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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임신에 대하여

2013-07-1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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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7. 12. 금요일

raksumi







상황 1.

 

전공의 시절 어느 날,

 

전화가 울렸어. 그것도 한 밤중에

 

그 때 나는 학생 담당 레지던트였는 데 산부인과 실습을 돌았던 한 녀석이 버릇도 없이 밤에 전화를 한 거지(얼마나 급했으면)

 

다급한 목소리로

 

"여자 친구랑 실수(?) 로 관계를 가졌는 데 임신 여부는 언제 알 수 있죠?"


 

3.jpg

 


상황 2.

 

임신이 잘 안 되서 고민하던 친구가 있었어.

 

그래서 학회 장에서 우연히 공짜로 얻은 임신 테스트기를 5개 쯤 가져다 주었지.

 

(테스트기도 한 5천 원 하니까 그리 녹록한 가격은 아니지)

 

그런데 1달 후 연락을 하였을 때 임신 여부를 물어 보았더니

 

그 친구 왈


"야 그거 다 썼어"

 

불과 1달 사이에 다 쓴 것이지.

 

하고 나서 그 다음 날 매일 검사를 한 것이지.


 

 

상황 3.

 

결혼 한 지 얼마 안되는 젊은 여자가 병원에 왔어.

 

감기가 심하게 걸렸는 데 약을 먹고 싶다고 뭐 열도 나고

 

그래서 약을 처방하려 했는데

 

잠깐,

 

"저 임신일 수도 있는데요"

 

"임신인 줄 모르고 약을 먹고 애기가 기형이 되면 어떡해요?"


 

이 모든 사건이 우리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사건 되시겠다.

 

일단 상황 1을 보면,

'그래도 의대 다니고 산부인과 실습도 돌았다는 넘이 어떻게 이걸 모르냐?'고 힐난 할 수도 있다(그 넘 지금은 대학 병원 교수로 가 있다). 좀 한심한 생각도 들지만 사실 의대생들도 이 정도인데 보통 사람들은 더 하면 더 했지 뭐 덜하지는 않겠지?

 

임신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또 어떤 과정에 의해서 되는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그래서 어렵지만(?) 글을 쓰기로 했어. 단지 딴지스들의 명랑 애정 생활을 위해서.


4.jpg

 

암튼 시작해 볼게.

생리는 인간만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여자 사람이 언제 배란 되는지는 본인 자신을 포함해서 아무도 몰라김 총수는 어느 책에서 그것이 아버지를 누군지 모르게 하여 자식을 보호하고자 하는 모성 본능에서 진화 된 것이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해.

 

자기 아이가 아니면 아무래도 위해를 가할 수도 있잖아? 의학적으로 보면 정확하게는 다음 생리 14일 전에 배란이 되지생리 시작하고 14일이 아니라 말이지. 그러니까 배란 되고 나서 14일 이후에 생리를 하는 것이지.

 

만일 어떤 사람이 28일 규칙적으로 생리를 한다면 당연히 14일 째 배란이 되겠고, 만일 32일로 생리 주기가 규칙적인 사람이라면 생리 시작 18일 째 배란이 되겠지그러나 바쁜 생활을 하는 현대인 중 많은 수는 생리가 불규칙 하고, 따라서 배란일을 정확히 알기란 실제로 불가능 해다만 언제쯤 된다 정도로 브로드(대충)하게 짐작만 할 뿐이지.

  

다음 그림을 보면.


1306081.png


영어는 fertilization(수정), implantation(착상)

 

난소에서 배란이 된 난자는 마침 그때 관계를 가져서 사정이 된 정자와 만나게 돼흔히 착각하는 게 제일 먼저 달려온 정자가 1등으로 난자를 만나게 될 것 같지만 실제로 제일 먼저 나온 넘은 질 입구에서 장렬히 산화 하지.

 

그리고 제일 훌륭한 넘(정자)이 난자를 만나는 것도 아니야시험관 시술을 하다보면 실험실에서 일반적인 상황 보다 정자 수가 적은 상태에서 수정을 시키는데 시험관의 도움을 받아 출생한 애기가 머리가 더 나쁘거나 하지 않지.

 


나는 몇억 대 일 (수억 마리의 정자 중)의 경쟁을 뚫고 태어난 넘이다 



이런 자랑은 가급적 삼가해 주었으면 좋겠어


참고로 난자는 24시간 밖에 못 살아. 만일 24시간 내에 정자를 만나지 못하면 그냥 사그라들어. 그러니까 생리 주기 중 임신이 가능한 날은 하루지. 물론 정자가 2-4일 정도 질 안에서 살 수 있으니까 임신이 가능한 날이 조금 더 길긴 하지만 실제 배란일에 관계를 가져도 25% 내외라고.

 

그러니까 딱 한 번에 임신한 사람들 있자나 왜? 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 그리고 뭐 장미빛 인생의 최명길 다 뻥일 가능성 높아. 임신은 피하기도 어렵지만 하기도 어려워. 임신을 원하는 사람 혹은 피하고 싶은 사람은 이것만 알아도 큰 도움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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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옆길로 가는데 암튼 계속 가지

정자와 난자가 이렇게 만나는 것을 수정이라고 해일단 한 넘의 정자가 난자와 만나서 난자 안으로 들어오면  다른 정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되지난자에 막이 생겨 다른 정자의 침입을 막지.

 

그런데 시험관 아기를 시도 할 때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난자를 여러개 배란 시키는, 그러니까  과배란 하는 경우가 있어. 물론 자연 상태에서도 배란이 2개가 되는 경우가 있어. 그러면 이것이 이란성 쌍둥이가 되는 것이고(정자, 난자 둘 다 다른 넘들이지. 일란성 쌍둥이는 뒤에서 설명).

 

암튼 이렇게 수정된 수정체 태아는 수정 된 후 약 1주일 동안 자궁을 향해서 가는데 그 때 바로 난관을 지나가게 돼(참고로 난관이 여기서 나온 말이야). 이 때 수정 된 태아는 그냥 얌전히 가는 것이 아니라 수정란이 쪼개지면서(분할) 가는데, 분할 될 때 이런 저런 이유로 수정란이 2개가 될 수 있어이러면 이게 일란성 쌍둥이가 돼(정자 난자가 모두 같음). 그러나 일란성 쌍둥이라도 3일 이내에 분리가 되면 애기 집이 2개가 돼좀 어렵겠지?

 

아무튼 임신 초반기 애기 집이 2개인 경우 일란성 인지 이란성 인지는 임신 시에 정확히 알기는 불가능하고 태어나서 애기 얼굴 보고 아는 것이야(물론 애기 집이 하나면 무조건 일란성이지만).

 

계속 옆길로 가는데 암튼 계속 가자.

그리하여 1주일 정도 흐르면 수정란은 자궁으로 들어오게 되고 착상을 하게 돼자궁 벽에 안전하게 착상을 하게 되면 착상 된 곳에서 융모 성선 호르몬(hcg, human chorionic gonadotropin)이 분비되고.

 

그런데 이 호르몬은 난소의 황체를 유지 시키면서 난소에서 프로제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을 나오게 해서 결국 임신을 유지시키게 되지(착상이 안 되어 hcg 호르몬이 나오지 않으면 황체가 없어지면서 프로제스테론 호르몬이 안 나오게 되고 그러면 생리가 나오는 거야좀 어렵지만 아마 여성 딴지스들은 다 이해 할 거야).

 

그런데 평소에 자기가 담배를 많이 피우거나 혹은 성병을 앓았거나 질 쪽에 염증이 많거나 하면 난관이 좁아지겠지그러면 우리의 수정란이 저 난관을 통과 할 때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난관에  착상이 되지그러면 그게 바로 자궁외 임신인 거야산부인과에서 가장 응급한 질환 중에 하나인 거지.


2.JPG

           자궁외 임신이 터진 거야. 무섭지? 저 안에 애기가 있어. 참고로 빨갛고 검은 것은 피.

오른쪽이 자궁이고 까맣게 뭉뚝한 것이 수정란이 자라다가 터진 거야.

 

그림을 잘 보면 알겠지만 난관의 벽은 자궁이랑은 달리 얇아서 아기가 처음에 작을 때는 괜찮지만 조금 지나면 커지다가 그만 터져 버리지.


암튼 정상적으로 자궁에 착상했다고 가정을 하고 처음에 착상되었을 때 호르몬의 분비는 별로 없어. 워낙 작으니까하지만 거의 2일에 2배 씩 크면서 hcg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서 착상된 지 1주, 그러니까 수정된 지 2주 지나면 수치가 너무 올라가서 소변으로 임신 여부를 알 수 있지이 때가 바로 본인 생리를 할 날 정도 되는 거지.

 

참고로 이때가 임신 4주라고 해. 정확하게 말하면 2주지만 편의상 마지막 생리 날로부터 임신 날짜를 계산해며칠 전 딱 한 번 하고 임신이 돼서 "임신 6주 입니다." 그랬는데 "어? 저는 관계 가진 지 4주 밖에 안 됐는데요?" 그런 분이 있었어오케?

 

그런데 이 hcg 호르몬이 조금 재미있는 게 포유류에만 분비 되거든이거 워낙 유명한 얘기지만 <고질라>라는 영화 봤나고질라가 임신한 것을 이 hcg 키트 가지고 알지알다시피 고질라는 파충류자나영화 속의 구라지.

 

어느 할 일 없는 넘이 그래서 이 키트 회사에 전화로 물어 봤나바.

 

"아저씨 진짜 고질라도 임신하면 소변에서 양성이 나와요?"

 

그랬더니

 

"잘 모르겠으나 (고질라를) 데려오시면 한번 실험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뭐 그랬다나암튼, 다른 파충류나 조류는 여기에 해당이 안돼.


 hcg 호르몬은 태아 몸의 생성과 연관이 있는 거 같아. 그래서 그런지 이것이 입덧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해임신 12주가 지나면 감소하는데 희한하게도 12주 지나가면 입덧도 사라지지개인적으로 나는 입덧이 임신 초기에 여성들에게 '너 좀 쉬고 아무거나 먹지마라' 하는 경고로 생각해.


6.JPG

아무거나 먹지 마라 


다시 상황 3으로 잠깐 돌아가서, 

그러면 이 어린 신부(문근영 아님)는 감기약을 먹어야 되나임신 여부는 알 수 있나


정답은 없다.

 

수정되고 착상 될 때까지는 무슨 검사를 해도 모르지. 다만 착상 초기에는 피검사로 임신 여부를 알 수 있지. 혹시 딴지스들 중 시험관 아기 시도 한 사람은 알거야. 수정 시키고 약 10일 정도 있다가 피검사를 해. 그러나 보통의 경우 hcg 검사는 결과도 바로 안 나오고-주로 다음 날 결과가 나오고- 감기약 타러 갔는데 피검사 한다면 좀 번거로울거야.

 

그런데 다행히도 착상 전까지는 수정란이 되게 강해무슨 말이냐면 웬만한 충격에는 꿋꿋이 버티고 또 상처를 입어도 금방 치유가 돼. 거의 이틀에 2배씩 자라니 웬만한 데미지는 회복이 돼(어린애들이 어른 보다 상처가 빨리 낫는 거 같은 이유지).

 

그러나 만일 정말 큰 상처(항암제를 먹었다던가 등)를 받으면 기형이 되는 게 아니라 그냥 유산이 돼. 하지만 착상 한참 후에(그러니까 입덧을 많이 할 때) 약을 잘못 먹으면 그 때는 유산이 되는 게 아니라 기형이 생겨. 그러니까 임신 초기에 약 잘못 먹으면 안 되는 것 맞지만 아주 초기에는 괜찮아.

 

위의 경우는 소변 검사 해보고 아니면 그냥 약 먹어도 돼. 그리고 다행히 시중에 유통 되는 약 중 애기에게 그렇게 해로운 약은 없어딱 한 가지 있는데, 비타민성분의 여드름 치료제야. 나는 사실 딱 한 번 봤어사실 젊은 여자에게 이런 약 처방하면 안 돼.

 

참고로 상황 1 돌아가면 임신 여부는 관계 가지고 소변 검사로는 2주 후, 그리고 피검사로는 아무리 빨라도 1 주일 후에 알 수 있어전화를 걸지 말고 노레보를 먹었어야 되지(콘돔을 쓰면 더 좋았겠고).


상황 2 다 알지? 언제 검사를 해야 하는지. 돈도 없는데 좀 알고서 검사를 하면 경제에 좀 도움이 될려나? 물론 임신을 기다리는 오매불망한 마음은 알겠으나 또 참고로 소변 검사의 임신 진단의 정확성은 99.9%가 넘어. 임신인데 소변 검사에서 음성일 가능성은 거의 로또야.

 

오늘은 여기까지.

 

자 이제 명랑 생활 하시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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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ksu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