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근교의 빌쥐프(Villejuif)에서 한국인 부부가 목을 매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들의 시신은 프랑스 시간으로 10월 3일 월요일 낮에 발견되었다.
출처 - <르 파리지앵>
<르 파리지앵>은 2016년 10월 5일자 기사에서 "그들이 살아왔던 것처럼 죽었다. 혼자서 쓸쓸히, 그리고 불평도 없이, 사과하며"라고 이들의 자살 소식을 전했다. 이들이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밀린 세 달 치 월세를 마련할 방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유서에는 자신들은 가족도, 친구도 없으며, 보증금 1350유로(183만 원 가량)는 집주인에게 집세 대신 전달해 달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유서 옆에는 반지와 핸드폰 한 대, 68센트가 놓여져 있었다. 아마도 이것이 그들의 남은 전재산이었으리라.
세 달 치 월세, 2500유로가량. 한국 돈으로 약 325만 원. 이를 해결하지 못해 죽음을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는 아마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스토리일지도 모르겠다. 2014년에 있었던 세 모녀의 자살을 기억하는지. 서울 송파의 반지하방에서 살던 세 모녀는 주인에 사과하는 편지와 함께 70만 원을 담은 봉투를 남겨 두고 그들의 고단한 삶을 마감해 버렸다. 그런가 하면 2012년에도 70대 노모와 40대 딸이 생활고를 못 이겨 동반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특히 2014년의 사건은 한국사회에서 꽤나 크게 다루어졌으며 결국 이른바 '세모녀법'이 만들어졌다. 물론 이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으로 인한 논란도 이어졌다. 빈곤층이 적절하게 혜택을 받기에는 한참 모자라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복지. 선진국인지를 결정하는 기준 중 하나. 보통 프랑스는 한국이 따라가야 할 모델로 인식된다. 특히나 복지 정책에 있어서는 그러하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살아 본 몇 년 안 되는 경험에 비추어 보면, 스스로 정보를 찾고 서류를 갖추어 여기저기 발로 뛰어다니기만 한다면 그럭저럭 최소한의 인간 형체를 갖춘 채 살아갈 수 있을만큼은 도와준다. 실제로 필자 역시도 프랑스 국적도 없는 외국인 유학생일 뿐인데도 한 달에 200유로가량의 주택보조금을 몇 년 동안 꼬박꼬박 받은 바 있다. 이러한 복지 혜택은 프랑스 사회에서는 '내가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하기에 '겨우' 세 달 치 월세가 밀린 것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 한국인 부부의 소식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들의 이웃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조용했고 예의가 발랐으며, 프랑스어는 잘 못 했지만 아주 우아한 모습으로 이웃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곤 했다고 한다. 60세의 남편과 49세의 아내. 이들은 "가족도, 친구도 없다"고 했다. 이웃들은 그들이 프랑스어를 거의 말할 줄 몰랐다고 기억한다. 어떤 연유로 최소한의 의사소통도 쉽지 않았던 그들이 프랑스에 수년 전부터 (그들이 자살한 아파트에서는 6년가량 거주했다고 한다) 살았는지 밝혀진 바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은 살 수 있었다.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해 보아야 알 테지만 정말 그들이 생활고 때문에 스스로 목을 매달았던 거라면, 그들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 프랑스의 수많은 복지혜택을 이 지면에서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단, 그들이 프랑스의 사회보장제도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알맞은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우선되어야 했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들은 프랑스어를 하지 못하고, 고립된 이들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프랑스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고, 설사 이를 알았다 하더라도 수많은 프랑스의 행정절차를 거치기에는 프랑스어 실력이 부족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사를 보면서, 프랑스의 한 귀퉁이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필자는 가슴이 무거웠다. 그 부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도 어딘가 무거운 책임감이 온몸을 짓눌러왔다. 마치 그들을 죽음으로 떠민 보이지 않는 손에 나도 뭔가를 보탠 것 같은 찝찝함이 사라지지를 않는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과연 이 부부가 프랑스의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청해 보지는 않았을까.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해외에 나와 살면 더 이상 한국에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기에 혹자는 교민은 한국 정부에 그 어떤 것도 요구할 수 없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는 국민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고, 국가는 국민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 주어야 한다. 해외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자국인이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면 국가는 적극적으로 나서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과연 이 부부가 대사관에 도움을 청했었는지 아닌지는 필자는 전혀 모른다. 그런데 어쩐지 그랬다 하더라도 대사관에서 그 어떤 조치를 취해 주었으리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한국의 정부는 공권력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쓰러져 결국 사망에 이른 이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정부가 과연, 유럽 한구석에서 구제요청을 할 수가 없어 고작 세 달 치 월세로 인해 인생을 비관하고 죽어간 이 부부에 대해 신경이나 썼을까 싶은 생각이 떠나가질 않는다.
우리는 언제쯤 국가를 든든해 하며, 만에 하나 내게 뭔가 문제가 있어도 내 뒤에는 내 나라가 있어! 하며 생존에 대한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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