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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환자 모두 인간인지라 인간 관계에서 필수적인 오해는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다만 환자의 상태에 대한 환자와 의사의 인식 차이가 너무 크면 치료를 시작하는 것부터 끝마칠 때까지 마찰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의료분쟁의 소지가 되기도 합니다.


여러가지 요인 중 오늘 다룰 내용은 증상에 대한 환자와 의사의 인식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증상은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느낌부터 객관적인 이학적 징후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배가 아프다는 주관적인 증상부터 열 같은 객관적인 소견까지 말이죠.

 

흔히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어디가 불편해서 왔으니 좀 봐달라(증상을 해결해달라)


반면 의사는 증상도 보지만 병 자체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물론 증상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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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질병을 단순하게 나눌 수는 없겠지만 크게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증상의 정도와 병의 경중이 어느 정도 비슷한 A, D는 대개 큰 문제가 안됩니다.

 

A는 증상도 경미하고 병도 심하지 않은 경우. 단순 감기(상기도염)나 찰과상 정도가 될겁니다.


D는 증상도 심하고 병도 심한 경우. 급성 심근 경색이나 뇌출혈 등을 예로 들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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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C가 다소 문제가 되는데,


B는 증상은 경미한데 병은 심한 경우 입니다. 예를 들면 패혈증 초기, 심근경색(silent MI) 등이 있을 겁니다.


패혈증 초기엔 증상이 감기와 비슷합니다. 열이 나고 오한이 들고 컨디션이 떨어지죠. 그냥 참다가 패혈성 쇼크로 죽기도 하고 대충 감기약 먹고 버티다 응급실에 오기도 합니다.


심근경색(silent MI)은 당뇨가 있는 중년 여성에서 꽤 흔한 심근경색의 한 종류입니다. 일반적인 심근 경색이 심한 흉통, 발한, 호흡곤란 등이 오는 반면 심근경색(silent MI)은 주로 체한 증상으로 옵니다. 명치가 답답하고 소화가 안 된다고 소화기내과에 주로 오죠.


내과 의사가 뭔가 찝찝함을 느껴서 심전도나 혈액검사(심장 효소 검사) 등을 하자고 하면, 체해서 왔는데 뭔 검사를 하냐고 약만 달라고 하는 환자들이 많죠.


그냥 보냈다가 심장마비로 응급실에 실려오면 대략 낭패입니다. 물론 차트에 '심근 경색 가능성 설명했으나 약만 원하면서 검사 적극 거부!!!, 재차 거부, 죽어도 안 하겠다고 함' 등등 대부분의 의사가 최소한의 자기 보호 수단을 만들어 놓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니죠.


왜 좀 더 적극적으로 검사를 권하지 않았냐고 원망도 하고, 이 병원 처방약 먹고 죽었으니 당신 책임이라며 소송을 불사하는 보호자도 생기게 되죠.


C는 증상은 심한데 병은 별로 심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배가 뒤틀리는 통증, 편두통 등으로 밤중에 응급실에 오는 경우 등이 있을 겁니다.


증상이 심하니 대형병원, 대학병원에 오게 되고, 당직 응급의학과 의사가 보고 약을 주거나 애매하면 검사를 해보게 되는데, 다른 응급 환자, 특히 앞서 언급한 B, D 같은 환자가 같은 응급실에 있으면 찬밥 취급을 받기 쉽습니다.


D는 증상이 심해서 먼저 봐준다고 치는데, 왜 B는 증상도 없고 멀쩡해 보이는데 먼저 온 나는 안 봐주고 B를 먼저 봐주는거냐. 이런 생각을 하고 실제로 말과 행동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하죠.


한적한 2차 병원 응급실에서 의사가 자기 볼일 보느라 환자를 방치한다면 문제지만, 대학병원급 응급실에서 자기가 찬밥 대접을 받고 있으면 '의학적으로는' 찬밥 소견이구나 라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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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사 - (링크)


한편으로는 의료전달체계라는 것도 있으니 모든 병을 3차 병원이나 서울 메이저 병원에서 봐야겠다는 생각도 좀 줄이는 게 나을 거라고 봅니다.


결국 병원이나 의사나 환자를 봐야 실력이 크고 병원이 크는데 죄다 자본력 있는 대형 병원에 몰리면 의료의 부익부 빈익빈은 극심해질 거고, 결국 응급 상황(그렇게 좋아하는 서울 메이저 병원으로 이송이 불가능한 경우)에서는 지금보다 더 위축 되버린 근처 대학병원을 불안한 마음으로 찾을 수 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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