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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성장할 때, 갑작스럽고 빠른 몸의 변화는 '성장통'을 겪게 만들곤 합니다. 어떤 사람은 성장통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지나지만 다른 어떤 사람은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 성장통을 호소해야 할 만큼 큰 통증에 고생하기도 하죠. 정말 다행히도 성장통은 치명적 질환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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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간과 달리 기업은 거의 모두가 성장통을 심하게 겪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땅히 성공을 향해 나아가야 할 성장의 시기에 잘못된 대응을 하면 되레 망해버리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기업의 성장통은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무서운 병입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더 나아진 매출과 사세 확장 때문에 이 위험한 성장의 시기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죠. 기업이 이렇듯 안일한 대응을 하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성공에 대한 안일한 확신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성장이 위로만 뻗어나가는 그래프 마냥 순증으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이 경영자와 조직원들에게 자리 잡으면, 현재의 성공을 지키기 위한 조직 시스템의 구축을 등한시하고 앞으로의 더 큰 성장을 위한 투자는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기업의 성장곡선은 대부분 S자형 성장으로 설명하지만, 사실은 계단식 성장이라고 하는 편이 보다 정확합니다. 오랜 시간 쌓이고 쌓인 내공과 노력이 기업을 한 단계 위로 올려놓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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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월간 인재경영

 

최근에 발생한 딴지그룹의 노사문제는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오랜 고난의 시간을 버텨내고 나꼼수와 Bunker1 그리고 딴지마켓이라는 걸출한 콘텐츠로 한 단계 성장한 딴지일보, 하지만 '이제 직원들 월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안도감에 젖어든 그 때, 그간 미뤄놨던 기업으로서의 과제들을 해결할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과연 딴지그룹만의 문제일까요?


갑작스런 매출액 증가, 대규모 투자 유치 성공, 오버나잇 석세스와 같은 예상치 못했던 대박 등등. 기업은 이런 성공을 통한 급속한 성장의 시기에서 업종에 상관없이 같은 실수를 범합니다.


오늘은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챙겨야 할 일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인사적 측면


창업을 하고 상품을 개발한 후 판매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기까지 얼마의 기간이 걸리는 지는 기업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기업은 5년이 걸리기도 하고, 또 어떤 기업은 15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물론 기간에 상관없이 기본적인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고 망하는 기업이 전체 창업기업의 90%입니다. 그렇다면 이익을 실현한 기업들은 성공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에 의해 성공한 기업이라 평가받는 것, 누군가는 물론 내부 조직원들마저도 우리는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것, 모두 잠시의 일일 뿐입니다. 화무십일홍일이라고 할까요? 여기서 우리는 기업의 영속성이라는 화두를 만납니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무엇을 대비하고 챙겨야 할까요?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사람입니다.



 가. 단거리에서 마라톤으로 전환


기업이 창업 이후 손익분기점을 향해 매진하는 노력은 심장이 터져라 달리는 스프린터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때 부족한 자금을 대신해 모든 일을 해내는 기적 같은 힘은 노동력입니다. 스타트업의 창립 멤버들에게 '공신'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이런 피나는 노력을 해온 것에 대한 예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죽어라 달려 계속 발뒤꿈치를 잡아채는 실패라는 늪을 벗어난 기업은 숨고르기를 해야 합니다. 이제는 속도를 줄이고 기업의 앞길에 도사리고 있는 크레바스와 늪지대를 피하며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오아시스도 찾아야 합니다. 이전과 같이 죽어라 달리다보면 위험도 기회도 보지 못합니다.


창업초기 멤버들이 보여준 열정과 자발적으로 제공한 과도한 노동력에 의존하지 않는 인사 시스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할 시기가 바로 이때입니다. 경영자는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자. 우리는 오래 달릴 수 있는 마라토너가 되어야 한다는 지침을 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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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으로 새롭게 충원되는 인력들에게 과거에 우리가 그랬듯 너도 죽도록 노력하라는 요구를 하는 것은 경영자가 이런 지침을 주지 않았을 때 생깁니다.


 

 나. 새로운 조직, 새로운 인재


가시적인 성장의 단계에 진입한 기업에는 성공한 회사, 유명한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인재들의 이력서가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사장은 앞으로 확대하고픈 사업 분야를 이끌 인재들에 욕심을 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런 인재들을 받아들이기에 회사의 인사시스템은 조악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동안 살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서만 달려왔기 때문입니다. 취업규칙, 복리후생, 노사합의체 등을 '그래 언젠가는 갖춰야지'라는 생각으로 접어둔 채 오로지 현업의 최우선 과제만을 쫓았습니다.


당연히 회사의 인사 시스템은 갖춰진 게 없을 뿐 아니라, 돈을 벌고 회사를 성장시키는데 집중하기 위해 인력 대다수는 사업부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어찌어찌 수금하고 짜내고 자금 집행하며 위기를 넘겨온 관리부서(인사, 총무, 회계 등)는 인사시스템을 고민하고 큰 그림을 그려볼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이 상태에서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면 어떻게 될까요?


기존 인력들은 후배들에게 '노오력'을 강요합니다. 관리 부서에서는 그간 쭉 해왔듯 '많이 벌어오고 조금 쓰라'는 압박을 합니다. 신입 인력은 밖에서 바라보던 회사의 모습이 과장되었음에 실망합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선배들의 전설에 감화되어 오버클러킹 된 CPU처럼 일하고 스텝부서의 압박이 갑질이란 걸 인지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부서 간 이기주의가 생기고 조직 내에서는 사내정치 운운하는 정치꾼들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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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 회사 이야기인가 싶으신 분도 있겠지만 현실은 거의 모든 스타트업이 성장통을 겪는 과정에서 이런 일을 겪습니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무얼까요? 위대한 경영 컨설턴트의 지도? 


아닙니다. 우선, 


취업규칙을 공람하고 비치하십시오.


직원협의회를 만들던 상조회를 만들던 인력 간의 신구 조화가 일어날 수 있는 직원협의체를 발족하십시오.


직원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취업규칙을 보강하고 우리를 이 성공으로 이끈 창업정신을 포함한 사규로 발전시키십시오.


그리고 신상필벌을 통해 회사를 위한 개인의 자발적 노력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상을 받아야 할 일임을 인식시키는 동시에, 직책이 팀장이라고, 부서에서 자금집행권을 갖고 있다고, 조그마한 권력이라도 쥐고 동료의 위에서 군림하는 못난이들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는 걸 보여주십시오.


훌륭한 인사시스템은 경영 컨설턴트에게 사 오는 것이 아니라 사장과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만약 위에 제가 열거한 방법론이 전혀 시행된 적 없는 조직이라면, 아무리 많은 인재를 들여오더라도 남아나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손에 꼭 쥔 모래가 아무리 힘을 줘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말입니다.

 



2. 돈 관리? 회계? 자본?


기업들의 현주소를 살필 때마다 경영이란 단어에 어울리는 운영을 하고 있는 회사는 만나기 여려운 게 현실이었습니다. 한진해운 사태를 볼까요? 그게 어디 경영입니까? 욕심 많은 사장이 사리사욕이나 채우려고 운영하는 공단의 소기업보다 나은 게 보이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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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하물며 약간의 기대라도 갖게 되는 이름 있는, 꽤 업력이 긴 중소기업의 재무제표를 열어볼 때도 번번이 실망하기 일쑤입니다.

 

왜 그럴까요?


사장이 경영자로서 최소한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기에, 내부 관리부서의 무능과 무지를 검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자금의 운용에 대한 적절한 제어장치가 동작하지 않는 경우도 그렇습니다. 이 제어는 법인이라면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대표이사와 관리부서 간 자금 운용에 대한 업무 배분과 협의가 시스템적으로 동작해야 합니다.


이런 체계가 없는 상황, 혹은 시스템이 있어도 동작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사장이 즉흥적으로 투자와 자금집행을 결정하고, 관리부서는 단순무식하게 현재의 자금 내에서 비용을 통제하는 역할 밖에 하지 못합니다.

 

이런 기업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은 이렇습니다.


사장은 자신의 즉흥적 판단에 따라 돈을 씁니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 변경, 회사의 로고 변경 등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대한 변경을 즉흥적으로 지시하죠. 명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회사의 아이덴티티에 맞지 않는다', '전문가적 시각에서 봤을 때 이건 좀 아니다', '어차피 회사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에 아무런 부담을 갖지 않습니다.


또 관리부서는 소위 갑질을 시작합니다. 현업 부서에서 요청하는 비용에 대한 거부, 요구 예산의 임의적인 삭감 집행을 합니다. 그 명분은 비용의 통제지만 점점 현업 부서는 사장과 관리부서와 멀어져 갑니다.


이런 현상은 잠깐의 성공에 도취되었다가 망해가는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기업 내부에서는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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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소요와 전사적 자원의 활용을 통한 사업계획의 수립, 사업자금 집행의 전결 권한,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관리부서의 회계 보고, 주기적인 사업현황 점검과 변동비 분석, 순이익에 대한 유보금 결정과 직원 성과급 지급 등...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간 이런 거 없이도 성공했다는 자만, 여러 가지 의사결정 시스템의 구축은 되레 조직이 경직될 거라는 막연한 불안과 핑계 때문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자만, 불안 등을 떨쳐내고 위의 일들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계신 분이라도 대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고민하다 한숨이 날 수 있겠습니다. 제가 권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외부회계감사를 받는 겁니다. 외부회계감사 대상기업이 아니더라도 자발적으로 회계감사를 받으면서 어림짐작하던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다수의 기업을 감사하며 회계는 물론 사업과 조직에 대한 많은 경험을 한 회계사들에게 자문을 받아보는 거죠.


성장의 시기, 기업은 주먹구구식 돈 관리에서 벗어나 투명한 회계 관리와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자본 운영이라는 기술을 습득해야 합니다.

 

 


3. 기업에게 기술이란?


스타트업 사장들이 달력을 보면서 한숨 쉬는 이유는 비슷합니다. 매달 직원들 월급날은 왜 이리 빨리 찾아오는지, 휴일이 많은 달에는 물건을 팔 수 있는 날이 줄 텐데 그런 달은 어떻게 버틸지, 등에 속상한 것입니다.


그러다 회사의 매출은 늘고 월급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를 맞았다면 그 때부터는 돈을 잘 쓰는 게 중요해집니다. 나날이 성장하는 매출과 여유로워진 자금 사정에서 '투자'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사장이 축재를 하거나 임직원이 똘똘 뭉쳐 헤프게 돈을 쓰기 시작하면 화수분 같던 회사의 통장도 어느 순간 말라 있습니다.


성장의 시기에 '투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기업을 경영한 경우 대부분 위에서 제가 말한 수순을 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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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성장의 시기에 해야 할 투자 1순위는 무엇일까요?


뭐니 뭐니 해도 R&D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은 뼈에 새길 정도로 사업초기부터 R&D의 필요성을 느끼며 운영을 거듭해왔을 것입니다. 별거 아닌 부품이 국내에 없어서 해외에서 어렵게 수입했던 일, 외주개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기획했던 아이디어의 절반도 구현 못 하고 출시 시기까지 늦춰졌던 경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외주개발 단가 등등을 경험하면서 말이죠. 


그러면 얼른 부설 연구소를 세우고 연구원들을 뽑아야 할까요?


아닙니다. 자동차가 좋다고 운전도 안 배우고 차부터 살 수는 없는 일이죠. 우선은 지식재산권부터 점검하고 갖춰야 합니다.


사업 초기부터 급하게 내놨던 지식재산권들을 정리해 보고 지재권 출원에 투입된 비용과 등록과정까지 발생했던 문제를 분석해 보십시오. 우리 회사의 지재권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출원 아이디어는 어떤 분야, 어떤 임직원에 의해 주도되었는지 살펴보세요.


혹시 사장의 아이디어가 출원의 대부분이고, 출원은 많았으나 포기, 소멸된 것들이 많다면 회사의 직원들이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연구개발이 중요하다는 비전을 공유하지 못했다는 방증입니다.


사규를 통해 직무발명보상 체계를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전사적인 아이디어 창출을 도모하고 반드시 보상해야 합니다.

 

더불어 R&D예산의 수준을 사업계획에 반영해서 꾸준히 투자해야 합니다. 중장기적인 연구개발과 1년 이내의 단기적인 개발을 구분하고 R&D 활동에 대한 회계 계상을 하거나 혹은 관리부서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연구개발에 대한 예산을 관리부서의 간섭 없이 지속적으로 쓸 수 있도록 일정규모로 고정시켜 놓고, 반대로 예산이 있으니까 쓰고보자는 무절제한 사용을 관리부서가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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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이라면 레시피 개발이 R&D입니다. 여기서는 특허도 중요하지만 영업비밀 보호 방안을 갖춰야 합니다. 콘텐츠 제공 서비스업이라면 물리적인 특허가 아닌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특허를 갖춰야 합니다.


기업이 영유하고 있는 사업에서 우선 R&D의 방향을 찾으십시오. 그리고 직무발명보상과 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전 직원의 아이디어를 보상하고, 회사는 착실히 무형의 자산을 키워나가십시오.




4. 사장이 고민할 것


사장은 대부분 한 분야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전문가입니다. 적어도 기업을 일정한 궤도까지 끌어올린 사장이라면 그의 경영에 대한 평가는 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장님은 기술력과 사업아이디어가 특출하거나, 기업의 사업과 성장 단계에서 금융조달 능력이 뛰어났거나, 사업 각 분야에 인재들을 배치시키고 최선의 결과물을 도출하도록 이끈 용인술의 대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기에 진입한 기업의 사장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안주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광범위한 업무분야에 대한 통찰을 갖춰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까요?

 


 가. 작은 일에서 져 주고, 큰 사안에서 이겨라


전 분야에 걸쳐 있던 사장의 의사결정권을 거둬들여야 합니다. 각 분야의 중간관리자에게 전결권을 나눠줘야 합니다. 창업 초기에는 작은 결정 하나로도 회사가 위태로울 수 있지만, 이제는 여력이 있습니다. 행여 중간관리자가 잘못된 결정을 하더라도 기업은 충분히 그 충격을 완화할 자본과 조직이 있습니다. 신제품의 브랜드, 사옥의 인테리어, 부서회식까지 모두 사장이 나서다 보면 중간관리자는 성장할 기회가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사장이 자신의 부족한 역량을 강화할 학습의 시간이 없습니다.

 

반대로 회사의 미래에 대한 고민, 미래에 맞닥뜨릴 수 있는 위기와 기회를 고민하는 것은 오롯이 사장의 몫입니다. 회사를 총체적으로 살필 수 없는 직원들은 새로운 혁신과 도전에 반감을 가집니다. 안락한 지금의 삶이 주는 관성이지요. 이때 직원들을 설득해서 다시 과거의 창업정신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사람은 사장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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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다시 사람을 보라


뭐해라, 어째라, 라는 식의 컨설팅은 읽는 사람에게 부담을 줍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부담을 줄여보려고 사례 위주로 접근하는 걸 좋아합니다. 인재경영이 어찌해야 한다는 것보다 반면교사의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창업 초기의 어려움을 뚫고 성공의 궤도에 오른 '갑'이라는 회사의 사장은 더 큰 성장을 위해 영업, 기술 위주로 구성된 회사의 조직에 관리 부서를 강화합니다. 회사의 틀을 잡겠다는 생각이었죠. 이때 관리 부서를 만들면서 영입한 인재들은 최고의 학벌, 대기업 출신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런데 사장의 안배와 달리 이 인재들이 아무런 역할을 못 합니다. 명문대와 대기업이라는 후광을 빼놓고 보니 새로 영입한 인재들은 스스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던 거죠. 하지만 사장은 이런 상황을 모르고 현업부서와 관리부서는 매일매일 기 싸움에 시간을 소비했습니다.

 

사장은 이제 스타가 되었습니다. 정부부처의 무슨 무슨 위원회에도 나가야 하고, 동향 기업 선후배들이 모인 동창회도 뒤로 미뤄둘 수 없습니다. 무슨무슨 협회 회장도 해야 하고, 언제나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많습니다. 직원들은 회사에서 사장의 얼굴을 보기 힘들어집니다.

 

이제 사장을 감싸고 있는 관리부서는 그 유리함을 살려 사내정치에서 승리를 하고 갑질을 시작합니다. 창업공신들은 하나, 둘 회사를 떠나고, 새로운 인재들은 운 좋게 영입되어도 외부에서 보던 기업의 모습과 다른 불합리함에 당황해하며, 그저 무기력한 월급쟁이 생활이나 해야겠다고 타협, 아직은 이름값 있는 회사의 사원증을 목에 걸 수 있다는 거에 만족하고 맙니다.

 

'갑'이라는 가칭의 회사는 어쩌면 별이 될 거라 기대했던 많은 유망기업의 마지막 모습과 같습니다. 성장기 기업의 임직원이라면 제가 위에서 얘기했던 사례가 자신의 기업과 유사하지는 않은지 한 번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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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경영은 미래의 위기를 회피하는 것


경영에 대한 정의는 어쩌면 경영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학자의 수만큼이나 많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경영에 대한 정의와 사장이 해내야 할 일에 하나로 미래 위기에 대한 예측과 대비를 중요하게 봅니다. 결국 기업은 '영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제를 추구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재수 없이 돌부리에 걸려 자빠지는 황당하고 억울한 일은 겪지 않는 기업이 경영의 목표가 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성장기의 기업들에게 다가오는 위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리의 상품 판매를 급감시킬 경쟁사와 대체제의 출현, 태풍과 지진 같은 자연재해, 금융위기로 인한 정상적인 자금조달 경로의 경색 등등, 참 많이 있습니다. 어떤 것은 기업의 저력, 사장의 능력이 감히 통제할 수 없는 위험요소도 꽤 많습니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대비할 수 있는 걸 먼저 챙겨야겠죠.


예측 가능하고 대응할 수 있는 사안은 대비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성장기 기업들은 어떨 땐 무지와 무식으로 또 어떨 땐 '나 하나쯤은 어떠랴, 다들 그러는데', '이 정도면 우리는 다른 기업에 비해 잘하고 있다'는 자위를 하며 등한시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노동법의 준수, 세법상 탈세의 위험 감지, 지식재산권 및 저작권법 위반 등이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그것입니다. 창업 초기의 열정페이 문제 해결, 단순한 예금관리 수준의 회계를 업무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관리부서의 보강, 언젠가는 한 번쯤 정리해놔야지 했던 소프트웨어의 구입 등입니다. 아무리 마음이 급하더라도 바로 이런 것들을 성장기에 정리해두고 한 발을 내 디뎌야 합니다.

 

취업규칙을 세우고, 외부회계감사를 받고,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아주 기본적인 일을 미뤘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미래의 위기를 자초하는 겁니다. 성장기에 접어든 기업에서 어렵게 번 돈이지만 과감하게 집행해야 할 이유가 있는 항목들이니 챙겨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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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만 개의 법인이 창업하고 자영업자까지 합치면 70만 개의 사업장이 창업을 합니다. 그러나 이 중 대다수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폐업합니다. 끔찍한 죽음의 계곡을 넘어 성장기에 접어든 기업은 사업 초기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창업 기업들이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영역에 올라선 영웅들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영웅들이 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탈세를 일삼는다면 그 일그러진 영웅들은 사회의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고 기업가의 사명은 단지 돈을 버는 것이라는 천박한 배금주의의 양분이 될 뿐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념적 고찰과 시행착오, 탐욕의 자본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 속에 민주사회의 중요한 축으로 기업 민주주의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성장기의 기업들에 희망을 거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종래의 기업들이 도달하지 못했던 노사 관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재치와 아이디어로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영웅들의 건투를 빕니다.







지난 기사


1. 비상장주식

2. 영업비밀 겸업, 그리고 경업

3. 사장의 월급

4. 혁신적 기술과 신제품을 위한 연구 개발

5. 기술개발자금

2014 결산. 컨설팅 일기

6. 지적재산권 1

7. 지적재산권 2

8. 우리회사 자산은 얼마일까

9. 니 사업을 알아라

10. 판매 예측과 적용: 패턴을 파악해라

11. 기업의 조사와 평가: 경남기업 협력사를 위로하며

12. 구매의 기술 (번외편 : 팬텍의 몰락)

13. 원가와 가격: 승부는 원가에 있다

14. 브랜드 : 회사의 브랜드와 정체성

15. 협상의 기술

16. 기업이 신년에 할 일

17. 프리젠테이션의 기술

18. 기업과 직원 : 사람 경영

19. 외국 수출은 '대박'일까

20. 무역 : 수입할 때 알아야 할 것들

21. 적정 IT 기술 : IT 구축, 쫄지말자

22. 고객 만족, 뭐시 중헌지 알아야 된다






[편집자의 뱀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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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필진 '워크홀릭'이 <회사팟 Cobllat Blue>라는 팟캐스트에 출연한다고 한다.

본인의 소개에 따르면 


제가 최근에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딴지일보에 연재하는 컨설팅일지와 시너지를 만들어보려고 나름 노력하고 있는데 

이제 시작이니 좀 더 열심히 쓰고 열심히 방송하는 거 외엔 딱히 뭘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라고 하니, 수줍은 목소리 한 번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과감히 (링크)를 누질러 주시라.


이상.





워크홀릭

트위터 : @CEOJeonghoonLee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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