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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8. 07. 수요일

독투불패 셀러킴






신문에 학교 비정규직 관련 기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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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급식 대란 소식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뭔지, 학교 비정규직은 또 뭐가 문제인지, 감이 안오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현장에 있지만, 그냥 저냥 살다 보니 문제가 뭔지 잘 못느낄 때가 많다.


무시무시한 이빨들이 대거 포진된 딴지에 글쓰려고 하니 심장이 통개통개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걍 학교 비정규직의 생활을 한번 읍조리고 싶었다. 정확하게는 학교 비정규직 일년이 아닌 일년 반살이다. 하지만 제대로 일하고 난 지 딱 일년이 되었고, 드디어 퇴직금 받을 권리가 주어졌기에, 퉁쳐서 일년나기라고 정해버렸다.

 
세상에는 별의 별 직업이 다 있고, 그 중 학교 비정규직 - 그 외에 나는 알지 못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 의 세계는 이러하다.




1편, 입문 (2012년 1월 - 3월)


반팔십 다된 나이에, 이직을 고민했다. 민간기업의 여성 중간관리자는 선택의 순간이 온다. 과감히 사표를 결정.. 하였지만 역시 문제는 생활고.


그러던 차에, 한 친구가 알려 줬다. 경기도교육감(그렇다. 바로 그분이다) 덕분에, 올해부터 행정실무사를 많이 뽑는단다. 행정실무사가 뭐냐면, 한마디로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무보조, 행정보조와 같은 비공무원들을 말한다.


(여기서 용어정리. 행정실무사, 교육실무사, 학교회계직원. 이와 관련된 용어가 아직 제대로 정리 되지는 않았다.
최근에 교육청에서 교육실무직원 즈음으로 결론이 난 것 같은데, 어쨌든 다 같은 말이다)


나는 이런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오랫동안 알음알음 뽑아왔었다고 한다. 학교장 재량으로.


몇십년 동안 지역사회에서 인맥으로 뽑아온 자리인데, 공채 비스무리하게, 정식 선발 절차를 만들게 된 거다. 물론 최근에는 학교나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정식 채용공고가 났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경기도교육감의 공약중의 하나가 교원행정업무 경감이다. 한 마디로 선생님들의 과중한 행정업무를 덜어주겠다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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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 인하여 학교마다 행정실무사를 추가로 채용하라는 은혜로운 공문이 내려왔고, 나 역시 그 수혜자가 되시겠다.




시작은 녹록치 않았다.


2012년 2월, 경기도의 초, 중, 고등 공립학교에서 일제히 행정실무사 채용공고가 났다. 나는 그 중에서 집 가까운 A중학교와, 이름만 들으면 다들 아! 하는 유명한 초등학교 한 곳을 냈다. 1차 서류 심사 통과 후에, 2차 면접을 봤다. 중학교에서는 2명을 뽑는데, 6명의 면접자가 있었고, 초등학교에서는 1명을 뽑는데, 2명의 면접자가 있었다.


나는 당연이 뽑힐줄 알았지. 미모로 보나, 체력으로 보나. 그런데 두 학교 다 똑 떨어졌다. 아무래도 나이...가 문제였을것이다(절대, 미모 때문이 아니라고 믿는다).


좌절했다. 그리고 다시 허름한 일상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3월의 어느날. 뜬금포로 A중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A중학교 행정실장인데, 다음주 월요일(전화 받은 날은 금요일)부터 출근 가능하냐는 거다. 이게 뭔일? 3개월 기간제. 행정실에 갑자기 산가 들어간 공무원 대체 인력자리였다. 어안이 벙벙해서 어버버버 하고 있는데, 한시간 안에 결정해서 답을 달란다. 정말이지, 성격 한번 화끈하시다.


전화를 끊고, 심호흡 한 번 하고, 열을 센 후에, 전화를 걸었다. 당장 출근하겠노라고. 갑작스럽게 서류를 준비했다. 일단 행정실무사가 뭔지 모르는데, 신원조회와 성범죄조회를 한다고 하니 겁이 덜컥났다. 일단 그렇다. 죄 지은건 없지만, 경찰서, 공공기관, 이런 곳은 말만 들어도 오금이 지린다.


신원조회라니. 내가 뭘 잘못한 게 없나 곰곰히 생각해봤다. 그랬더니, 십년째 민주노동당에 당비를 냈던 게 떠올랐다 (그랬다. 나는 작년 3월엔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다. 그리고 그 사건(!)이후엔 당연히 탈퇴!!) 서둘러 민주노동당 경기지부에 전화를 해서 혹시 모를 정당가입에 대한 불이익을 체크했다. 그랬더니 당직자 말이, 학교회계직원은 비공무원이기때문에 정당 가입이나 기타 정치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신원조회 하다가 민주노동당 당원이라는 이유로, 겨우 얻은 일자리 날아가는 거 아닌가 찜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삽질 고민이었나 싶어서 헛헛하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일에 관심이 없고,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새로 뽑힌 직원이 빨갱이인지 아닌지 따윈 전혀 관심 없다.)


애니웨이.


모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첫 출근일. 행정실은 조용 했다. 생각해보니 초, 중, 고등학교 통틀어 12년동안 행정실 구경은 두어번쯤 해봤을까? 어릴적 기억하는 행정실은 왠지 퀴퀴하고, 무거운 분위기에, 되게 재미없는 곳... 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행정실은 그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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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실장 한 명, 7급 기능직 공무원 한 명, 구육성회직원(호봉제 학교회계직원) 1명, 그리고 공무원 산가대체요원인 나. A중학교 행정실 구성은 이러했다.


여기에, 학교 시설 설비 담당하는 기능직 공무원(남자) 2명, 교무실에서 근무하는 교무보조 3명. (이 중 2명은 나 제끼고 뽑힌 그분들!!) 그러니까, 이 학교에서 정식 공무원은 4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잠깐 설명하자면, 교육공무원은, 일반직공무원과 기능직공무원이 있는데,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아무래도 기능직공무원들이 많다. 기능직공무원도 천차만별인데, 시설관리 같은 기능직 + 행정업무 기능직, 뭐 대충 이렇다(셤봐서 뽑는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서 나와 같은 비공무원 행정보조. 이런 사람들 중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들이 기능직공무원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십여년 전에... 요즘에는 대부분 기능직공무원 시험을 통해 선발되지만예전에는 학교 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비정규직 사무보조나 시설보조들이 기능직공무원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나 보더라.


실제로 A중학교 차석이었던 7급 기능직 주무관님은, 비정규직 사무보조에서 기능직 공무원으로 전환된 분이었다
(그리고 올해 일반직 전환 시험에 당당히 합격해서, 7급 일반직 공무원이 되었다. 나이 오십에. 대단한 분이다). 그러니까 실제로 일반직 공무원은, 행정실장님 한 분이었다.(지방직 6급임)


이렇게 재미없는 공무원 체계 이야기를 한 것은, 현재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사항들 중에서 기능직 전환, 혹은 정규직 전환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이다.


동일노동/동일임금/동일조건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게 모든 비정규직들의 요구사항이고 이 부분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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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중학교에서 보시다 시피 실제 일반직 공무원 한 명에 기능직 공무원 세 명.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다 비정규직 행정실무사들이다(행정실 교무실 업무만 한정. 여기에 조리종사원, 사서, 청소원.. 등등 비정규직은 수도 없다).


그런데 하는 일은 일반직 공무원들과 같다. 하지만 월급은 물론, 신분보장 수준은 공무원과 비교가 안된다.


그나마 여기는 큰 학교라서 이정도 수준이지만 규모가 작은 초등학교 같은 경우는 행정실장 한 명에 학교회계직원 한 명 이렇게 구성되는 곳도 있다. 그러면 실제적으로 모든 행정업무를 공무원도 아닌 그 학교회계직원이 혼자 다 하게 되는 거다.


그리고 이 카스트제도의 가장 하위에 있는 것은 바로 나와 같은 기간제 대체 요원이다. 아무런 미래가 보장 되지 않은 삼개월 산가 대체.


지금도 지역교육청 홈페이지 채용공고란에 보면 3개월, 6개월, 길게는 1년 근무를 요구하는 채용공고가 많다. 정말이지 단기 기간제 근무자에게는 잿빛 미래 뿐... 일 확률이 높다. 이것으로 인한 피눈물은 첫 출근으로부터 4개월 이후에 벌어지게 된다.


아직 똥인지 된장인지 분간할 여력이 없는 나는 공직사회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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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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