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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8. 28. 수요일

춘심애비

 





 

 







일찌기 이런 말이 있다. 그들의 아젠다를 알고 싶다면 조선일보를 보라.

 

국정원의 이석기 의원 압수수색 건에 대해, 조선일보가 13시 정각에 내놓은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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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28/2013082801547.html?news_top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당직자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 18곳에 대한 압수수색

 

2) (이석기 의원이) 당선된 후 경기동부연합 지하조직 회의 등에서 핵심 조직원 100여 명에게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중략) 북한을 도울 준비를 할 것'을 주문

 

3) 국정원 관계자는 '이 의원이 지난 2004년부터 이 같은 준비를 해온 것으로 파악'

 

4) 국정원은 이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로 이 의원이 회합에서 한 말을 녹취로 확보

 

5) 국정원은 이 의원의 모의에 연루된 사람이 100명에서 200명 사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링을 해보니 위에 요약한 내용들 중 3, 4, 5번은 13시 정각을 기점으로 다른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글타면, 역시 일찌기 있던 그 말에 의거, 3, 4, 5번 내용은 그들의 시나리오에 따른 아젠다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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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설명할 필요 없이, ‘국정원'에 대한 여론은 아마도 국정원이 만들어진 이래, 최근 한 달이 최악 중 최악이었을 거다. 이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그래도 대통령 지지율 70%’라는 귀여운 여론조사를 발표했지만 국정원에 대한 스탠스가 극명히 갈린 상황에서, 이런 귀여운 짓은 그냥 귀여울 뿐 어차피 반대여론은 수그러들리 없다.

 

이런 맥락에서 그 국정원이, 검찰보다 먼저 나서서, 이름하야내란예비음모'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한다니 이 건을 국정원의 여론 뒤집기 시도 및 댓글공작 물타기로 받아들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건을 그냥 북풍, 색깔론 같은 여론 물타기의 재현으로 보기엔 껄적지근한 면이 있다.

 

저 <조선일보> 기사를 진짜 아젠다로 보겠다는 전제하에, 포인트는 이렇다.

 

1) 기사에는유사시 북한을 도울 준비를 하라'는 취지의 발언 만이 인용돼 있고, 그 발언의 정확한 맥락은 없다. 막말로 이게 무슨북한 대 미국'이라는 새로나온 보드게임 플레이 중에 한 얘긴지, 진짜로 진지하게 지령을 내린 건지 알 수 없다. 김용민 전 국회의원 후보의 욕설파문 때와 같은 방식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앞뒤 맥락 다 떼고 가장 자극적인 부분만 강조. 하지만 그 자극적인 부분 자체가 너무 쎄서 맥락이 어찌됐든 상관 없어 보이게 만드는 방식.

 

2) 위의 3번 내용을 보면 2004년이라는 연도가 나온다. 이건 이전의 기사에선 안 나왔던 숫자다. 굳이 2004년이 언급된 데서 추측할 수 있는 건, 저 발언이 최근에 녹취된 발언이 아니라 2004년 이후 언젠가에 녹취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얘기는, 이 녹취를 최근에 확보한 게 아니라 이미 수개월~수년 전 부터 들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그냥 추측일 뿐이다.

 

3) 이게녹취'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 이 녹취 파일을 공개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지난한 싸움과, 국정원 입장에서 가장 절묘한 타이밍에 그 녹취 파일이 공개돼버렸을 때의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내용이든, 그냥 그 내용을 눈으로 보는 것과, 귀로 듣는 건 다르다. 혹시라도 저 발언이 실제로 있었고(맥락이야 어쨌든) 어조가 단호하거나 강경했다면, 그게 풀리는 순간 보수층 여론은 게임셋이다.

 

4) 연루된 사람이 100~200명이라는 내용 역시, 이전 시간대의 기사에선 볼 수 없었다. 결국 100여 명을 잡아들일 생각이 있다는엄포'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냥 18곳 수색해서 이석기 의원만 잡겠다는 게 아니라는, 일종의예고'.

 

5) 타겟이 그 누구도 아닌이석기 의원'이라는 사실로 인해, 중도/진보층 여론도 매우 복잡해진다. 통진당 지지층에서는시발 또 종북이야? 진짜 뭐 있는 거 같애 이 새끼들아?’라는 반응, 통진당 반대층에서는이 레알 종북들 너네 땜에 시발 이게 뭐야' 이렇게 되는 거고, 여기에 친노 민주당파, 반노면서 민주당파, 안철수파, 노동당파, 정의당파 다 끼어들면, 내가 잘났고 니들이 문제고 뭐, 시발 난리도 아니다. 이런 복잡함이 발생되는 이유는 이석기 의원의 이미지상, 저 발언이사실일 거라고 믿을 법한 사람들이 적잖이 있기 때문'이다. 저 발언을 정청래가 했다고 주장하면 아무도 안 믿겠지. 게다가 이석기-이정희-대선후보-문재인-친노와 민주당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전국민에게 설명 없이도 연상시킬 수 있으니까 말이다.

 

6) 국정원이 검찰 보다 앞서서 수색을 벌였고, 결정적인 녹취를 확보했다. 이렇게 되면 보수지지층에게댓글이나 다는' 국정원의 이미지를 졸라게 쇄신할 수 있다. 물론, 진보층 및 국정원 반대여론에는 그닥 영향을 끼치진 않겠지만.



한 호흡으로 정리해보자. 국정원이 수개월 또는 수년 전부터 들고 있던 녹취 파일로, 야권에서 가장 찌름직한 타겟인 이석기 의원을 제대로 찔렀다. 이 시도는 전후 맥락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자극적 폭로전으로 갈 양상이 높고, 발언의 수위 자체가 졸라게 세다. 이로 인해 야권의 여론은 분열되고, 통진당은 고립된다. 그리고 그러한 야권에게 엄포를 놓으면서, 동시에 여권 지지층에게는 국정원의 이미지를 쇄신할 기회가 된다.

 

, 여기까지는 이석기 의원이 저런 취지의 발언을 한 것 자체는 사실이라는 전제로 얘기했다. 하지만 애초에 날조된 사실일 가능성도 있다. 저들의 날조 전력이야 검색해볼 필요도 없는 모두의 상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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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우리가 숱하게 보아왔던하지 않았음을 검증'하는 지루한 싸움이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싸움이 유난히 더 지루하고 힘들 거다. 왜냐하면 야권에서 통진당을 지지하지 않는 여론 중 상당수가 그 발언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인 채 통진당을 비난할 테니.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걸 밝히는데만 반 년이 넘게 걸렸는데, 고립된 진보정당이 이걸 밝히는 게 얼마나 더 힘들지는 각자 생각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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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실이라면? 여권과 보수층에서는 아마 통진당 소속 의원 전원 사퇴 및 통진당 해체를 요구하겠고, 야권과 중도/진보층에서는 통진당 꼬리자르기에 들어갈 수 밖에. 사퇴와 해체에서 멈추면 그나마 온건한 거고, 당원 전체를 구속수사 하지 않으면 천만다행일 수도 있다. 그나마 이 얘기도 그 발언이 진짜 심각한북한군 협조'를 지시한 게 아니라는 전제에서 하는 말이지, 만약 정말 그렇게 진지하게 지시하고 계획한 것이라면 당연히 법의 심판을 받는 게 맞는 거다. 오히려 그렇다면 그 중요한 단서를 입수하고도 바로 구속수사 하지 않은 국정원과 검찰의 직무유기를 비판해야할 지경.


이 발언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번 건은 저들에게 있어 최소한 물타기와 시간벌기 성공이고, 진보세력 하나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

 

이 상황에 대해 통진당에서 대응하는 입장은 한마디로유신시대 부활, 공안정국 중단하라'인데, 이런 말은 그냥 아무 말도 안 하는 것과 같다. 틀린 말이라는 게 아니라, 사태의 역학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죽은 수라는 말이다. 최근의 정치여론이 얼마나 복잡다단하고 즉흥적으로 타오르는지는 지난 대선 기간부터 숱하게 경험해왔을 거다. 현재의 여론은 합리적 심판자가 아니라, 술 취한 싸움구경꾼들이다. ‘없는 사실을 지어낸 완벽한 날조'라고 발표를 하더라도 안 믿는 사람이 있는 와중에, ‘유신시대 부활, 공안정국 중단하라라고만 하면 쌈구경꾼들 중 상당수는뭐야, 뭔가 있나본대?’ 이렇게 되니까.

 

앞서 추정한 것들을 기반으로 생각해본다면, 이번 건은 그냥 즉흥적으로 뭐라도 해보려고 덤빈 게 아니라, 치밀하게 준비된 건으로 보인다. 행여나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건 공작도 뭣도 아니고 그냥 국정원과 검찰이 자기들 임무를 다 한 게 된다. 팔짱끼고애효 저 인간들 또 국정원 날조 공작에 넘어가네 쯧쯧할 일은 아니라는 얘기.

 

신나게 떠들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국정원이나 검찰의 수사발표 내용이 어떨지. 수사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 진짜 유신시절로 가는 건지 아닌지. 통진당에서 밝히는 사실관계는 어떠한지. 진보언론의 취재 결과는 어떻게 보도될지.

 

지금으로써는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처지에서 문득 든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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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는 MB 때와는 다르다는 거다. MB는 사리사욕을 제 1과제로 상정하고 모든 국가기관을 '심부름센터화'했다면, 얘들은 진짜 권력 그 자체를 제 1과제로 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런 거 MB 때 너무 당해서 지겹다고 비웃을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


시발. 일단 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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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심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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