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장군이 역적으로 몰려 고문을 당할 때 이판사판인지 아니면 예전부터 있었던 포한(抱恨)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좀 엉뚱한 사람 하나를 걸고 넘어간다. 전 영의정 강순이었다. 남이의 손가락질 하나에 강순은 졸지에 꿇어 엎드려져 국문을 받다가 볼기를 까고 곤장을 맞게 됐다.
"불어라."
강순은 무관 출신이지만 깡다구가 약했던 것 같다. 몇 대 맞기도 전에 그는 항복한다.
"신이 어려서부터 곤장을 맞지 아니하였는데, 어찌 참을 수 있겠습니까"
매질이란 그런 것이다. 역적임을 인정한다면 자기 혼자가 아니라 온 가족이 몰살당하거나 노비로 끌려간다. 남이의 어머니는 '근친상간' 이라는 웃기는 죄명으로 능지처참을 당한다. 하지만 강순은 매 몇 대에 그만 혼이 나가고 만다. 다시 한 번 매질이란 그런 것이다. 고문 기술을 배운 적은 없지만 나에게 몽둥이 하나와 면채특권만 준다면 MBC 이사장 고영주로 하여금를 김정은 대장 만세를 부르짖게 만들 자신이 있다.
남이를 미워하던 왕 예종은 강순에게도 분노를 퍼부으며 또 다른 역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때 강순은 그나마 정승다운 말 한 마디로 예종의 입을 막는다.
"신이 어찌 매질을 참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 좌우의 신하를 다 들어서 당여(黨與)라고 하여도 믿겠습니까?"
즉 매맞다 보면 아무 이름이나 다 불 수 있는데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를 물은 것이다. 매질이란 그런 것이다. 검은 것을 희게 만들 수도 있고 남자를 여자로 만들 수도 있다. 과거 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와 보안사는 이 매질로 간첩을 만들었다. 그 상당수는 사형부터 징역까지 줄줄이 받고 그 가족들은 빨갱이 가족으로 매도돼 놀림받고 두들겨 맞고 나무에 묶였다. 징역 살고 나와도 정보과 형사가 툭하면 '인사'를 왔고 그 자손들은 공무원이나 군인은 커녕 일반회사에서도 손을 내젓는 '인사기록'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 그 '간첩'들이 줄줄이 무죄를 받고 있다. 영화 <자백>이 끝난 뒤 스크롤을 보면 우리 역사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강순처럼 매를 맞다가 자신을 파멸의 구렁텅이에 스스로 빠뜨렸는지를 능히 알 수 있다. 참 많이 엮었고 참 많이 조졌고 참 많이도 당했다.
심지어 21세기에도 간첩 만들기는 계속되고 있다. 몇 달을 가두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하고 심지어 남의 나라 정부의 공문서를 위조하기도 한다. 그렇게 간첩을 만들고 역적을 만든다. 순한 사람들은 지레 못이겨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는 '자백'을 하고 그렇게 만든 이들의 '훈장'의 재료가 되거나 스스로 목을 맨다. 아프리카나 중남미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자랑찬 대한민국, 근대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뤘다고 칭송 자자한 한류의 나라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영화 <자백>에는 많은 볼거리가 등장한다. 대한민국 검사가 된 녹음기나 기억상실증에 걸린 전 대통령 비서실장, 그리고 남편보다 더 한 마누라 '년', 그리고 '자백'을 한 사람들, 끝내 '자백'을 하지 않고 죽어간 사람들, 그리고 그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음지'에서 악을 쓴 자들. 그들을 확인하시기 바란다. 대한민국, 강순을 때려잡던 조선시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산하
페이스북 : 88sanha
편집 : 딴지일보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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