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8. 07. 수요일
독투불패 늬하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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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님을 모시고 중국에 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한중 정부 간 회의 수행, 그러나 실은 가방모찌. 높은 양반들은 가방을 들지 않고 상대 쪽 사람과 악수도 하고 담화도 하고 그래야 되는데, 그러려면 가방을 대신 들어주는 수행비서가 필요합니다. 또 비서가 따라붙어야 거물급 느낌도 나고, 급한 연락을 하는 데도 용이하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출장 첫째 날. 정부 간 회의를 하면 환영만찬을 합니다. 중국에서 회의를 했으니까 한국대표단에 대한 환영만찬을 중국 쪽에서 준비 하지요. 북경내 모 호텔에서 했는데 중국 사람들도 술이라면 우리나라에 뒤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3잔을 연거푸 마셔야 하곤 해서 아주 곤욕이었지요. 물론 저는 술을 마시고 살짜기 컵에 뱉는 등의 기술을 시전하며 회피했지만요. 러브샷 등 한국식 음주문화를 선보이니 중국 측에서 아주 좋아라 했습니다. 대장금이 인기일 때라 중국 대표단이 ‘오나라 오나라 아주 오나‘를 흥겹게 불러제꼈고, 우리도 답례로 중국노래(위에량 따피아오 워더신... 같은 거)도 하나 하고 뭐 아주 흥겨운 분위기에서 환영만찬을 보냈습니다. 그렇지만 내성적인 저의 성격상 이런 건 늘 어색하기만 합니다.
밤 11시쯤 만찬이 끝나 과장님을 방에 모셔다 드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제 방으로 갔습니다. 1인 1실이면 좋겠건만 여비 규정상 빠듯한 비용으로 인해 실무자들은 보통 2인 1실을 쓰게 됩니다. 제가 코를 좀 골아서 방돌이에게 참 미안하고 마음이 불편한데, 아님 제 돈을 때려박아야 해서(상대 역시 1인 1실 비용을 내자면 부담이고) 어쩔 수 없이 2인 1실을 씁니다. 예의상 상대방이 먼저 자길 기다리며 랩탑으로 다음날 일정과 자료를 체크합니다.
둘째 날. 한중 민간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양국 정부가 주최하고 양국 공기업이 주관하여 산업 및 학계 인사들이 모여 양국의 법 제도, 비즈니스 현황 등에 대해 정보교류를 하고 친선도 다지는 시간인데, 영광스럽지만 한편으론 부담스럽게도 제가 우리나라 어떤 법의 개정 동향에 대해 발표를 해야 했습니다. 물론 저는 한국어로 발표하고, 중국어로 동시통역을 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포럼을 주관하는 한국 공기업의 법무 팀장이 발표하면 더 잘할 수도 있을 텐데, 정부 인사가 발표하는 것이 더 공신력이 있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법 조항 연구하고, PPT자료 준비하고 그러느라 진땀 꽤나 흘렸습니다.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중국어로 준비해야 했구요. 한국에서 사전 준비했지만, 중국행 비행기 안에서 발표하기 직전까지 연습하고 또 준비했습니다. 다행히 큰 실수 없이 발표 했고, 이게 밑천이 되어 나중에 APEC회의에서도 한국대표로서 비슷한 내용을 발표하게 됩니다. 물론 그땐 영어로 해서 더 떨렸구요.
민간 포럼이 저녁 5시쯤 끝나서 같이 참석한 한국 인사들과 조촐하게 저녁을 했습니다. 이분들은 한국의 업계 동향과 학계의 연구결과에 대한 발표를 포럼에서 잘 마친 후라 아주 홀가분한 심정으로 식사를 드셨지요. 저야 메인 행사인 한중 정부 간 회의가 남아있어서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었고요.(참석했던 JYP 직원분이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JYP 회사 이야기, 박진영씨 에피소드 등을 들려주셨습니다. 저 또한 개인적으로 박진영 씨와 관련된 일화가 있어서 그런지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본론으로... 출장 셋째 날입니다. 한중 정부 간 회의에서 한국 대표인 저희 과장님을 보좌하기 위해 회의 의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상대 쪽 인사 프로필을 확인하고 과장님과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준비는 할 게 많지만 정작 회의에 들어가면 저의 할 일은 회의 때 오간 내용을 열심히 받아 적는 것. 발언은 대표인 과장님이 다 합니다. 일개 실무인 저는 껴들어갈 자리가 없죠. 출장결과보고서 작성을 위해 열심히 받아 적고, 끝나고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보통 정부간 회의를 하면 선물을 주고받습니다. 저희는 자개로 된 명함집인가를 주었고, 답례로 북경의 옛 모습을 담은 족자를 받았더랬습니다.
회의가 잘 끝나고 이번에는 우리 쪽 답례 만찬이 이어집니다. 이 때는 양국 정부 대표들도 회의가 잘 끝났겠다 홀가분한 맘으로 음식을 들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양국 정부, 산업계, 학계, 언론계 인사들이 양국간 우의를 다지는 발언을 쏟아내고, 건배하고, 노래하고 뭐 그러며 밤이 깊어갑니다.
출장 넷째 날. 이제 귀국합니다. 입국할 때 중국 측에서 마중을 나왔듯이 귀국할 때도 공항까지 배웅을 해줍니다. 이게 정부 간 행사의 의전 관례인 것 같습니다. 동료 직원들에게 나누어 줄 작은 선물을 공항에서 구입하고 귀국행 비행기를 탑니다. 해외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우리나라 비행기가 세계에서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일단 비행기를 타면 마음이 탁하고 놓여서 좋습니다.
그렇다면 레알 7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어떤 준비와 채용의 과정을 거쳐야 할까요? 한 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7급 공채의 경우 국어, 영어, 국사, 경제학, 행정학, 행정법, 헌법... 이렇게 7과목을 객관식으로 시험을 봐서 고득점 순으로 합격이 결정됩니다. 이후 면접이 있긴 하지만 면접 경쟁률이 1.3대 1 정도 되니까, 필기 통과하면 어지간히 8부 능선을 넘은 셈입니다. 물론 필기가 100대 1 정도 됩니다. 제가 노량진에서 수업을 들을 때 한반이 200명 정도 됐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딱 2명 합격하겠구나 하면... 정신이 번쩍 들곤 했습니다.
처음 시험을 준비할 때는 마음가짐이 이랬습니다. '국어? 우리말이니까 쉽겠지. 영어? 토익 몇 점 정도 나오니까 뭐 잘되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국사? 난 원래 역사는 좋아하잖아. 경제학? 대학교에서 수업 좀 들었으니까 뭐 괜찮겠지.' 그러니까 남은 행정학, 행정법, 헌법만 바짝하면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커다란 착각이었지요.한국
과목별로 하나씩 들어가 보겠습니다. 국어는 정말 어쩜 이런 것까지 시험에 낼까 싶을 정도로 난해합니다. 고문, 한자, 고사성어도 어렵지만 띄어쓰기, 표준어 이런 거도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사실 수험 기간 내내 국어 때문에 헤멨습니다. 그냥 꾸준히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점수는 그닥 잘나오진 않았구요. 사실 애초에 국어에서 고득점을 노리진 않았고 너무 평균을 갉아먹지만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영어 역시 고득점을 노리지는 않았습니다. 이건 뭐 어휘가 보카 22000정도는 씹어먹을 정도가 되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나왔습니다. 이건 너도 틀리고 나도 틀리는 문제다...이런생각이 들어 어려운 어휘문제는 가볍게 찍고 넘어가곤 했습니다. 독해 비중이 커서 독해에 시간을 많이 배분하려고 노력했구요. 영어 역시 선방만 하자는 마음가짐이었고 그리 열심히 하지도 않았습니다.
국사는 제가 많이 좋아하는 과목이었기에 비교적 즐겁게 공부했습니다. 점심 먹고 산책하면서 노량진 선생님의 국사 강의를 들었고, 도서관에 갈 때나 집으로 갈 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듣곤 했습니다. 기출문제집을 사서 여러번 풀어보는 등 꽤나 열심히 했습니다. 물론 어려운 문제를 내버리면 너도 나도 다 틀릴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안정적인 점수가 확보되었습니다.
경제학은 대학교 수업을 많이 들어놓아서 비교적 수월하게 들었습니다. 대학에서 경제학입문,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등 3번의 수업을 통해 습득한 내용을 1천페이지에 걸친 공무원 수험서를 통해 복습을 해야되어서 내용이 방대했습니다. 경제학을 처음 배우는 수험생들은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급 시험이나 7급 시험이나 난이도는 거기서 거기인데 7급 시험에는 경제학과 헌법을 추가로 공부를 해야했고 수험생들은 경제학을 가장 부담스러워했던 것 같습니다. 경제학 역시 저에겐 효자 과목이었습니다.
드디어 생소한 과목 3형제(행정학, 행정법, 헌법)입니다. 그런데 행정학을 배우다 보니 접근방식이 경제학이랑 많이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리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즐겁게 공부를 했습니다. 좋은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습니다. 역시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보며 실력을 다졌고 대체로 안정적인 점수를 내주었습니다.
행정법, 헌법 등의 법 과목은 계속해서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사실 평소에 법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고, 법원 근처에는 얼씬 거리지도 않았으며, 법 없이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저였습니다. 그런데 법은 관련 용어도 어렵고, 소위 법률적 사고방식(legal mind)이 생겨야 한다는데 그게 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판례는 어찌나 또 많은지, 상식으로 풀 수 없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법은 아직도 어렵습니다. 법이 어려워야 법조인들도 밥 먹고 살겠지요.
이밖에도 5급 공무원을 뽑는 행정고시, 지역인재를 등용하는 ‘지역인재 추천채용’ 등도 있습니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직원 채용 공고를 볼 수 있는 ‘나라일터’라는 사이트가 있는데(http://gojobs.mospa.go.kr/) 관심 있는 분들은 가끔 들어가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라일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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