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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8. 30. 금요일

Ath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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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코앞입니다. 해는 짧아져 저녁 8시만 되면 어둠이 내려앉습니다. 


참깨는 열흘 안에 거둬들여야 할 만큼 꽉차게 여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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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굵직한 호박들도 하나 둘 눈에 띕니다.


가을에 먹을 단감도,


한겨울 항아리에서 하나 둘 꺼내 먹을 대봉시도 모양을 다잡고 떫은맛이 단맛이 되도록 키워가고 있습니다. 모양 없는 사과지만 벌써 단맛이 들어 두어 개를 따서 엄마와 나눠 먹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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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없인 이모양 ㅎㅎ

 

이렇게 하나 둘 수확이 시작될 무렵 뒤늦게 씨를 뿌려 농사를 시작하는 작물이 있습니다. 김장을 준비하기 위해 배추와 무와 갓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죠. 8월 말 선선한 바람이 분다 싶으면 배추는 포트에서 씨앗을 발아 시키고

무와 갓의 씨앗은 밭에 흩어 뿌립니다. 배추와 무와 갓을 키워내는 것은 김장의 화룡정점? 잘 찍은 점 하나에 불과합니다.

 

봄부터 고추를 심어 한 여름 내내 고추를 따고 말렸습니다. 마늘을 거둬들이고 말려 처마 아래 잘 걸어 뒀죠. 곧 추석이 지나면 마늘 심을 준비도 해야겠네요. 마늘을 수확한 자리에 심어 놓은 파는 중파가 되어가고 겨울이 되면 건실한 대파로 자라날 것입니다.


엄마들은 관광버스 타고 놀러가서 이런 저런 액젓이며 김장에 들어갈 새우젓도 미리미리 준비해 뒀을 겁니다. 울 엄마는 작년에 담아둔 잡젓으로 올 김장을 담는다는군요. 슬로우푸드란, 음식을 기다리는 긴 시간이 아니라 음식을 만들어 가는 바쁜 하루하루의 합산이란 생각이 듭니다.

 

김장이라는 말의 유래는 다양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의 유래는 진장이란 말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입니다. 


보배진(珍), 저장할 장(藏).


보배스러운 것을 저장한다는 뜻인데 겨울나기에 김치만큼 보배스러운 것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서리가 내리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할 무렵 집집마다 김장 김치를 담습니다. 저희 마을은 농사일만 품앗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김장, 된장 담을 때도 품앗이를 합니다. 자식들이 내려와 김장을 담는 집들은 일손이 필요치 않지만 독거 노인들이 많은 마을이라 할매들끼리 서로서로 도와가며 김장을 담습니다.

 

무는 눈을 맞고 얼게 되면 바람이 들고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서릿발이 비칠 무렵 뽑아 땅에 묻어 뒀던 것을 꺼내 사용하고 배추는 바로 밭에서 뽑아 소금에 저립니다.

 

김장 김치를 조금 따뜻할 때 담아도 될 것 같지만 김치는 담아두고 시간이 지나면서 온도가 내려가야 군내도 나지 않고 무르지도 않습니다. 초겨울 날씨는 조금 추워졌다가도 금세 날이 풀려버리기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는 밖에 두면 김치맛을 버리게 됩니다. 요즘은 김치냉장고가 있어서 미리미리 담는 집들도 있지만 서릿발 눈발 맞은 배추로 김치를 담아야 아삭하고 단맛이 깊기 때문에 어찌되었건 추위를 견디며 김장을 담아야 하는 것은 불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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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아빠가 돌아가셨으니 그럴 일도 없지만 김장 담을 즈음이면 날마다 김장을 ‘일찍 담자’, ‘늦게 담아야 한다.’로 옥신각신 했었습니다. ‘노인네들 참 할 일 없이 평생을 저러고 싸운다.’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한 쪽이 없는 지금 보면 무엇이 옳은 건지 모르겠단 생각도 듭니다.

 

“어매는 서방 없는 게 안 서운허요?”

 

“서운허긴 뭘 서운혀. 나는 한나 서운헌 거 없다. 한 평생을 왜 이렇게 못살았나 허는 게 서운허지. 느그들 아녔으면 벌~~써 요러고 살았어. 느그들 눈에 밟혀 그런 맘 먹었다가도 그만두고 그만두고... 그랬지 뭐!!!”

 

“차암나. 그럼서 왜 나보고 날이믄 날마다 장가가라고 날리다요. 자식핑계를 대질 말던가. 그렇게 좋은 세상 나도 한 번 살아 봅시다.”

 

“뭐여?!! 그려도 사람이 자식 낳고 가정을 꾸려야 움이 생기는 거여. 움이. 나야 움이 생긴 사람이고 너는 움이고 나발이고 없는, 꾀 홀닥 벗은 홀몸이잖여! 평생 너 잘났다고 혼자 살아봐라. 늙어 장작불 때 봐야 방바닥이 얼음짱여 이거사~ 지 애비 못된 거슨 죄다 골라 닮아서능...”

 

쩝. 아... 담배 땡긴다...

 

뭐, 그렇습니다. 좋다는 건지 서운하다는 건지 모를 말인거죠. 네.

 

사실 김장은 이 느낌입니다. 단순히 김치를 담는 것 이라기보다는 엄마가 말한 ‘움’을 한겨울 동안 따뜻하게 건사하기 위한 준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 밥 해 먹고 사는 집에 무슨 김장이겠습니까. 시어매 죽고, 서방 죽고, 자식들은 천리 만리 뿔뿔이 흩어지고 홀로 남은 늙은 할매의 장독대는 허성구성 합니다. 할매가 바지런을 안 떠는 사람도 아닌데 젓갈 장독 수도 줄고 간장도 3년에 한 번 담을까 말까합니다. 움이 줄어든 것이죠. 먹을 사람이 없으니 자연히 장독에 거미가 붙기 마련입니다. 다만 김장철이 되면 새끼들 죄다 모여 복작거리며 지 새끼, 지 서방 입에 생김치에 삶은 돼지고기 싸서 넣어 주는 봄새가 좋아 봄날부터 무더위 마다 않고 준비했던 것이겠죠.

 

‘내 움이로구나...’

 

자, 이렇게 움을 건사하겠다는 마음으로 김장을 담아보도록 합시다.

 

고추, 젓갈, 소금, 마늘, 파, 생강, 갓 등 양념으로 쓰일 재료는 앞에서 알아보았습니다. 이런 양념들을 준비해 두고 배추와 무를 선별하는 방법을 알아봅시다.

 

김장철에 시장에 나가면 어마어마한 배추와 무를 볼 수 있습니다. 전주 농산물 시장에만 나가봐도 턱이 돌아갈 지경인데 경기, 서울권은 전국에서 모여든 배추와 무로 파묻힐 상황일 겝니다. 이 수많은 배추와 무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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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는 같은 크기라면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김장을 담을 때는 속이 차지 않고 푸른 잎만 무성한 배추도 하나 둘 끼워 넣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김치를 막 담고 한 달 정도 후에는 하얀 포기김치의 맛이 좋지만 이듬해 여름, 묵은지를 먹을 때는 억세고 질겼던 푸른 배추가 무르지 않고 아삭한 게 맛이 좋습니다.  그리고 포기 배추를 고를 때는 몇 포기 정도 하얀 속을 열어 보세요. 노랗고 하얗게 속이 차 있으면 좋지만 흑반병에 걸린 배추들도 눈에 띌 것입니다. 흑반병은 배추에 있는 당을 소모하는 병입니다. 흑반병에 걸린 배추를 날로 먹어보면 밍숭맹숭 단맛이 덜해서 김치를 담아도 맛이 없습니다.

 

무는 바람이 들지 않은 무를 고르는 것이 중요한데 바람이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알아내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시들지 않은 무청이 달려 있는 무라면 믿고 살 수 있겠지만 요즘은 무청을 잘라낸 세척무가 대부분이더군요. 이럴 때는 무를 빙 둘러봐서 색이 일정한지를 보고 얼었던 흔적이 보이거나 껍질이 벗겨진 무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무는 종이 다양하기 때문에 만드는 김치의 종류에 따라서 선택을 달리 해야 합니다. 깍두기나 배추김치의 속으로 쓰일 무는 단단하고 커다란 제주무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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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단지무>

 

제주무는 육질이 치밀하고 단맛이 많아서 깍두기가 익었을 때도 물렁해 지지 않고 아삭한 식감을 유지 합니다. 하지만 동치미를 담을 때 제주무는 좋지 않습니다. 동치미는 통무를 사용해야 하는데 제주무는 너무 크고 단단해서 맛이 들지 않기 때문이죠.


동치미를 담을 때는 작고 단단한 조선무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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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무(조선무)>

 

호...혹시 해서 하는 말인데 길고 가느다란 무가 예뻐 보인다고 그걸로 김장 담을 생각은 마세요. 고건 단무지용입니다. 요걸로 담았단 크게 후회할 걸 아마...ㅋㅋ

 

좋은 재료들이 모아졌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김장을 담아 보겠습니다. 우선 배추와 무를 소금에 절여야 합니다. 간수의 농도는 13% 정도의 소금물로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어떻게 농도를 알 수 있겠습니까. 바닷물 정도의 농도. 아오~짜다 싶은 정도의 농도면 되겠습니다. 배춧잎 사이사이 소금을 뿌려주기도 하고 절여지는 동안 뒤집어도 주고 배추상태를 확인하면서 숨이 죽지 않으면 간수를 더해주기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허니, 소금물의 농도를 너무 신경쓰진 마시라. 정말 신경써야 하는 부분은 통배추를 가를 때입니다. 작은 배추나 속이 차지 않은 배추는 통으로 절여도 되지만 통이 꽉 찬 커다란 배추는 반으로 가르거나 4등분을 해줘야 하는데, 이때 배추 밑둥 부분에 칼집을 10센치 정도 넣고 손으로 갈라줘야 합니다. 손으로 가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칼로 자르게 되면 배추 잎이 단면으로 잘려지게 되고 배춧잎이 조각조각 나눠지게 됩니다. 절여진 배추를 맑은 물에 씻다 보면 배춧잎 조각들이 많이 떨어져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배추에 칼을 너무 깊이 넣었거나 완전히 칼로 갈랐을 때 배춧잎 조각들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먼 소린지 이해들 가실랑가 모르것네... )

 

손으로 가른 배추를 간수에 한 번 적셔내고 배추 사이사이에 굵은 소금을 흩뿌려 줍니다. 그렇게 간을 한 배추를 커다란 통에 차곡차곡 담고 그 위에 무거운 돌이나 물 담은 다라이를 올려 주세요. 이렇게 12시간 이상 간을 하면 숨이 죽습니다. 동치미나 백김치로 담을 배추도 이와 같이 절여 사용하면 됩니다.

 

동치미를 담을 무는 작고 단단한 조선무를 선택하고, 뿌리만 손으로 떼어내고 물에 깨끗이 씻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일부에서 반으로 가르거나 껍질을 벗겨내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렇게 하면 무가 쉽게 물러지고 국물이 탁해지게 됩니다.


잘 씻은 무를 물기가 마르기 전에 굵은 소금에 굴려 줍니다. 언젠가 이런 방법을 이야기 한 적이 있죠? 네. 우메보시를 만들던 방법 그대로입니다. 물 묻은 무를 소금에 굴리면 '물 묻은 바가지에 깨 달라 붇디끼' 소금이 달라 붇겠죠. 이렇게 소금을 묻혀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아 둡니다. 이렇게 하룻밤 정도 재워두면 무에 있던 쓴 물이 빠지고 조직이 탄탄해 집니다.

 

고전적인 방식의 김치담기는 이렇게 야채를 소금에 절이면서 사이사이에 누룩을 넣었다고 합니다. 누룩균이 만든 당을 젖산균이 먹고 젖산을 만들어 내 발효를 시켰던 것이죠. 지금은 절인 배추와 무를 맑은 물에 행궈 내는 과정을 거치지만 조선시대 이전 딤채 방식은 한 번의 절임으로 끝이 났는데, 채소를 이렇게 소금이나 식초에 저려 먹는 식문화는 전세계적으로 다양하지만 소금에 절였다 다시 행궈 내고 다시 양념을 무쳐 담는 절임방법은 김치가 유일하다더군요. 가만 보면 어지간한 까탈쟁이들이셨어. 썅... 할매들 등골이... 아주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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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골 브레이커??

 

김치를 담을 때 야채를 소금에 절이는 이유는 간을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야채의 숨을 죽이고 조직을 탄탄하게 만들고 야채에 담겨 있는 물을 빼내 시간이 지나도 맛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물이 빠지면서 쓴물을 빼내기도 하고 소금으로 야채에 달라붙어 있는 여러 가지 세균들을 죽여 김치가 상하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나면 맑은 물에 행궈 소금기를 거둬냅니다. 여러 번 씻어 쓰고 짠 맛을 행궈내고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빼냅니다. 배추가 짜고 양념이 싱거우면 김치에서 군내가 나므로 배추를 잘 씻어 줘야 합니다. 또한 물기를 잘 빼내지 않고 담은 김치는 간이 싱거워져 잘 익지도 않고 맛도 없을뿐더러 나중에는 상하게 되므로 물기가 완전히 빠지도록 서너 시간은 기다려 줘야 합니다.

 

이 시간동안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김치를 항아리에 담아 땅에 묻을 생각이라면 항아리에 연기를 쏘이던지 알코올로 잘 닦아낸 깨끗한 항아리를 준비해야 하고, 김치냉장고에 저장하려면 플라스틱 용기를 7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행궈 잘 말려 둬야 합니다. 특히 동치미를 담을 항아리나 통은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만 군내가 나지 않는 동치미를 오랫 동안 맛볼 수 있습니다. 장이건 김치건 담는 그릇이 깨끗해야 함은 불문율입니다.

 

물기가 빠지는 동안 김치양념을 만듭니다. 찹쌀가루로 풀을 쒀 식혀 둡니다. 찹쌀풀은 젖산균에게 당을 제공하여 발효를 촉진시킬 것입니다. 집에서 만든 액젓은 한 번 끓여 잡균을 제거해야 합니다. 액젓에는 젖산균도 많지만 여러 가지 호기성 세균들도 함께 담겨 있기 때문에 자칫 김치를 썩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끓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새우젓을 첨가하기 때문에 새우젓에 담겨있는 젖산균으로도 충분히 발효를 시킬 수 있습니다. 


젓갈을 넣지 않아도 젖산균은 여러 가지 채소와 양념들, 여러분의 손을 통해서도 김치로 들어오게 되고 여기에 누룩을 조금 첨가하면 발효를 촉진 할 수도 있으니 비린내를 싫어한다면 누룩을 사용해 보시라.(누룩균이 김치의 발효를 일으키는 것이 아닙니다. 누룩균이 만든 당분을 젖산균이 먹이로 삼아 젖산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누룩을 많이 넣으면... 김치술이 될 수도 있다능. 조금만 넣으세요. ㅎ)


멸치 육수도 끓여서 식혀두세요. 멸치 육수는 감칠맛을 더한 김치국물을 만들어 줍니다. 김치국물이 자작한 걸 좋아하면 멸치육수를 많이 넣고, 된 것을 좋아하면 육수를 진하게 끓여 조금만 넣어주세요. 옛날에는 설렁탕을 넣기도 하고 꿩을 삶아 기름을 걷어 내고 국물은 김치국물로 사용하고 고기는 쪽쪽 찢어 김치 사이사이에 넣었다가 삭혀 먹었다고도 하데요. 어떤 맛인지 정말 맛보고 싶은 음식 중 하나가 꿩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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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는 곱게 채를 썰어 놓고 갓은 적색갓으로 넉넉히 준비해 두세요. 무는 냄새와 맛을 다스리는 식재료입니다. 모든 맛을 품을 수 있고 모든 냄새를 흡수합니다. 그래서 회 접시에 무채를 깔고 그 위에 생선을 올리는 것이죠. 회 접시의 무채는 장식용이 아닙니다. 회 한 점을 먹고 무채로 입을 닦아내는 용도이니 무채를 홀대하지 마시고 입을 행궈내는데 사용하세요. 회와 함께 먹어도 맛이 좋습니다.

 

갓은 발효를 억제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갓김치는 잘 익지 않지만 익고 나면 톡 쏘는 맛이 일품인데 김치에 갓을 넉넉하게 넣으면 긴 시간동안 신선한 김치를 맛볼 수 있고 묵은지가 되었을 때 시원한 맛을 더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마늘은 항균작용을 해 유해균을 다스리는 역할을 하지만 많이 넣으면 누린내가 나니 적당한 양을 고려해 보길 바랍니다.

 

생강은 향을 더하고 비린내를 다스리지만 많이 넣으면 쓴맛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파는 대파와 쪽파를 반반씩 섞어 넣는데 오래두고 먹을 김치라면 조금만 넣는 것이 좋습니다. 파가 많이 들어가면 오래 묵혔을 때 군내의 원인이 됩니다.

 

김치에 약간의 단맛을 더하면 발효에도 도움이 되고 맛도 좋아집니다. 보통 설탕이나 뉴슈가를 넣는데 과일을 갈아 넣는 것이 좋습니다. 언젠가 티비에서 임지호 씨가 김치 담는 모습을 보았는데 바나나를 갈아 넣더군요. 어떤 과일이든 단맛이 풍부한 과일이면 김치에 넣을 수 있습니다. 키위도 좋고 사과, 배도 좋습니다. 홍시면 두말할 것 없구요.

 

젓갈은 액젓과 새우젓을 준비하는 것이 좋은데 새우젓이 맛도 좋지만 새우껍질에 있는 키토산이 발효를 억제합니다. 따라서 액젓은 원하는 것으로 준비해도 새우젓을 함께 첨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춧가루는 취향에 따라 준비하세요. 매운 것을 좋아하면 청양 고추를, 덜 매운 것을 좋아하면 일반 고춧가루를, ‘이것도 저것도 난 상관 없다.’ 하시면 고추장편에서 소개해 줬던 그 방법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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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나 나박김치를 담을 때 붉은 물이 곱게 들게 하고 싶다면 곱게 빻은 고춧가루를 미지근한 물에 잘 개서 30분 정도 두세요. 이걸로 김치를 담으면 붉은 고춧물이 무를 붉게 물들입니다.

 

뭐 이정도면 김치 담는 양념으로는 충분하지만 남도에서는 몇 가지를 더 준비합니다. 생굴을 넉넉히 준비하고 신선한 갈치토막도 실한 놈으로 몇 마디 준비합니다. 가자미 살을 준비하는 집도 있고 싱싱한 대하를 껍질 벗겨 준비하는 집도 있습니다. 실한 꽃게를 준비하기도 하고 펄펄 뛰는 토하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언젠가 진부령 근처를 갔더니 김치에 황태가 달려나오기도 하더군요. 고것.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이런 재료의 준비는 나중에 있을 즐거운 놀이를 위한 것입니다. 보물찾기죠. 갈치나 가자미, 꽃게는 가장 나중에 꺼내먹을 김치에 넣는데 이듬해 묵은지에서 발견된 갈치토막이나 꽃게의 맛은... 아오... 죽음이죠.


반면 생굴은 막 먹을 겉절이나 생채에 넣기 위해 준비합니다. 오래 묵힐 김치에 생굴을 넣으면 김치맛을 버립니다. 한 달 안에 먹을 김치에만 생굴을 넣으세요.

 

이렇게 준비한 양념들은 커다란 다라이에 모두 쏟아 넣고 붉디 붉은 김치 양념을 만듭니다. 김치 양념은 남을 만큼 넉넉하게 만드세요. 김장을 다 담고 양념을 남겨 냉동실에 보관해 뒀다 봄동이 나오면 봄동을 무쳐 먹고 입맛 없는 봄날 달래를 이 양념에 무쳐 먹으면 밥이 꿀떡꿀덕 넘어갈걸요. ^^

 

배추의 물도 빠지고 양념도 다 만들어졌네요. 백김치 양념을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 백김치는 '김치 2편-각종김치'에서 다시 이야기 하겠습니다.

 

우선 동치미부터 담아 보죠. 소금에 절여뒀던 무를 잘 씻어 줍니다. 동치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갈해야만 시원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무를 씻을 때도 깨끗한 물로 씻고 물기를 잘 빼줘야 합니다. 무를 항아리에 담고 절인 배추도 함께 넣어 주세요. 갓도 듬성듬성 썰어 넣고 쪽파도 큼직큼직하게 썰어 넣어 줍니다. 마늘과 생강은 적당한 크기로 썰어 베주머니에 담아 넣어 주세요. 배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통째로 넣어 주세요. 고추는 절여진 고추를 넣어 줍니다. 고추장아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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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서리가 내리기 직전에 고추와 고춧잎을 따서 소금물로 고추장아찌를 담아 두세요. 고추는 염도가 높은 소금물로 절여야 간이 잘 배이기 때문에 싱싱한 고추를 동치미에 넣으면 잘 익지 않고 썩게 됩니다.


이렇게 재료를 차곡차곡 넣고 여기에 간수를 넣어주세요. 조금 짜다 싶을 정도의 간수를 넣어야 배추와 무에 스며들고 나중에 간이 맞게 됩니다. 여기에 대나무 잎을 항아리 속이 보이지 않을 만큼 가득 올려 주세요. 댓잎 향이 배이기도 하지만 대나무잎이 항균작용을 해 동치미가 상하지 않게 합니다. 댓잎 위에 대나무발을 치고 그 위에 무거운 돌을 눌러 모든 재료가 물에 잠기게 하고 밀봉하여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합니다.


동치미는 담을 때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담고 나서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온도 변화가 10도 이상 나지 않게 주의해야 하고 절대로 손으로 내용물을 꺼내서는 안 됩니다. 손에 묻어있던 세균에 아주 쉽게 감염이 되기 때문이죠. 이유는 염도는 낮고 국물에 산소가 풍부하고 발효과정에서 여러 가지 당분들이 생성되기 때문에 손 끝에 묻어있는 세균만으로도 동치미 한 도가지를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스댕 사발, 스댕 국자 매우 유용합니다. 네.


이렇게 주의를 기울여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나면 상큼하고 알싸한 동치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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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동치미 국수는 이렇게 만들어진 동치미에 국수를 말아 먹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리지날 동치미 국수는 여기에 아주 중요한 한가지를 첨가 합니다.


바로 꿩을 끓인 국물과 꿩고기 고명입니다. 맑게 끓여 식힌 꿩국물과 동치미 국물을 1:2의 비율로 넣고 배추와 무, 갓, 절여진 배를 올리고 꿩고기를 찢어 고명으로 올려야만이 진정한 동치미국수가 되는 것입니다.


이거슬 1915년 빙허각 이씨가 저술한 <부인필지>에선 ‘명월 생치 침채’라 일컬었습니다.(맛있냐구요? 네~~ 지금까지 먹었던 동치미 국수는 전부 개구라! 낭중에 이 아이템은 내가 써먹을 거임. 내가 찜함. 도장 쾅! 침바를 생각 마삼.빠직)

 

또한 같은 책에서 '동치미국에 국수를 말고 무와 배와 유자를 얇게 저며 넣고 제육 썰고 계란 부쳐 채쳐 넣고 후추를 넣으면 이름하야 명월관 냉면이라 하니라.' 라고 서술하고 있는데... 씨붱. 명월관 냉면이 이렇던가? 내 올겨울 명월관 냉면을 이리 만들어 먹어보고 기존 명월관 냉면 보다 맛이 좋다면 딴지스들에게 적극추천해보리다.

 

아비 죽고 나선 어매가 동치미를 안 담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물어 봤죠.

 

왜 요새 어매는 동치미를 안 담는댜?”

 

“그거슬 누가 먹는다고 담어?”

 

“누가 먹기는... 안 담으니까 안먹지... 췟!”

 

“담으믄 먹을래?”

 

“암만! 먹고 잪어도 담어야 먹지!”

 

“내가 이가 시려서 안 담었어...(베시시)”

 

“엄마!! 어매 이시렵다고 안 담는다요. 참나. 내 이빨은 삶은 무라도 씹었능가?”

 

“그려. 올해는 담자. 그까이꺼 못 담것냐.”

 

그래서 올해는 동치미를 먹을 수 있습니다. 오리지날 명월관 냉면을 선보이리라!!

 

자. 이제 배추김치를 담아 보겠습니다. 배추김치 담는 것은 수없이 많이 봤을 것입니다. 잘 절여진 배추의 잎을 한 장씩 들어 올리며 사이 사이에 양념을 넣고 겉잎으로 잘 오므려 차곡차곡 단지에 담는 것이죠. 이렇게 담을 때 미리 먹을 김치는 포기가 찬 하얀 배추에 굴을 넣어 담고, 나중에 개봉할 김치는 푸른 잎이 많은 배추에 갈치나 가자미를 넣어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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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하>


토하 같은 경우는 양념에 바로 넣고 버무려 김치 속으로 사용하지요. 꽃게는 김칫독 중간에 덩그러니 한 마리씩 넣어 주세요. 꽃게 껍질에 있는 키토산이 발효를 억제합니다. 그러나 꽃게는 의외로 비린내가 많이 납니다. 여타 생선들보다 발효되면서 비린내를 많이 내기 때문에 비린 것을 싫어하는 분들은 꽃게를 넣지 말고 게 껍질 분말을 베보에 싸 김칫독 중간 중간에 넣어 두면 발효를 억제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김칫독에 김치를 담고 꾹꾹 눌러주세요. 김치 사이 사이에 있는 공기들을 빼줘야 호기성 세균들이 오래 살아남지 않습니다. 그리고 비닐이건 한지건 밀봉할 수 있는 것으로 단단히 단지를 밀봉해 주세요. 밀봉한 단지를 1도~10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땅을 파고 묻어 줍니다. 이렇게 묻어 주면 김치가 숨을 쉬기 시작합니다.

 

김치에게 호기성세균들은 적일 수 있지만 김치를 담은 초기에는 김치 발효에 크나큰 공을 세웁니다. 김치를 담고 열흘 정도가 지난 김치를 미친 김치라고 부릅니다. 부풀어 오르고 국물은 질질 흐르고, 쓰고, 맛은 더럽게 없지요. 이 시기에 호기성 세균들은 득세를 하고 젖산균들은 숨을 죽이고 있는 시기입니다. 공기도 충분하고 찹쌀풀을 넣어줘서 먹을 것도 풍부하니 살판난 겁니다. 배추가 상해가는 시기죠. 부풀어 오르고 쓴맛을 내게 됩니다. 그러다 공기가 점점 줄어들고 호기성 세균들이 죽게 됩니다. 이때부터 젖산균이 슬금슬금 기어 나옵니다. 호기성 세균들의 시체를 먹기 위해서!! 야금야금 호기성 세균들의 시체를 주워 먹고 찹쌀풀에서 나온 당분도 먹습니다. 그러곤 젖산 똥을 싸댑니다. 젓산균들은 온도가 낮으면 활동이 느려지기 때문에 김치는 서서히 발효가 됩니다. 김장을 담았는데 갑자기 온도가 올라간다? 바로 셔터지는 것이죠. 그래서 갓도 넣고 키토산도 넣고 댓잎도 넣고 새우젓도 넣어 발효를 억제시키는 것이죠.

또한 ‘어느 김치든 김이 나가면 못 쓴다’고 하였습니다. 작은 항아리에 여러 개로 나눠 저장하고 개봉한 김치는 빨리 먹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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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참 이상한 음식입니다. 식초, 설탕, 소금에 절이는 음식들은 절대적으로 발효를 억제시켜 식재료를 보전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음식들인데 반해 김치는 발효를 촉진하는 식재료와 발효를 억제하는 식재료를 한데 몰아넣고 에헴 하고 기다리잖습니까? 익기를 바라면서 익지 않기를 바라는... 작두날 같이 아슬아슬한 사이에서 김치는 널을 뜁니다. 이렇게 널 뛰는 김치를 다스리고 맛을 내게 해서 밥상에 올렸던 할매와 어매들은 위대했습니다.

 

김치는 김장 김치만 있는 것이 아니죠. 김장 김치는 빙산의 일각. 다음 편에선 계절마다, 절기마다 만들어 먹던 수많은 김치들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치의 연구>(조재선-유림문화사)

<음식디미방>

<증보산림경제>

<부인필지>

<규합총서>를  참조하였습니다.







Ath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