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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기 위해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설계입니다. 만약 내가 살고자 하는 집이 명확하지 않다면 기본 설계도면을 사용해서 집을 지어도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내 생활 패턴을 분석할 기회를 놓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파트와 같은 기본설계도면을 사용하지 마시고 설계를 진행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렇다면 이제 두 가지 문제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좋은 주택 설계사를 선택하는 문제와 설계 비용의 문제입니다.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설계사를 찾아라


저희는 전원주택 설계를 10개월 동안 진행을 했습니다. 보통 2~3개월이면 마치는 일인데 우리 부부는 오랫동안 진행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집을 어떤 디자인으로 할 것인가 고민을 하다가 나중에는 집에 사용되는 자재로 인해서 설계를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설계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집을 처음 지어보기 때문입니다. 아마 저 말고도 다른 분들께서도 집을 짓게 되면 대부분 처음일 것입니다. 설계도면을 수차례 바꾸면서 디자인은 쉽지만 시공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를 변경하다 안에 들어갈 창호 배치와 주방 배치를 엎는 바람에 또 대대적인 수정을 해야 했습니다.


다른 분께서 본인이 바꾼 설계도면을 보여주셨는데 저희는 그 양을 뛰어넘어 계속 설계를 변경했습니다. 보통 1년 계약을 하지만 2~3개월이면 끝난다던데 우리의 경우는 마음에 드는 도면이라고 해서 집에 가져왔음에도 아내와 토론을 하고 나면 새로운 문제점을 발견하고야 말았습니다. 설계 사무소 소장님은 최선을 다해서 설계를 했지만 저희에게 맞지 않는 점은 번번이 발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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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설계 사무소에 앉아서 저희가 한숨을 쉬고 있을 때였습니다.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우리에게 맞는 설계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점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소장님. 죄송한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이 말씀을 드리기 너무 죄송했지만 몇 번을 뒤엎었다 한들 우리에게 맞지 않는 설계란 걸 발견한 이상 도저히 OK 할 수 없었습니다. 시공을 하기로 한 날짜는 다가왔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대로 집을 지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되돌아오는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생각 잘하셨어요." 


"집은 지으면 부수고 지을 수 없어요." 


"그러니 설계를 할 때 해보고 싶은 거 다시 해봐야 해요." 


이렇게 말씀하셔도 몇 개월 동안 수많은 수정을 해온 노고를 알기 때문에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렇지만 평면도에 입면도까지 나온 상태였지만 저희가 포기할 수 없다 생각한 요소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장님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만약에 해봐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해도 괜찮아요." 


설계사무소 소장님의 요지는 이것이었습니다. 집을 짓는데 1억이 넘는 돈이 들어가지만 설계엔 그것보다 적은 돈이 들어간다. 그러니 큰돈 들이기 전에 미리 다 시뮬레이션해보자. 


그 말에 저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며칠이 걸려서 완성된 설계도면 전부가 무용지물이 되고 몇 개월이 흘러도 완성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당연히 속상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 집을 그려주시는 분께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그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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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0개월이 흘렀습니다. 아내와 제가 꿈꾸던 디자인이 온전히 반영되고 시공사와 미팅을 하면서 견적을 맞추며 집을 짓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약에 여러분들께서도 집을 지으시려면 설계사무소와 계약하기 전에 미팅을 꼭 해보세요. 그리고 포트폴리오와 '이것'을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끝까지 우리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실 분인지 아닌지.' 




예산 반영에 중요한 창호 개수


집을 지을 때 설계부터 몇 가지를 고려하면 싸고 좋은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창문의 개수입니다. 


우리나라의 여름과 겨울은 덥고 추운 편입니다. 사계절은 집을 지을 때 돈이 많이 들어가는 환경입니다. 여름에는 뜨거운 햇빛을 막아줘야 합니다. 반대로 겨울에는 따듯한 햇빛을 집안으로 많이 끌고 들어와야만 합니다. 


이 두 가지 모순된 상황이 매년 반복되기 때문에 집을 지을 때 다른 나라보다 좀 더 고려해야 할 환경적 변수가 많습니다. 그래서 창문의 개수가 너무 많거나 적으면 안 됩니다. 설계를 할 때 창문의 개수를 줄이게 되면 시공할 때 가격은 내려갑니다. 크기에 따라서 가격이 다르지만 보통 창호 한 개에 몇십만~몇백만 원까지 차이가 납니다. 이 차이가 모이면 큰 비용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지붕 하나에도 몇백만 원 차이


예산이 넉넉하다면 지붕의 모양에 따른 제약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붕 하나에 수백만 원이 차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자재만 사용한다면 예산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처음엔 징크 소재를 지붕으로 쓰려고 했다가 나중에 아스팔트 슁글로 갑자기 바꾸거나 한다면 디자인에서 오는 느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마지막에 바꾸기보다는 각 자재에 어울리는 집으로 설계를 들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컬러강판과 유럽에서 많이 사용되는 티탄 징크는 가격이 2배가량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이렇듯 지붕 소재에 따라서 예산을 또 몇백만 원 줄일 수 있습니다. 징크가 아닌 아스팔트 슁글이라도 실제 느낌을 보시고 마음에 드신다면 그 또한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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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슁글과 징크




집 모양은 단순하게


만약에 집 모양이 일직선으로 곧게 뻗지 않고 복잡하다면 그 집은 비싸게 짓게 될 수 있습니다. 사각형으로 집을 지으면 모서리 개수는 4개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집을 지을 때 모서리 개수가 8개가 되면 벽의 개수는 2배로 늘어납니다. 집을 지으면서 들어가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인건비는 상승됩니다. 복잡한 외관 설계는 시공에 걸리는 시간을 길게 하여 집 짓는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설계사에게 처음부터 예산을 이야기해야 할까? 


설계를 하다 보면 체면 때문인지 집을 얼마에 지을 것인지에 대해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설계사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감을 잡으면서 설계를 할 수 있으려면 예산을 알아야 합니다. 살기 좋은 실속형 집인지 아니면 다른 것보다 단열에 최우선으로 투자하는 집인지 등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요소입니다. 


저희는 건축사 우현배 님(마루건축)께 예산을 말씀드리고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디자인이 복잡하지 않으면서 사용되는 외장재의 질감에 변화를 주어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집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간의 분리를 잘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집 안에 작업실까지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예산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면 집은 매우 복잡한 선으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집이 복잡하면 보기엔 특이한 집이 될 수도 있지만 모서리마다 생기게 되는 하자 위험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복잡한 집은 그만큼 하자를 대비하기 위한 비용과 유지비, 수리비가 더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설계를 마치고 시공 견적을 받았으나... 


설계를 마치고 난 후에 시공사 견적을 받았다고 가정을 해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창호의 등급을 최하로 낮추고 지붕은 아스팔트 슁글로 바꾸거나 복잡한 선을 시공사에서 잘라낼 수 있게 해야 할까요? 


제 의견은 여러 시공사에서 견적을 받았음에도 비싼 견적만 계속 받게 된다면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럴 땐 설계도를 다시 수정해야만 합니다. 


물론 이 과정이 힘들 수 있습니다. 설계를 마친 줄 알고 좋아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모든 게 처음으로 되돌아가 버린 것처럼 괴로워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설계사와 내가 어떤 집을 짓고 싶은지 이해하고 있는 경우라면 설계 수정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설계사들은 집의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마지막에 무리하게 수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예술품이 될 수 있도록 수정을 하더라도 밸런스를 생각하며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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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설계 후에 견적을 받고 만족스러운 금액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설계를 할 때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전원주택을 다 짓고 나서도 부담스러운 대출이 따라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집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설계 기간은 넉넉히 잡고 내가 원하는 요소요소가 채워질 때까지 반복해야만 합니다. 




아파트와 다른 주택 짓기 


회사가 알아서 지어주는 아파트에 비하면 전원주택 건축은 신경 쓸 것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 가족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바로 집을 짓는 과정입니다. 아파트에서는 우리의 생활을 그 공간에 맞추며 살았지만 주택의 경우 각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며 완성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파트의 시공 가격이라면 이제는 훨씬 더 좋은 단열재를 사용해서 겨울에 따듯하고 여름에 시원한 집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부러웠던 주택은 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시원한 주택이었습니다. 폭염이 오면 잠도 못 들 정도가 되는 아파트의 여름과는 비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에어컨이 필요 없는 자연 공기 순환을 우리 집에도 반영해보기로 했습니다.

 

최근 아파트는 판상형보다 타워형이 많습니다. 그로 인해서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문제가 많다고 합니다. 환기가 잘 되지 않으면 산소 부족으로 인해서 두통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피부질환에도 시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는 건강한 삶이 가능하도록 짓는 것도 비용 문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도 짚어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은 전원주택 설계를 할 때. 어떻게 하면 낮은 시공비로 집을 지을 수 있을지 노하우를 나눠보았습니다.


1. 설계 디자인은 단순하게 할 것 


2. 창호 개수는 신경 써서 반영할 것 


3. 지붕 자재에 따라 수백만 원이나 차이 남 


4. 설계 후 시공 견적이 비싸다면 재설계를 진행할 것 


등이었습니다. 저는 무엇이든 집을 짓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책임져 주는 주택 짓기.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저렴하고 멋진 집을 지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난 기사


프롤로그. 집을 짓기로 하다

1. 결혼 후 들었던 의문

2. 신도시 vs 전원주택, 선택은?

3. 한국의 대표 전원주택지 Top4 비교

4. 집을 설계하며 나를 돌아보다

 




양평김한량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