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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주의 경제 일정

 

이번 주 수요일은 경제계에 매우 중요한 하루가 될 것이다. 먼저 일본 은행이 지난 3년 반 동안 시행해온 경기부양책에 대해 총괄적인 자체검토 내용을 발표하고, 이러한 검토 내용에 따라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뒤이어 미국 연방준비은행에서는 기준금리 변동에 대한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일종의 재정정책의 더블헤더가 각각 세계 3위와 1위의 경제 대국에서 열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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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관심을 사로잡는 건, 단연 미국이다. 전 세계 투자자들과 경제인들이 지금 연준만 쳐다보고 있다. 제일 중요한 부분은 기준금리의 인상 여부인데, 이번 9월 회의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거라는 시장의 예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요한 결정들이 그렇듯이(브렉시트를 떠올려보자. 나도 속고, 소로스도 속았다), 시장의 예측대로 흘러가리란 법은 없다. 또한, 이번에 올리지 않더라도, 과연 11월이나 12월에 연준이 움직일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것임으로, 인상 여부와 무관하게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2. 왜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이슈인가


사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려봐야, 그거 아마 0.25%일꺼다. 그거 한 번 올린다고, 변동금리로 돈 빌린 기업들의 파산이 줄 잇고, 실물경제에 쇼크가 올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기준금리 인상이 중요한 이유는, 이번 인상이 '정상화'를 시사하기 때문이다. 2008년도 금융위기의 여파로, 줄곧 제로에 머물렀던 미국 기준금리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인상된다면, 미국기준 금리는 2~3% 수준까지 꽤 빠른 시간 안에 올라갈 수도 있다. 실제로, 전임 연준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은 인터뷰에서, 일단 기준금리라는 게 한 번 올라가기 시작하면,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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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Bloomberg

 

금리인상이란 게 시작이 어려운 거지, 한두 번 올리다보면 몇 년 안에 예년수준으로 기준금리가 돌아가는, 꽤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거다. 혹시, 2~3% 대로 올라가진 않더라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한 번 올린 금리는 다음 경기 침체가 있기 전까진 다신 안 내릴 거라는 점이다. 




3. 왜 연준은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나


일단은, 미국 경제가 그동안 계속 회복기를 가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계속해서 상승하는 일자리 지표는 물론, 집값 및 주가에 이르기까지 경제 전반에 세부 수치가 꽤 괜찮게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같이 낮은 금리를 오래 유지했다가는, 자산가격이 지나치게 올라버릴 수 있다. (금리가 낮으면, 돈을 저축했을 때 수익율이 낮아지므로, 더 많은 돈이 주식 등으로 유입되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 및 부동산 가격은 상대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또한, 요 몇 년 사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미국을 제외한 여러 나라에서 제기되어왔기 때문이다. 연초에는 중국이 넘어간단 떡밥이 계속 돌았고, 6월엔 브렉시트 발 쇼크가 시장을 강타했으며, 지금은 유럽발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위기설의 대상이 바뀔 뿐, 위기감 자체는 사라지지 않고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마지막 전세계적 금융위기가 2008년이었으니, 2년 안에는 뭐가 터져도 터지지 않겠는가라는 게 일반적인 시장의 생각이다. 이런 위기감이 임박한 상황에서 연준은 다음 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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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연준의 다음 수란 게 뭔가


연준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을 통해서 경제를 컨트롤한다. 기준금리를 변경한다든가, QE(양적완화 – 중앙은행이 국채나 기업채권 등을 사줘서 시장에 돈을 푸는 행위) 등을 통해서, 시장에 도는 돈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댐처럼 경제가 괜찮을 때 남는 돈을 가둬놨다가,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돈을 푸는 게 연준의 역할이다. 평균적으로 경제위기가 닥치면 연준은 약 기준금리를 5% 가량 인하하는 걸로 맞대응해왔다.

 

근데 지금 기준금리가 0.25%다. 꼴랑. 댐의 물이 차지도 않았는데 가뭄이 발생하는 것처럼, 기준금리가 낮을 때 경제위기가 닥치면 연준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달 옐렌 여사님은 잭슨홀 미팅에서 Footnote 8이라고 불리는 마이너스 금리 떡밥을 던지시긴 했는데,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기회에 한 번 길게디벼보겠다.) 그러니 연준 입장에서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미리미리 올려놔야 된다는 게 매파에 의견이다.

 



5. 그럼 왜 안 올렸나


일단, 연준 의장인 옐렌은 계속해서 소비 등의 지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인상은 하지않겠다라는 신중론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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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인상을 서두를 경우, 지금처럼 시장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일종의 공황상태를 유도할 수 있으니, 신중해야 된다, 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나는 위의 해석보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 아닌가 추정해보고 싶다. 국외적으로, 중국 경제둔화, 브렉시트, 이탈리아 금융위기 등 굵직한 이벤트가 많아서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운 것도 있고, 국내적으로 봐도 미국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힐러리와 트럼프 모두가 자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약한 달러(달러의 힘이 약해지면, 미국기업의 수출이 늘어남)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와중에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렸다가는, 전 세계의 돈이 다 미국으로 몰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 유럽 등은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 완화를 병행하는 데다가, 한국, 중국 등도 금리를 낮추고 있는데, 미국만 잘나간다고 기준금리를 올리는 '역주행'을 했다간, 전 세계 자금이 안전하고 금리가 올라가는 미국으로 일순간에 몰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국 기업들의 수출은 감소할 수 있고, 부동산과 같은 자산가격만 올라버릴 수 있기에, 연준은 골치가 아플 것이다.

 

아무리 미국이 기축통화를 쥔 세계 패권국이라고 해도, 전 세계 경제가 긴밀하게 연결 되어있는 현 시장상황에서는 주변 나라 상황을 살피면서 정책적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연준 입장에선 경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준비가 되었어도, 자국 선거와 타국에서의 정치적 이벤트 등에 정치적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으면 섣불리 인상하긴 어렵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정치(그게 국제정치든, 국내정치든)는 경제적 정책을 선행한다.

 



6. 이랬다가 또 경제위기가 닥치면 어쩌냐?


기준금리는 이미 바닥인데, 뭔짓을 해도 경제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을 이미 겪은 나라가 있다. 그것도 지난 수십 년간. 바로 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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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금리, 대규모 경제부양책 등의 카드들을 가장 공격적으로 주장해왔던 게 아베 정권이고, 이러한 정책을 시행한 게 일본은행이다. 거시경제학자들의 실험실이란 별명처럼, 일본경제에 대해 여러 명의 저명한 석학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해왔고, 이에 따른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그래서 나는 일본 엔화를 쇼팅해왔고 결론적으로 돈을 잃고있다. ㅠㅠ)

 

이번 주 수요일, 일본은행의 성명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일본은, 어찌 보면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의 암울한 미래일 수 있고,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는 실험의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다가올 세계적 경제침체에 대한 파훼법이 달라질 수 있다. 과연 어떤 식으로 일본은행이 결론을 내리고, 추가적인 카드가 제시될지, 혹은 손을 놓고 지켜봐야 되는지, 재미있는 한 주가 될 것 같다.





씻퐈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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