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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8. 01. 목요일

군사부장 펜더













기타, 사랑, 도끼칼, 2

 


0. 좌상단... 낯섦

 

그때 창곤이가 완전 열 받았지.”


?”


“(웃음)인사하고, 바로 머리 맞았어.”


바로? 창곤이가?”

 

효인이의 증언이다.

 

중단세 잡고 시합 막 하려고 했는데, 상대가 좌상단으로 나온 거야. 팔을 엇갈려 잡는데... 보이지도 않더라고, ‘’ 하는 소리가 나한테까지 들리더라고. 창곤이 빡쳐서 두 판째에서 완전 개칼로 밀어붙였지. 그리고 세 판째에 다시 한 번 좌상단. 끝이었어.”

 

화성시 대회 직전에 있었던 대회에서 1회전 탈락을 했던 창곤이의 시합결과였다. 당시 고명관에서의 시합총평은,

 

좌상단에 당했어.” (‘당했어다음에 한껏 웃음을 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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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마디로 정리가 끝났다. 입관한지 6개월 만이었나? 본격적으로 좌상단을 쓰던 관원이 잠시 고명관을 찾았던 적이 있었다. 검력 10년차에 2단이었던 검사였는데, 잠시 수련을 하러 왔었다. 대회에서는 가끔 볼 수 있는 좌상단이었지만(요즘은 대회에서 곧잘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흔하진 않다), 대련 중에는 흔하게 볼 수 없는 것이었기에 선배들도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검이 말렸다고 해야 하나? 그때 미친 관장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련 중에 연습을 중지 시키더니, 우리들에게 심드렁하게 한 마디 던졌다.

 

뭘 그렇게 두려워해요? 좌상단? 별거 아니에요.”

 

좌상단 자세를 직접 보여주며, 버티기로 가면 좌상단이 치고 들어오기 어렵다는 버티기 모드, 받아서 치는 경우, 연타로 들어가는 법 등등 좌상단 공략법을 직접 보여줬다. 막연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가셨던 시간이었다. 낯섦...인간이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무지(無知)’에서 나온다. 이 무지를 극복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죽음을 각오하면 된다. 죽음을 각오한다면, 어떤 미지(未知)에도 맞설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나머지 하나는...‘아는 것이다. 의 실체를 확인하고, 대비를 한다면 공포를 걷어낼 수 있다. 창곤이는...상단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의 경험과 지식이 있었고, 한 번의 죽음을 경험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죽음을 경험해야 했다. 상단에 머리 두 점. 호면을 벗은 창곤이는 해맑게(?) 웃으며,

 

, 우리 꼬인 거 같은데?”

 

고명관 성인부의 첫 시합은 채 1분도 걸리지 않고 결판이 났다. 창곤이의 예감은 적중했다. 청년부, 장년부에 참가한 윤사범, 나선배, 효인이, 만경 선배는 판판이 깨졌다. 충격적인 건 윤사범의 패배였다. 작년 대회에서 제압했었던 상대에게 패했다며, 윤사범은 못내 분을 삭이지 못했다. ‘섦’이었다. 처음 보는 모습들이었다. 창곤이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시고, 진지함이 나오기 시작했다.

 

... 우리 대회 준비 않고 그냥 나왔잖아. 나오기 전에 한 일주일이라도 칼 맞추고, 체력 좀 다지고 나왔어야 하는데... 우리 너무 만만하게 나온 거 같아.”

 

하나 둘 관원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빈자리는 분노와 자책감, 관원들을 향한 어색한 웃음으로 채웠다. 작년과는 달랐다. 우리는 더 이상 핑계를 말할 수 없었다. 우리는 약했고, 약한 주제에 방심까지 한 것이다.

 

“...한 일주일이라도 칼을 맞췄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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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곤이의 그 말에 모두들 말을 잇지 못했다.

 

1. 단외자 출전!!

 

유단자들의 충격적인 패배소식이 잦아들 때쯤, 단외자 경기가 시작됐다.

 

효인이가 한 번 만에 초단을 따고 유단자로 올라서자 민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렸던 적이 있었다.

 

, 단외자를 충분히 즐겨. 즐긴 다음에 초단 올라서도 늦지 않아.”

 

민수는 단외자이다. 일부러 승단심사를 뒤로 미룬 케이스였다. 승단심사를 보면 충분히 초단을 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외자를 즐기고 있다. 단외자 클래스에서는 상위권 성적을 뽑아낼 수 있지만, 유단자로 넘어가면 승리를 즐길 수 없다는 논리였다. 단외자 때 실컷 승리를 만끽한 다음에 유단자로 넘어가도 된다는 논리였다. 향상심과는 다른 문제였다. 되짚어 보니 몇몇이 있었다. 각자 사정은 다르지만 충분히 유단자와 검을 마주할 실력이 있음에도 승단을 뒤로 미룬(?) 경우가 꽤 있었다. 조 선배의 경우는 불끄기 바빠서(소방사이다. 올해로 쉰을 찍었는데 몸은 삼십대 중반이었다. 몸 받음하고 퇴격으로 들어갈 때, 손목 페이크를 주고, 머리로 올리는 그 날카로움은 발군이다), 박 선배의 경우는 하다 보니라는 짧은 변으로(대회 끝나고 나서 단을 따겠다고 선언했다), 찬종이의 경우는 바빠서란 얼토당토 한 이유를 말했다. 하긴 승단심사 신청을 하면, 미친 관장에게 붙잡혀 일대일의 혹독한 침 흘리기를 강요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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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없습니다!! 한 번에 따야죠!!”

 

효인이는 두 달 정도 혹독하게 침을 흘린 다음 초단을 땄다. 모두들 박수를 치고, 축하해 줬지만, 질투나 부러움과 같은 느낌은 없어 보였다. 어차피 칼을 마주할 상대이고, 강함은 으로 설명되지 않는단 생각들이 있는 것 같았다. 오히려 단을 딴 효인이가 부담감을 더 느끼는 것 같다. 효인이는 그 부담을 떠안았고, 다른 이들은 그 부담을 언제 떠안을까 시기를 조율하고 있을 뿐이었다.

 

유단자급 3명이 단외자 개인전에 출전한 것이다. 박 선배, 민수, 찬종이... 세 명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1분이나 걸렸을까? 단외자 첫 경기에서 찬종이는 특유의 스피드를 내세워 깔끔하게 2:0 승리를 뽑아냈다. 박 선배는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날카로움으로 역시 2:0 승리를 뽑아냈다. 민수? 민수에게는 여자 친구가 있었다. ‘사랑의 힘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원래 실력일까?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민수는 사랑의 검을 날렸고, 여자 친구는 "김민수 파이팅!"을 외치며 남자친구의 선전을 기원했다(...이래서 전쟁 나가기 전에 아내들이 무운(武運)을 기원해 주는구나...).

 

당연한 결과였을까? 단외자부 4강은 고명관 식구 3명이 그 이름을 올렸다.

 

2. 첫 출전... 절반의 패배

 

미친 관장은 내게 1포인트만 따라는 과제를 안겨줬다. 관원들 대부분은 놀리듯이 내 패배를 말하며,

 

제발 울지만 말아.”

 

라고 놀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막상 출전을 앞에 두자, 서로 저마다의 충고들을 던지느라 정신이 없었다.

 

잘 봐! 우선 보는 게 중요해.” (보이는게 없었다)


기세에 밀리지 마! 우선 기합 지르고, 달라붙어!” (달라붙었지만, 그 다음이 없었다)


어차피 초보들이야. 처음 검잡으면, 어디로 칼 날아올지 몰라. 주눅 들지 말고, 네 칼을 날려!” (내 칼이 어떤 칼이지?)


연습대련 3분과 시합 3분은 달라요. 그거 잊지 마요. 연습 생각하고 덤벼들면 안 돼요. 후반에 체력 떨어져 (실감했다)


존심(存心) 잊지 마! 점수 되는 것도 존심을 잃으면 점수 안 줄 수 있으니까 존심 잡는 거 잊지 마!!”

 

존심 存心 : 상대방을 공격한 즉시 본래의 자세를 갖추어 공격 이후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응하는 태세 또는 마음가짐을 말한다. 공격 후에는 보통 중단자세를 취하여 상대방의 변화에 대비한다. 아울러 어떠한 상황 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한결 같이 대처하는 마음가짐을 가리키기도 한다. / 네이버 백과사전 중 발췌


 

갑자기 밀려든 정보의 홍수 앞에 내 뇌주름은 다리미로 민 느낌이었다. 진즉에 충고하지... 출전하기 직전에 이야기 하는 이유는 뭐야?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건 심판 3명의 청백기 뿐인데...

 

후회 없이 싸워라.”

 

누가 한 말인지 모르겠다. 호면을 뒤집어써서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후회 없이 싸우라고 말한 것 만은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뒤이어 시합을 마치고 시합장을 빠져나온 찬종이가 호완으로 내 갑상을 두들겼다.

 

잘해라.”

 

찬종이의 호완, 그리고 내 갑상의 울림을 품고 시합장에 섰다. 상대방을 보기 전에 내 죽도를 바라봤다. 호완에 힘이 들어가고, 죽도의 등줄이 감겨오는 느낌이 전해졌다.

 

그래, 달려들자.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달려들고 보자. 날릴 수 있을 때까지 날려보고, 그 다음은... 그 다음에 생각하자.’


4.JPG

비.장.하.게

 

시합개시와 동시에 몸을 날렸다. 왼쪽 무릎에 찬 보호대가 찢어질 듯이 내 몸을 날렸다. 머리였다. 내게는 머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찰나의 순간 있는 힘을 다 쏟아 검을 날렸다.

 

'난 키가 커, 난 팔도 길어. 그럼 머리밖에 없어!'

 

오로지 머리였다. 몇 초의 시간이 흘렀을까? 몇 번의 검을 날렸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상대는 다 막아냈다. 그 한  번의 머리를 빼놓고는 마구잡이였다.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검이 허공을 갈랐다. 몸받음으로 밀치고, 바로 퇴격... 아니, 퇴격을 가장한 도끼칼을 날리기 시작했다. 몇 번의 둔탁한 충격음이 죽도를 타고 호완으로 전해졌지만, 심판의 깃발은 올라가지 않았다. 힘의 차이? 체격의 차이? 코너로 계속 몰아붙였다. 정신 없이 칼을 날린 덕분인지, 상대의 주눅 든 기세가 이쪽에까지 전해졌다.

 

좋아 계속 밀어붙이는 거야! 조금만 더 버텨봐!’

 

근육에 쌓아둔 모든 에너지를 쥐어짜내 난 몸을 날렸고, 검을 휘둘렀다.

 

전진, 전진, 또 전진! 검도에는 전진 밖에 없어요!”


공격이 최고의 방어에요. 특히나 초보들은 기다려선 안 돼요! 틈이 보이면 바로 몸을 날려요. 틈이 없어요? 그럼 틈을 만들어서 날려요!”


지더라도 몸을 날리고 져요. 기다리다 맞지 말고!”

 

미친 관장의 외침이 귓속을 왱왱거리며 날아다녔다. 내가 지금 무슨 칼을 날리는지 보이지도 않다. 보이는 건 상대의 머리와 손목 이었다. 상대의 죽도는 정신 없이 내 칼을 받느라 바빴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이다. 다행이라면 상대방도 초보였다는 점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허점이 너무 많았다. 자세만 잡히면 바로 몸을 날렸다. 일단 칼을 날리고 몸이 뒤따라가는 형국이랄까?(거기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내가 검을 멈추면... 그 다음은 장담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검을 날렸다. 공격이 먹히든 먹히지 않든 간에 무조건 죽도를 휘둘렀다. 그 찰나의 순간. 상대방의 손목이 보였다. 손목... 사지에서 발견한 유일한 활로(活路)였다. 손목이 비었다! 생각하고 말고도 없었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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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오른발이 부셔져라 시합장 바닥을 내리치며, 외쳤다. 그러나 깃발은 올라가지 않았다. 존심의 문제였을까? 점수를 짜게 준 건가? 손목에 제대로 타격이 들어간 게 아닐까? 생각할 틈이 없었다. 상대의 검을 막아야 한다. 검을 치켜들고 상대에게 어깨를 들이밀었다. 검과 검이 마주했다. 그제야 호면 너머의 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안(一眼)이었다. 몇 십 번의 칼질 이후에 처음으로 상대의 눈을 보게 된 것이다. 상대는 전혀 주눅 들지 않은 눈이었다. 열에 들뜬 상기 된 표정이긴 했지만 나처럼 흥분하지도, 겁에 질리지도 않았다.

 

어렵다.’

 

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시합 시작하고 얼마간(한없이 길게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몰아붙인 효과는 전혀 없었다. 상대는 침착하게 내 검을 흘렸던 것이다. 상대의 눈이 또렷하게 내 망막에 들어왔다. 호면 너머의 상대. 오늘 내가 죽여야 할 상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임을 당할지도 모르는 상대. 그 상대는 침착했다. 얼마간 검과 검이 밀고 당기고, 심판의 그쳐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순간. 상대가 뒤로 살짝 몸을 빼며 퇴격이 들어왔다. 찰나였다.

 

머리!!”

 

체력의 한계였던가? 아니면, 순간의 방심? 흐트러지지 않은 상대에 대한 실망과 두려움? 어쨌든 방심이었다. 정수리의 서늘한 반응. 동시에 심판들의 기가 올라갔다. 1 : 0

 

한 점을 뒤진 다음의 공격은 첫 공격보다 더 무질서했다. 검이 날아오르고, 발자국이 흐트러지고, 공허한 기합이 시합장 여기저기로 흩어졌지만, 상대는 침착하게 뒤로 물러서서 검을 받아 흘리기만 했다. 연타로 들어가도, 검을 제껴도, 무릎을 굽히며 페이크를 걸어도 상대는 요지부동이었다. 장외로 몰아붙여도 그뿐이었다. 상대는 검을 쉽사리 빼지 않았다. 그렇게 3분의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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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을 주기 전까지는 영겁의 시간처럼 길게 느껴지던 시간이 1점을 주고 난 다음에는 찰나의 순간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3분이 흘렀다. 내 첫 공식전 결과는 1 : 0 패배였다.

 

3. 총평?

 

내 경기의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관원들의 얼굴 표정 속에 보이는 미묘한 그 감정.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감정. 설명할 수 있을 듯 보이지만, 막상 입을 열면, 제대로 말하기 어려운 그 복잡 미묘한 감정의 총합. 말문을 연 건 민수였다.

 

형 잘 싸웠어. 그 정도면 선방한 거야.” (위로의 끝이었다)

 

어깨를 두드리는 손들이 느껴졌다. 빨리 호면을 벗고 싶었다. 갑갑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어깨로 숨을 쉬고 있었다. 호완을 벗자 땀이 스며 나왔다. 손바닥의 가벼운 떨림. 아직 내 마음은 시합장에 있는 듯 했다. 검을 더 잡을 수 있다는 무언의 외침이랄까? 몸은 반응을 하고 있지만, 이미 머릿속은 하얗게 탈색돼 있었다. 어떤 검을 날렸는지, 어떤 시합을 했는지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저 검을 날렸고, 검에 딸려 몸이 날아갔다는 정도? 최초의 일격이 막힌 이후 마구잡이로 검을 날린... 개칼이었다는 정도? 호면을 벗었다. 어느새 찬종이가 내 앞에 와 서 있었다.

 

무슨 경기를 그렇게 하냐?”

 

위로가 아닌 질책이었다. 마음 한구석에 묘한 기대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기대가 사라졌다(고명관이 그렇다. 냉정할 때는 냉정하다)

 

완전 도끼칼이드만? 상대도 쫄아서 못 날리는데, 좀 가라앉히고 붙었어야지.”

 

찬종이가 포문을 열자 관원들의 총평이 이어졌다. 결론은? 개칼이 아니었다. 완전 도끼칼이었다고 한다. 칼에 힘이 잔뜩 실리니까 속도가 떨어지고, 검이 느려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을 계속 날렸고, 상대도 맞받아치려고 했지만 힘에서 밀렸다는 것이다(흘린 게 아니었다).

 

상대팀에서 그러드만, 완전 도끼칼이라고...장난 아니었어.”


, 형 진짜...힘 하나는 와방이다. 그걸 그렇게 휘두르냐?”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힘 빼고 해야 한다니까.”


, 힘 좀 빼라. 상대도 쫄았잖아. 계속 장외로 밀고 가니... 지금 사람 목 잘라? 망나니야?”


도장에서 그렇게 휘둘렀어봐. 형 완전 멍투성이 됐을거야.”


힘 좀 빼라 좀. 애 잡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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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좀 빼......

 

개칼도 아닌 도끼칼이었다고 한다. 그제야 내 죽도를 바라봤다. 죽도가 부서졌다. 선혁 있는 부분부터 시작해서 중혁까지... 금이 갔다고 해야 할까? 아니, 망치로 으깬 느낌이었다. 방금 전 시합의 내용을 죽도가 말해주고 있었다. 한 숨이 나왔다. 내 머릿속에 그린 내 모습은 멋들어지게 머리를 치고 나오는 고수의 모습이었지만, 내 현실은 개칼도 아닌 도끼칼이었다. 인간은 언제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존재라고 했던가? 그렇게 내 첫 시합은 끝이 났다. 이제 호구를 챙겨들고, 소주 한 잔으로 패배의 아픔을 달래야겠지...

 

형 어디가! 단체전 안 나가?”


“...?”


갑상 벗지 말고, 명단이나 빨리 작성해.”


?”


“B팀 나가야지!”

 

효인이의 외침... 시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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