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13. 07. 10. 수요일

편집부 홀짝










7월 첫째 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발표됐다. 다음은 한국 갤럽과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이다.


갤럽.jpg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추이-한국갤럽


리얼미터.jpg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추이-리얼미터

 

조사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한국 갤럽 발표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최고점을 기록했다. 반면 리얼미터 결과에서는 3주 연속 지지율이 하락했다. 변화 추이에 있어서는 두 기관의 결과가 상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어찌됐든 이 여론조사 결과가 사실의 반영이라면 부인할 수 없는 결론은 한 가지다.


국민의 60%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 갤럽에 따르면 단 16% 만이,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28.4% 만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만약 당신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결과에 아연실색할 것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파문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라는 두 개의 거대이슈, 핵폭탄이 터졌음에도 이러한 지지율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추측 가능한 원인은 두 가지 정도다.


핵폭탄이 표적을 빗나갔거나, 터지고 보니 핵폭탄이 아니었거나


필자의 결론은 두 가지 다이다. 대통령의 침묵과 선 긋기로 표적은 빗나갔다. 그리고 새누리당의 가열찬 물타기는 아예 폭탄의 위력 자체를 떨어뜨렸다. 때문에 7월 첫째 주의 대통령 지지율 결과 발표는 누군가에게는 안도의 한숨이자 승전보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당혹스러움과 함께 처참한 결과로 다가왔을 것이다.


승리한 이들은 이미 승전가를 부르며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매경.JPG

출처-<매일경제>


조선.JPG

출처-<조선일보>

 

이들이 공통적으로 분석한 승인은 하나다.


침묵과 선 긋기


국정원 대선 개입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라는 핵폭탄급 악재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취했던 행동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었'다.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고, 기껏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고는 국정원은 스스로 개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정도였다.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국가 기관의 부정을 통해 당선된 대통령이, 그것도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이를 역이용하면서 상대 후보를 공격했던 후보가 할 수 있는 최고 경지의 유체이탈과 무책임한 침묵이 어떻게 이들에게 승리 요인이 될 수 있었다는 말인가.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이 말도 안 되는 전략이 먹혔다. 그것도 지금까지는 완벽하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분석한 위의 두 기사는 한 편으로는 대통령에게 이렇게 조언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하면 되, 이렇게만 하면 계속 이길 수 있어


대통령-여당-언론의 삼각 공조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 만으로는 이해 할 수도, 납득 할 수도 없는 이러한 결과는 여당과 언론의 전략을 결부시키면 어느 정도 실체가 드러난다. 이들의 치밀한 연계 플레이, 각자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기만 하면 결과는 보장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의혹과 논란을 진흙탕 싸움으로 만드는 데 주력했다. 뻔뻔하게 물을 타면서도,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당당하게 하면서도 망설임이 없었다. 철저하게 싸움을 정쟁으로 몰고 가기만 하면 됐다. 이들은 두 가지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국민은 진흙탕 싸움에 피로감을 느껴 사안 자체에 무관심해 질 것이고, 따라서 문제의 본질은 박근혜 대통령과 점점 멀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전략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 언론.


MB정부 초창기부터 이들이 그렇게 온갖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방송을 장악하려 했던 이유. 그러한 시도에 맞서 끝까지 극렬하게 저항했던 사람들의 이유. 결과적으로 기존 지상파 3사와 종편, 그리고 보도 채널까지 방송 언론은 그들의 것이 되었다. 그들은 지나치게, 그리고 미련하리만치 무자비하게 밀어 붙였다. ? 무엇을 위해?


파업.jpg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과 무책임한 침묵은 언론을 통해 정쟁과는 거리를 두고 민생에 주력하는대통령의 모습이 된다. 여당의 뻔뻔한 물타기와 거짓말은 적당한 선에서 합리적인 의혹 제기로 만들어 주거나 야당과의 한심한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어 버린다. 물론 이 진흙탕 싸움에서도 방송은 언제나 그들의 편이다. 아, 아예 기사를 쓰지 않는 방법도 포함되겠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앞으로의 국정원과 NLL 이슈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는 어렵지 않게 추측이 가능하다. 한 번 가정해보자. 그것도 핵폭탄이 제대로 터졌을 경우로다가.


이번 주 <시사IN>이 언급한 바와 같이 국정원 이슈의 사실상끝판왕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다. 사실상인고 하니, 김무성 의원의 바로 뒤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어떻게 해서든 김무성 만은 사수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만약 이들의 사수 의지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의원에까지 이번 이슈의 파급이 미쳤을 경우, 바로 이 경우가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정부와 여당이 가장 크게 좆되는 경우다. 그럼 이러한 상황이 실제로 닥쳤을 때, 우리의 레이디 가카는 어떻게 난국을 타개할 것인가?


상황이 극한으로까지 몰리면 박근혜 대통령은 가차 없이 김무성을 쳐낼 것이다. 그것도 아주 비장하게. 이건 예상이라 할 것까지도 없다. 당연히 그럴 테니까. 그리고 언론은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의 용단을 이렇게 표현하지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읍참마속


원칙과 신뢰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오른팔마저도 과감하게 자를 수 있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 이렇게 또 박근혜 대통령은 별다른 내상 없이 또 한 번의 고비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김무성 의원이 책임지게 되기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는 심각한 타격이 될 거라고 예상하는 의견이 있지만, 어차피 정치인 박근혜는 2인자 따위는 키우지 않는 사람이다. 때문에 이 경우에도 '나는 몰랐던 일임, 쟤가 그냥 알아서 다 한거임'하고 선을 그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내쳐진 김무성 의원은 시간이 지나고나면 언제든 화려하게 복귀할 거고. 물론 소설이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예상하는 정부, 여당이 가장 좆되는 시나리오가 고작 여기까지다. 내 욕심이 너무 커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으로 봐서는 상황이 여기까지 조차 미치지도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꽉 짜여진 삼각 공조 시스템 속에서도 MB의 지지율은 왜 바닥을 쳤을까? 그에 비하면 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렇게나 확고부동한가


유추할 수 있는 답이라고는 딱 하나, MB가카 밖에 없다. MB는 정말이지 역사상 전무후무한 최강의 욕망 덩어리 대통령이었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되는 지역별 유권자 수의 차이, 친정부 성향의 언론, 게다가 국가 기관의 선거 개입까지!-검찰과 경찰의 서포트는 아직 거론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완벽하게 유리한 상황에서도 지지율이 최악으로 떨어졌던 이유, 심지어 정권 교체까지 시켜 줄 뻔했던 이유는 대통령이 MB여서말고는 설명이 안 되는 것이다.


MB의_추억.jpg

추억이라 하기엔 너무나 아찔했던 그...


MB의 순수한 욕망 앞에는 니편, 내편이 없었다. MB 정권 5년 동안에는, 아마도 같은 편인 그들 또한 적지 않게 환장했을것이다. 가만히만 있어도, 아니 심각한 사고만 치지 않아도 손쉽게 이길 수 있을 만한 여건 속에서 판세를 박빙으로 만들어버리는 MB의 능력. 그것을 견뎌낸 그들은 드디어.


드디어 그들은 정말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대통령을 손에 넣었다


MB가 순수한 욕망 덩어리였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아예 실체가 없다. 굳이 표현하자면 욕망의 통로랄까? 말 그대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대통령인 것이다. 실체가 없는, 수구세력의 욕망이 만들어낸 사념체. 잘 포장된 이미지하나 만으로 여기까지 승승장구 해왔다. 포장된 이미지, 그 안에 텅빈 공간은 뭐든 채워 넣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통제불능의 욕망 덩어리 MB를 견뎌낸 그들에게는 말그대로 가장 이상적인 대통령이 아닐까?


실제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캠프는 참으로 다양한 색깔과 이력을 가진 사람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었다. 김지하가 그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가신이었던 한광옥마저 끌어들였다. 김종인은 박근혜 캠프에서 경제민주화를 만들어 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대통령 박근혜 라면 정말 내 꿈이 현실이 될 것만 같았으니까, 워낙 무색 무취해서 내가 살짝 담그기만 해도 내 색깔이 나올 것만 같았으니까...


내꿈.jpg


고작 5년 단임제대통령을 뽑는 대선을 앞두고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초조해 했던 이유, 그리고 결과가 나왔을 때, 48%의 유권자가 심각한 집단 멘붕에 빠졌던 이유가 혹시 이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대통령 박근혜 이후에는 정권 교체의 기회마저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 닉슨 대통령을 사임으로까지 몰고 간 워터게이트’ 보다 훨씬 더 엄청난 스캔들이 터졌는데도 굳건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면서, 불안은 현실화 되고 있는 듯 하다.


시작부터 형광등 100개를 켠 것 같은 아우라하나만을 가지고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고 계시다. 미국에 가시자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무려 41차례에 걸쳐 박수를 받으셨다. 일일이 횟수를 세는 언론의 꼼꼼함이 돋보였다. 예상치 못한 윤창중의 일탈만 없었어도 효과는 훨씬 더 극대화 됐을 것이다.


중국에 방문하시자 이번에는 유창한 중국어 연설이 화제가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인들에게 단번에 스타가 되었고, 중국 정부는 이례적인 국빈 대접으로 화답했다고 한다. 미국에 갔을 때에도, 중국에 갔을 때에도 외교를 통해 실질적으로 어떤 성과를 얻어왔는지,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받아왔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도, 알 필요도 없었다. 그래도 지지율은 올라가니까.


중국어연설.jpg

박수 횟수를 세는 전담 팀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악재에는 침묵과 선 긋기, 물타기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지율은 언론의 도움을 받아 이미지를 포장하여 끌어올릴 지어다. 그리고 선거는 가용한 국가 기관과 언론, 인력을 총동원한 전시 체제로 반드시 승리할 것.


굳건한, 앞으로도 굳건할 것만 같은 지지율, 그리고 지금의 국정원 게이트.


다가올 지방선거, 아직도 먼 총선, 그리고 까마득한 대선, 이런 건 미리 생각하지도 말자. 당장 지금 우리 눈 앞에 있는 건 국정원 국정조사니까. 어떡하면 정부, 여당과 대다수의 언론이 하찮은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는 국정원 게이트, 비리의 최고 수혜자였던 대통령이 책임지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잘못의 주체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책임지게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딱히 떠오르는 방법? 없다. 여건 자체가 워낙 불리하니까.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한심하니까. 그런데, 그래도 어쩌겠나.


뭐라도 해야지......


광화문에 나가서 촛불을 들던, 주변에 관심 없는 가족, 친구들을 붙잡고 일일이 설명을 하던, 아님 담벼락에다 대고 소리라도 지르던, 뭐라도 해야지...... 


이건 애초에 정쟁이나 이념 대결이 아니니까. 상식과 몰상식의 싸움이니까. 진보 세력이 들고 일어나서 보수 정권을 뒤엎겠다는 게 아니라 그저 잘못을 책임지게 하자는 거니까. 여기서 또 스리슬쩍 넘어가게 내버려두면, 그건 이제부터는 정말 니들 맘대로 걍 다 해봐라 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렇게 되면 잘못의 당사자들은 다음부턴 아예 눈치조차 안 보게 될 것이 뻔하니까 말이다.


누군가는 새누리당과 김무성 의원이 책임을 지면 될 거라고 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MB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뭐 다 좋다. 적어도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니까. 책임의 한계에 대해 각자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중요한 것은, 아직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뭐라도 하는 것이 맞다.


괴벨스.jpg

 

 

 

 

홀짝

트위터: @holjjak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