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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8. 12. 월요일
독투불패 라투타








설.국.열.차.


이 영화에 대한 뜨거운 반응과 함께 연일 극단의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별로다... 허무하다... 실망이다... 재미없다...

 

-대단하다... 역시 봉준호다... 감동이다...


 설국열차 포스터.jpg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평가 속에서도 설국열차가 던지는 메시지가 조금은 무겁고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제가 이 영화를 보고나서 느낀 점들을 함께 공유해 보고자 이 글을 올립니다.(제 의견이 정답일 수도 없고 - 영화의 해석에 정답이 있을리가...? - 그냥 말 그대로 'One of them'에 불과하다는 것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또한 이어지는 글에는 스포가  엄청나게 드러나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이 점을 유념해 주시길 바랍니다.)




1. 설.국.열.차(SNOW PIERCER)의 사전적 의미


Piercer 는 사전을 찾아보면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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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모습.jpg

 

후반부에 밝혀 지겠지만 '꿰뚫는 사람이 누군지?', '무엇을 꿰뚫는지?'가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테마입니다.

 



2. 열차... 기차의 상징적 의미


여기서 기차는 여러 가지를 상징하는 아주 중요한 의미입니다.

 

1) 기차


기차는 앞으로만 '전진' 합니다. 절대 멈추거나 후진하지 않는 오로지 '직진성'(봉준호 감독도 이 '직진성'을 강조 하였습니다)

 

이것은 우리들의 '시간과 역사'를 의미합니다. 시간과 역사는 오로지 앞으로만 나아갑니다.

 

2) 그리고 기차는 증기기관이 모체...


18세기 제임스 와트(James Watt)가 증기기관을 대폭 개량하여 - 증기 기관은 와트가 발명한 것이 아닙니다. 그 이전에 이미 있었던 매우 비효율적인 뉴커먼의 증기기관을 아주 효율적으로 발전시킨 것이 와트의 공적입니다 - 산업혁명을 촉발시키고, 이는 근대 자본주의가 태동하는 모태가 됩니다.

 

제임스 와트.jpg



와트의 증기기관.jpg

 

즉, 설국열차의 기차는 와트의 증기기관으로 시작된 자본주의 자체와 그 역사를 상징합니다.

 

3) '윌 포드' - 포디즘(Fordism)

 

영화에서 설국열차를 만든 사람 - '윌 포드'가 상징하는 것은?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자본주의는 미국의 일명 '포드주의'(Fordism)에 이르러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포드와 테일러는 자본주의 대량생산 체제의 기초를 만든 양대 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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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포드
 

설국열차의 맨 앞 기관실에는 [WILFORD INDUSTRY]라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 그 의미를 조금 더 무리(?)하게 확장시킨다면 '윌'은 영어 조동사 'WILL'... 포드주의가 표방하는 자본주의가 미래로 영원히 이어지길 바라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설국열차를 좀 더 효율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스토리 전개에 따라 설명하기 보다는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설명을 드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3. 설국열차의 꼬리 칸부터 엔진 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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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칸 모습


 

꼬리칸은 18세기 산업혁명 당시 영국 노동자의 비참했던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물들 보다도 더 못한, 비위생적이고 어둡고 습하고 지저분하고 복잡하게 모여 살면서 굶주리고 있는... 이런 단면들을 꼬리 칸은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꼬리칸 비참한 노동자.jpg

 

그리고 앞 칸으로 갈수록 빛도 보이고 먹을 것도 좀 더 풍부해지는 등, 점점 더 좋은 조건을 가진 열차 칸이 나타나지요. 이건 자본주의가 가진 계급주의... 하층민에서 중산층... 그리고 상류층과 결국 엔진실에 있는 자본가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 계급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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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길리엄

 

열악한 노동자로 대변되는 꼬리 칸 사람들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는 인물입니다.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설국열차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나 자본주의를 대체할 뚜렷한 다른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한 인물이 바로 길리엄입니다.

 

오늘날, 자본주의를 비판하지만 이 자본주의를 대체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회 지도자를 상징합니다. 길리엄은 자본주의를 비판하지만 이를 대체할 대안을 가지고 못한 상황에서 그 누가 엔진 칸을 점령하더라도 현재의 시스템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왜냐하면 길리엄은 이미 이전에 윌 포드를 만나서 그의 논리에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고 설득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길리엄은 영화 중반부에 물 공급칸을 점령한 커티스에게 반란을 그만 멈추자고 제안합니다. 물, 식량, 그리고 설경이 보이는 창문들을(꼬리 칸 보다 좋은 삶의 조건) 이미 확보했으니 꼬리 칸 보단 훨씬 나아졌다고...


그래서 그만 멈추고 앞 칸 사람들과 협상을 하라고 제안하죠. 길리엄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커티스가 엔진 칸을 점령한다 해도 시스템 자체(계층과 그 계층간의 불평등 구조)는 별반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러나 커티스가 이를 단호히 거부하자 이렇게 말합니다. 윌 포드를 만나거든 그의 말을 믿지마라. 그의 혀를 잘라버려서라도 그가 말을 하지 못하게 하라고 충고합니다. 이는 이미 그가 윌 포드에게 설득 당한 경험에 비추어 커티스도 그런 전철을 밟으리라는 것을 예견한 것입니다.

 

실제 커티스는 윌 포드를 만나 그로부터 이 설국열차의 리더가 되라는 제안을 받지만 - 웅장하게, 마치 살아 있는 거대한 생명체 같은 엔진을 보고 경외감(?)을 느껴서인지 - 윌 포드에게 거의(?) 설득 당해 울면서 엔진 칸에서 무릎을 꿇고 말죠...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요나가 열차(자본주의 시스템)를 폭파하기 위해 커티스에게 성냥을 달라고 해도 처음엔 성냥을 주기를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이는 커티스 조차 이 열차를 폭파하고 난 이후에 대해 뚜렷한 대안이 없고, 그토록 혐오해 온 이 열차를 벗어나서는 살 수 없을 거라는 절대적인 공포를 느낀겁니다... 길리엄이 우려하고 이미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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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커티스

 

커티스는 당초 설국열차에 대한 비판은 커녕 꼬리 칸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나 연대의식도 없었지만, 에드가를 살리기 위한 길리엄의 희생을 계기로 설국열차(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이 생겼습니다. 이에 반란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뜨거운 가슴을 가진 젊은 혁명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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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윌 포드


포드주의(Fordism)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의 상징, 이 열차를 만든 창시자입니다.

 

윌 포드는 이 열차를 유지하기 위해서 모든 칸에서 모든 사람과 모든 개체(고기, 식물...)가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각자 역할을 충실하게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현재 설국열차의 이 시스템이야말로 생존을 위한 가장 최적의 방식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한 그 어떤 희생도 당연한 것이라 여깁니다.

 

 윌포트 포스터.jpg

 

 


 송강호 담배.jpg

 

7. 남궁 민수


그는 이 열차를 설계한 유일한 사람입니다.(이름을 보통 3자가 아니라 남궁 민수라고 4자로 지은 이유는 이렇게 긴 이름이 마치 열차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남궁 민수를 영어 자막으로 썼을 때 길게 이어지는 철자들...)

 

열차(자본주의)를 가장 잘 알기에 그는 이 체제를 그대로 유지시켜서는 희망이 없다고 믿습니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이 시스템을 붕괴(열차를 폭파시키고 밖으로 나가는 것) 시키는 것 입니다. 그는 이 시대의 가장 냉철한 지식인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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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화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남궁 민수를 보면서 <자본론>을 쓴 '맑스'를 연상했습니다.

 

맑스.gif

칼 맑스

 

남궁 민수는 이 열차의 폐해와 한계를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기에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한 희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크로놀을 충분히 모아 이 열차를 파괴시켜 밖으로 탈출하는 것... 그는 이미 열차 밖은 빙하기 같은 추위가 지나갔으며 충분히 생존 가능한 기온이 되었다는 것을 예감합니다.

 

비행기 잔해에 덮힌 눈이 서서히 녹고 있다는 것... 그리고 깨진 열차 유리창 사이로 날리는 육각형 모양의 눈 결정체(이 결정체는 기온이 어느 정도 따뜻해야 보입니다)를 보고 생존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런데 남궁 민수로 대표되는 지식인은 대중과 '소통'을 하지 않고 '자기만의 언어'로 말을 합니다. 그래서 송강호는 영화에서 한국말을 하고 언어 번역기를 사용합니다.

 


'대중과의 소통 부재'

 


이 땅의 지식인들은 저마다 사회적 시스템의 한계와 폐해... 그리고 부작용을 말합니다... 대중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언어로...(자본주의의 정체와 한계를 가장 정확하게 꿰뚫어 본  맑스의 <자본론>은 정말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에 어렵죠? 그래서 저는 송강호를 보면서 맑스를 떠올렸습니다)

 

영화는 송강호가 이 열차의 설계자임에도 왜 감옥에 있었는지를 설명해 주지 않는데요. 영화에서는 '7인의 반란'에 대해 나옵니다. 이 반란으로 열차에서 쫓겨나 얼어죽은 시체를 1년에 한 번씩 기차가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보게 되는데 학교에선 선생님이 이게 매우 중요하다고, 꼭 시험에 나온다고 아이들에게 강조를 하지요.(자본주의를 마치 종교처럼 가르치고 노동자가 못 사는 것은 게으른 탓이라고 가르치는 학교처럼)

 

 화려한 학교.jpg

 

그런데 자세히 보면 언덕에 얼어죽은 시체는 5명입니다.

 


'7인의 반란' 이라면서 동사한 시체는 5인?

 


네 맞습니다. 이 반란에 참여한 나머지 2명이 바로 '남궁 민수와 요나'입니다. 남궁 민수는 맨 앞에서 얼어 죽은, 앞쪽 칸에서 일하던 이누이트족 여인과의 사이에서 요나를 낳고 함께 반란을 일으켰으나 실패하여 5명은 열차에서 쫓겨나 얼어죽고 그는 이 열차의 유일한 설계자라는 이유로 그의 딸 요나와 함께 감옥에 갇히게 된 거죠.

 

그런 남궁 민수가 마지막 엔진 칸 앞에서 커티스와 이야기를 합니다. 커티스가 엔진 칸 문을 열어 달라고 하자 남궁 민수는 단호하게 거절하죠.

 

 감옥앞의 길리엄과 커티스.jpg

 

그리고 말합니다. "내가 열고 싶은 것은 바로 저 문이다." 라면서 열차 밖으로 통하는 문을 가리킵니다. 그러면서 바깥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거와 밖으로 나가도 죽지 않고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구구절절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남궁 민수는 언어 번역기를 통하지 않고 그냥 한국말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니 그런 말들을 이해할 리 없는 커티스는 네가 크로놀을 너무 많이 맡아서 헛소리를 한다고 그냥 무시합니다.

 

이 시대의 진보적인 지식인과 변화를 꿈꾸는 일반 대중 사이의 괴리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영화에서 보면 송강호는 커티스와 앞 칸으로 전진할 때 자신과 요나가 위험할 때는 빼고는 커티스처럼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것도 영화에서 소심한 지식인의 단면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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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요나

 

요나는 성경에서 큰 물고기에게 잡아 먹혔다가 사흘 만에 살아 돌아온 선지자의 이름입니다(요나 역으로 나온 고아성은 이미 봉준호의 전작 <괴물>에서 괴물에게 잡아 먹힌 전력이 있죠?). 이 영화에서 요나는 성경의 큰 물고기처럼 악으로 상징되는 존재인 '설국열차'에서 살아나옵니다. 두둥~~

 

그는 아버지 남궁 민수와는 달리 대중과 자유롭게 소통을 합니다(대중들의 언어인 영어로 유창하게...). 이 영화에서 남궁 민수와 대중의 말들을 모두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요나 입니다. 소통이란 잘 듣는 것 입니다.


이 영화에서 요나는 아주 작은 소리도 매우 잘 듣는 초능력을 가진 소녀입니다. 그래서 요나는 커티스가 앞으로 한 칸 한 칸 전진 할 때마다 앞 칸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미리 알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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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요나가 투시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신 분들도 계시던데... 투시력이 아니고 남들 보다 훨씬 잘 듣는 예민하고 놀라운 청력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이 능력은 아버지 남궁 민수가 가지는 불통의 이미지와 달리 '소통'을 상징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이 바로 요나가 <설국열차>라는 영화에서 선지자 역할을 하게 만드는 거죠.

 

 요나를 업고 있는 송강호.jpg

 

남궁 민수는 자기 딸 요나가 이런 능력으로 인해 설국열차를 탈출하는 데 있어 선지자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커티스가 감옥에 있는 남궁 민수에게 크로롤을 줄테니 문을 열어 달라고 제안을 하자 요나를 반드시 데려가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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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메이슨

 

이 영화에서 그는 열차의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그는 영화에서 "I belong to front. You belong to tale"이라며 연설을 하지만 그가 오른 손을 내밀었다가 주먹을 쥔 채 돌려서 무언가를 빼내는 동작을 무의식적으로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는 그가 원래 노동자 출신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자신도 원래 노동자 출신이지만 상류층이 된 다음에는 자신의 출신 성분을 감추기 위해 노동자를 더 가혹하게 대하는, 일부 노동자 출신의 상류층을 대변합니다.

 

자본주의의 상층부에서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자신은 이 시스템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나 신념이 없습니다. 그래서 커티스에게 인질로 잡히자 곧바로 자신의 바닥을 드러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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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메이슨 연기를 한 틸다 스윈튼이 영어를 할 때 영국 요크셔 지방 액센트를 구사했다고 합니다. 원어민이 아니고선 잘 이해가 안 되겠지만 적어도 영국사람들이 이 영화를 볼 때면 이런 점들이 더욱 디테일하게 메이슨의 정체성을 드러나게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요크셔가 영국에선 공업지역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영화 후반부에 커티스가 윌 포드를 만났을 때, 윌 포드 또한 메이슨이 했던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이런 손동작을 하는 모습이 비추어집니다. 이는 윌 포드 조차 노동자 출신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실제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 중에는 귀족 출신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소규모 공장으로 시작하였다가 대규모 자본가가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날 때부터 귀족도 아닌 노동자 출신 자본가가 자본주의를 위해서 노동자를 탄압하고 구조적으로 더 억압하는 현실, 이를 통해 시스템을 강화하는데 그 역할을 다하는 다수 자본가들의 정체성을 던져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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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원통

 

점호시간에 4초 간 열리는 문을 단숨에 통과하기 위한 이 커다란 원통은 자본주의 사회의 계층간 이동, 계급 상승을 위한 도구를 상징합니다.

 

이 도구는 만들기도 어렵고, 이 도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점호시간에 들키지 않고 숨겨서 보관하기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도구를 이용하지 않고는 앞 칸으로 전진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 원통은 남궁 민수가 갇혀 있는 감옥까지 단숨에 다다르게 하는 매개체이자 이 통로를 통해 설경이 보이는 빛이 있는 칸으로 이동하여 신분 상승을 가능하게 해 주는 중요한 설정입니다.

 



물공급칸.jpg

 

11. 물 공급 칸

 

이 칸은 설국열차에서 매주 중요한 설정입니다. 물 공급 칸에 이르자 길리엄이 커티스에게 말하죠. "그만 가자" 고... 이 물 공급 칸을 점령했으니 앞 칸과 협상을 하자는 것이 길리엄의 생각이었습니다. 여기서 길리엄은 싸우느라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에게 몸을 씻으라고 말합니다. 물 공급 칸의 물은 자본주의의 '돈'을 상징합니다.


피투성이가 된 몸을 깨끗하게 샤워하고 새 옷을 입고 난 다음에는 다시 피를 부르는 싸움을 하기가 꺼려집니다.(어느 정도 돈을 벌면 투쟁의식이 사라지는...) 다들 이제 이쯤에서... 편안하게 안주하고 싶어하죠.

 

그러나 길리엄이 나중에 커티스에게 사람들에게 씻으라고 말한 것은 사람들의 다친 곳을 보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변명을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런 게 아니라 끝까지 가 봐야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냥 여기서 좀 더 나은 조건을 쟁취한 것으로 만족하자는 의미였다고 봅니다. 매우 현실적인 노동 운동가의 단면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길리엄이 커티스에게 물 공급 칸을 점령했으니 물 공급을 끊고 앞 칸과 협상을 하라고 조언을 하자... 메이슨이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박을 합니다.

 

물은 앞 칸을 돌아서 앞 칸에서부터 뒷 칸으로 공급된다.

여기서 끊는다고 앞 칸으로 물이 안가는 게 아니라고 말 합니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노동자들의 돈이 자본가에게 들어 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자본주의 그 자체가 돈을 만들고 생산해서 아래로 뿌리는 거죠.

 

길리엄이 피상적으로 생각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본질에 대한 관념을 단번에 깨뜨리는 메이슨의 한 마디였습니다.

 



식물원.jpg

 

12. 식물 칸

 

열차 중간에 푸른 나무가 가득한 안락하고 생기 있는 식물칸이 나옵니다. 이 식물 칸에는 한가롭게 뜨개질을 하는 안정감 있는 여인이 나옵니다.

 

식물 칸은 자본주의 중산층을 상징합니다.

 

중산층은 사회 변화에 무감각합니다. 커티스 일행과 꼬리 칸 사람들이 피범벅이 된 채로 지나가는데도 그 여인은 전혀 관심도 없습니다. 계속해서(가족들에게 입힐 옷을 만들기 위해...) 뜨개질을 할 뿐...


그 여인은 오로지 자신의 위치와 안락에 만족하며 살아갈 뿐입니다. 영화 마지막에 열차가 폭파되어 모조리 떨어져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무덤덤하게 뜨개질을 하던 그 여인의 모습에서... 저는 비정규직을 비롯한 다수의 노동자 처지에 무관심한 채 오로지 자기 가족과 집 밖에 모르는 오늘날 우리나라 중산층의 가정주부를 보는 듯해서 소름이 끼칠 만큼... 이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길리엄 포스터.jpg



13. 얼음덩이와 터널

 

열차가 힘차게 지나가다 선로에 떨어져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깨 부수고 나갑니다. 이 얼음덩어리는 자본주의 특성상 나타나는 주기적인 경기불황을 의미합니다.

 

이 얼음덩어리를 열차 자체의 추진력으로 깨부수고 나아가면서 열차가 충격을 받기도 하고 탈선을 할 것 같은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지만 이내 제 자리를 잡아가는 복원력은 놀라운 자본주의의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지요.

 

그러나 이런 얼음덩어리로 상징되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뚫고 나가다 보면 열차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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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터널은 대공황 같은 경제 침체기를 상징합니다. 이 어두운 터널에 열차가 진입하면 적외선 카메라(노동자에게는 없는 권력과 힘을 상징)로 무장한 군인(국가나 기업의 폭력성)들이 개입해서 노동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합니다.

 

이것은 불황에 돌입하면 어김 없이 나타나는 무차별적인 대량 해고를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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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터널 안으로 열차가 진입하자 꼬리 칸에서 부터 횃불을 붙여서 달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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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이 마치 올림픽 성화 봉송하는 장면으로 오버랩 되는 건 저 만의 착각일까요? 전세계가 그나마 가장 경제적인 대립을 최소화하고 힘을 합쳐 한 자리에 모여 단합을 과시하는 것이 올림픽 말고 또 뭐가 있을까요?


'모두 함께 참여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올림픽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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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단합된 순수한 마음 만이 불황으로 상징되는 터널에서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투쟁이나 저항이라고 봉감독은 생각하는 걸까요? 암튼 이 횃불을 들고 달려가는 모습... 전 아무리 생각해도 올림픽 성화봉송 그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터널 장면으로 돌아오면... 터널 중간 중간에 언뜻 언뜻 보이는 빛 사이로 처참하게 죽은 노동자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길고 어두운... 터널들을 지나고... 밝은 곳으로 나오면...(노동자에게 혹독했던 불황이 지나고 점차 경기가 회복될 조짐이 보이면...)

 

권력과 자본가는 이렇게 외칩니다.

 


"HAPPY NEW YEAR!!!"

 


매이슨 포스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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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일본군과 독일군

 

메이슨 총리 옆을 지키며 폭력을 행사하는 독일군과 일본군은 20세기 제국주의의 폭력성을 상징합니다. 자본주의의 폭력성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상징적인 예가 바로 나찌와 일본 제국주의입니다. 제국주의가 바로 식민지를 수탈하고 이를 기반으로 발전하는 성장 모델이기에 그렇습니다.

 


송강호 포스터.jpg

 




15. 노란 옷 입은 줄자를 든 여인

 

노란 옷을 입고 줄자를 들고서 어린 아이의 사이즈를 재는 이 여인은... 자본주의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바로 '가격' 입니다.

 

이 가격에 딱 맞춰 물건을 생산 할 수 있는 아이(공장)를 찾는 것이 이 여인이 하는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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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티미'라고 불리는 이 흑인 아이가 끌려가서 하는 일은 윌 포드가 있는 엔진 칸 맨 아래 비좁은 공간에 쪼그리고 앉아 엔진이 잘 돌아 갈 수 있게 열심히 손동작을 하는 것입니다.

 

이 작업을 할 수 있으려면 몸집이 커서도(높은 인건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작아도(저인건비도 좋지만 저품질은 안되니까) 곤란... 그래서 아주 적당한 가격이 필요합니다.

 

그런 아이를 지속적으로 찾는 것이 이 노란 옷을 입은 여인의 임무 입니다. 이 여인은 뭐든지 줄자로 재려고 합니다. 그래서 요나가 열차 출구를 폭파시키기 위해 붙여 놓은 크로놀까지 줄자로 재는 모습을 보입니다.

 

뭐든지 가격, 돈, 원가로만 계산하려는 자본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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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요나와 토미

 

커티스가 엔진 칸에서 무릎을 꿇고 울고 있을 때, 요나는 열차를 폭파시키기 위해 커티스에게 성냥을 달라고 하는데 커티스는 이를 거절합니다. 그러자 요나가 엔진 칸 바닥을 열고 그 안에서 쪼그려 있는 토미를 보여줍니다.(아프리카와 제 3세계에 있는 어린이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상품으로 유지되는 다국적 자본주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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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하게 일하는 토미를 보고 커티스는 바로 자본주의의 본질(열차의 속성)을 깨닫고 울면서 요나에게 성냥을 던져 주고는 토미를 구합니다. 그 과정에서 커티스는 자신의 팔을 잃게 되고...(길리엄 처럼...)

 

열차가 폭파하려는 순간 남궁 민수(지식인)와 커티스(혁명가)는 요나와 토미(인류의 희망)를 끌어안아 그들을 보호합니다. 파괴된 열차를 빠져 나온 요나(성경에 나오는 큰 물고기 뱃속에서 탈출한 선지자)와 토미(흑인)...


그리고 살인적으로 추울 거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요나와 토미의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날씨가 춥지 않았던 겁니다).

 

열차 밖으로 나가면 모조리 얼어 죽을 거라고 믿던 설국열차 안의 사람들(자본주의가 무너지면 이 세상이 마치 멸망이라도 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

 

남궁 민수의 예측이 맞은 겁니다. 마지막에 살아 남은 요나와 토미는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상징합니다.


자본주의...


그 이후의 대안은... 더 이상 미국도, 유럽도, 백인들의 중심도 아닌...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대변되는 제3의 길이어야 한다는 메세지를 이 설국열차는 오늘날 우리들을 향해  말합니다. 


영화가 끝난 후 먹먹한 가슴으로 눈물을 머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만큼 큰 감동과 여운을 주신 봉준호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S

터널 액션이 시작되는 부문에서 물고기 배를 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을 많은 분들이 "이제 피의 축제가 시작된다!"..뭐 이런 의미로 해석을 하시더라고요..


근데 전 이 장면을 꼬리칸 사람들에게 경고 하는 의미로 봤습니다. 앞 부분에서 메이슨이 각자 자리를 지키라고 이야기를 했잖아요?


근데 꼬리칸을 탈출한 것에 대해서 물고기는 수족관에 있어야지 자리를 벗어나면 이렇게 죽는다. 뭐 이런 메세지로 읽히던데요 전... 꼬리칸을 벗어난 것에 대한 댓가는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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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투불패 라투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