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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딴지 IT 늬우스 <16>

2013-08-0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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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추천13 비추천0

2013. 08. 07. 수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이번에는 인터뷰다. 맨날 기사 해설만 하라는 법 있는가?

 

요즘 장안의 화제를 불러 일으키면서 IT 업계 전체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는 문제적 방송, 거대 미디어 그룹 딴지라디오가 제공하는 <그것은 알기싫다>에서 근현대사나 각종 시사 사안들을 제쳐놓고 장장 일곱 편의 대하 사극으로 진행되고 있는 '신인류 연대기'라는 시리즈 물이 있다.

 

이 방송이 얼마나 화제가 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제약회사에 문의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 팟캐스트 방송 때문에 수면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날도 덥고 짜증도 많이 나는 시절인데도 평소 같으면 수면제 없이 잠을 못 이루었을 사람들이 이 방송을 5분만 들으면 숙면에 빠져들게 된다고 소문이 나서 심지어 동네 약국에서 수면제 대신 이 방송의 청취를 권하고 있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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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좀 주세요. - 그것은 알기싫다를 처방합니다.>

 

해서, 딴지 IT 늬우스 제작팀은 이 화제의 방송을 제작하고 있는 <그것은 알기싫다> 팀에게 급하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것은 알기싫다>를 총괄 지휘하고 있는 제작자 유엠씨는 자기는 너무 바빠서 그런 도움을 못 주겠으니, 신인류 연대기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한가한 물뚝심송이라도 만나 보겠냐며 자리를 마련해 주는 친절함을 발휘했다.

 

이로써 오늘의 인터뷰가 있게 된 것이다.

 

(이하, 딴지 IT 늬우스 제작팀장 물뚝심송은 <물>, <그것은 알기싫다> 신인류 연대기 시나리오 작가 물뚝심송은 <뚝>으로 표현한다. 두 사람의 이름이 똑같은 것은 기분 탓일 것이다)

 

물 : 바쁘신데 시간 내줘서 감사하다.

 

뚝 : 안 바쁘다. 졸라 한가하니까 길게 해도 된다.

 

물 : 그래도 바쁘다고 해야 사람들이 고마워 하지 않겠나?

 

뚝 : 욕이나 하지 말라고 그래라. 욕 먹는 것도 지겹다.

 

물 : 어찌되었거나, 오늘의 인터뷰는 참 특이한 것 같다. 이너뷰어와 이너뷰이의 이름이 똑같다.

 

뚝 : 자아 분열인가, 이중 인격인가... 사람들이 스키조프레니아라고 생각하겠다.

 

물 : 스키... 그게 뭔가?

 

뚝 : 넘어가자.

 

물 : 그러자. 질문을 시작하겠다. <그것은 알기싫다>에는 언제부터 참여했는가?

 

뚝 :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냥 어느 날 갑자기 깡패 같이 생긴 사람이 와서 이런 거 번 해보지 않겠냐고 그래서 한두 번 하다 말겠지 하는 심정으로 응했는데, 거기서 코가 꿰었다. 역시 사람은 매사에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물 : 그 깡패 같이 생긴 사람이 유엠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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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 그럼 이용이겠나. 유엠씨 맞다. 진짜 깡패 같이 생겼고 말도 깡패 같이 한다. 으하하하~ 하고 웃을 때는 완전 시끄럽다. 엊그제는 마이크에 대고 갑자기 으하하하~ 하고 웃어서 이용 기자가 고막이 나갈 뻔 하기도 했다. 목소리로도 사람을 패는 기술이 있는 인간이다.

 

물 : 그 이후 계속 <그것은 알기싫다>에 참여했는가?

 

뚝 : 사실 난 원래 2-3주에 한 번 정도만 하기로 되어 있던 건데, 출연진 섭외가 안 된다고 자꾸 부른다. 땜빵용인 것 같다. 그때마다 시나리오를 쓰고 그걸 들고 스튜디오에 가서 읽는 거다.

 

물 : 잘 알았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신인류 연대기'에 대해서 물어보자. 이 시리즈를 처음 기획하게 된 과정부터 설명해 달라.

 

뚝 : 애초에 이 시리즈의 제목은 'IT의 역사'였다. 그걸 유엠씨가 자기 멋대로 '신인류 연대기'라고 뭔가 있어 보이는 제목으로 바꾼 거다. 아마 연세대학교를 생각한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물 : 그럼 첨부터 본격적으로 IT 산업의 발전사를 다루려고 했던 것인가?

 

뚝 : 그럴 리가 있나. 그렇게 진지하고 원대한 계획 같은 건 우리하고 원래부터 상관이 없다. 그냥 어느 날 밤중에 트윗으로 개드립을 치고 있던 중에 누가 리눅스 얘길 하길래, 소싯적에 가지고 놀던 리눅스 얘기나 좀 해볼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내가 또 왕년에 한 리눅스 했지 않겠나. 리차드 스톨만이나 리누스 토발즈, 잘해봐야 에릭 레이몬드 얘기 정도만 하고 마무리 하려고 그랬던 것이다.

 

물 : 그런데 왜 그렇게 길어졌나?

 

뚝 : 원래 얘기하려고 했던 내용이 리눅스였고, 리눅스 얘기를 하려면 오픈소스의 개념이나 GNU 선언문 같은 거 얘길 안 할 수가 없잖은가. 그런데 그 얘기만 해 버리면 사람들이 또 물뚝 저 새끼는 빨갱이라서 맨날 빨갱이 같은 수작만 한다고 그럴 거 같아서 반대편 얘기도 좀 해 줘서 균형을 잡으려고 했던 것이다. 거기다가 소프트웨어 얘기만 하면 재미 없잖은가. 하드웨어 얘기도 좀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더니 바로 애플이 눈에 띈 것이다.

 

그러다 보니 뽕빨 정신이 발휘되기 시작한 것이고, 애플 얘기를 해도 맥북이나 아이패드 얘기만 해서는 안되니까 아예 애플2 얘기까지 거슬러 올라간 것이고, 애플2 얘기를 하려니까 알테어 얘기도 나온 거고, 아타리 얘기도 나온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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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리 얘기를 하려니까 아, 이게 참 IT의 역사 보다 게임의 역사가 더 중요했었지, 하면서 게임의 역사도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물 : 그건 아직 안 했잖은가.

 

뚝 : 맞다. IT 업계에 파급력이 장난 아닌 '딴지 IT 늬우스'에서 홍보 좀 해 달라. 게임의 역사는 8월 13일하고 8월 17일 연타석 공개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인데 사람들 안 오면 졸라 뻘쭘하다. 사람들 안 오면 유엠씨가 화나서 헐크로 변할지도 모른다.

 

물 : 실제로 변한 적도 있는가?

 

뚝 : 있다. 녹음 일정 잡히고 녹음하려고 대기하고 있는데, 누군지는 말 못하지만 빵꾸를 낸 적이 있다. 그랬더니 갑자기 초록색 괴물로 변신하더니 벙커원 교회용으로 비축되어 있는 오예스를 일곱 개나 먹어 치웠다. 옆에서 보고 있는데 너무 무서웠다.

 

물 : 그런가. 정말 무서웠겠다. 하여간 그렇게 시작된 '신인류 연대기'가 꽤 인기를 끌어서 좋겠다.

 

뚝 : 원래 우리들이 뭐 하나 할 때 기대를 잘 안 한다. 알기싫다 처음 시작할 때에도 기대를 안 했더니 졸라 뜬 거다. 그런데 이 연대기는 진짜 기대 안 했다. 어차피 IT 업계 관련 얘기라서 일반인들은 들으면 잠만 온다. 그러니 누가 듣겠나. 그냥 얼리 어댑터 들이나... 아니 그냥 속 편하게 컴덕후들이나 들을 만한 내용이다. 그런 내용을 만들면서 많이 듣기를 기대하는 건 나쁜 놈들이지.


그런데 뜻밖에 졸라 많이 듣더라. 컴덕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듣는다.


거기다가, 반응도 장난 아니다. 원래 처음에는 이거 방송 나가면 많이 듣지는 않겠지만, 이 분야 좋아하는 사람들은 꽤 좋아할 것이라는 예측 정도는 했었다. 그런데 그 예측 이상으로 많이 듣기도 하고, 들은 사람들의 반응도 생각 보다 훨씬 적극적이었다. 마치 컴덕 좀비들이 떼로 몰려오고 우리는 버스 타고 도망 다니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어찌 되었거나 이 졸라 재미도 없는 팟캐스트를 그렇게 많이 들어주는 컴덕 좀비들에게 감사의 말 정도는 전하고 싶다. 어차피 꽁짜니까, 또 수면제 대용으로 듣는 거겠지만 말이다.

 

물 : 졸라 건방지다. 청취자들에게 그런 태도를 보여줘도 되는 것인가? 나도 그거 듣고 있지만 기분이 막 나빠지려고 한다.

 

뚝 : 죽을 죄를 지었다. 한 번만 용서해 달라.

 

물 : 또 그렇게 갑자기 꼬리를 내리니 좀 구차해 보인다. 하여간 진도 나가자. 여태껏 몇 편이나 방송을 한 것인가?

 

뚝 : 음... 그게...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대략 6편이 나간 것 같다. 1, 2편이 GNU하고 오픈소스 얘기였고, 3편은 애플 얘기였던 것 같다. 4편은 마이크로소프트 얘기였고, 5편이 CPU 얘기였나 그럴 것이다. 그리고 6편이 인터넷 얘기였다.

 

물 : 그거 다 들어도 뭔 얘긴지 모르겠다고 한탄하는 분들을 위해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 주면 어떻겠는가?

 

뚝 : 그걸 다 복기하라고? 뭐 원한다면 해 준다. 난 이렇게 착한 사람이다. 1,2편은 GNU하고 리눅스, 오픈 소스에 관한 내용인데, 사실 난 GNU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림이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그 티를 안 내고 마치 중립적인 척 하느라 무척 애먹었다.

사실 GNU 선언문을 자세히 읽어본 사람은 느꼈겠지만, 이 선언문은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문을 연상시킨다. 마르크스가 돈과 노동에 대한 얘기를 했다면, 스톨만은 정보와 소프트웨어를 얘기했을 뿐이다.

 

거기다가 특허 문제도 있다. 사실 난 이 특허나 지적소유권, 저작권 관련 문제가 꽤나 심각한 상태라고 보고 있다. 물론 최초에 뭔가를 생각해내고 만들어낸 사람의 권리는 보호되는 것이 맞겠지. 하지만 그 권리가 남용되어 사회에 해를 끼치고 있다면 그건 좀 문제가 있는 거다. 특허권이라는 것 자체가 인권처럼 천부적인 것은 아니다. 사회를 위해 사람들이 만들어낸 개념일 뿐이다. 그런 개념에 얽매여서 사회에 해를 끼치는 존재가 계속 유지되도록 한다는 것은 좀 바보 같다고 생각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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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요새 벌어지고 있는 애플과 삼성의 특허 전쟁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미국 정부가 특허 시스템 자체를 손을 보고 있다는 거다. 저작권으로 먹고 사는 나라인 미국도 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계속 느끼는 거지. 그런데 미국이 그 특허로 벌어들이는 돈이 어디서 왔겠는가? 결국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다가 돈을 주고 있는 거다. 그게 정당한 대가일까?


스톨만은 바로 그런 부분을 지적하고 있고 난 그런 부분이 좋다. 그걸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고, 하필 그 얘기의 소재가 리눅스 같은 컴퓨터 관련, IT에 관련된 얘기였을 뿐이다.

 

물 : 그러면 애플 얘기를 다룬 3편은 뭔가?

 

뚝 : 그 에피소드에서는 난 자유로운 사람들의 얘기를 하고 싶었다. 물론 리눅스나 GNU도 자유로운 사람들의 얘기였다. 하지만 오픈 소스는 꽤 널리 퍼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존재 아닌가. 애플은 다르다. 실제로 세상을 바꾼 결과를 가져왔다. 그 히피 같은 인간들이 말이다.

 

특히 스티브 잡스는 승질 드러운 나쁜 놈이라고 생각을 한다. 자기 동료에게까지 사기를 치고 그랬잖은가. 회사에서 쫓겨난 것도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워즈니악 같은 사람에 대해서는 뭐랄까, 일종의 팬심이 발동한다. 그런 사람들이 만든 물건이 세상을 바꿨는데, 그 사람들이 그 물건을 왜 만들었는지, 그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건지를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고 싶었다.

 

거창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저, 알테어가 가지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서 내가 직접 만들어 보겠다, 라는 심정. 내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그 원초적인 마음. 뭐 이런 것들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저 하루 세 끼니 먹고 잠 잘 곳 마련하기 위해 죽기보다 싫은 일들을 꾹 참고 견뎌내며 지겨운 삶을 살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세상은 그렇게 지겨운 곳이 아니다. 당신이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길도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테니 '탐색'을 멈추지 말아달라, 뭐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얘기를 하고 나니까, 스티브 잡스가 이런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이 생각나서 기분이 더럽다. 잡스가 하면 사람들이 막 오오~ 이러고, 내가 하면 개드립으로 간주할 것 같은데...

 

물 : 졸라 대단하지 않은 척 하면서 대단한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런 일이 쉽다면 누가 지겹고 힘든 일을 하겠나. 좀 허황된 거 아닌가?

 

뚝 : 내가 원래 좀 그렇다. 허황된 일이라도 언젠가는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정도는 가지고 살아도 안되겠나? 그럴 자유도 없으면 세상은 곧 지옥이다.

 

물 : 뭐 그렇다 치자. 그러면 마이크로소프트 얘기를 다룬 4편은 무슨 얘기였던 건가?

 

뚝 : 변질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라고 해서 초창기의 마인드가 잡스나 워즈니악, 또는 스톨만 같은 사람들하고 얼마나 달랐겠나. 하지만, 그런 순수한 마인드에서 출발했던 IT 산업의 초창기 멤버들이, 이 분야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존재로 떠오르면서 막대한 돈이 오가는 과정을 겪어 가면서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모든 분야도 마찬가지다. 순수한 의도로 출발한 어떤 일이 규모가 커지면서 사회적인 존재가 되면 변질된다. 시민단체도 마찬가지고, 정당도 마찬가지다. 이거, 악한 일이 아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사회적 현실일 뿐이다.

 

딴지일보라고 뭐 안 그럴 것 같은가. 요즘 돈독이 올라서 멤버십 카드 팔고 월간지 팔고 그러고 있는데, 매출이 늘어갈수록 똥침 정신과 뽕빨 정신이 흐려질 가능성이 많다.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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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그런 본질을 지켜보면서 어떤 '선'을 넘느냐 넘지 않느냐 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선'은 모든 사람 각자에게 다 다른 법이다. 이걸 어떻게 모아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조직의 역량이라면 역량일까...

 

물 : 갑자기 딴지일보 얘기는 왜 하는가. 좀 뜬금없다.

 

뚝 : 원래 세상은 뜬금없는 곳이다. 딴지 걸지 마라.

 

물 : 5편은 무슨 내용인가?

 

뚝 : CPU들 간의 경쟁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 또 OS는 어떤 경쟁을 통해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뭐 이런 내용이다.

 

물 : 거기에도 뭔가 다른 뜻이 숨겨져 있는가?

 

뚝 : 그런 거 없다. 빨리 이 시리즈를 끝내고 싶은 마음만이 가득 담겨있었다. 물론 뭐 그럴싸하게 얘기하자면,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과정에서 좋은 기술이 언제나 시장에서 승리하고 살아남는 것은 아니며, 시장에서 살아남은 기술이 좋은 기술로 간주되는 법이라는 역설을 설명하고 싶었다, 는 식으로 구라를 풀어도 되지만 말이다.

 

실제로 이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일단 아이템을 정하는 것부터 힘들다. IT 산업은 너무나 거대한 분야이며, 그 안에는 온갖 신기하고 재미있는 아이템들이 그득하다. 방송에서 다룰 만한 아이템이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빼야 하는가가 더 심각한 문제인 판이다.

 

그렇게 고생해서 정하고 나면, 그 아이템에 관한 자료를 조사해야 한다. 이게 또 완전 덕후들이 드글드글한 동네라서 말 한마디 실수하면 트윗 멘션통이 터져 나가고, 악플 댓글이 줄줄 달리고, 그런다. 메일도 막 들어온다. 그러니 최소한 서너 번 정도는 체크를 거쳐야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해도 맨날 AS 거리가 나오지 않는가.

 

실제로 시애틀 컴퓨터 프로덕트와 마이크로소프트 간에 86-DOS 저작권에 대한 계약서 사본까지 보내준 분이 계시는 지경이다. 이건 진짜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니 그만큼 신경이 더 쓰이는 거다.

 

그렇게 사료 조사가 끝나면 그걸로 스토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냥 줄줄 나열하는 걸로 들리겠지만 그 순서조차도 꽤나 신경 써서 배열해야 하는 거다. 이런 설계가 다 끝나면 시나리오를 작성하게 된다. 그 작업만 해도 대여섯 시간 걸린다. 분량은 보통 A4지 10pt로 열 장에서 열다섯 장 정도.

 

거기다가 몇 시간에 걸쳐 녹음을 하게 되면 유엠씨는 그거 또 편집하느라 날밤을 깐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시라. 두 시간 분량의 오디오를 편집할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말이다. 이게 글이라면 휙휙 읽어가며 교정을 보면 되지만, 오디오는 실시간으로 들어야 된다. 그 짓을 수십 번 반복해가며 하는 일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거 한 편 에피소드 준비하는데, 관련자 모두에게 4-5일은 너끈히 걸린다. 그게 시리즈로 매주 다가온다고 생각해 보시라. 피가 마른다. 그래 내가 요즘 살이 빠져서 홀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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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 겉보기에는 살이 더 찐 것 같은데...

 

뚝 : 정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정신적으로...

 

물 : 그렇다니 그런 줄 알겠다. 6편은 어떤 내용이었는가?

 

뚝 : 6편에서는 인터넷의 역사를 다뤘는데, 사실 이 내용만 가지고도 열 편짜리 대하 사극을 써도 될 정도의 주제다. 인터넷, 아니 웹이 등장하고 나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변했는가?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들을 지극히 자연스럽게, 원래 그랬던 것처럼 하고 산다. 우리가.

 

거의 모든 사회인들이 손안에 GPS 내장된 장비를 하나씩 들고 다니게 된 것, 이것도 인터넷 없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예전엔 약속장소 알려 주려고 종이에 약도 그려서 팩스로 보내고 그랬다. 요즘엔 번지수만 알려주면 된다. 아니 번지수도 필요 없고 가게 이름만 알려줘도 그 가게 메뉴가 뭐 있는지까지 다 알게 된다.

 

이렇게 우리 생활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은 역사적인 변화 과정을 단 하나의 에피소드에 다 때려 넣어서 참 미안하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부분에서 게시판 문화와 블로그 문화, 그리고 SNS 까지 이어지는 발전과정을 별도로 떼어내서 다루고 싶기도 했었다. 이거 되게 재미있지 않겠는가? 악플러의 역사도 있고, 폐인의 역사도 있다. 참고로 악플러의 레전드인 '시벌교황'도 딴지 독투 출신이고, 또 폐인의 원조는 다들 디씨라고 생각하고 있기 쉬운데, 폐인의 기원도 딴지다. 딴지 독투에서 '독투 폐인'이라는 말이 쓰인 것이 원조다.

 

즉, 이런 문화를 얘기하고자 하려면 딴지일보의 역사도 상당 부분 등장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있다.

 

거기다가 인터넷 이전에 통신문화, 나중에 하이텔이 된 케텔이나 천리안 등에서 시작된 게시판 문화는 외국에서 유행했던 뉴스그룹 문화와 확실히 구분되는 무언가가 있다. 그런 문제도 한번 파보고 싶었고, 그 게시판 문화가 블로그로 바뀌는 척 하다가 갑자기 SNS로 돌게 된 이야기, 싸이월드 같은 기괴한 존재가 왜 우리 사회에만 있는지, 뭐 그런 얘기도 하고 싶긴 했다.

 

그 뿐인가. 채팅이 있잖은가. 통신 시절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요즘에야 채팅이면 다 원조교제하고 원나잇 상대 구하고 성매매 하는 걸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초창기에는 그렇지도 않았다. 또 인터넷 상에도 IRC가 있다. 이런 거 얘기하려면 밤 새워도 모자른다.

 

그런데 만드는 나도 피곤하고, 유엠씨도 힘들고, 듣는 청취자분들도 힘들어서 빨리 끝내고 싶었다. 아쉬운 일이다.

 

물 : 그런 얘기는 또 언젠가 별도로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뚝 : 그런 기회가 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으니 언젠가는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물 : 그러면 그걸로 다 끝난 건가?

 

뚝 : 사람 말을 뭘로 듣는가? 7부작이라고 했잖아. 한 편이 남았다. 이게 한 편으로 끝날지, 두 편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아이템은 하나 남았다. 바로 모바일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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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간의 삼각관계에서 벌어지는 모바일 장비를 둘러싼 전쟁판 얘기다. 이건 마감된 역사가 아니라 현재 진행중인 살아있는 역사 이야기다. 그래서 더 부담된다. 괜히 특정 회사 편드는 얘기라도 하게 되면 또 난리 난다. 딴지야 앱등이들이 버글버글 하지만 난 안드로이드도 좋아한다. 태블릿도 아이패드가 대세지만 다른 태블릿들도 꽤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들이 있다.

 

뭐 이런 얘기를 펼쳐 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걸로 대단원의 막을 내려야 한다.

 

물 : 그럼 이 긴 시리즈를 총괄하는 의미, 대단원에서 뽀대나게 내세울 만한 주제는 무엇인가?

 

뚝 : 지금 그걸 여기서 얘기하라고? 그럴 수는 없다.

 

물 : 췟! 안 넘어가는군. 그러면 게임의 역사라는 것에 대한 얘기나 좀 더 해달라.

 

뚝 : 그것도 꽤 중요하다. 그러니까 흔히 게임이 주로 컴퓨터에서 작동되니까, 게임의 역사가 IT의 역사에 종속된, 일종의 부분집합이라고 보기 쉬운데 알기싫다 제작진들은 모두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오히려 사회에 미친 영향의 측면에서 보자면 게임의 역사가 더 크다. IT의 역사가 거꾸로 게임의 역사에 종속될 지경이다.

 

게임은 일종의 미디어다. 어떤 관점에서는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분야의 예술의 최종적인 종착지가 게임일 수도 있다. 거기엔 서사가 있고, 미술이 있으며, 음악과 영상이 흐른다. 더 중요한 것은 게임에는 체험이 있고, 미디어 소비자들간의 상호 작용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사회적 예술이기도 하다 .

 

IT의 역사는 사실 기술자, 엔지니어들의 몫이다. 그들이 만들어 왔고, 그들이 이해하는 분야일 뿐이다. 하지만 게임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이다. 게임을 천대하는 사람들, 정말로 시대착오적인 공룡 같은 존재들이다. 게임을 과소평가 하는 사람들, 조만간 시대에 뒤떨어질 꼰대들이다.

 

그런 얘기를 하게 될 것이다. 과연 우리에게 게임은 무엇인가, 그 게임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인문학적인 얘기들이 될 것이다.

 

알기싫다 팀에서도 컴덕에 가까운 이용 기자나 나의 경우는 IT의 역사를 즐겼지만 유엠씨에게는 아주 고역이었을 것 같다. 아마 유엠씨는 이 게임의 역사를 설파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IT의 역사 시리즈를 감내해 온 것 같기도 하다.

 

그 결정체가 연타석 공개방송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다. 많이들 몰려 오시라.

 

물 : 끝까지 광고를 하는구나. 참 질긴 인간이다.

 

뚝 : 아니 그건 아니고..

 

물 : 긴 시간 이너뷰 하느라 수고 많았다. 이걸로 마무리 하자.

 

뚝 : 난 무슨 독자들에게 인사, 자유로운 한마디, 이런 거 안 시켜주나?

 

물 : 어차피 니가 내고 내가 닌데 뭐 그런 게 필요한가. 썩 꺼져라.

 

뚝 : 알았다. 뿅~


 

 

이상으로 긴 시간 동안의 이너뷰는 막을 내렸다.

 

IT업계의 화제로 떠오른 인기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싫다>의 신인류 연대기 시리즈는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것으로 오늘의 딴지 IT 늬우스는 마무리 하기로 하자.



끝.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