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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을 도와주자


현재 상황 가장 혼란스러운 집단은 어디일까? 단연 새누리당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남성의 성기가 되어 버렸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가장 심각한 곤경에 빠진 집단은 단연 청와대다. 청와대 직원들은 지금 '가문의 영광'이다 싶었을 것이 확실한 청와대 입성 때의 으쓱함은 어디론가 완전히 사라지고 어떻게 해서든 조용히 이 자리에서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최소한 '혼란'스럽지는 않다. 그냥 망한 거다. 대책이 없다. 청와대 직원들이 지금 가장 중요하게 참고해야 할 책은 바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 뿐일 것이다. 왜냐면 그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써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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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PANIC!"


청와대를 빼놓으면 그다음으로 작금의 사태에서 곤혹스러운 집단은 바로 행정부 각 부처의 장관들이다. 그러나 그들 역시 별로 혼란스럽진 않을 것이다. 뭐 바지장관이라는 거 다 알고 들어갔을 테니 말이다. 짤릴 날만 기다리거나 좀 튀어 보고 싶으면 자진 사표를 쓰면 된다. 


물론 다들 가만히 있는데 앞으로 튀어나와 사표 쓰고 그러면 "그럴 줄 모르고 임명된 거냐?"는 비아냥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그것은 스스로 감당할 몫이다. 장관 대접 받을 땐 좋았잖아. 


그래도 정권이 이 정도로 개판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 어떻게 도덕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장관이 한 명도 없는지 참 난감하긴 하다. 하긴 그러니까 바지장관직을 좋다고 수락하고 들어갔겠지.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정치적 진영을 떠나 진영 전 장관처럼 진작에 그만뒀어야 한다. (라임도 잘 맞는다.)


참고로 '바지장관'에 관련해서는 2년 전에 이 박근혜-최순실 사태를 정확히 예견하였던 것이 최근 발견되어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바지가 떨어졌다'라는 글을 참고해 봐도 좋겠다. 


그 다음으로 내부 사정이 궁금한 집단이 바로 새누리당이다.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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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에 빠진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청와대나 행정부와는 결이 좀 다른 집단이다. 


일단 박근혜 일당이 뽑아 올린 수족 같은 개념의 집단은 아니라는 점이 있다. 물론 청와대가 정치적 정도를 무시하고 마구 공천에 개입을 했으니, 친박이 주류로 자리잡고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확실하게 새누리당 내부에는 친박계 뿐 아니라 비박계가 존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친박의 핵심이었다가 비박으로 전향한 유승민 의원 같은 사람도 자리를 잡고 있다. 농담 아니고 진지하게 차기를 노렸던 김무성도 있다. 슬슬 내부 세력의 분류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정권은 몰락해도 새누리당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최소한 오늘만 사는 집단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보자면 새누리당이 더 거대하고 뿌리깊은 사회악의 소굴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만큼 쉽게 쓰러질 집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징적으로는 이 사회의 기득권들의 총합이기도 하다. 


그런 집단이 지금 혼란에 빠져 있다. 박근혜라는 기괴한 인간형이 정권을 잡고 있게 된 이 상황에 가장 큰 공범인 새누리당, 그들은 그런 비정상적인 인간을 권력의 최고 정점에 앉혀 놓고 그를 통해 온갖 이권을 누려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꽃놀이를 했으면 이제 자리세를 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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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각 파벌별로 대응방식은 모두 다를 것이다. 무너져 내리는 당을 붙들고 동귀어진하겠다고 우기는 순장파가 있는가 하면, 당을 일신하여 청와대와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회복한 뒤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공파도 있을 수 있다. 그 옆에는 그렇게 니들이 당을 붙들고 있겠다면 우린 당을 쪼개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분당파가 있고, 또 한 편에서는 이 쓰러져가는 집구석에 무슨 미련이 있다고 붙들고 있냐고 생각하는 즉각 탈당파도 있을 것이다. 


대략 살펴보자면 이정현이라는 마당쇠가 동귀어진 순장파의 대표라고 볼 수 있을 것이고, 그들과 유사한 입장에서 어떻게든 사람들이 이 소란스러운 상황을 잊어주고 당이 재건되길 바라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친박의 대부분이라고나 할까. 뭔가 현재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들이 주로 여기에 포함된다. 


그 옆에 유승민, 김무성 같은 사람들이 있다. 당에 잔류해서, 남아서 짱을 먹어야 하는 건지, 사람들을 이끌고 분당을 해서 그 무리에서 닭의 머리 노릇을 해야 되는건지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그래도 박근혜를 출당시키고 탄핵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남경필로 대표되는, 분당이고 뭐고 그런 복잡하고 긴 얘기는 싫고, 난 그저 이 망할 집구석을 떠나겠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각 탈당파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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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


이 사람들을 어찌해야 할까? 


도와주어야 한다. 그들의 정치생명을 연장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나아가 새누리당이 뭔가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는 집단이라 수명을 연장해 줘야 한다는 뜻도 결코 아니다. 그따위 정당에 가치가 있을 리가 있나. 


어찌되었거나 이 사회의 발전을 온갖 패악을 부리며 방해하던 역사의 반동 무리가 새누리당일진대, 그들이 쪼개지거나 최소한 큰 폭으로 변화할 파괴적 동력이 생긴 이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즉, 당 바깥에서 그들을 적당히 흔들어 줘서, 그 집단이 사회적으로 가장 유리한 방향, 가치를 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줄탁동시 작업을 전개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명하신 독자분들이야 줄탁동시의 뜻을 다들 아시겠지만 굳이 설명드리자면, 닭이 알을 낳아 부화할 순간이 왔을 때, 일정 시간내에 껍질을 깨고 나오지 않으면 질식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병아리가 안 쪽에서 알 껍질을 깨고자 부리로 쪼는 것을'줄'이라 한다. 그러면 어미닭은 밖에서 역시 병아리와 한 마음이 되어 적절한 부위를 쪼아서 껍질을 깨트려 줘야 한다. 어미닭이 밖에서 계란을 쪼는 것을 '탁'이라 한다. 이게 잘 맞아야 알은 깨어지고 병아리가 세상에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걸 일컬어 줄탁동시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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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새누리당 내부 각 계파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밖에서 적절히 떡밥을 던져줘서 그들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거, 이거 매우 중요하다. 


마음 같아서는 니들 모두 지옥의 불구덩이에 빠져 버리고 영원히 지상으로 돌아오지 말라고 해 주고 싶지만 또 그자들은 바퀴벌레보다 생존력이 강해서 그렇게 쉽사리 사라져주지는 않는다. 인도적으로도 그렇게 사그리 처단해 버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어떻게 변해야 가장 좋은 일이고, 또 그렇게 바람직한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주체는 누구인가, 즉 '탁'의 방법과 주체에 대한 고민이 남게 된다. 




변화의 방향


일단 분리수거 개념이 좀 필요하다. 쓰레기에도 급이 있는 법이다. 


박근혜를 붙들고 같이 파묻힐 인간들을 분리해야 한다. 기존의 표현대로라면, TK 수구꼴통 집단. 흔히 강경파 친박으로 불리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그냥 새누리당 깃발 들고 남아서 수구반동적인 역사에 뒤떨어진 집단을 만들어 주고, 대구경북 지역에서 의석 열댓 개 가지고 놀라고 분리해 주는 것이 제일 적절할 듯 하다. 


이정현, 서청원 같은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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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방안은 어쩌면 박근혜에게 속았다고 분노하고 계시는 TK 어르신들에게 모욕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쓰레기들을 왜 우리 지역에 떠넘기냐고. 


근데 TK 어르신들, 솔직히 할 말 없다. TK 출신 독재정권이 이 나라를 망쳐 먹은 게 도대체 몇십 년이고, 그간 혜택이라는 혜택 다 보고, 우리가 대통령 만든다는 꼴같잖은 자부심으로 이 사회에 엄청난 해악을 끼쳐 왔지 않은가? 그 대가다. 이제 당신들은 쓰레기 처리 좀 떠맡아 주는 게 맞다. 그게 싫다면 다음 총선에 전부 낙선시켜버리면 되지 않는가? 결자해지라는 말을 좀 기억하시라. 


그리고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들을 합리적인 보수 정당의 플랫폼으로 수용하는 것이 좋다. 


대한민국의 정치판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진보세력이 약한 것이 아니다. 정상적인 보수세력이 존재하지 않고, 보수를 가장한 협잡과 부패세력이 권력을 움켜쥐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가장 급선무는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보수세력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학술적으로 평가하자면 김대중, 노무현 정권 모두 다 합리적인 보수 정권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이 사회의 메인스트림을 바꾸지 못했다. 부패하고 무능한 협잡세력이 너무 강력하게 기득권을 움켜쥐고 있으면서 겨우 싹트던 합리적인 보수세력을 쫓아내고 다시 이명박근혜, 국가를 사적 수익모델로 삼는 쓰레기 집단에게 정권을 준 것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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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합리적인 보수세력을 담은 정당이라는 것이 과연 그게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그 쓰레기들 사이에서 피어날 수 있는 꽃인지 의문이 가긴 하지만, 사람은 서는 곳이 바뀌면 보이는 경치도 다르다고 얼마든지 변할 수 있으니 끊임없이 시도를 해 볼 필요는 있다. 


나아가 기존의 야권에서도 진보나 리버럴이라기 보다는 합리적인 보수에 가까운 성향을 지닌 정치인들이 많다는 점에서 합리적 보수 성향의 집단이 성장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즉 그런 자들을 위해, 새누리 당 내부의 분당주의자들에게 야권에도 합리적 보수세력이 성장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사방에 미운털이 박힌 거르신(거만한 어르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라거나, 국민의당 세력도 합리적 보수에 가깝다. 그러니까 마치, 새누리당이 분당을 하기만 하면 거기에 헤쳐 모일 야당 내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움찔움찔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물론 전제조건은 있다. 박근혜를 탄핵하고 나라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동의를 해야 하고, 반부패 서약이라거나, 기존의 악습은 그만두겠다는 상징적인 반성의 퍼포먼스라도 해야 된다. 뭐가 되었든 말이다. 


또 있다. 몇 안 되겠지만 새누리당 세력 중에도 진보적인 성향의 정치인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사회의 메인 스트림에 합류해야 한다는 동기가 더 세서 그 동네에 들어간 사람들 말이다. 다시 나와 진보세력에 합세하라고 권할 수도 있어야 된다. 이제는 그 전과는 많이 다른 세상이 될 터이니 그런 일도 가능해야 된다. 김문수 이재오 같은 사람들 말이다. 뭐 자신은 이제 뼈속까지 보수가 되었으니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하면 할 수 없다. 그러시등가. 두 번 배신은 민망하기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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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밖에서, 당신들이 뛰쳐 나와도 얼마든지 자리를 잡을 수 있고 정계 개편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런 그림이 그려져 있는 카드를 슬쩍슬쩍 보여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게 바로 '탁'이 되기 때문이다. 


탄핵에 동의한다는 약속만 하고 뛰어나오면 갈 곳이 있다는 거, 이거 매우 큰 힘이 된다. 충분한 유인동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그런 동력들의 총합으로 인해 새누리당이라는 달걀 껍질은 뜻밖에 손쉽게 깨져 내릴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런 판국이다. 




마무리


이건 마치 농담처럼 쓰여진 글이지만 결코 농담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박근혜라는 전대미문의 이상성격자에게 흔들려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 상황을 만드는데 일조한 모든 세력들은 사실상 일거에 처단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현실적인 생각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권의 핵심세력을 제거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도 있어야 한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합리적인 논쟁에 기반하여 의정 활동을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걸 다 엎어버리자고 하는 주장은 지나치게 과격할 수 있다. 


그런 뜻에서 새누리당을 쪼개 버릴 수 있도록 줄탁동시를 시행하되, 헌법적 절차에 의해 잘못된 권력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가장 시급한 목적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걸 기억하는 범위 내에서, 향후 우리의 정치권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자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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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빠트렸다. 


줄탁동시의 방법과 주체를 따져 본다고 해 놓고 방법 얘기만 하고 주체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탁'의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가? 바로 야권 정치인들이다. 왜냐면, 그들에게 그런 거 하라고 우리가 세금 내서 월급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대권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판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플랫폼 자체를 개선하는 작업에도 누군가는 신경을 써야 한다. 그게 제대로 된 정치가가 할 일이다. 정치꾼 말고 정치가 말이다. 


내부 단속하고 자기 이권 따지는 것에만 골몰하지 말고, 대국적인 견지에서 새누리당의 변화를 이끄는 '탁'을 시행할 수 있는, 높은 안목으로 큰 판을 볼 줄 아는 정치가가 이래서 필요한 거고,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혼란스러운 판을 통해 자신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하는 법이다. 


당신들 모두에게 기대가 많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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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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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