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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7. 29. 월요일

독투불패 늬하오마








레알 7급


실무직 공무원입니다. <7급 공무원>이란 영화가 우리를 대변해주나 했는데 그건 국정원 이야기여서 좀 특수한 사례입니다. 그래서 보통 공무원의 생활을 좀 풀어 볼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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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삭제 중 - 영화 <7급 공무원>


회사에 좀 다니다가 그만두고 노량진과 집 근처 도서관에서 공부하여 운 좋게 공채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다행히 점수가 나쁘지 않은 편이어서 어떤 부처를 갈까 행복한 고민을 좀 했었습니다.


처음엔 A부처에 가고 싶었습니다. 중국 여행 시 두만강에서 지척의 북한을 바라보며 남북 화해협력에 기여하고 싶다는 야무진 소망을 품은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A부 인사과에 전화를 하여 ‘임용대기자인데 부처 선정에 도움을 받기 위해 A부 소개를 받고 싶다’고 당돌하게 전화를 했습니다. 인사과 직원은 난감한 듯, 죄송한데 전화로 소개해 드리면 안 될까요? 하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전화로 설명을 해주는데, 뭐 홈페이지만 봐도 알 수 있는 이야기여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을 내준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습니다. 내친 김에 다음으로 관심이 있던 B부의 인사과로 전화했습니다. 그랬더니 B부 청사로 찾아오라고, 만나서 설명 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참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일개 임용대기자에게 시간을 내주는 것은 바쁜 인사과 직원 입장에서 귀찮은 일이었을  텐데 그 분은 차를 대접해 주시며 부처의 업무와 분위기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B부처로 마음이 살짝 기울어졌습니다.


7, 9급 공채의 경우 부처 배정 기준은 오로지 하나, 필기시험 점수 순위입니다. 하루 날잡아 임용대기자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프로젝터로 화면에 부처 티오를 적어놓습니다. 총리실 2명, 금융위 1명, 복지부 5명 이런 식으로. 그러면 1등부터 앞으로 나가서 담당 공무원에게 원하는 부처를 이야기합니다. "금융위원회 가겠습니다." 그러면 바로 화면에서 금융위 티오를 하나 줄여서 보여줍니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아쉬움의 한 숨 소리가 들리지요. 저는 나가서 B부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식으로 수백 명이 줄줄이 나가서 의사를 밝히면 부처 선정이 끝납니다.


각 부처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들은 풍월, 이미지만 가지고 부처를 선정하게 되니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다행히 저는 B부가 잘 맞아 감사히 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올해 말에 세종시로 내려갈 일이 좀 갑갑하긴 하지만 어떻게든 잘되겠지요.




레알 7급 : 신규자 환영식과 음주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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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되어서 모 기관으로 배치 받았습니다. 의욕이 아주 활활 불타올랐던 시절입니다. 회사에서는 적응을 못했는데 공무원으로서도 못하면 갈 데가 없다는 절박함도 있었고, 동료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기도 했습니다. 민간 기업에서 근무할 때 인간관계가 참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공무원 선배님이 신규자는 3가지만 기억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많이 웃고, 인사 잘하고, 상대방의 장점을 발견하여 칭찬해주기... 그렇게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어떤 일을 맡게 될까 기대가 컸는데, 서무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무직 신규자는 어디나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서무란 영어로 general affairs... 그냥 일반적인 일, 그러니 다른 사람의 업무가 아니면 다 내 일... 뭐 그런 개념이었습니다. 커피믹스 채워놓기, 우편물 받아 오기, 정수기 물통 교체하기, 직원 주소록 관리, 야근 시 식사비 정산 등의 잡무도 자연히 저의 업무가 되었습니다.


그 중 ‘직원 교육’ 역할이 좀 맘에 들어서 애정을 가지고 강사를 섭외하고 스케줄도 짜고 했습니다. 보안 교육, 성폭력예방 교육 등등 의무적으로 받아야 할 교육이 참 많은 와중에 직원들이 흠미 있어 할 만한 교육을 생각해본 게 직장인의 건강관리 교육이었습니다. 요가에 관심이 많을 때라 원정혜 선생님, 송방호 선생님의 연락처를 파악해서 직접 섭외하고 그랬습니다. 정부기관이라고 하니까 예산이 적은 것을 이해해 주시고 선뜻 와 주시겠다고 응해주셨습니다. 보통, 강사들과 직접 연락이 되면 강사료 조정이 잘 되는데, 비서들과 통화하면 기준단가를 전혀 낮추어 주지를 않으세요. 유명인들은 모양 빠지게 금액으로 왈가불가하지 않는 대인의 풍모가 있네...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저의 환영식을 해주신다고 하네요. 그런데 1년 선배가 웃으면서 술 잘하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저는 술을 못하는데요... 그랬더니 좀 걱정하셨습니다. 본인은 환영식 때 술을 하도 마셔서 3번이나 토했다고... 저는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민간 기업 시절에는 회식 때 술에 대해 자유로운 분위기였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아 보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민간 기업에서 못 버티고 나왔는데 여기서는 정말 잘해야 하는데... 고민 고민 끝에 맹랑하게도 아예 입에 대지도 말자, 그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드디어 환영식 날. 두둥! 과장님이 가운데 앉으시고 저는 마주 앉았습니다. 좌우에 직원 약 25명 정도. 저에게 첫 잔을 주시며 인자한 얼굴로 "환영합니다. 자 받으세요." 거기다 대고 "과장님 죄송한데 저는 술을 못합니다." 이랬더니 분위기가 싸아~~~~~. 저 멀리 1년차 선배는 작은 목소리로 손짓하며 아무개 씨 마셔, 마셔~~~ 이렇게 애원을 하고, 저는 못 본 체... 하지만 등 뒤로 식은땀이 쭈욱~~~~~.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과장님이 여전히 인자한 얼굴로 "그럼 이 차라도 한 잔 하세요." 이러셨습니다. 그날따라 판촉용으로 구내 매점에서 나누어준 녹차 음료를 직원들이 받아 가지고 있었거든요. 모든 선배들에게 1잔 드리고 1잔 받고,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주욱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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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갈굼?


회식 하프타임 때 잠깐 바람 쐬고 있는데 선배들이 지나가면서 다들 한 마디씩 합니다. 어떤 분은 잘했다고, 안 먹을 거면 아예 선을 긋고 입도 대지 않는 게 좋다고 하시고, 어떤 분은 앞으로 공무원 생활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며 혀를 끌끌 차기도 하셨습니다. 저는 뭐 혹시라도 불이익이 있으면 감수하겠다고 씩씩하게 답을 했으나 속으로는 ‘아 공무원 생활도 이런 식으로 꼬이나’ 이런 걱정을 좀 하기도 했지요.


이후 한 2주 정도 흘렀는데, 신규 임용자 교육을 4주 간 과천의 공무원 연수원에서 받는다고 알려왔습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요. 각 부처의 신규자들과 친분도 나누고 업무에서도 잠깐 벗어나니 금상첨화지요. 그랬는데 계장님이 살짝 부르시더군요. 아무개 선생,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어. 이러시더라고요. 또 머리가 하얘지데요. 보통 이렇게 빨리 부서 이동이 나지는 않습니다. 2년에 한 번, 많아야 2번 인사발령이 나는 게 보통이거든요. 그런데 부서배치 받고 2달도 안 되었는데 인사발령이? 현 자리는 잠시라도 비우면 안 되는 자리라고 하시면서 인사발령의 이유를 대시는데, 크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서무인데 뭘 ^^; 그러면 내가 일을 잘 못해서? 혹시 술을 안 먹어서? 에이 설마... 별별 생각이 다 나더라고요.


술과 관련된 몇 가지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술을 강요 당할 때마다 마시긴 하지만, 술을 머리에 붓는 등 갖은 진상을 부려서(술이 약하니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고 저 인간 술 먹이면 안 되겠다'해서 술을 피해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 어떤 분은 석 잔이 주량이라 얼른 석 잔을 먹는 도중, '마셔 마셔' 하면서 주위에 권하며 설쳤더니 술 잘 먹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어 오히려 주목을 덜 받아서 버텨왔다고 했습니다. 술을 마시고 나서 잔에 뱉거나, 빈 그릇을 밥 상 아래에 깔고 살짝 살짝 부어버린다는 것은 저도 가끔 시전하는 흔한 이야기이구요. 공무원 같이 준비하던 친구가 경제부처로 갔는데, 회식 때 노래방에 앉아서 박수치다가 핀잔을 들었다고 합니다. 어디 신입이 앉아서 박수를 치냐고... 아마 농담 반 진담 반이었겠지요.


예전에는 술을 좀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점점 분위기가 나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처럼 술을 못하는 사람에게는 다행이지요. 술을 잘 못하면 승진도 늦는다고 저를 걱정해주던 선배들이 꽤 있었는데 꼭 맞는 말 같지는 않습니다. 저도 술 잘하는 호방한 동기들에 비해 승진이 그리 늦지는 않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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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7 : 정부의 갑을관계


회사를 다닐 때 하던 일은 돈을 버는 것이었는데, 공무원이 되고 나니 돈을 써야했습니다. 행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받아서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니까요. 이때 정부가 이라면 정부가 집행하는 예산과 보조금을 받는 쪽인 지자체, 단체, 회사는 인 형국이 됩니다.

 

그럼 정부의 은 누굴까요? 바로 국민입니다. 국민의 대표자가 법을 만들고, 국민이 세금을 내서 정부가 운영되니까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부는 정부로서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민원처리를 잘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민원이 들어오면 며칠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친절하게 응대해야 한다 등등 많은 규정과 메뉴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습니다. 혹은 목소리를 냈음에도 정부가 대응하는 것이 시원찮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 때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이 나섭니다. 그러니 공무원들은 국회에서 요청하는 것들에 대해 성심성의껏 응대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국민을 대표해서 정부를 견제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바뜨... 갑에 대해 을이 겉으로는 고분고분하지만 속으로는 불평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지요. 국회-정부 관계도 여기서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 달 사이에 무려 200여 건의 자료를 요청하는 의원을 봤는데요, 한 상임위원회(예를 들어 환경노동위원회 : 환경부와 노동부 소관의 위원회)의 의원이 30여 명 정도가 되고 국회의원 다 합치면 300여 명이 되니... 의원들의 요구사항이 이런 식으로 폭주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200*30*1=600) 그래서 '우리가 무슨 국회 답변 자료 작성만 하는 줄 아나?’ 하고 궁시렁대는 경우가 있습니다. 더구나 국회에 나가는 자료는 자칫 문제의 빌미가 될 수 있고 해서 굉장히 신중을 기하게 됩니다.


공무원이 되기 전에는 뉴스에서 정기국회가 열린다, 임시국회가 열린다, 장관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하면 뭐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지금은 그런 일정을 주의 깊게 체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장관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공무원들은 아주 분주해집니다. 각종 자료 요청이 쏟아지거든요. 장관 내정자의 개인 신상에 대한 것뿐 아니라 소관 부처의 업무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윤진숙 해수부장관이 곤욕치른 거 보셨죠? ^^;) 자료를 준비하고 청문회에 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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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담당 부서는 초비상사태에 돌입하여 야근도 불사합니다. 답변기한도 길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오전에 자료를 요청하면서 당일 오후까지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답변 기한을 넘기면 엄청 재촉하기도 합니다.


국회 회의 당일 해당 상임위원회장 바깥 로비는 공무원들로 난리가 납니다. 도떼기시장도 그런 도떼기시장이 없습니다. 일단 복도 및 로비는 좁은데 거기에 많은 공무원이 자리를 깔고 회의장의 비상사태에 대비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아침부터 자리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것부터가 전쟁입니다. 가끔 부처들끼리 고성을 내며 민망한 자리싸움을 벌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자리를 확보해야 작업하기 편하니까요. 아침 일찍부터 국회 문이 열리면 먼저 들어가서 자리 차지하려고 아우성을 벌입니다. 저는 기자인 척하고 쓱 먼저 들어간 적도 있습니다. 기자들은 일반인보다 더 일찍 국회 건물에 들어갈 수 있거든요. 문이 열리면 해당 로비로 후다다닥 뛰어가서 자리를 맡습니다. 제가 속한 부서의 자리를 맡는 것이 선발대의 임무이기 때문에 자리를 차지 못하면 저의 상관인 과장, 국장이 앉을 자리가 없습니다. 그러면 저는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지요.


자리를 최대한 많이 차지하고 싶으나 다른 부처, 우리 부처 다른 실국의 사정도 있으니 적절한 수준에서 자리를 깔고 노트북을 켜고, 무선 인터넷을 연결하고, 프린터를 연결하고, 복사기와 팩스의 위치 및 고장 여부를 확인합니다. 자리싸움의 아수라장이 끝날 무렵 과장, 국장이 속속 도착합니다. 그리고 국장급 이상은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과장급 이하는 로비에서 대기합니다. 그리고 국회의원의 질문 내용에 대한 답변 자료를 신속하게 만들어 회의장으로 속속 배달합니다. 국회의원이 아주 디테일한 통계자료를 요구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한 학생이 몇 명이냐? 뭐 이런 것도 물어 볼 수 있습니다. 물어 보는 것은 의원 자유이지만, 장관이 모든 것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요. 답변을 못하면, 점심 먹고 나서 보고해달라, 내일까지 보고해달라 이럴 수도 있거든요. 그런 긴급 상황에 대비하여 각 실국의 업무를 잘 알고 있는 주무 직원들이 로비에 포진해 있으면서 방송으로 회의장에서 오고가는 질문 내용을 확인합니다. 국회TV에서 회의장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합니다. 국회TV를 누가 보길래 만드나 싶으셨죠? 공무원들은 초집중해서 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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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열리고 의원들이 장관을 대하는 것을 보면 아주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생 다루듯이 한달까요... 장관은 많이 혼이 납니다. 장관은 말머리에 존경하는 홍길동 의원님’.... 요렇게 하면서 공손하게 말하는 반면에 vs 의원은 장관! 답변 똑바로 못 하겠어요? 왜 거짓말을 하세요? 그것도 모르세요?’ 뭐 이런식으로 면박을 주기 일쑤입니다. 뉴스에서 A의원이 B장관을 칭찬했다는 미담 기사 본 적 있으세요? 그런 것보다는 A의원이 B장관 아들의 병역문제, 여자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격했다는 것이 뉴스에 오르기 십상이죠. 비판과 공격이 좀 더 뉴스거리가 되니까요.


우리 장관이 혼난다. 그럼 공무원들은 자기가 혼나는 것처럼 얼굴이 화끈화끈해 집니다. 가끔 욕 먹을만한 말이나 행동을 하는 장관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소속 직원들은 심정적으로 장관을 두둔하게 되고 의원이 좀 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마련입니다.


국회 담당은 격무 보직으로 인정을 받게 되고, 그래서 승진에 일정부분 배려를 해줍니다. 그것에 대해 주위사람들도 대체로 수긍을 합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승진이 늦더라도 가급적 피하고 싶은 업무입니다.


'꿩 잡는 건 매'이고, '정부의 갑은 국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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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런 거라도 가지고 있는 건지...






독투불패 늬하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