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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딴게에 지인이나 가족들이 암 진단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오곤 합니다. 그런 글에는 매번 쾌유를 기원하는 댓글, 안타깝다는 댓글 등이 많이 달리는데, 말기이니 무의미한 병원 치료로 환자 힘들게 하지 말고 가족끼리 남은 시간을 정리하라는 댓글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암 4기와 암 말기는 같은 의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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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고형암은 이처럼 TNM staging을 이용해 병기를 나눕니다. T(Tumor)는 종양의 크기, N(Node)은 임파선 침범, M(Metastasis)은 전이 유무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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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암은 크게 0기부터 4기까지 나눠지는데 0기부터 3기까지는 그 기준이 크게 세분화 된 것과 달리 4기의 기준은 매우 단순합니다. 전이가 있으면 4기입니다.

 

병기 중에서 가장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에 4기를 말기라고 생각하고, 4기는 3기에 비해 예후가 상당히 좋지 않고 대부분 사망한다고 생각해서 말기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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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 진행되면 암이 커지면서 주변에 많은 혈관이 발달되고 그 혈관을 따라 암세포들이 돌아다니다가 다른 부위에 멀티를 까게 되는데 이를 원격 전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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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성 골전이 환자의 PET, 뼈 스캔 소견으로 뼈 부위에 얼룩처럼 검게 보이는 부위가 모두 뼈로 전이된 소견입니다. 전이 병변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런 상태에서 수술은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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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폐암 환자처럼 전신 MRI를 촬영해서 뇌에 한 개의 전이 병변이 관찰된 경우 수술을 시도해 볼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암이 CT 등의 영상검사에서 진단이 가능한 1cm 정도의 크기로 자라려면 10억 개 정도의 암세포가 모여야 가능한데 1cm 크기의 전이 병변이 한 개 발견되었다면 실제로는 수십, 수백 개로 이루어진 암세포 덩어리들이 이미 전신에 퍼져 있다는 얘깁니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눈에 띄면 이미 수천 마리의 바퀴벌레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죠. 

 

추가 설명을 하자면, 폐암의 뇌전이의 경우 뇌 병변에 의한 뇌부종의 발생으로 두통, 구토, 의식저하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이 병변을 완치 목적의 curative Tx(근치적 치료)가 아닌 증상 호전을 위한 palliative Tx (완화적 치료) 목적으로 수술이나 감마나이프 같은 방법으로 뇌에 있는 전이 병변을 제거해 주는 경우가 흔합니다.


암이 점막층에만 국한된 0기의 경우는 이처럼 내시경적 점막하절제술(ESD) 만으로도 암 전체를 제거해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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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4기 환자의 경우 암세포가 전신에 퍼져있기 때문에 외과적인 방법으로 암세포를 통째로 제거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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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4기 환자의 생존율은 매우 낮아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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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마치 광복 직후 반민 특위를 통해 친일 매국노들을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70년이 흘러 버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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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대한민국 여기저기, 지도층에 이런 세력들이 퍼져있음에도 손을 쓸 수가 없는 것과 비슷한 형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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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감염에서 세균이 전신에 떠돌아다니는 경우 항생제를 사용해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세포에는 없는 세균만이 가지는 특정 구조, 물질을 차단하는 성분을 사용해서 인체에 큰 영향 없이 세균만 선별적으로 죽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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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암세포는 외부 생명체가 아니라 원래 세포였던 것이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변형된 것이기 때문에 일반 세포와 유사성을 가지고 있어서 암세포만 골라서 제거하는 약을 개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존의 항암제 중 상당수는 암세포가 매우 활발하게 분열하는 특징을 가지는 점을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되는데 암세포 이외에도 분열을 활발하게 하는 세포들까지 죽기 때문에 탈모, 골수 억제, 구내염, 구역 구토 등의 여러 합병증을 일으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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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런 부작용을 어떻게든 참고 항암 치료를 유지해도 암세포가 저항성을 가지거나 내성이 생겨 결국은 항암 치료 자체가 효과가 없어 암이 진행되어 사망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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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대부분의 사람이 암 진단 = 사망 선고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의술의 발달로 암을 치료 가능한 질환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4기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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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전이가 있는 4기 환자에서 생존율의 향상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갑상선, 유방, 대장암의 경우는 다른 전이암에 비해 상당히 높은 5년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갑상선, 유방, 대장암은 위, 폐, 간암에 비해 암세포가 좀 순한 편이라 생존율이 높은 것일까요?

 

이들 암도 결국은 암이기 때문에 치료를 하지 않고 놔두면 다른 암들과 마찬가지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이 암들의 생존율이 높은 이유는 전이된 경우에도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치료법들이 개발되었기 때문입니다.


말기암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에서 회복 가능성이 없고 증상이 악화되어 담당의사 1인과 해당 분야 전문의 1인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로 규정됩니다. 

 

즉 모든 치료를 시도 후 더 이상 치료 반응이 없고 암이 악화되어 현대의학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이가 있는 4기 암과는 전혀 다른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혹 외래에서 4기로 진단을 내리면 말기라고 생각해서 병원 치료를 포기하고 민간요법을 의존하는 분들이 있는데 4기라고 다 말기가 아니고, 말기라도 해도 병원 밖에 있는 치료법들이 낫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의해서 치료법을 결정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암에 안 걸리는 게 가장 좋겠지만 만약 암에 걸렸다면 최대한 조기에 진단해서 시술, 수술 등으로 암을 떼어내 버리는 게 가장 좋습니다. 만약 진단이 늦어 4기로 진단된 경우에도 포기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P.S.


갑상선, 유방, 대장암 등 전이암 중에서도 이들 암들의 생존율이 높은 이유는 part 2에서 따로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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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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