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8. 06. 화요일
raksumi
편집부 주 본 기사는 지난 7월 23일에 개재된 필진 'raksumi'님의 글 '건강 검진 하지 마라'에 대한 독투불패 'esperan'님의 반론을 raksumi님이 재반론 한 것입니다. 'esperan'님의 반론 또한, 오늘자 마빡과 기사란을 통하여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상황 1
전공의 2년 차였다.
과장님이 호출하여 가봤더니 과장님은 병동 간호사와 같이 계셨는데, 병동 간호사가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사연인 즉, 질 출혈이 되어 검사를 했더니 자궁 경부암이 나온 것이다. 경부암 중에서도 예후가 아주 나쁜 암으로 말이다.
더 황당한 것은 이 간호사가 불과 5개월 전에 자궁 경부암 검사를 하고 정상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 후, 간호사는 수술을 했고 몇 년 후 직장에도 복귀 하였지만, 그 때의 충격은 잊혀지지 않는다.
상황 2
작년에 사촌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거래처 사장님 부인이 어렵게 8년 만에 임신을 했는데 입덧이 심하다고, 몸무게가 무려 7킬로나 빠졌다고. 그래서한 달 이상 수액을 맞으며 입원하고 있다고 했다.
수액을 맞아도 그 때 뿐이라고 하길래 혹시 위 내시경 검사 같은 것 받아봤냐고 물어 보았다. 임신하기 8개월 전에 건강 검진으로 했다고 한다. 산모 나이가 마흔 가까이 되고 아무리 입덧이지만 몸무게가 너무 빠지고 그래서 너무 걱정이 심하다고 했다.
한 달 후, 임신 5개월. 그러니까 24주 쯤 됐을 때 결국 큰 병원에 갔다.
위암 말기였다.
온 몸에 퍼져 있었고, 수술은 불가능하였고. 결국 아기를 포기하고 항암 치료를 하려고 하였으나 모두 실패하였다.(사실 이 이야기는 너무 슬퍼서 소설로 한 편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상황 3
학교 다닐 때 기숙사 같은 방을 쓰던 우리 룸 메이트의 어머님. 10개월 전에 유방암 검진에서 정상 소견을 받으셨다. 그러나 그 후 가슴에 뭔가가 만져졌다고 한다. 병원에 가서 조직 검사를 하니 유방암이었다.(사실 상황 3은 워낙 흔해서 유방암 검진 받으시는 분은 초음파까지 같이 보려고 많이들 하신다)
Esperan 님의 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원래 제 글 '건강 검진 하지 마라'는 작년에 올린 글인데 어찌 어찌 해서 마빡에 실리게 되었고, 마침 그 때 제가 휴가여서 댓글을 달지 못했습니다. 댓글을 달려고 했는데 돌아오니 마빡에서 내려와 있더군요.
제목은 ‘건강 검진 하지 마라’로 과격하게 적어 놓았지만 사실 의도는
'건강 검진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증상이 있으면 본인이 능동적으로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이야기 해라'
'건강 검진 결과 정상이라고 해서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니 불편하면 병원에 가고, 검진 결과를 너무 맹신하지 말라'
뭐 이 정도라고 생각합니다.(이렇게 읽히지 않았다면 다 글쓴이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제 의견 또한 Esperan 님의 의견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병원에 가지 말라’는 더더욱 아니고요. 건강 검진에서 필수인 자궁 경부암의 경우 민감도가 많이 봐서 80% 정도 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까 20% 정도는 병이 있는 데도 놓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내시경 검사 같은 경우는 직접 보면서 하기 때문데 좀 더 정확할 수도 있지만(검사자의 스킬이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군대에서 위암으로 사망한 사례와 같은 경우는 내시경도 했었지요) 가끔씩 젊은 사람들이 걸리는 위암의 경우는 초반기 검진으로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간 전문적으로 이야기 하면 위점막에서 암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 발생하는 경우인데 이 경우는 대개 전신에 암이 퍼져서 병원에 오게 됩니다. 위의 예 2 번 경우에 해당 됩니다.
유방암도 비슷한 정도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으며 늙으신 분은 좀 낫지만 젊은 여성에의 정확성은 매우 떨어집니다.
Esperan 님이 말씀하신 방광암에 걸린 소화기 내과 의사 분 같은 경우는 사실 소변 검사만 해 봐도 다 알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검진까지도 필요 없었죠. 더군다나 매일 병원에 출근하시니 소변 검사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아마 그 교수님도 ‘건강 검진을 할 바에야 내가 그냥 필요한 검사 골라서 하지’하시면서 차일피일 검사를 늦추시다가 그렇게 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병원 의사들이 이러는 것 아주 흔한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비슷한 일로 병원에서 정말 소중한 선배 하나를 잃었습니다. 그 선배도 증상이 있었는데 미루다가 그렇게 되었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 꼭 검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두 번째 케이스가 좀 복잡한데, 췌장암 전암 병변을 우연히 발견하셨다는 그 분. 참 그 분 운이 좋으신데 말이죠. 저도 공감이 가긴 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그렇게 전 국민을 다 MRI 찍게해서–증상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10만 명 중 환자 한 명이 나왔을 때, 그래도 그 사람을 살릴 수 있으니 이건 좋은 검사라고 해야 되는지.
내가 정부 관계자이거나 혹은 보험자 입장이라면 말입니다. 자원은 유한한데 그 돈을 좀 더 유용한 곳에 쓰는 게 낫지 않을까요?
댓글에 이동현님이 말씀 하신 경제적 효율성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님의 글에서도 그 분 수술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셨고 다행히(?) 전암 병변이 나왔다고 하셨는데, 사실 제가 알고 있는 사건 중에 우연히 발견한 췌장 쪽 혹을 제거하려다가 출혈이 심해 환자가 사망한 케이스가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조직 검사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그러니까 암이 아닌) 경우였습니다.
수술을 할 필요가 없었는데 수술하다가 사망한 경우이지요.(혹시 이해가 안 되실까봐 말씀드리자면 췌장 쪽 혹 제거는 수술이 몹시 어렵고 또 MRI 검사로도 악성 여부를 판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이런 일이 드물지만 암튼 일어납니다)
이제 정리를 좀 해 보면, 개인적으로는 40세가 넘으면 위 내시경, 그리고 여성의 경우 유방암 검사와 자궁 경부암 검사 정도는 받아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울러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비롯한 혈색소 검사, 그리고 간 수치 검사도 같이 받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꼭 건강 검진의 모습일 필요는 없다는 게 제 주장의 핵심입니다.(회사에서 공짜로 해 주면 좋구요) 그렇게 이해하시면 세 번째와 네 번째 경우도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도 광의의 건강 검진이라고 말을 한다면 esperan님과 일치하는 것이죠.
댓글에 장진영씨 얘기를 하시면서 '건강 검진을 했더라면...'하는 내용이 있던데 건강 검진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체중이 감소하면서 몸이 좀 안 좋아진 것을 느꼈을 시점에 내시경 검사를 했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병원의 건강검진 꼼수 부분에 대해서는, 그것을 꼼수라고 하기는 뭐 하지만-말씀하신데로 실제로 검사를 받는 사람들에게 이득이 있을 수도 있으니– 요즘 병원들이 검진 환자 모시기 경쟁이 심한 게 사실입니다. 검진 환자를 많이 모셔오기 위한 회의도 하고 그렇습니다. 단가를 세일해서 내 놓기도 하고(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하지만 펠로우 때는 이런 거 잘 안 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따라서 검진 홍보를 안 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검진에서 이상이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그 병원을 2차로 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검진 선생님이 기록을 남겨주고, 사진 같은 것도 따로 복사해서 가지고 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같은 병원으로 가면 절차가 덜 번거롭습니다. 뭐 억지로 우리 병원에 가라고 말은 안 하지만 환자들 스스로 찾아 옵니다.
병원 장비는, 글쎄요... 뭐 esperan 님의 경험이 그러하시지만 제 경험도 그렇다는 것.
혹시 건강 검진에서도 esperan님이 말씀하신 심장 초음파를 보는지 잘 모르겠는데 제가 아는 한, 건강 검진에서 심초음파를 본다는 건 굉장히 비싼 검진입니다. 그러나 검진에서 많이 쓰는 산부인과 초음파는 확실히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개 제일 비싼 산부인과 초음파는 외래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의사 자질에 대해서는... 좀 민감하기는 한데, 많은 건강 검진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가정 의학 선생님이나 혹은 소화기 전공이 아닌 다른 전공 선생님들이 많이 본다는 겁니다. 그 분들도 나중에 익숙해지면 소화기 전공 선생님들 보다 더 잘 볼 수는 있겠으나 처음 시작은 그렇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적어 놓았습니다.
엑스레이도 쫌 그런 것이 있었습니다(마빡에 올라갈 줄 모르고 조금 경솔하게 적어 놓은 것이 있습니다), 병원에 가셔서 단순히 검사만 받는 것이 아니라 의사에게 문의도 하고 그러는데, 그런 상담을 할 때 담당 전공 선생님이 그 증상에 대해 더 잘 설명해 주시지 않겠나 하는 의도로 말씀드린 것입니다.
혹시 어떤 부분이 불편해서 건강 검진을 한 경우, 일을 두 번 하는 것 처럼 번거로워질 수 있다는 의미지요. 그 외의 부분에서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esperan 님의 건강 검진에 대한 정의와 저의 정의가 조금 달라서 표현이 달리되었을 뿐, 대체적으로 의견은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동료 의사로서 딴지에 글 많이 올려 주시고, 의견도 많이 주시면서 딴지에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raks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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