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8. 07. 수요일
타데우스
이 무더운 여름, 손에 땀띠나도록 손 잡고 싶어도 잡을 손이 없는 너님들을 위한 애인 만들기 프로젝트 <후까시 좀 잡고 살자> 요리편이다.
여기 딴지에도 요리의 대가들이 있을 테고, 인터넷에 넘쳐나는 각종 블로그에도 요리에 대한 무수히 많은 레시피들이 있다. 그래서 본인이 따로 레시피를 올리거나 하는 짓은 필요가 없을 지 모른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았나. 일단 어디가서 후까시를 잡을 수 있게 조금 알고나 넘어가자.
이번 편을 준비하기에 앞서, 어떠한 메뉴로 해야하나 고민을 많이 해봤다. 쉽지만 잘 먹히는... 이른바 후까시 잡기 좋은 메뉴를 생각해 본 결과 필자의 결론은 이탈리아 요리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도 숱하게 많은 이탈리아식 파스타집이 생겼고 여자들은 그런 데서 밥 먹는 걸 아주 즐긴다. 그런데 무슨 고민이 필요한가. 그래, 파스타다 빠스따~~~~
예, 쉪
여기서 다룰 내용은 그저 후까시나 잡고자 하는 것이므로, 우리 전임 가카의 고귀한 발가락 다이아 영부인의 한식의 세계화에 맞지 않더라도 이해하고 넘어가자.
일단 많은 이들이, 특히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 중 하나가 이탈리아 음식은 느끼하다는 것이다. 본인이 이탈리아에 직접 오랫동안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서양에는 우리말과 같은 '느끼하다'는 표현이 정확히 말하면 없다. 기름기가 많다는 뜻의 단어는 많지만 (greasy, oily, fatty 등등) 딱히 느끼하다라는 뜻의 단어 자체는 아직 찾지 못했다. (물론 여기서 내가 말하는 느끼함이란, 단어의 뉘앙스에 따라 다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때때로 기름진 음식이라는 표현은 문맥상 긍정의 표현도 부정의 표현도 되는 반면, '느끼하다'라는 단어는 부정의 의미만 담고 있음을 내 나름대로 정의 내려 봤기 때문에...... 주저리 주저리)
그렇다. 얘들은 기름기가 많은 건 알지만 느끼한 게 뭔지는 모른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탈리아인들은 억울하다. 자신들이 오랫동안 먹어온 나름 건강한 음식이자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로 내세웠던 이탈리아 요리가 어느새인가 미국인들에 의해 전세계 정크푸드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화를 내는 이탈리아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김치찌개가 미국에 건너간뒤 맥도날드에서 치즈를 다섯 장씩 넣어서 파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그 뒤 세계인들이 '아 한국 음식은 정크푸드야' 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김윤옥 여사께서 발가락 다이아를 집어던질 만큼 화날만 하지 않겠는가.
자 그럼 이쯤하고 본격 요리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너님은 숙휘씨를 초대했다. 무언가 멋지게 무드있는 저녁식사를 위해 요리를 해보고 싶지만 어찌해야 할 지를 모른다. 그래서 얼른 핸드폰을 집어들고 팟캐스트를 들어가서 아부나이 니홍고를 들으면서 이별의 준비를 한다.
일단 한식이 아니라 양식으로 정했다면 냉장고 체크하고 장보러 나가야 한다. 장 볼 때 주의할 점은 싼 것을 사도되는 재료와 조금 비싼 재료를 공수해야 하는 재료를 구분하는 것이다. 왜 이게 필요하냐구? 난 요리에 대해서 쓰는 것이 아니다. 후까시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그럼 싼 재료는 → 파스타나 스파게티 면 종류들, 올리브 오일, 크림, 토마토 등의 양념, 그리고 채소들...
비싼 재료는 → 파마산 치즈, 각종 허브라고 불리우는 풀떼기들, 그리고 옵션으로 소금, 후추.
자, 보면 알겠지만 주재료는 다 싼 거 사도 되고 이상한 것들은 비싼 거 사면 된다.
그럼 여기서 크게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정해보자. 너님의 선택은 대략 세가지로 나뉜다. 빨간 휴지, 파란 휴지, 찢어진... 토마토 소스로 갈 것인가. 크림치즈로 갈 것인가, 아니면 올리브 오일로 만들 것인가.
각자의 장,단점을 알아보자.
토마토 소스는 대중적이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파스타의 대명사이다. 하지만 이미 많이 맛 본 것을 잘 만들기란 쉽지않다. 더군다나 경험이 없다면 안습이다. 추천하는 재료는 토마토와 가지 조합이다. 토마토와 가지는 의외로 굉장히 궁합이 잘 맞는다. <라따뚜이>라는 영화 기억 나는가? 거기서 쥐시키가 만드는 음식이 바로 토마토와 가지를 이용한 음식이고 그 음식의 이름이 라따뚜이다.
크림 파스타는 있어 보이고 맛을 내기도 굉장히 쉽다. 하지만 숙휘씨가 다이어트 중이라면 점수만 잃을 수 있다.
추천하는 조합은 크림 플러스 시금치 조합이다. 있어보일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크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날릴 수 있는 것이 건강식인 시금치 조합이다. 시금치와 크림의 조합이 일단 좋고 거기에 새우가 들어가도 아주 맛있는 요리가 나온다.
올리브 오일을 주로 사용하는 파스타는 깔끔하고, 어찌보면 굉장히 이탈리아스럽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요리의 데코가 부족하면 자칫 굉장히 허접해 보일 수 있다. 추천하는 조합은 해물과 마늘, 올리브 오일을 이용한 요리이다. 담백하고 맛있지만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쉽사리 잘 보이지 않는 조합이다.
자, 대충 보면 알겠지만 이탈리아에는 각 지방별로 무수히 많은 조합의 파스타 레시피가 있다. 한마디로 넣고 싶은 것 넣으면 된다는 소리. 소스를 직접 만들어도 되고, 패스토라는 기름과 여러가지 재료를 믹서기에 간 소스를 마켓에서 간단히 구해서 써도 된다.
자 레시피는 인터넷에 널려 있으므로 알아서들 잘 찾아보시라... 우리는 후까시 잡기에나 조금 더 집중해 보자. 일단 요리를 시작할 때 중요한 것은 칼질이다. 너님이 왕년에 칼 좀 써봤다하는 인물이라면 상관 없지만 칼질도 느릿느릿하고 영 뽀다구 안나는 그런 어설픈 폼을 가지고 있다면 집에서 굴러다니는 큰 식칼은 과감히 무시하고 여기서는 과도로 간다. 엥? 왠 과도냐고?
일반적으로 유럽에서는 요리할 때 작은 칼을 많이 사용한다. 몇번만 사용해봐도 허접함이 많이 사라지고 작은 칼끝에 힘이 집중되므로 어설픈 이들이 사용하기에 적절하다. 물론 프로들은 화려한 칼솜씨를 뽐내며 큰 칼을 쓰지만 일반 가정집에서는 작은 칼로 모든 칼질을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많은 주부들이 과도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가끔 여행을 온 한국인들이 어머니들의 로망 쌍둥이 칼을 무지막지하게 사가는 것을 보면 프로 요리사인줄 알기도 한단다.
로고만 봐도 알 수 있다. 이걸 왜 쌍둥이 칼이라 부르는지.
자 하지만 내가 칼질 좀 할 줄 알고 양파 하나 써는데 따다다다다다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칼솜씨라면 과감히 큰 칼로 가자.
다음으로 스파게티 혹은 파스타 면의, 소위 말하는 알단테(씹을 때 안의 심이 살짝 씹히는 상태라고...) 상태를 체크할 때의 주의 사항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라면, 국수, 냉면 등등의 무리 면발들은 부드럽고 금방 익는다. 하지만 스파게티를 예로 들면 기본적으로 딱딱하다. 이런 딱딱한 면을 익힐 때는 끊는 물에 8분~12분 이라고 하는데, 4분의 차이는 어마어마 하지 않은가?
스파게티를 많이 안해 본 사람이라면 내 생각보다 조금 더 딱딱해도 괜찮다. 물에서 갓 꺼낸 면을 씹을 때는, 경험이 많지 않다면 생각보다 상태를 알기 힘든 경우가 많다. 뜨겁기도 하거니와... 뭐 이래저래.
하지만 많은 이딸리아 인들은 우리의 생각 보다 딱딱한 파스타를 많이 먹는다. 고로 정통을 흉내내고 싶다면 과유불급의 맘으로 퍼진 면 보단 설익은 면을 택하자.
자 이제 너님이 요리를 다 했다고 치자. 뭐 맛도 그럭저럭 나오고 뭐 그랬다고 치자.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요리를 마무리 하는 너님을 숙휘씨는 뒤에서 사랑스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어머, 너란 남자...
자 그럼 이제 중요한 단계로 접어든다. 파스타라는 음식은 기본적으로 후레쉬한 재료만 있고 간만 잘 맞으면 맛이 난다. 이제부터는 비쥬얼로 승부를 해야할 때가 온 것이다. 파스타를 접시에 이쁘게 담고. 스파게티의 경우에도 국자에 받쳐 포크로 돌돌 말아서 접시에 놓으면 이쁜 모양이 나온다. 다들 아시지?
요리 초보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항상 양을 너무 많이 한다는 데에 있다. 둘이 먹을 양인데 4인분을 하고 막 그러지 않는가? 많은 양 보다는 조금 모자른 양이 훨씬 좋다. 접시에 너무 많이 담지는 말자. 뽀대가 안 나잖아.
그 위에 파마산 치즈와 허브를 올려 데코를 할 차례이다. 자, 파마산 치즈는 이미 가루로 나온 것도 많지만 네모나고 단단한 조각을 사서 강판에 갈아 파스타 위에 전체적으로 뿌려주면 그 모습이 남다르다. 숙휘씨도 속으로 '아 이런 섬세한 남자 같으니라고'하며 감탄을 할 것이다.
그 다음 허브다 우리말로 하면 약초? 풀? 뭐 이런 것인가? 아무튼 허브도 역시나 마트에 가면 이미 갈아 놓은 것을 판다. 하지만 생 허브와 갈아서 말려놓은 것은 기본적으로 그 향의 차이가 상당하다. 비쥬얼만 생각해 봐도 말해 무얼하나.
바질, 파슬리, 오레가노, 타임 등등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뭔지 모르는 게 많다. 하지만 뭐 특별히 중요하지는 않다. 너님이 모르면 숙휘씨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왠만한 허브를 사서 조금 넣었다고 해서 음식을 망칠 염려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조그마한 화분에 이러한 허브들을 심어놓고 파는 것을 사오는 것이다. 물만 제 때 주면 상할 염려 없고 심심하면 따서 먹으면 되고 요리를 다 하고 이파리를 따서 파스타 위에 올려 데코레이션을 해주는 남자. 너란 남자 멋진 남자~
허브는 대부분 서로서로 잘 어울린다. 토마토는 그 맛이 강해서 대부분의 허브가 잘 어울리고, 특히 타임(Thyme) 이라는 허브는 깔끔한 올리브 오일 베이스나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전문적 지식이 전혀 없는 필자만의 레시피를 하나 디벼보자. 집에 남은 스파게티 면이 있다면 올리브 오일에 마늘향을 내고 거기에 참치 한 캔 까서 넣고 소금으로 간 맞추고 타임으로 향만 내보라. 기가 막힌다. 필자는 이 스파게티를 김치와 함께 먹는다. 그 맛이 일품이다. 단 여자 사람 앞에서 처음 내 놓는 음식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
자 여기서 식탁 위에 소금, 후추 분쇄기라도 있으면 일류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퀄리티가 연출 된다. 후추 역시도 매일 쓰는 그런 거 말고 통후추를 분쇄기로 조금 굵게 갈아서 넣으면 그 향이 기가 막힌다. 왜 영화나 TV에 많이 나오는 레스토랑에서 길다란 거 옆으로 돌리는 그거 말이다. 이 녀석을 들고 숙휘씨 옆에 가서 부드러운 손목 스냅을 이용해 요리 위에 후추를 스륵 스륵 갈아줘 봐라. 숙휘씨가 너님을 바라보는 눈빛도 스륵스륵 바뀐다.
자, 우리의 전 가카는 디테일에 강한 남자라고 소문이 났다. 그러니 발가락 다이아를 좋아하는 여인도 만날 수 있는 거다. 너님들도 디테일에 조금 더 신경을 써보자.
너란 남자... 때로는 무심한 척도 할 줄 아는 디테일한 새...
음식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은 분위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음식은 눈으로 먹는다는 말도 있듯이 결국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려주려면 모든 게 잘 어우러져야한다.
일단 백열등 밑에서의 식사는 별로 편안하지 않다. 많은 고급 레스토랑들을 한번 떠올려 보라. 생각보다 그렇게 밝지 않다. 은은한 조명. 그래 그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끼 식사를 위해서 조명을 갈아치울 수도 없는 노릇. 은근 무심한 너님같은 남자들은 이런 것 그냥 지나치지만 여자들은 민감하고 예민하다는 것을 항상 염두해 두자.
조명을 대체할 가장 좋은 수단은 뭐니뭐니 해도 촛불이다. 그래 촛불은 광화문에서만 드는 게 아니다. 광화문에서 쓰고 남은 촛불 집에 고이 가져와 이럴 때 분위기 한번 잡으시라.
그 다음 테이블 세팅. 우리는 밥상머리에 세팅이라는 개념이 없지만 후까시 잡기 좋아하는 서양 것들은 세팅에 상당한 신경을 쓴다.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생각하거나 오바하지 말자. 테이블 세팅은 상당히 복잡하다. 게다가 서양의 음식문화도 먹는 법까지 알려면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우리는 살포시 후까시만 잡고 빠지기 때문에 뭐 괜찮다.
일단 식탁에 제일 무난하게 흰 식탁보를 깔자. 그리고 장미 한 송이 사서 뽀인뜨로다가 이파리를 하나씩 깔아놓자.
요 정도가 돈도 얼마 안들고 나름 이뻐 보이는 효과도 있다.
자 이제 식사 시작!! 분위기를 잡고 멋지게 요리까지 완성했는데 포크로 라면 먹듯이 스파게티 후루룩 먹으면... 눙물이 앞을 가리는 상황이 온다.
자 숙휘씨는 포크와 숟가락을 사용해서 이쁘게, 아주 이쁘게 면발을 흡입하실 꺼다. 그럼 너님도 따라서 하면 되나? 이탈리아 남자들도 한국 남성들처럼 상당히 마초적 기질이 강하다.
처음 필자가 숟가락을 사용하는 것을 본 이딸리아노는 필자에게 여자처럼 먹지 말라며 남자는 포크만 쓴다고 했다. 물론 이탈리아 여자들도 포크로만 먹는다. 뱀다리를 곁들이자면 피자도 포크와 나이프로 우와~하게 먹는 음식이 아니라 한다. 손으로 잡아서 반 접어서 우적우적...
대부분의 파스타 그릇은 접시가 아닌 움푹 패인 그릇이다. 포크로 면을 잡아 그릇 벽면에 돌돌 말아서 이쁘게 포크에 감길 때까지 돌린다. 요게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자 영상을 하나 보자. 그리고 계속 하자.
이쯤 되면 너님은 어느새 어디 가서 빠스따 좀 먹어본 고추장남이 되어있을 것이다. 분위기 맞춰서 와인도 한 잔 후루룩 짭짭 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운다면 숙휘씨 눈에 하트가 뿅뿅~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