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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에서 산모들이 열이 나는데 꼭 약을 먹어야 하냐고 물어 볼 때가 있습니다. 사실 이런 말을 들으면 당황스러운 게, 임신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좀 참아도 문제가 없지만 임신 한 경우는 열이 아기에게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약을 꼭 먹어야 합니다. 약이 아기에게 미치는 부작용은 확실하지 않지만 열이 아기에게 미치는 부작용은 너무나 치명적입니다. 이 상황에서 약의 부작용을 걱정하고 오로지 몸의 자정 능력을 믿고 열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지난 글(GMO의 안정성에 대해서 - 링크)에서 많은 분들이 GMO의 안전성에 대해 많은 우려를 댓글로 보여주셨습니다. 전문가 분도 댓글을 달아 주셨는데 그 분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수많은 댓글들을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예전에 육종이나 교배를 할 때도 이런 걱정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새로운 먹거리가 나타날 때 이걸 먹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우리도 모르게 어떤 독이 쌓여서 병이 들거나 빨리 죽지 않을까? 거세한 고기가 맛있기는 한데 이거 먹고 성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 아니면 (우장춘 박사의) 씨 없는 수박이 먹기는 편한데 나중에 고자가 되지 않을까?


육종이나 교배도 GMO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열심히 행해지고 있는데 이런 논란은 별로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동식물은 자연적으로 교배가 되어도 환경이나 우리 몸에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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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의 안전성에 대해


사실 GMO 가 안전하다는 말은 정확한 말은 아니고 정확한 워딩은 '기존의 식량(conventional food)보다 인간의 건강에 더 위험하다는 증거는 없다(poses no greater risk to human health than conventional food)뭐 이 정도가 되겠지요.


물론 모든 GMO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시장에 나온 GMO는 여러 실험을 거쳐 안전성과 알러지, 그리고 자연 환경 파괴의 가능성에 대해 심사를 받고 조절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혹시 이글을 읽으시는 분 중 얼마나 많은 분들이 GMO가 WHO나 FDA의 규제를 받고 있는지 알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규정 안에 안전성 뿐 아니라 생물학적 다양성, 생태계 파괴, 알러지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고 계셨나요. (저는 부끄럽게도 솔직히 몰랐었습니다 )


물론 WHO나 FDA를 잘 믿지 못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 이들의 위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자궁 경부암 백신의 부작용으로 일본에서 문제가 되었을 때 WHO에서 바로 잘못된 보고라는 보도 자료를 냈고 바로 가라앉았습니다.


심지어는 전세계 노벨상 수상자 100여 명이 그린피스와 각국 정부를 향해 GMO 옹호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기사 링크)


여기에 미국 의사 협회까지 GMO 옹호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의사들, 엄청 보수적인 집단입니다. 확실하지 않으면 언급을 회피하고 논란이 될 만한 언급은 하지 않습니다. (물론 최근 우리나라에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만... 하지만 보수 중의 보수인 의사 협회 마저 진단서가 잘못 되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사실 이런 정도라면 GMO의 안전성 조작을 위해 다국적 기업과 정부, 자본이 몰래 합작하여 내통한 음모라고 치부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그리고 논문이라는 건, 몇 년간 데이터를 모으는 일로 일기장에 내가 먹어보니 나쁘다, 좋다 하는 것과 비교 자체가 불가합니다.


탈리도마이드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이거 거의 1년 정도도 안 팔렸습니다. 부작용이 나와서 바로 판매가 금지 되었습니다. 최근 가끔씩 약품이 허가 되었다가 취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3상 실험을 하고도 체크하지 못한 것으로 이런 것들 조차도 사실 부작용 숫자로 보면 아주 소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고 여러 집단 지성이 만들고 또 여러 단체에서 감시합니다. 시스템으로 돌아갑니다. 오류가 생길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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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GMO의 경우도 하나하나에 대해 이렇게 감시한다고 합니다.


어느날 우리가 시장에서 흔히 보던 어떤 GMO 농산물이 우리 몸에 해롭다고 발표되고 주류 과학계도 인정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위험은 그 농산품 하나로 끝날 가능성이 높으며 그 위험성도 우리 대다수에게 그리 치명적이지는 않을 거라는 이야기 입니다. 혹시 WHO나 FDA에서 괜찮다고 했는데 나중에 엄청 위험해 졌던 것이 있었나 생각해 봅시다.


GMO는 20년 넘게 수 억의 인구가 사용했는데 아직까지도 확실한 부작용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위험하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의 얘기가 "비록 부작용이 바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나중에 더 큰 피해가 생길 지도 모른다"인데, 이에 대해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고 미래에 어떤 피해를 유발할지는 모른다, 사실 안전한 거라고 반론하면 좀 오버인가요?


물론 가장 중요한, 먹거리임 만큼  맥시멈 리스크를 항상 가정하고 주의해야 되는 점 맞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언론들은 정확한 실상을 알려주지 않고 그냥 막연하게 반대를 합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위험하지 않을까 하고...


다음이나 네이버에 GMO 검색만 하면 부정적인 기사 투성이입니다. 하지만 만일 피할 수 없다면 실상을 정확히 알고 덜 불안해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GMO는 100% 피할래야 피할 수도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축산 농가에서 미국이나 중국 혹은 호주에서 수입한 사료를 안 먹이는 곳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소들은 다 GMO 곡물을 먹고 자라고 우리는 그것을 먹고 있습니다. (물론 GMO 먹은 동물의 젖이나 혹은 고기에서 유전자 변형 DNA나 (해로워 보이는) 새로운 단백질이 발견 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식용유나 카놀라유 도 역시 다 마찬가지 입니다.


저는 유기농이 기존의 농산물보다 농약 함량만(기준치 한참 아래의)  낮고 장점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이제 굳이 유기농을 찾지 않습니다. 같은 가격이면 유기농을 찾겠지요.  환경적으로 봐서도 유기농은 농약만 조금 사용 할 뿐 환경 오염에 오히려 더 나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아무튼 제발 자연적인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은 좀 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농약 사용량과 일벌(worker bees)들의 감소 그리고 종의 다양성


농약에는 2가지가 있습니다. 해충제와 제초제. 원칙적으로 GMO는 해충제는 감소하고 제초제는 증가해야 되는데,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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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분명한 것은 농약이 확실히 늘었다고 말씀 드린긴 어려운 상황이고 이것이 꼭 GMO 때문이라는 증거도 없습니다. 잔류 농약이야 사실 지금도 엄청 검사를 하고 있기는 하죠. 또 다른 논문을 보면 16년 동안 미국에서 살충제는 감소하고 제초제는 7% 정도 증가했네요. (원문 링크)


혹시 'Colony Collapse Disorder'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일벌이 줄고 있는 데 이 이유가 GMO 작물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GMO 작물을 먹은 해충은 저절로 죽는데 그 이유로 인해 그 농작물을 먹은 일벌이 사라지고 여왕 벌만 남겨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GMO 때문은 아니라고 합니다. 친절하게도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공식 페이지에서 직접 멘션 하고 있습니다. EPA 이니 믿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원문 링크)



식물의 다양성이 죽는다고 많은 걱정들을 하시는데 사실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은 새로운 환경에 의해 새로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GMO로 인한 다양성 파괴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주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GMO는 파파야 같은 멸종 위기 식물을 다시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종자 독점과 자본주의의 폐해


많은 분들이 종자 독점 문제에 대해서 언급해 주셨습니다. 종자 문제는 식량 주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중요합니다. 하지만 곡물 시장의 이런 독점의 폐해는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이지 GMO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사회가 분화되고 전세계적으로 농업 인구가 줄어드는 마당에 농업이 기업화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당연히 종자도 이제 좋은 것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되고 이러다 보면 특허 문제도 발생하고. 카길이나 몬산토 -이제 몬산토는 바이엘로 넘어 갔습니다- 같이 종자를 독점한 다국적 기업의 문제 역시 우리 생활에서 흔히 보는 자본의 독점욕과 탐욕의 문제 중 하나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나라에서 자본의 영향을 피하지 못하 듯, 마찬가지 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자본의 탐욕 때문에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살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공산주의와의 경쟁은 사실상 이미 막을 내렸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자본주의 덕분에 우리가 과거보다 훨씬 잘 먹고 편안해지고 또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된 것 아닌가요?


어떤 분은 이렇게 GMO가 확산되는 데는 "다 독점 자본기업 때문에 이런 것이고 이런 보이지 않는 손 때문에 우리가 속는 것이다"라고 자꾸 말씀하시는데 만일 이렇게 전세계에서 GMO를 반대하는 이유가 기존에 육종과 교배를 담당하던 기술자들이 자신의 직업이 없어질까 두려워 GMO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보면 어떻습니까?


사실 GMO가 확산 될 수록 자영농이나 기존의 기술자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은 사실아닌가요? 하지만 자본주의의 폐해를 보완해 나가기 위해서는 사회 제도의 개선과 함께 과학기술의 발전이 필요합니다. 과학기술의 발달 없는 사회제도 개선 만으로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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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라벨링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저는 지난 글에서 GMO 라벨링에 대해서 한 마디도 언급 한 적 없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라벨링을 제가 반대하는 것처럼 적어 놓으셨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 라벨링 찬성합니다. 다만 GMO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더 자세히 알게 되는 것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으며 언론이 항상 옳은 말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 아시지 않습니까?) 김제동이 영창에 갔다는 이야기가 사실일지라 하더라도 저는 이 이야기가 국정 감사에 꺼내지는 것에 대해 반대하였습니다. 유능한 국회의원과 공정한 언론에 의해 당시 김제동씨가 방위로 있을 때의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전후 사정이 증명 되면 당연히 환영하겠지만 현 상황에서 그럴 가능성이 매우 적어 보였습니다.


이런 경우 김제동은 옳으니 뭘 두려워 하냐? 국정 감사를 받자!! 하는 것이 꼭 옳은 일 일까요? 한편 미국에서도 이제 법률이 통과되어 앞으로 의무적으로 GMO 라벨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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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제 글을 계기로 독자분들이 GMO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임신 중 열이 날 때 약을 사용하는 것이 아직은 모르지만 후대에 우리도 모르게 아기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 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임신 중 혹은, 진통 중에 흔히 써 왔던 진통제가 사실은 엄청 위험한 약 이어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약 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데이터와 연구로 볼 때 아기에 크게 이상이 없어 보이고 진통제를 안 썼을 때 보고되는 많은 단점 때문에 저는 그렇게 기존의 연구를 뒤집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저희 교과서에서 시키는 대로 약을 사용할 것입니다.




지난 기사


GMO의 안정성에 대해서





이번 글 중 많은 부분은 이승로그의 물뚝심송 님의 글을 참고하였습니다 (원문 링크)


마지막으로 제 글에 맨날 논문 이야기만 하면서 인용 논문이 없다는 댓글이 있어서 논문 몇 개 소개합니다. 


http://ec.europa.eu/research/biosociety/pdf/a_decade_of_eu-funded_gmo_research.pdf


http://www.fao.org/docrep/006/Y5160E/y5160e10.htm#P3_1651The


Nicolia, Alessandro; Manzo, Alberto; Veronesi, Fabio; Rosellini, Daniele (2013). "An overview of the last 10 years of genetically engineered crop safety research" (PDF)Critical Reviews in Biotechnology: 1–12.


Ronald, Pamela (May 5, 2011). "Plant Genetics, Sustainable Agriculture and Global Food Security"Genetics188: 11–20. doi:10.1534/genetics.111.128553.


http://www.argenbio.org/adc/uploads/pdf/bma.pdf


https://www.isaaa.org/kc/Publications/htm/articles/Position/ama.htm




raksumi


편집: 딴지일보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