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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를 도와야 한다

유권자들은 한 목소리로 박근혜(아무리 노력을 해도 직책명이나 존칭을 붙일 수가 없다. 앞으로도 안 붙일거다)가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와중에 야권은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하아...)운동을 하겠다고 그러고 있고 청와대는 "니들이 암만 그래봐라, 난 드라마나 보겠다..." 면서 오기로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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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박근혜는 업무까지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차관 인사도 하고.. 왜 이 급박한 시국에 장관도 아니고 차관을 찾아가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해서, 본인이 고심 끝에 모두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기발한 해결책을 하나 제시하도록 하겠으니 모두 이대로 시행하여 나라를 평안케 만들기로 하자.



우리가 가진 것은? 

국회다. 최소한 국회는 현재 유권자가 지배하고 있다. 야권이 좀 어리버리해 보이지만 크게 말을 안 들을 사람들은 아니다. 최소한 박근혜 잡자는 데 반대하지는 않을 걸로... 믿어도... 되겠지?


국회에는 탄핵소추권이 있다. 우리나라의 탄핵소추권은 좀 특이하다.


하원이 탄핵소추를 의결하면 상원이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미국의 탄핵 절차는 의회가 탄핵에 관한 전권을 가진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의회에서 탄핵 소추를 의결하면 그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에서 열린다. 즉, 탄핵권이 의회에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사실은 헌재라는 좀 이상한 기관에 있는 그런 형태다. 그래서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 탄핵의 대상은 대통령에서 시작해서 총리, 국무위원, 행정각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 감사원장, 감사위원 등이다. 쉽게 말해 장관급 이상의 고위 공무원들. 일반적으로 이 사람들을 탄핵소추할 때에는 국회 재적 1/3 이상의 발의와, 과반의 동의가 필요하다. 즉, 국회 과반 의석이라면 탄핵 소추가 가능하다는 뜻. 대통령의 2/3 보다는 한결 수월한 절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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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이어지는 절차는 동일하다. 탄핵소추 결의안이 통과되고, 당사자에게 송달이 되면 직책의 권한이 정지되고 헌재에서 심판이 진행되며, 심판 기일은 180일, 심판이 끝날 때 까지는 스스로 그만두지도 못하고, 후임을 인선하지도 못한다. 대신 직무대행이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장관이라면 차관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은 국회의 과반을 장악하고 있다.


자, 이제 슬슬... 뭘 하자고 그러려는 건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대통령을 압박하라

대통령을 직접 탄핵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그래도 명색이 대통령인데... 일반 유권자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킹 슬레이어는 영원한 저주에 시달리는 게 정상이다. 모든 스토리가 다 그렇잖아. 왕을 죽이다니.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킹 슬레이어 제이미 라니스터는 심지어 팔이 잘리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대통령 탄핵을 피하면서 퇴진을 요구하려니 청와대에 자리잡은 박근혜는 거의 농성 분위기로 떼를 쓰고 있다. 어째야 하는 걸까?


박근혜의 수족을 자르기로 하자. 


헌재, 선관위, 감사원 이런 사람들은 뭐 좀 별도로 하고... 국무위원, 특히 장관들을 타겟으로 하자. 장관도 내부 의전 서열이 있는데, 이 서열 순서 반대로 올라가면서, 즉 가장 말단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탄핵을 하자는 거다.


현재 대한민국 의전 서열은 대략 국무총리, 부총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국가안보실장, 외교부 장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행자부, 문체부, 농림축산부, 산업통상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여가부, 국토교통부, 해수부, 국민안천처 순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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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밑에서부터 올라가면서 하루에 한 명씩, 주말은 쉬고 주 5일제로 다섯명씩 탄핵을 하는 거다. 그러면 매일 탄핵소추 의결서가 장관에게 통보가 되고 국가 행정 부처가 하나씩 하나씩 장관을 잃어 버리게 된다. 직무 정지가 되니까... 차관들은 어쩌면 속으로 좋아할 수도 있겠다. 어찌 보면 잡아 둔 인질을 하나하나 처형하는 인질 테러범이 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좀 그렇다. 잔인한 것 같기도 하다. 그치?


아, 장관들 탄핵의 죄목은 뭐냐고? 대통령이 저지경이 될 때까지 국무위원으로서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죄. 죽어 마땅한 죄지. 사실 그건 전혀 문제가 안 된다. 그냥 의결해서 넘기는 게 핵심이거든. 직무정지가 목적이니까. 그리고 헌재에 가서 심판 절차 구경이나 하면 된다.



후속 절차


두 가지로 나뉘어 진다. 


박근혜가 끝까지 버티게 되면, 박근혜 정권은 장관 하나 없이 일을 해 나가야 되는, 맨 직무대행만 드글거리는 직무대행 정권으로 전락한다. 그래도 버티면 마지막으로 국무총리가 탄핵될 것이고, 그래도 버티면 그 땐 진짜 대통령을 탄핵 해야지. 원래 이게 목적이었기도 하고. 그간 많이 해 봐서 절차도 익숙해졌겠다, 뭐가 힘들겠는가. 


박근혜가 중도에 포기하면? 그러면 어차피 내각은 새로 구성하는 거다. 헌재에서 탄핵을 인용하든 기각을 하든... 우리 대통령부터 새로 뽑을 테니 천천히 심판하세요, 어르신들, 그러고 그냥 할 일하면 된다. 대선 모드로 진입하면 된다.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그 때쯤이면 탄핵심판도 다 되었을 것이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 내각을 구성하면 된다.


깔끔하지 아니한가?



마무리

이쯤 되면 혹시 저 인간은 탄핵에 페티쉬가 있어서 대통령이건 뭐건 탄핵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거 아니다. 두 번 말하겠다. 그건 절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다른 데에 있다. 바로 권력의 본질이다.


권력은 정말로 알 수 없는 존재다. 권력은 그 자체로 사람을 변화시킨다. 자신이 권력을 잡았다고 느끼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권력은 스스로 놓기도 무척 힘들다. 그 먼 거리를 모험을 해서 급기야 화산 앞에 도달해서까지 반지를 버리지 못해 쩔쩔매는 프로도의 모습은 모든 권력자의 초상이다.


박근혜가 유달리 악독해서 이 상황에서도 권력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 주변에 있는 그 모든 썩은 스텝들이 하나같이 전대미문의 악당들이라서 버티는게 아니다. 그게 권력의 속성이라는 것이다. 왠지 내려 놓으면 내 존재 자체가 지워지는 것 같이 불안하고 두려워서 내려 놓지도 못하는 것이 권력이라는 얘길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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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내려놓기를 기대하지 말자. 내각을 하나하나 자르는 것이 잔인하다고? 밖에서 누군가가 권력을 내려 놓으라고 제도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스스로 못 던지는 반지는 누군가 빼앗아서 던져 주는 것이 고마운 일이다.


헌법에 보장된 절차를 이용해서 박근혜를 도와주자. 그게 덜 잔인한 길이다.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임기를 마치지 않고 대통령 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 미국 전 대통령도, 절대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되살려 보자. 하원에서 탄핵 소추가 결의되고, 상원에서 탄핵 심판을 한 결과, 탄핵이 인용될 것이 확실하다는 통보를 받고서야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이건 형식적으로는 자진 사퇴(하야라는 구시대의 말좀 쓰지 말자. 대통령이 왕도 아니고...)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탄핵 당한 것이다. 더 이상 버틸 방법이 없어지자 항복한 것은 항복이 아니라 패전이다.


권력은 그렇게, 잡기도 엄청 어렵지만, 놓기는 훨씬 더 어려운 괴물이라는 얘기였다.


우리 모두는 힘을 합하여 박근혜를 도와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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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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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