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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8. 02. 금요일

Ath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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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1편>에서는 ‘오글거리는 사춘기적 감정과 자의식 과잉의 오바질’을 좀 했었습니다. 


이름 모를 들풀로 여겨지기엔 너무나도 아쉬운 풀들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불러주고 싶어서 그랬겠거니 하시길 바랍니다. <향신료 2편>에서는 대표적인 향신료인 마늘, 파, 생강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고추는 <고추장편>에서 이야기 했으니 그것으로 갈음하겠습니다.


지난주에 시골집에 가서 늦은 마늘을 수확했습니다. 늦은 마늘은 한지형 마늘 혹은 육쪽마늘 이라고 부릅니다. 군산은 그닥 춥지도, 그렇다고 따뜻하지도 않은 곳이어서 한지형 마늘과 난지형 마늘 모두를 재배합니다. 난지형 마늘은 수확이 빨라 이른 마늘, 한지형 마늘은 수확이 늦어 늦은 마늘이라고 부릅니다.


군위, 의성, 안동이 연결 되는 중앙고속도로 변에는 넓디넓은 마늘 밭들이 있는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마늘이 한지형 마늘, 즉 ‘의성육쪽마늘’입니다.

 

육쪽마늘.jpg


한지형 마늘은 말 그대로 추운 곳에서 자라는 마늘입니다. 내륙 산간의 추위에서도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녀석들이지만 겨울이 되기 전 싹을 틔우면 얼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싹을 틔우지 못하게 10월~11월 경에 마늘을 심고 볏짚을 덮고 왕골겨를 뿌려 얼지 않고 월동을 하도록 도와줍니다.


마늘은 월동을 해야만 생장이 촉진되어 씨앗을 맺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지형 마늘이건 난지형 마늘이건 일단은 추위를 타게 만들어 줍니다. 이런류의 작물들이 몇 가지 있는데, 대표적으로 보리와 밤이 그렇습니다.


보리는 벼를 수확하고 늦가을에 파종을 합니다. 겨울이 되기 전에 꽁알꽁알 손가락 한 마디 만한 보리 싹이 올라오는데 눈 맞고 찬바람 맞아도 이 어린것이 죽지 않고 겨울을 견뎌내죠. 섣달 보름이 지나 봄 기운이 어설피 보일 때 보리밟기라는 것을 했었습니다. 땅이 얼면서 부풀어 올라 보리 뿌리가 땅에 닿지 못해 쩔쩔매니 그것을 밟아 뿌리가 땅에 닿게 해주는 것이었죠.


어린 마음에 이것들을 밟으면 죽지 않으려나 하고 밟으면서도 할매한테 “안 죽어? 안 죽어?” 하고 물으면 “보리는 작신작신 밟어줘야 좋다고 헌단다.” 라며 피식피식 웃었던 기억도 나네요.


보리는 모진 추위도 견디고 발매도 견뎌내고 봄이 되면 뭉클한 초록바다를 만들어 냅니다.


보리밭~1.JPG


밤도 나무로 키워내려면 추위를 타야 합니다. 이런 경우 보신 분들 있으실 겁니다. 마늘이나 밤을 따뜻한 곳에 그대로 두면 싹이 나지 않고 우두커니 잘 있는데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오기만 하면 이것들이 꼼지락꼼지락 싹을 틔워내거등요. 야들의 유전자에 그러라고 새겨져 있나 봅니다. 싹이 났어도 독성도 없고 상한 것도 아니니 버리지 말고 잘 다져서 드시길 바랍니다. 마늘 싹 맛이 의외로 갠찮슴다. 네.


다시 육쪽마늘로 돌아와서, 이렇게 늦가을, 초겨울에 마늘을 심어두면 이듬해 봄에 싹이 올라옵니다. 4월 경이 되면 대파는 뻣뻣해지고 마늘대는 보들보들하니 맛있을 때여서 이즈음 시장에 나가면 마늘대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마늘대는 된장, 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맛이 좋지만 회무침에 큼직큼직하게 썰어 넣어 무쳐 먹으면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입니다. 마늘대는 봄철 외에는 맛볼 수 없으니 4월 경에는 잊지 말고 마늘대를 맛보시길...


난지형 마늘은 4월부터 마늘쫑이 나오기 시작하고 한지형 마늘은 5월 경에 마늘쫑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마늘쫑은 마늘의 꽃대입니다.

 

마늘쫑.jpg


마늘에도 꽃이 핍니다. 보통 꽃이 피기 전에 마늘쫑을 뽑아내기 때문에 마늘꽃을 보기 어렵습니다만 마늘쫑을 뽑지 않고 그대로 두면 꽃을 피워내고 얼마 후에 열매를 맺게 됩니다.


이 열매를 ‘마늘씨’와 구분하기 쉽게 ‘마늘 씨앗’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마늘쫑을 뽑는 이유는 땅 아래 마늘을 더욱 살찌우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식물이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데 온 정성을 쏟기 마련입니다. 마늘도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려고 온 에너지를 그곳에 쏟아 붓기 때문에 마늘쫑을 뽑아주지 않으면 마늘이 크게 영글지 않습니다. 봄철 간장에 볶은 마늘쫑 볶음과 마늘쫑 장아찌는 흔하게 맛볼 수 있는 좋은 반찬입니다.


마늘이 크게 영글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마늘의 마늘쫑을 뽑아내는 것은 아닙니다. 튼실한 몇 대의 마늘은 꽃을 피워 열매를 맺도록 내버려 두지요. 그러면 40~50알 정도의 마늘 씨앗을 맺게 됩니다.

 

마늘씨앗.jpg


왼쪽은 마늘쫑에서 맺은 마늘 씨앗이고 오른쪽은 그 씨앗을 털어낸 것입니다. 크기는 보리알보다 조금 큽니다. 이 낱알 하나하나가 모두 마늘입니다. 맛도 마늘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마늘의 껍질을 벗겨 먹기는 좀 곤란하겠죠.


이것은 말 그대로 씨앗입니다. 이 작은 씨앗을 심으면 이듬해 외마늘이 생겨납니다.

 

외마늘1.jpg


마늘 씨앗을 심어 생겨난 외마늘입니다. 쪽이 나뉘지 않고 마늘 하나만 맺기 때문에 외마늘이라고 부릅니다. 혹은 알밤처럼 생겼다고 해서 알마늘이라고도 부릅니다.


외마늘 2.jpg


참 귀엽게 생겼죠.


외마늘은 모양도 예쁘고 까먹기도 편리합니다. 저는 외마늘이 맛도 좋은 것 같습니다. 외마늘은 씨앗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장 환경이 좋지 않거나 땅에 심은 마늘씨가 작을 때 쪽을 나누지 않고 이 모양으로 자라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라난 외마늘을 가을에 다시 심습니다. 그러면 이듬해 쪽을 나눈 마늘로 자라게 됩니다. 이렇게 마늘 씨앗을 심어 육쪽마늘로 키워 내려면 2년~3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디고 수확량도 적어서 마늘 씨앗을 심기 보다는 다 자란 마늘 씨를 심어 바로 육쪽마늘로 키워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종을 오랫동안 보전하고 싶다면 튼실한 마늘 몇 대 정도는 마늘쫑을 뽑지 않고 씨앗을 받아 그것을 2~3년에 걸쳐 길러내는 것이 옳은 방법입니다. 엄마는 이런 식으로 오랫동안 마늘을 재배해 왔습니다. 제 기억에 마늘 종자를 사다 심은 기억은 없는 것으로 봐서 적어도 30년 이상은 종을 유지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늘이 독하지 않고 약간의 단맛을 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엄마의 마늘은 날것으로 먹기에 좋습니다. 김치, 물김치를 담았을 때도 감칠맛을 더해주고 냉국에 넣어도 향긋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고기를 먹을 때 한 알씩 얹어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지요.


종종 식당에서 통마늘을 씹었다 죽을 고비를 넘긴 경험이 몇 번 있었는데 중국 마늘이었습니다. 중국 마늘은 씨알이 굵고 매운맛과 향이 강합니다. 날로 먹기엔 좋지 않지만 조리를 할 땐 좋은 향과 맛을 냅니다. 특히 고기 요리를 할 때나 볶음 요리를 할 때 누린내를 잡고 싶다면 중국 마늘이 좋습니다.


중국산 마늘이라고 타박만 하지 말고 용도에 맞게 사용한다면 좋은 식재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얄팍한 돈 욕심 때문 일테고 그 중심엔 한국 수입업자들이 있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중국산은 무조건 '맛 없다'가 아니라 중국산은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옳은 표현일 듯 싶습니다. 또한 중국의 농민들도 순박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에서 농사 짓다 한국으로 건너온 아주머니가 가슴을 치고 언성을 높이며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돕니다. 


“중궉 농민들, 얼마나 고생해서 농사 짓는지 아나. 땅도 이 조선땅하곤 달라서 얼마나 검고 좋은데. 그 땅에서 난 배추는 어린 아새끼만 해. 얼마나 알차고 아삭아삭한데. 무는 또 어떻고. 저저저 총각 허벅지 만은 할 것이네.(날 보고 한 말임 ;;;) 고것도 얼마나 달고 맛있는데. 아니 고론데 요 썅간나들이 뭔 지랄을 하는지 그 좋은 배추가 요기로 오면 퍼석퍼석하니 누리끼리 해. 고 지랄하는 아새끼들은 중국 같았으면 바로 사형이라.(조선족이나 중국 사람들하고 지내다 보면 사형 얘기를 상당히 많이 합니다. 네 ;;;) 중국산, 중국산 하지 말고 당신네들 고 썅간나들부터 잡어서 맥아지를 따란 말이오!!”


씩겁하기도 했고 틀린 말도 아니어서 고개만 주억거렸습니다.


다시 마늘로...


한지형 마늘은 위와 같은 생장 과정을 거쳐 수확하게 되고 난지형 마늘은 한지형 마늘에 비해서 한 달 정도 미리 심고 한 달 정도 미리 수확하게 됩니다.


지난주에 육쪽마늘을 수확했으니 한 달 전에는 난지형 마늘을 수확했겠죠. 난지형 마늘은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는 마늘입니다. 그래서 전라, 경상남도 지역과 서해안 일대에서 많이 재배됩니다.


난지형 마늘은 한지형 마늘에 비해 쪽수도 많고 크기도 커서 우리나라 마늘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군요.

하지만 확실히 맛에서는 육쪽마늘에 뒤처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난지형 마늘은 10월 경에 땅에 심으면 밤에는 춥고 낮에는 따뜻하니 겨울이 되기 전에 싹을 틔웁니다.


이렇게 싹을 틔운 상태로 보리처럼 겨울을 나고 봄이 되어서 줄기를 뻗어 나가 마늘을 키워내게 됩니다.


마늘비교.jpg


그림에서 보듯이 난지형 마늘은 육쪽마늘에 비해 통이 큽니다. 수확량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우리 집에선 육쪽마늘은 조금 심고 난지형 마늘을 많이 심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육쪽마늘이라고 모두 여섯쪽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섯도 있고 일곱도 있지요. 한지와 난지를 구분하는 방법은 위 그림처럼 배열을 확인하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한지형 마늘은 마늘대를 중심으로 빙 둘러 한가지 배열로 되어 있지만 난지형 마늘은 틈틈이 제멋대로 박혀 있습니다. 육쪽이라고 샀다가 다섯 개만 들어 있는 것을 보고 너무 서운해 하진 마시라능...


수확한 마늘은 잘 말려야 상품이 됩니다. 마늘, 양파, 락교를 만드는 파씨는 말리는 과정에서 단단히 영글게 됩니다. 막 밭에서 캐낸 마늘을 까보면 양파처럼 겹겹이 나눠지지만 말리는 과정에서 하나로 단단히 합쳐지게 됩니다.

마늘을 막 수확해 말리기 시작할 때는 햇볕에 널어 줄기가 바삭바삭해질 때까지 말려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허성구성 말려 마늘 사이에 박혀있는 마늘대가 마르지 않았을 경우 아까운 마늘을 썩히게 되고 맙니다.


그렇다고 만날 햇볕에만 널어 둬도 곤란합니다. 너무 오래 볕을 쪼이면 마늘이 익게 되고 시간이 지나 김장철에 마늘을 까보면 누렇게 말라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5일에서 일주일 정도 볕에 말린 마늘을 그늘지고 바람 잘 통하는 처마 밑에 걸어 두고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보관방법입니다.


IMG_1350(800x598).jpg

요렇게


처마가 없는 집은 마늘만 양파망에 담아 대롱대롱 매달아 두면 김장철까지는 무난히 보관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 했듯이 마늘은 추위를 타고 나면 싹을 틔우기 때문에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마늘이 한창 출하되는 5월에 시장에 나가면 말리지 않은 마늘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말리는 수고를 덜었기 때문에 값은 저렴합니다. 이 마늘을 구입해서 잘 말려 응달에 걸어 두면 잡것도 쫒고 신선한 마늘도 1년 내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늘만으로도 이렇게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파와 생강은 다음으로 미뤄야 할 듯합니다.



이 글을 빌어 <알고나 먹자>를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처음 된장을 시작할 때 이런 글이 잼 있을까 싶어 친구에게 미리 보내 물어도 보고 그랬는데 막상 글을 올리고 나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손녀라도 있으면 안고 뛰며 기뻐하고 싶은 심정였습니다.ㅋㅋㅋ


성격이 모나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성격였는데 요즘은 너무 나대서 문제일 정도로 딴지에서 큰 기운 얻었습니다. 전문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고 대부분 몸땡아리로 부대끼며 알게된 것들이어서 촌스럽고 감상적인 부분들이 더러 있는 줄 압니다.


어쩌겠습니까. 손꾸락이 오그라들더라도 그려려니 해 주시길 바랍니다.

 

특별히 연연풍진님께 감사드립니다. 두 번씩이나 글 독촉을 해 주셔서 정신차리고 마늘을 써 내려갔네요. ㅎㅎㅎ 감사감사.

 

앞으로 향신료가 끝나면 해산물과 곡물로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Ath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