...

 

소비를 늘려야 우리 경제가 다시 살아날 거라고 맨날 노래를 불렀잖아. 근데 소비를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임금 인상을 물가 상승을 이유로 안 해주잖아. 최저임금을 겨우 시간당 350원 올려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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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시간 당 350원 인상?

 

당신들 솔직히 말해봐. 소비 늘리기 싫은 거 아냐? 경기 불황이 별로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 아냐? 앞뒤가 안 맞잖아. 앞뒤가...


경제학의 통설에 의하면, 임금이 올라가고 소비가 증가하면 공급도 늘어나고 전체 경제규모가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경제 규모가 확대 되면 통화량(총통화량이 되었거나, 실제 통화거래량이 되었거나)이 상승하고 유동성이 증가해서 물가가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상태가 뭐지? 바로 경제 성장이잖아.

 

그러니까 임금을 올리고 나서도, 그 임금으로 인해 증가한 소득분이 돌고 돌아 경제가 상승 되어 통화량이 증가해야 물가가 오르는 거라니까. 과거 칠팔십 년대 경제규모가 초고속으로 성장할 때 이미 이 과정을 다 겪어 봤잖아. 그거 또 하고 싶은 거잖아.

 

그렇게 오매불망 바라는 경제성장을 진짜 하고 싶다면 임금부터 올려주면 된다니까? 그걸 왜 안 해? 난 도대체 진짜 이해를 못하겠네. 사실 당신들 경제성장도 안 바라는 거 아냐?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한계기업이 도산할 것이라는 걱정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자. 한계기업은 좀 도산시키면 안 되나? 실업율이 높아지니까 궁지에 몰린 사람들 불러다가 최저임금도 안 되는 수준으로 쥐어짜서 인건비 따먹기 사업하는 그런 기업들은 이제 좀 없어져도 되는 거 아닌가?

 

어차피 사회 전반적으로 임금이 상승 되면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소비 여력이 증가한다. 그 증가된 수요를 누군가는 공급으로 채워야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그 공급을 채우기 위한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하게 될 거다.

 

돈이 있고 수요가 있는데 기업이 안 생길리가 있나... 차라리 진짜 눈 뜨고 봐주기 힘든 영세 한계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기회로 삼아야 되는 거 아니냔 말이다.

 

그런 구시대적인 한계기업을 보호하느라 200만이 넘는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노동자들이 시급 오천 원 받고 허덕거려야 되는 게 정상상황인 거냐고 오히려 내가 묻고 싶다. 이젠 좀 바꿔야 할 때가 된 거 아니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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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뿐 아니라 차상위 기업도 위험하다고? 편의점 치킨집 다 위험하고 아파트 관리용역들 다 짤린다고? 편의점만 따져보자. 편의점들은 본사와의 불공정한 계약으로 점주들 자체가 본사에게 착취 당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이거 또 다른 형태의 한계기업인데, 이 점주들의 인식이 틀려 먹었다.

 

시시때때로 인테리어다 밀어내기다 해서 본사에게 그렇게 몫돈을 뜯기면서도, 거기에 대해서는 찍소리도 못하고 맨날 알바만 들들 볶는다. 심지어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근로기준법까지 무시해 가면서 우리는 최저임금 같은 거 모르겠다고 우기고 범법행위를 하려고 든다.

 

당신들이 파는 삼각김밥 사먹을 아이들이 최저임금도 못 받기 때문에 당신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 그렇게 졸라 안 팔리는 거라고, 이 무늬만 사장님들아. 돈 많은 사람들이 편의점 김밥에 편의점 콜라 사 먹겠어? 당신이 지금 최저임금 주고 쓰고 있는 알바들이 바로 당신들의 고객이라고. 얘들이 돈이 생겨야 당신들 매출이 올라가고 장사가 잘 되는 거야. 지금 당장 알바들 인건비가 무서워서 절절 매면서 최저임금 인상 되면 우리 다 망한다고 징징대지좀 말라고. 보는 내가 다 민망해서 손발이 오그라들고 있다 말야.

  

솔직히 이런 얘기 들을 때 마다 열이 받는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 7.2% 결정되는 과정도 좀 보자. 위원회라는 구조에서 말야. 재계측은 무려 동결을 주장해. 동결될 거라는 기대도 별로 안해. 노동계에서는 그래도 한 15%는 올려 줘야 한다고 주장을 해. 그게 협상의 결과로 7.2%가 된 거 아니냐고? 

 

아니야. 그냥 재계는 개기다가 퇴장해 버려. 노동계도 우기다가 퇴장해버려. 그러면 정부측 인사들이 나와서 정부측 안을 밀어서 통과시키는 거야. 최저임금 인상율 결정하는 시스템이 이렇게 되어 있다고. 재계와 노동계가 서로 싸우고 힘 다 빼면 그냥 정부안이 통과되는 거야. 아무도 왜 동결해야 하는지, 왜 올려야 하는지 타당한 주장을 펼치지도 않아. 그 주장을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하지도 않아. 설득할 방법 자체가 없다고 해야겠지.


이런 상황에서 그냥 위원회는 정부 들러리가 되는 거야. 이게 무슨위원회야. 그냥 여왕님 맘대로 결정하라 그래. 요즘 식당들 밥 값이 올라서 돼지국밥 한 그릇 사 먹으려고 해도 육칠천 원씩 하더라.

 

어찌 되었거나 우리 모두가 이렇게 무관심하고 있는 사이에,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은 한 시간 동안 뺑이치고 일 해봐야 돼지국밥 한 그릇 사 먹을 돈도 못 받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거야. 그러니 그 사람들이 하루 세끼 먹고 잠 잘 수 있는 공간을 살 수 있는 돈을 도대체 어떻게 벌라는 거야.


이제 제발 좀 그만하고 일하는 사람들을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좀 살자.

 

이 사람들도 사람이라고. 무슨 일하는 기계가 아니라니까.

 

기계도 그렇게 굴리면 다 망가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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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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