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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진행하며 나는 누구를 위해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곤 합니다. 처음엔 사장님들께 조언을 하기 위해 썼는데, 막상 기업의 중요한 일을 사장만 하는 것은 아니다보니 관리자급 이상의 직장인이라도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도 추가했습니다.


글을 쓰며 갖는 기대도 있습니다. 혹시 제 글로 미래의 사장들이 나름의 철학과 탄탄한 지식을 갖춘다면 기업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큰(?) 꿈을 꾸기도 합니다.


연재를 얼마 안 남긴 상황이라 특별히 사장을 꿈꾸는 분들을 위해 글을 준비했습니다. 직업의 특성상 창업에 대한 문의는 수년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만 제가 만난 예비 창업자들이 창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갖고 있는 지식과 정보의 수준은 대부분 미약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을 비난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기업 경영 수준 자체가 낮기에 의당 통용되는 지식과 정보 자체가 쓸모없거나 또는 위험한 오류를 포함하는 것이죠.


어찌 보면 창업은 쉬워 보입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흔히 창업팔이라고 욕을 먹는, 창업을 쉽게 하는 걸 도와주겠다는 이들도 많지요. 하지만 쉬운 창업은 반드시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의 이자를 물어야 합니다. 어떻게 이를 악물고 잘못된 시작을 감내하려 노력해도 쉽지 않습니다. 첫 번째 단추를 잘못 채운 옷은 결국 벗고 나서 다시 입는 수밖에 없습니다. 옷이야 벗었다 다시 입을 수 있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창업의 실패는 모든 것을 잃는 일입니다. 더 가혹하게 단언하자면 재기의 기회는 없다고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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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상담과 창업컨설팅 사례 중에 창업자라면 꼭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추정손익계산서의 필요성


가장 정확한 단어를 제시해야 하니까 추정손익계산서라는 제목을 달았는데요. 자신이 창업하고자 하는 사업의 수익과 비용을 배치해서 이익이 어느 정도 나는지 추정해 보라는 아주 당연한 얘기입니다. 누군들 이런 기본적인 준비를 안 하겠느냐 싶으실 텐데요.


제가 상담했던 사례 중에 동물 병원 창업의 경우가 있는데 한 번 살펴보시죠.


예비창업자가 제게 보내온 추정손익계산서를 보니 예측하는 매출액 규모에 비해 직원의 수와 수의사의 수가 의외로 적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확인해 보니 공동창업자인 수의사 2명이 12시간씩 교대하는 형태로 계획을 짰고 직원들도 유사하게 근무시간을 잡았더군요.


매출액의 규모에 맞는 인건비를 따져보지 않으면 창업자가 몸으로 때우다가 건강을 잃고 가정이 피폐해질 뿐이라고 답변 드리고 예비 창업자 분도 현실적으로 인원 계획을 다시 잡기로 했습니다.


흔하게 나타나는 창업계획의 오류인데 창업자가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고생 좀 하겠다는 열정은 높게 살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계획은 추정손익계산서 작성 단계에서 반드시 배제해야 합니다.


예를 들었던 상담사례와 같이 실제 사업을 운영해 보지 않았다면 예측과 추정의 한계는 반드시 발생합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권하는 방법은 유사한 업체의 손익계산서를 가져다가 금액부분을 지우고 우리의 사업계획에 따라 매출과 비용을 상세히 기재해서 손익을 따져보시라는 겁니다.


예비창업자들이 작성한 추정손익계산서에서는 비용의 세분화와 시뮬레이션이 부족한 게 대부분이거든요. 판매와 관리에 드는 비용 구분을 급여, 활동비, 임차비와 같이 간단하게 몇 개만 쓰지 마시고 정말 사업을 진행할 때 어떤 비용들이 발생하는지 미리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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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비용 항목들의 빈칸을 채워보세요




2. 개업의 시기


추정손익계산서를 만들면서 사업을 충분히 시뮬레이션 해보면 필요한 투자(설비, 집기, 보험 등)와 운영비용의 소요액이 계산 되었을 겁니다. 창업에 필요한 자본금이 결정된 것이죠.


예를 들어 초기투자에 1억 원, 첫 원재료 구입에 3천만 원, 개업 직후의 손실기간을 거쳐 손익분기점 도달까지의 운영자금이 7천만 원이라면 2억 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을 것입니다.


이제 부터는 자금을 모아야 합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사업 종잣돈이 부족하다면 초기 사업에 투자해줄 엔젤투자자를 찾아야죠. 그런데 이 단계에서 내가 갖고 있는 자본금이 1억이니까 나머지 1억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덜컥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입니다. 창업 전에 예상했던 자금소요는 최대한 시뮬레이션을 했다고 생각해도 항상 부족한 법입니다. 게다가 창업하자마자 돈을 긁어들일것 같던 손익분기점은 신기루처럼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창업자가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필연적으로 빚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하물며 부족한 자본금으로 사업을 시작하면 최초에 세운 사업계획 마저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빠른 결론이 나옵니다.

 

자본금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창업을 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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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사업 시뮬레이션을 해서 추정손익계산서도 만들어 봤고, 자본금도 목표한 만큼 모았습니다. 그렇다면 사업자증을 내야겠죠? 언제가 좋을까요? 되도록 1월에 내도록 하십시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예비창업자들은 기업에 대한 외부기관들의 재무평가가 이뤄지는 방식을 알아야 하는데요. 주로 백분율 지표로 평가되는 재무평가는 이제는 사람이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순식간에 이뤄집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사업 첫 해에 난 적은 매출액, 사업초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당기순손실과 자본잠식을 컴퓨터는 감안해 주지 않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창업초기 기업에 한해서, 심지어는 창업 5년 이내의 기업에 대한 재무평가를 하지 않거나 평가비중을 줄이자고 하지만, 이놈의 컴퓨터는 말귀를 못 알아듣네요.


사업 첫 해는 제가 11월에 개업을 해서 매출액이 적은 겁니다. 어떻게 두 달 만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나요.” 이런 항변은 당연히 사람이라면 알아들을 수 있는 충분한 설명입니다. 하지만 컴퓨터는 못 알아듣습니다.


두고두고 사업 첫 해의 재무평가 요소를 설명하는 귀찮음과 억울함을 겪지 않으시려면 1월에 창업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어떻게 창업 첫 해부터 이렇게 실적이 좋습니까?”라는 기분 좋은 반대급부도 생기고요.


이왕 하는 창업이라면 사업자 등록을 연초로 권유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사업시작 후 예상치 못했던 자금 부족 상황에서 최대한 빨리 자금을 수급할 수 있는 적기가 연초이기 때문입니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가 내놓는 수많은 융자금과 국고보조금은 연초에 몰려 있습니다. 연말에 정부기관을 찾아 아무리 어려움을 호소해도 예산은 남아 있지 않으니 아무리 훌륭한 목민관이라도 도울 방법이 없습니다.




3. 법인의 설립


의외로 창업을 할 때 법인 설립을 하시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법인 설립의 이유를 물어보면 개인회사보다는 주식회사라는 전치사가 멋있어 보여서라는, 아주 단순한 가오도 보이고요. 주식회사로 시작하면 개인사업자 보다 정부의 지원이 더 많다는 잘못된 정보도 돌고요.(정부출연자금 집행기관에 문의해 보니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의 차별은 없다고 합니다.)


딱히 이유가 없다면 개인사업자로 시작해서 사업의 틀을 갖춘 뒤 법인사업자로 전환해도 됩니다. 처음부터 법인으로 시작하면 관리의 부담이 크거든요. 창업초기 영업, 자금, 개발 등 다수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장 입장에서 사무관리분야가 넓어지는 것은 지양해야 할 일이죠.


반면 반드시 법인형태로 사업체를 설립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농림축산식품 분야의 사업체라면 정부의 국고보조금이 법인(영농조합법인, 영어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 등)에 한해 지원되는 경우가 많고, 사업의 특성상 지역민들과 연대하지 않고서는 사업이 어려운 경우니까요.


또 하나, 반드시 법인격의 주식회사가 필요한 경우가 바로 동업입니다.


의외로 창업 상담 중에는 동업에 대한 문의가 많은데요. 적은 자본금이지만 둘이 합치면 종잣돈도 넉넉해지고, 혼자서 모든 부담을 지지 않는 것도 창업이라는 어려운 길을 가는데 든든하겠지요. 반면, 동업을 결정했더라도 동일한 자본금 투자가 되지 않을 거라는 걱정, 추후 경영상 분쟁, 성과에 대한 배분 등이 염려되기 때문에 상담을 해 오시는데요.


고민할 필요 없이 법인설립을 해야합니다. 더 많은 자본금을 출자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권리를 갖는 형태로 가면 될 일이고요. 성과에 대한 배분도 둘이서 치고받고 할 게 아니라 상법상 정해진 배당을 따르면 됩니다. 누가 대표가 될 것이냐, 공동대표로 할까 하는 문제도 해결됩니다. 더 많은 출자를 하는 사람이 대표를 맡으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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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상도가 있었지만 이젠 상법이 있습니다


법인설립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속적인 문제가 가상의 주금 납입과 명의 신탁입니다. 가상주금 납입이라는 구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무지’, ‘허영으로 인해 법인 자본금이 너무 적으면 모양 빠진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도 있고, 공사업 면허 등의 법적 자본금 규정을 맞추느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상 주금 납입은 엄연한 범법행위고 사업의 시작부터 기업경영을 스스로 불투명하게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과거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사장의 경우도 잘못된 판단으로 가상주금납입을 했다가 죄의 대가를 치렀지만 두고두고 그 오명을 달고 살게 됐죠.


편집자 주 - 법인자본금(주금)의 가공납입이란 상법의 규정에 의하여 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이 법인의 자본금(주금)을 정상적으로 납입하지 않고, 일시적인 차입금으로 주금납입 형식을 취한 다음 회사설립 절차를 마친 후 곧바로 그 납입금을 인출해 차입금을 변제하는 것을 말한다상법에서는 주금을 가장납입 하거나 그 행위에 응한 자중개한 자들에 대하여 엄격한 제재(5년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를 가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또한, 세무적으로도 주금을 가장납입한 경우 상법에 의해서 법인설립이 무효화되기 전까지는 해당 법인의 정당한 자본금으로 보기 대문에, 가장납입액 만큼 법인이 주주에게 무상으로 빌려준 것으로 인정되어 법인세를 과세하고, 추가로 소득세까지 과세하게 된다.

출처 - 링크


또 하나는 명의신탁입니다. 세법상 기업의 실질적 소유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에 대한 과세를 피하기 위해, 법인격이 요구되는 국고보조금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실제 법인 설립에 자본 참여를 하지 않은 사람을 끼워 넣는 행위죠.


사업 개시 후 사실은 사장의 지분이었던 것을 되찾으려 할 때 주식거래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도 발생하고, 올해 만났던 어떤 농업회사법인의 사장님은 명의신탁인 것을 시치미 딱 떼고 갑자기 지분에 따른 대가를 요구하는 회원이 나타날까 전전긍긍하기도 하시더군요.


창업의 시작점에서 꼼수와 위법을 자행했던 사업자가 사업의 진행 단계에서는 적법하고 도덕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까요? 싹수가 노란 이런 기업들이 대한민국 산업계와 경제를 풍요롭게 할 새로운 영웅이 될 수 있을까요?


혹시나 이런 생각을 하셨던 예비 창업자들이 있으시다면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셔야 합니다. 단순히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창업을 선택했다가는 갑자기 범법자가 되어 법의 심판대에 올라서야 할 수도 있고, 그런 사람인지 몰랐다고 주변에서 멀어져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외로운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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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하는 위법이고 그런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인데 나라고 못하랴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제가 최근 받는 상담 중에 세무조사, 외국환 거래 위반 상담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면 국가의 시스템이 느리긴 해도 어떻게든 개선되어 가거든요.




4. 귀농귀촌


요즘엔 귀농. 귀촌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대부분 지역의 일자리를 찾아 취업하기보다는 농사+사업을 하시는데요사업이라는 것이 1차 농업 생산물의 판매, 가공된 식품의 판매 등이 주를 이룹니다. 지방경제가 발전한다는 면에서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중도에 포기하거나 근근이 지자체의 도움으로 이어가긴 하지만 기업의 그것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경영 상태를 보이는 곳도 많은데요.


준비되지 않은 창업이 많다보니 그렇습니다. 특이한 경우 중의 하나는 토지와 주택 구입에 드는 비용 때문에 창업 자금이 생각보다 빨리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귀농. 귀촌의 핵심이 전원주택을 짓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이 크다 보니 이런 우를 범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지방에는 미분양 아파트와 공공주택 공급도 여유가 있으니 귀촌하시는 분들은 이런 점도 감안하셔서 일단 집부터 짓고보자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귀농과 귀촌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각 기초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농업기술센터가 주최하는 귀농교육, 농업인 교육에 꼭 참석하시길 권합니다. 최근 농업기술센터는 귀농, 귀촌인들이 늘면서 농업과 식품 관련 창업자를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돌아다녀 보면 막걸리와 같은 가공식품의 개발 방법은 물론 온라인 마케팅에서 지식재산권 출원까지도 빼놓지 않고 창업자가 알아야할 다방면의 지식에 대한 강의가 진행되고 있더군요.


또한 지방에서 농업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려면 지역민과의 소통이 중요한데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작목별 연구회를 통해 인맥을 얻고 선배 영농인들의 소중한 경험을 전수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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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귀촌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가 농사입니다. 무조건 농사를 지어서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 다가 아닌데 너무 농사에 얽매이시는 경우가 있더군요.


제가 창업을 하는 분들한테 조언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창업하라는 것입니다. 평생 유통업에서 영업을 하신 분은 농사를 짓기보다는 농산물 유통을, 빼어난 외국어 실력과 무역의 경험이 있다면 무역업을, 여행관광업에서 잔뼈가 굵은 분이라면 농사를 짓기보다는 농가레스토랑이나 팜스테이에 도전하는 것이 더 성공의 확률이 높습니다. 자신의 전문분야를 내려놓고 농사짓기로 다시 시작한다면 스스로의 경쟁력을 폐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최근 회자되는 6차 산업은 1차 산업물인 농산물, 2차 산업물인 가공식품,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더해서 만들어진 신조어입니다. 그런데 무조건 1, 2, 3의 순으로 사업을 확장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2차 산업인 고추장, 된장 같은 식품제조를 하다가 품질 좋은 식품의 원료를 스스로 자급하기 위해 직접 콩농사를 지을 수도 있는 것이고요.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우리 고유의 전통장맛 체험이라는 관광 상품을 내놓으면서 6차 산업의 완성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귀농, 귀촌이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라면 몇몇의 성공사례를 따르기 보다는 자신의 핵심역량에 중점을 둔 사업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5. 가게와 식당도 기업인가?


요즘엔 스타트업(Start up)이란 단어를 많이 씁니다. 말 그대로 창업한 초기 기업을 말하는데요. 가게나 식당을 창업하시는 분들은 자신을 스타트업이라고 소개 하지는 않습니다. 벤처기업이라고 하는 분은 더더욱 찾기 어렵고 주로 자영업자라고 표현하죠대단한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아니니 기업이란 표현을 쓰기에는 멋쩍어서일까요?


그런데 또 저는 작은 식당을 합니다.”, “저는 조그만 공방 하나 하고 있어요.” 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분들도 명함에는 식당 주인, 공방 주인이라고 적지는 않죠. 다들 사장, 대표라고 적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느 식당의 주인을 부를 때 식당 주인님이라고 부르나요? “사장님이라고 부르잖아요.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은 4대보험 가입의무가 없나요?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은 노동법에서 자유로운가요이 괴리감은 뭘까요? 저는 여기서 자영업자로 구분되는 소기업들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찾아봅니다.


식당이든 공방이든 기업으로서의 자각이 있느냐 없느냐, 그리고 사장이 경영에 대한 고민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그 사업체의 미래를 다르게 가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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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식당이나 공방 같은 곳들의 상담을 해보면, 대부분 제게 컨설팅을 바라는 부분은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드는 법을 알려 달라, 더 멋진 공예품을 만들게 도와달라가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인 기업과 똑 같은 회계, 마케팅, 인사에 대한 문의였습니다. 매출액 규모도 조만간 십억 대 진입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곳들이었는데요.


식당을 창업하든 작은 공방을 창업하든 예비창업자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나는 기업을 세우는 것이고 내가 하는 일은 최고경영자의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 중에 꽤 많은 분들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프랜차이즈 창업을 하는 게 나은가? 자신의 단독 사업을 하는 것이 낫나? 라는 질문인데요. 바로 여기에 대한 답도 나의 창업이 기업을 만드는 일이라는 자각이 있다면 쉽게 도출할 수 있습니다.


기업을 세우고 운영하는 데는 많은 외부 전문가의 지식과 서비스를 활용해야만 합니다. 노무사,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가 그래서 있는 거죠. 하지만 어떤 전문가도 심지어는 다양한 사업 운영분야를 포괄적으로 컨설팅하는 컨설팅 펌일지라도 절대 사업을 대신해주지는 않습니다.


프랜차이즈 창업은 내가 하는 사업의 일부분이며 도구이지 나를 대신해 모든 사업을 해주는 요술램프의 지니가 아닙니다나는 최소한의 자본금과 노동력을 제공하면 모든 일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도와줄 테니 손 쉽게 사업을 하고 빠르고 안정적으로 돈을 벌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합니다.


직장생활을 해보신 분이라면 회사가 신규 사업을 개척하는 과정을 봤을 겁니다간혹 회사가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업이 기존 사업영역의 확장이 아닐 때는 외국전문기업과 제휴를 맺습니다. 그리고 제휴의 조건과 과정을 꼼꼼히 따지고 향후의 결별 시나리오까지 대비하죠. 어떤 기업도 제휴기업이 모든 것을 대리해 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휴하는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부터 시장지배력까지 꼼꼼히 따져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때 계약서에 사인을 하죠.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입니다성공한 외식업 창업자로 자서전을 낸 사람, 연예인 누가 투자한 프랜차이즈, 경제신문 1면을 가득채운 유망프랜차이즈 분석(광고)기사... 회사 다니면서 우리 회사 홍보팀이 어떻게 사장님을 띄우려고 대필자서전을 썼는지, 연예인과의 협약을 통해 회사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갔는지, 보도 자료라는 명목과 광고비로 신문에 얼마만큼의 지면을 거머쥘 수 있었는지 잘 아시잖아요.


그런데 왜 내가 창업을 할 때는 그런 합리적 경험이 떠오르지 않을까요?


우선 한국프랜차이즈 산업협회(링크)의 가맹사업자 조회를 해 보십시오. 언론홍보와 사업설명회를 통해 배포된 프랜차이즈 본사의 외양과 실제 내실이 어떤지 본인이 직접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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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랜차이즈 산업협회 공개 자료


소규모 가게든 공방이든 우리사회는 공평(?)하게 거대기업들과 경쟁을 시킵니다. 골목상권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을 탓하고만 있기엔 나의 창업이 당장 위태롭습니다. 이 경쟁의 링 위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은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실력 있는 기업가가 되어야 합니다. 만약 이걸 프랜차이즈와 같은 누군가가 대신해주길 바라거나 '내 가게는 작으니까', '나는 자영업자니까'라는 자위 속에 숨어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가게와 식당도 기업인가? 라는 질문에 그래서 저는 당연히 라는 답변을 합니다.




창업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창업의 목표가 그저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면 오히려 쉽습니다. 직원을 뽑으면 무조건 최저임금 만큼만 지급하고 두 사람이 할 일을 한 사람에게 시키면 됩니다. 간이과세자로 시작했는데 혹시 이익이 많이 나서 일반과세자가 되어 세금을 낼 거 같으면 빨리 폐업하고 가족들과 사촌 명의로 계속 돌려가며 사업을 하면 됩니다. 이러면서 지자체를 찾아가 읍소하다보면 착한 공무원 한 사람이 걸릴지 모를 일입니다. 운이 좋으면 사업하는 것 보다 더 나은 국고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점점 회사의 재무상황이 좋아지면 저리로 보증기금의 운용자금을 받아 부동산 투자를 하든 사채를 돌리면 나라에 낼 원금과 이자를 빼고도 몇 곱은 이문이 남을 겁니다.


혹시 이런 짓들을 부자 되는 법이라고 귀띔하는 이가 있으면 그 뺨에 따귀를 날려주십시오.


이 말은 평생 내게 부끄러운 인생을 살라는 악마의 속삭임입니다, “우리 아빠는 사장님이야.” 라며 자랑스러워하는 자식들의 기대를 져버리라는 저주고, 국민들이 낸 세금을 갉아먹는 버러지가 되라는 말과 같으니까요.


한 사람의 창업에는 그 사람의 인생, 가족들의 헌신, 국민들의 혈세로 만들어진 국가 인프라가 함께 투자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저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표 외에 창업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적게 일하고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창업 보다는 기업에서 요령껏 버티는 게 낫습니다. 짧은 시간에 모 아니면 도로 돈을 벌겠다면 주식투자를 하는 게 낫고요.


창업을 한다는 것은 이젠 성공을 위해가 아니라 남겨진 하나의 선택지를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 분들도 있습니다. 정년을 인정하지 않는 기업의 풍토 속에서 내쳐지는 중년에게, 더 이상 취업의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보편타당한 행동과 합리성이 말살되어 버린 기업에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직장인들에게 마지막 출구는 창업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이 창업을 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들이 경험한 이 사회의 불합리에 동조하는 경우를 봅니다한참 일할 나이에 기업의 원가절감의 수단으로 팽개쳐진 사람이 창업을 해서는 나이 많은 것들은 다루기 힘들다고 중년의 구직자는 뽑지 않습니다.

자신이 수십 번은 당했던 압박면접이라는 이름의 인격모독 상황을 내가 사장이 되어서는 인성을 알기위한 수단이라며 그대로 따라합니다.


대한민국 기업은 다 쓰레기라고 외치던 사람이 창업을 해서는 직원월급은 최저임금에서 10원 한 장 더 안 나가게 급여를 설계하느라 눈이 새빨게 집니다.

 

다시 한 번 내가 창업하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창업이라면 이 창업이 실패했을 때 내가 돌아갈 자리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세운 기업은 적어도 다른 직장인들 정년퇴직 할 만큼은 이끌고 가야 하겠죠. 그러려면 욕심을 멀리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학습해야 합니다. 남과 다르다고 겁먹지 말고 우리 회사가 갖는 우월한 다름을 추구하는 용기도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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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 같은 성공을 쫓기 보다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그래서 치밀한 준비가 따르는 창업자들과 새로운 기업가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은 창업에 대한 말씀을 드렸고요. 다음 시간에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제대로 망하는 법, ‘폐업에 대해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 삽입된 이미지의 책과 필자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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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장의 월급

4. 혁신적 기술과 신제품을 위한 연구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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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적정 IT 기술 : IT 구축, 쫄지말자

22. 고객 만족, 뭐시 중헌지 알아야 된다

23. 딴지그룹 노사문제와 기업의 성장통

24. 연말이 되기전에 해야 할 일 - 재무제표

25. 연말이 되기전에 해야 할 일 - 사업계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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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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