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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7. 12. 금요일

숙회






작년에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해서 난리가 났던 일본 개그맨이 하나 있어...


물론 벤또 먹고 돌아서면 얻어맞을 소리, 텐뿌라 베어물고 돌아서면 쥐어박힐 소리 하는 게 그네들 종특이라 딱히 새삼스럽지도 않기는 해.


비단 연예인 뿐만이 아니고, 위로는 아베에서부터, 아래로는 재특회라는 일본 베츙이들까지 틈만나면 독도드립 해가면서, 중간중간 혈압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해주는 것이 이제는 무슨 정례화된 지랄같이 여겨지는 게 사실인데도, 작년에 이 아츠시라는 아이가 드립한 독도망언은 유난히 관심을 끌었어.


아츠시_정준하.jpg


얘가 대체 뭔데?

 


 

그 얘기를 하기전에 일단 아래의 영상을 잠깐만이라도 보고 시작하자고.



장소팔고춘자.JPG


연식이 좀 된 딴지스들은 알겠지만 장소팔-고춘자 라는 만담 콤비의 만담이야(미안해. 생각해보니 1967년에 방송된 거니까 연식이 ‘좀’ 된 정도로는 모자랄 수 있어, 어버이 연합 수준으로 ‘많이’ 되어야 할 것 같아).


이 만담을 보다보면 장소팔이라는 남자가 계속 장난을 치고, 농담을 걸고... 고춘자라는 여자가 그것을 정리해주고, 야단치는 포맷이라는 걸 알 수가 있어. 우리에게는 이 포맷을 설명할 말이 딱히 없지만 일본애들은 이걸 노리-츳코미(ノリツッコミ) 라고 해. 물론 만담이 나온 시기가 1920년 전후니까 이런 노리-츳코미 형식의 2인 콤비 개그는 다분히 일본의 영향을 받은 컨셉이라고 볼 수 있겠어.


남철-남성남, 서수남-하청일, (미안해 연식이 계속 요구되는 이름들인 것 같아... ㅡ,.ㅡ;;) 뭐 이런 식으로 콤비개그의 맥이 이어져 내려오다가 어느 즈음 부턴가 우리나라는 그 컨셉이 약해지고, 개인이 위주가 되는 개그, 혹은 팀이 위주가 되는 개그(틴틴파이브가 시작이려나?)가 중심이 되었지.


물론 개그맨 컨테스트 같은 걸 하면 지금도 콤비개그를 짜가지고 나오는 지원자들이 많은 걸 보면, 이런 노리-츳코미 포맷은 뭔가 우리에게 익숙해져버린 게 아닌가 생각해, 미국애들은 혼자 나와서 끝없이 떠드는 스탠딩 개그 위주잖아 왜...


여튼... 우리는 우리라고 치고, 일본은 이 만담 형식의 개그가 만자이(漫才)라는 컨셉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어. 즉 장소팔-고춘자가 하던 저 형식이 지금까지도 개그포맷에서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말이야


그래서 일본 방송계 개그맨 수급을 주로 담당하는 기획사인 요시모토 흥업 (吉本興業, 일본의 최대 기획사중 하나야, 주로 개그맨들이 우글우글하지... 얘들도 참 희한한 애들이라서 할 말이 많은데 이건 다음에 자세히 소개해주도록 할께) 신인개그맨들의 대부분이 저런 식의 콤비 개그맨으로 데뷔하고, 활동하고 있어.


그 중의 하나가 ‘런던부츠 1호, 2호’라는 개그맨 콤비이고, 이 콤비의 구성원이 타무라 아츠시(田村淳), 타무라 료(田村亮)... 응 맞아 그 아츠시야


얘를 설명할 말로써 적당한 건 ‘트러블메이커’ 빼고는 딱히 찾을 수가 없을 것 같아.


이가와_게이.jpg


이가와 게이?

 

그렇다고 이 지경까지 트러블메이커는 아니야... 이건 그냥 5차원이고


기본적으로 가볍디 가벼운 여자 좋아하는 양아치 컨셉으로 시작한 이 아이, 여자문제 복잡해(가장 최근에는 알만한 사람들 다 아는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랑 사귀었다가 헤어졌잖아), 녹화할 때 카메라 앞에서 툭툭 알몸으로 돌아다녀, 팬 이벤트만 열면 사고쳐, 여튼 소속사 속을 있는대로 썩이는 여러 개그맨 중의 한명이야.

 

하도 말썽을 피우고 다녀서 소속사에서 자꾸 태클을 거니까, 자기가 쉬는날 이벤트를 해서 소속사가 태클을 못걸게 하는 얍실함은 기본장착이고...(그런데 휴일이라서 태클 못건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연예인들은 직원으로서의 권리를 충분히 챙겨먹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실제로 우리나라 연예인과 많이 다른 부분이 소속사 직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권리 이런 부분이 강하게 적용된다는 건데, 이건 다음에 증언을 엮어가며 진지하게 썰을 풀어보도록 할게)

 

그러다가 지난번 독도드립이 터졌던거야. 소속사 정신 없었고(일본을 경험해 보거나, 일본에 살다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대다수의 일본인들이 독도 문제나 과거보상문제에 대해서 일본의 보수쪽 입장을 지지하지 않아. 러시아와 쌈박질 하는 북방 5도, 그리고 중국의 센카쿠 열도 문제와는 별도로 사실 별 관심이 없고, 괜히 문제일으키는 걸 오히려 못마땅해 하는 쪽이 다수 의견이라고 조사된 르포가 있었는데... 이것도 다음에 썰 풀어볼게-이거 버릇되겠다 그치?-). 일본인들 항의전화 빗발쳤고, 결국 추후로 정치 및 외교관련 분야에 대해서는 다시는 입 밖에 내지 않는 것으로, 누가 물어봐도 대응치 않는 것으로 다짐을 받아두었다고 하는데... 말 잘 들으면 지금까지 속 썩었겠어 어디?


여튼 정준하도 트위터로 뭐라 한마디 말 보태고, 네이버도 듣보 일본 개그맨을 실시간 검색순위 1위로 찍어주고 그러던 난리 와중에 희한하게도 런던하츠라는 검색어가 같이 올라가며 ‘저생킈 출연하는 런던하츠는 다시보지 않겠다’ 드립들이 우리나라 트위터에서 이어졌어(나 잠깐만 여기서 담배 좀 한 대 물고 올게... 그냥 개인적으로 우울해서 그래, 개인적으로...)


<런던하츠>가 뭔데? 쟤들은 런던부츠 1호, 2호라고 그러지 않았어?


런던하츠로고.jpg


응 맞아, <런던하츠>는 쟤들이 진행자로 나오는 아사히테레비 간판 예능프로그램 중의 하나야.


역시나 아츠시라는 애가 주축이 된 방송이다보니 현재 스코아 일본 학부모 회의가 선정한 ‘아이에게 보여주기 싫은 방송 1위’ 타이틀을 9년 연속 차지하고 계셔... 이젠 새삼 놀랍지도 않아.


그런데 창조경제 자본주의에 물든 이 세상이 다 그렇듯이 얘들이 희한하게도 시청률 상위권에서 벗어난 적이 없고, 가끔씩 1위를 툭툭 먹어제끼는 그런 방송이라서 500회를 넘어가는(1년이 52주니까 대충 10년 이상 했겠지?) 장수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자리잡고 있어.


왜?


일단 재밌어.


이 프로그램이 어떤 컨셉이냐...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코너들이 만들어지고, 인기 얻고,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나오고 등등... 카지라는 유명 프로듀서가 지가 가진 엉뚱한 생각들을 기획으로 풀어내는 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야. 개 중 몇몇개는 우리나라의 케이블 방송에서도 포맷을 사와서 직접 만들고 있기도 해.


순정녀_다이아몬드걸.jpg

QTV의 <순정녀>, <다이아몬드 걸>... 

그런데 매니아 층에서는 원본이 가지는 묘미를 못 살렸다는 평가가 다수야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방송의 백미는 몰래카메라 기획이야. 몰래카메라도 한 종류가 아닌 여러 종류의 포맷들이 있어. 몇 개만 설명해 보자면...


‘아이돌 트랩’이라는 포맷은 남친이 바람기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여친의 오퍼를 받아, 그래서 남친이 좋아한다는 여자 아이돌을 접근시켜서 사귀기 직전까지 몰아 붙이고 여친 앞에서 망신주는 컨셉.


‘매직메일’이라는 포맷은 연예인을 대상으로 과연 같이 출연하는 동료 여성에게 어디까지 껄떡댈 수 있는가를 확인해 보고 도를 넘었다 판단되면 망신주는 컨셉.


백문이 불여일견이니까 아래의 무료 동영상을 한번 보고 넘어가자고



봤어? 저건 그나마 우리나라보다 방송의 허용범위가 넓은 일본에서도 지상파로 방송하기에는 아슬아슬하다 판단해서 인터넷으로 무료 서비스하는 에피소드이긴 한데, 대충 저런 식이야.


더불어 이 <런던하츠>라는 방송은 과거에 아츠시가 택시기사를 가장해 유명인들을 싣고 다니며 이야기하던(우리나라 케이블에서도 <택시>라는 방송을 했지? 지금도 하나?) 코너도 있었어.


그때 마침 한류의 초반, <엽기적인 그녀>를 보고 전지현이 아닌 차태현에게 더 끌린다던 아츠시가 차태현을 차에 태우고 동경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다음과 같은 한글사랑(?)을 보여준 적도 있어.


런던하츠_차태현.jpg


응 그래... 또라이야...


일껏 남의 나라 말 처음 배우는 문장이 우리가 흔히 짐작하는 ‘불고기, 김치 맛있어요’가 아닌... 지극히 삶에 도움되는 ‘콘돔이 빠졌어요’라는 문장인 그런 아이야.


‘저는 XX가 큽니다’ 라는 문장(차마 강남역 길바닥에 떨어진 호프집 전단지 이면을 이용해 프린트 해서 보는 게 가장 올바른 인쇄 이용법이라고 일컬어지는 딴지에서 마저 저 단어를 오롯이 쓰기는 힘이 들어)을 당당하게 말하는 기개는 솔직히 배울만 해.


여튼... 이런 런던하츠를 여태까지는 아는 놈들만 알고 즐겼던 것이 사실이야.


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본에 대한 기본적인 문화적 적대감,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힘든 어려움 등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걸림돌은 ‘제대로 한글자막 입혀진 정식서비스’가 없었고 홍보가 안되었다는 데 그 이유가 있어(불법공유에서도 일본 예능은 방대한 대사량 때문에, 자막(smi)파일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아).


하나라도 외국어에 능통해진 친구들은 알거야, 죽어라 답답하고 머리에 안들어오다가 어느 순간 귀가 열리면서 내가 배운 그 언어 문화권의 역사와 시사 등등이 내 안의 세계로 오롯이 들어오는 경험들... 아마 다 해봤을거야.(돈오점수... 갑자기 깨우치고 꾸준히 수행하는 그 과정이 외국어 공부에서는 유달리 강하게 나타나잖아)


사람은 그런식으로 문화적 외향성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를 키워나가는 것이고, 그래서 시험공부를 위한 외국어 습득이 그러한 가치를 가리는 안타까운 측면이 많잖아.


그런데 이걸 이제 ‘한글자막 입혀진 정식서비스’버전으로 볼 수 있어.


어디서?


응. 아래에 있는 링크를 누질르면 돼.



funnyjapan_ddanzi_banner.png

이미지 링크 입니다



저곳에서 지금은 매주 <런던하츠>가 업데이트 되고있어. 그런데 관계자의 전언에 의하면 이제 매월 하나씩 일본 버라리어티 정식서비스를 늘려나갈 모양이야.(<황금전설>, <아메토크>부터 <스마스마>에 이르기까지... 이 예능 프로그램들에 대해선 '역시' 또 다음에 설명해볼게)


아부나이 니홍고를 통해 일본어 배우는 아해들은 특히 주목해봤으면 해.



                                                      아부나이 니홍고.JPG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일본어는 교과서에 나오는 그것이 아니고, 아부나이 니홍고에 나오는 그것, 혹은 저런 예능프로그램에서 쓰이는 그것과 같다는 거... 굳이 설명 안해도 알잖아.


그리고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를 뒤흔들고, 배용준이 얼마 전에 <겨울연가> 주제가를 자기가 직접 불러서 CD를 팔아가며, 지갑 얇아진 일본 아줌마팬들 빤쓰 고무줄까지 끊어가는 이 시점에, 우리가 문화적 자신감을 가지고 일본의 문화 컨텐츠에 접근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


일단 한번 자신의 껍질을 깨고 접근해봐, 어느 순간 중독이 되어있고, 어느 순간 단순히 뉴스가 알려주는 것이 아닌 자신이 알아낸 일본이 좀 더 세밀하고, 넓어져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될꺼야.


한국 드라마를 보는 한류팬과, 한국 예능을 보는 한류팬이 이해하는 한국의 깊이가 다른 것처럼 말이지.


중간중간 독도가지고 뻘소리 해대는 일본아해들이 얄미워도, 뭘 좀 디테일하게 알아야 씹어도 제대로 씹고, 까도 제대로 깔 수 있는 거잖아?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데 말이지.


졸라!





추신 :  위에서 말한 다음에 썰 풀겠다는 뒷정보들은 편짱이 허락만 한다면 약속지키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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