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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미약품 관련 기사를 보면 이 사건은 경제 관련, 또는 주식증시 관련 문제인 것으로만 보인다. 일단 다뤄지는 섹션도 경제면이었고 머리 기사로 다룬 언론도 경제의 프레임을 벗어나서 얘기하지는 않는 느낌이다. 일반 커뮤니티 게시물도 대부분 주식에 관한 이야기여서 필자처럼 경제 분야에 무관심하거나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은 더더욱 특정 부분에 국한된 문제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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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4일 식약처에서 한 한미약품 관련 공식발표를 접하며 이 사건을 경제 문제로만 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 문제로만 생각하기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 많음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깊게 논의가 되어야 하는 문제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크게 주목이나 거론 되지 못하고 넘어 가는 분위기에 이 문제, 한번 정리하고 다 같이 주목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거 같아 글을 써보는 바다.




일단 간략하게 4일 식약처에서 한 발표를 정리해보겠다. 


1. 작년 시카고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한미약품은 서울대병원 포함 국내 16곳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명 'HM61713' 성분명 '올무티닙' 관련 1임상, 2임상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이 약품은 표적 치료제들에 내성이 생신 폐암 환자들을 위한 신약개발 이었고 상당한 주목을 받게 된다.


2. 몇 달 후 한미약품은 베링거잉겔하임, 얀센 등에 6건의 신약기술로 총 8조 원 가량의 기술 수출을 이뤘다고 발표한다. 


3. 시간이 지나 16년 5월 성분명 '올무티닙'은 '올리타'라는 이름으로 식약처에 조건부 승인 시판 허가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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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한미약품


4. 독일 베링거잉겔하임이 작년 7월에 계약한 '올무티닙' 관련 개발 및 상용화 계약을 해지한다. 이유는 치명적인 부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5. 위 계약해지에 대한 것을 늦게 공시하는 의혹이 생겼고 실제 투자자들의 피해가 생겼다. 또한 '올무티닙'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임상환자가 사망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식약처는 관련 신약 '올리타'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사용 중인 환자에 대해서는 의료인 판단 하에 신중하게 투여하도록 권고조치를 내린다. 그리고 임상시험 참여환자에게는 관련 정보를 다시 설명 후 재동의를 거치도록 한다. 아울러 식약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을 받는 등 절차를 거쳐 빠른 시일 안으로 판매중지 및 추가 안전조치 여부를 결정한다고 알린다.


6. 이달 4일 식약처는 제한적 사용 조건을 걸고 '올리타' 판매허가를 유지하기로 발표한다. 그 이유에 대해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장 김열홍 고려대 의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올무티닙을 투약 받은 환자들에게서 발생한 중증 피부이상은 약제와 연관성이 깊으며, 부작용 자체가 매우 위중한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이어서 "기존 치료에 실패한 말기 폐암 환자의 경우 해당 제품의 유익성이 위험성보다 높다고 판단해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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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경향비즈


여기까지가 사건의 정리다. 주식 관련 이야기는 경제 관련 매체에 상세하게 많이 나와있는 것은 물론, 4일날 저녁에 한미약품 부사장이 해명을 내놓아 그에 관한 논란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니 패스한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경제나 주식에 대한 문제보다 이 신약에 대한 정치적 이슈다. 부작용에 의해 사망사례가 나온 일이지만 제한적 사용 조건이라고 해도 다시 판매허가를 유지 한다는 것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데다가 그 외에도 여전히 납득이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의문 1.


독일 제약회사는 분명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인해 기술계약 해지를 한다고 알렸다. 그리고 관련 권환도 다 반환한 것으로 한미약품은 공식 발표했다. 거기다가 국내에서는 사망환자가 발생 했었고 위에서 언급하듯 부작용 자체가 매우 위중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예외는 언제나 있다는 듯이 다수를 위해 이 약은 사용 되어야 한다며 판매허가를 취소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취소 대신 내건 제한적 사용 조건은 이라는 것은 신약을 사용해야 되는 환자에게 부작용 가능성을 사전 설명하고, 처방 받은 환자들 전부 관리감독과 철저한 교육을 통해 부작용이 보이면 즉시 투여를 중지하는 조건 하에 사용될 것이란 의미다. 


실보다 득이 많다는 표현은 마치 소수의 죽음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겠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신약에 대한 부작용이라면 또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어떤 사람이 걸릴지도 알 수가 없는 건데 말이다. 단 한 건이라도 부작용으로 사망한 환자가 있으면 다수에게 유용하니 괜찮다는 말을 하기란 조심스러워져야 정상인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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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말하자면 이 사건은 제품에 치명적 결함이 생긴 일이다. 그래서 이 제품을 계약한 다른 나라는 계약을 해지해 버렸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결함은 인정하지만 제품 판매는 계속 하겠다는 말이다. 그것도 국가가 판매를 막지 않아도 된다고 확인까지 해주면서. 




의문 2.


이 약의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사고는 승인 받기 전에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식약처에서는 이를 알았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부작용 반응에 대한 보고가 당시 없었고 사망 관련 일은 관련 연구자가 보고를 늦게 한 것으로 파악해 지금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위에 언급했듯, 사건 후 중앙약사위원회에 자문을 받는 절차를 통해 판매중지 및 안전조치를 한다고 했고 당연히 중지될 줄 알았던 이 약은 4일 발표처럼 조건적 판매유지로 결정되었다. 


일단 판매를 중지 안 하는 것은 환자를 위해서, 라고 하지만 뭔가 앞뒤가 시원하게 맞지 않는다.




의문 3.


'올리타'라는 신약은 모든 임상시험이 끝난 후 나온 약이 아니었다. 그래서 조건부 승인이라는 부분이 붙은 것이다. 보통 신약은 3단계 임상시험이 동반되는데 이것을 통상적으로 1상, 2상, 3상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신약은 2상 단계 후 승인을 받은 것이다. 조건부 내용은 이 약을 쓸 수 밖에 없는 매우 절실한 상태의 환자에게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왜 이래야 했는지에 식약처는 한 마디로 '전 세계적인 추세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남이 하면 무조건 다 해야 되는 것인가? 납득하기 쉽지 않은 대목이다.


약의 판매허가에 의문을 품는 것이 과하다고 생각된다면 이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승인을 내기 위한 내부절차로 여러 회의를 거치는데 이 회의 관계자들의 신상은 물론, 어떤 기준과 판단 내용을 가지고 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도 없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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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4.


임상시험 환자라도 승인 판매허가가 난 신약은 자비로 구입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즉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3상까지 한다면 제약회사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환자는 곧 데이터 표본이기도 하다. 희귀성 관련 고가의 약을 자비를 들여가며 사용하면서 제약회사에 무료로 신약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셈이다.


참고로 고가의 약일수록 임상시험의 액수는 엄청나다고 한다. 특히 3상 단계의 임상시험은 천억 단위도 넘어 갈 수 있다고 한다.




의문 5.


환자의 선택권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말 그대로 삶과 죽음 그 기로에 서있는 환자에게 신약에 대한 부작용을 설명한다 해도 그것을 바탕으로 사용을 할지 안 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부작용에 대한 관리도 의심해볼 여지가 많다. 경미한 피부 이상 반응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상태에서 수포가 생기는 중증 단계가 되서 약물을 끊고 그 부작용에 대한 치료관리를 받아야 한다. 이중적 치료나 비용 문제도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인지가 늦으면 분명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인다.




여기까지 의문점을 정리하면서도 내 상식에 수준에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이번 사건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건조하고 잔인하게 이 사안을 다루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또 자본주의의 멈추지 못하는 그 무언가가 작동된 듯한 느낌도 들었다. 


좀 더 냉정하게 기업에 입장에서 생각하고 보면 이 일이 좀 이해가 될 수 있을까? 기업이나 관료 조직은 항상 자신의 결정이 다수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수는 소수가 모여서 된 것이 아닌가? 득이 더 많아서 허용을 한다고 한다면 그 득에 못 들어가 생기는 죽음 같은 것은 괜찮은 것일까?


정부는 '바이오 헬스케어 규제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임상시험 규제완화를 더 확대한다고 예전에 발표 했었다. 즉 신약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많이 하겠다는 말이다. 덕분에 이미 2010년부터 조건부 허가로 팔리고 있는 품목은 34종이 되었다. 이것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참고 및 인용


경향신문

식약처

바이오스펙테이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정형준님 발언 및 인터뷰 모음

참여연대 

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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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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