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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9. 04. 수요일

독투불패 셀러킴





 

 





name : 킴
sex : 여
age : 반팔십



이 개인정보에서 중요한건 나이!! 


저 나이에도 학교근무 무경력자가 행정실에 채용 됐거든. 어떻게 가능했을까?




학교비정규직 일년나기 3편이다. 지난내용 다시보기... 따윈 귀찮다. 걍 반팔십에 생활고로 인하여 직장을 찾던 중경기도 국공립학교에서 행정실무사를 뽑는다는 말을 듣고 원서를 냈고 똑 떨어졌지만 얼마 후 3개월 산가대체인력 제의를 받았다. 에게... 이게 다야? 


다다.


말도안돼... 내가 떨어지다니. 나이 때문일꺼야... 꺼이꺼이 싶었는데 막상 출근해서 보니, 나를 제끼고 뽑힌사람이
한 명은 나랑 동갑, 다른 한 명은 다섯 살 언니. 그럼 대체 뭐야? 미... 미모????


뒤늦게 알았다. 가카 아니 교장쌤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니지만 한 명은 이미 내정... 자 였던것으로 추정... 아니 소설을 썼다. 언니가 A중학교 교사로 근무 중이거든. 나머지 한명은 내가 보기에도 똘똘하니 일 잘하게 생겼다. 그래서 인정.


뒤늦은 나의 등장으로 당황한 건 오히려 교장과 교감(둘다 여자). 원래 뽑으려고 했는데, 어쩌고 저쩌고 주절주절.. 이렇게라도 인연이 되었으니 어쩌고 저쩌고 주절주절... 나는 걍 예의바르게 90도로 인사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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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뉘집 딸인지 참 착한 처자다.



행정실 분들, 모두 친절하고 좋은 분들이었다. 일도 별로 없었다. 겨우 삼개월 요원인 나에게 업무 가르치는 것이 귀찮았던 거다. 걍, 본인들이 다 했다. 나에게는 단순 업무만 넘기고. 그래서 행복했다. 오죽하면 친구에게 전화 해서 "나 이렇게 월급 받아도 되나 몰라..."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계속 이 자리에 있고 싶었다.


산가 들어간 공뭔이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통보가 왔다. 덕분에 나는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 되었다. 교육공뭔(행정직) 정기 인사는 7월과 1월. 7월이 되자 실땅님은 지역교육청 인사과랑 계속 통화를 했다. 교육청에서는 따로 티오를 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제 나는, 육아휴직 들어간 공뭔이 돌아올 때까지 있는것으로 거의 기정사실화 되었다.


첫 주가 지나자 실땅님은 전 직원에게 휴가 계획을 내라고 했고, 나 역시 당당하게 원하는 휴가 일을 적어 냈다. 그 시간이 오전 10시. 점심을 먹고 꾸벅 꾸벅 졸고 있던 오후 1시. 갑자기 '헉!' 하는 탄성에 깼다. 행정실 안 공기가 갑자기 후끈하다. 차석 주무관님이 급하게 실땅님께 달려갔고, 두 분이 한참을 속닥거린다. 뭔일? 싶지만 나와 상관 없으니... 하며 다시 졸았다.


잠시후.


"킴"


실땅님이 나를 불렀다.


"자기야... 갑자기 인사 발령이 났네... 교육청에서 한명 보냈어. 사흘후부터 정식 출근인데 킴은 사흘만 나오면 될 것 같아."


자다 봉창도 유분수지. 이게 뭔 소리여? 방학 시작이어서 채용공고 난 곳도 별로 없는데... 타이밍이 시망이었다. 너무 우울했다. 대개 2월경에 1년 계약직 공고가 많이 난다. 대체인력 공고는 수시로 나지만 그것도 흐름이 있다. 학기 초, 학기 말에 많이 난단 말이다. 특히 3개월 이런 단기 말고, 6개월 1년 대체 인력 공고는 거의 방학 전에 많이 올라온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방학이 시작된 후여서, 채용 공고도 거의 없을 터.


이렇게 A중학교와의 인연은 졸라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중학교에서 받은 인상 두가지.


첫째, 남중딩들. 허구한날 유리창값 물어내기 바쁘다. 교실에서 무협영화 찍냐? 왜들 그러는 거냐?


둘째, 남중딩들. 숟가락 성애자들이냐? 밥쳐먹다 말고 웬 유리겔라 질이냐? 구부러뜨리는 것도 모자라서 창문 밖으로는 왜 집어 던지는 건데? 식당 앞 꽃밭에서 숟가락 키울 일 있냐? 애샛기들, 취향도 참 독특하다(덕분에 일년에 한 번씩은 숟가락을 새로 싹 장만하더라... 쯧쯧).


겨우 4개월 근무라서, 남중딩 생태에 대해 제대로 파악 못했다. 잘 아는 사람은 연락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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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정도 열심히 구직활동을 했다. 당장 먹고 살 걱정 때문에 마음의 여유 따윈 없었다. 집 근처에는 공고 난 곳이 없어서. 가까운 옆 도시를 찾아 갔지만 같은 지역주민이 아니라고 별로 안좋아했다(여기서 팁 하나, 아무래도 집 가까운 학교, 적어도 같은 지역 학교에 원서를 내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던 중  B고등학교에 3개월 산가대체 공고가 떴다. 또, 3개월이야? 11월에 또 이짓을 하라고? 정말이지, 3개월 인생 지겹다... 싶었지만 지금 내가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다.


B고등학교는 컸다. 이 지역은 비평준화 지역(안뺑뺑이)인데, 내가 사는 도시에서 가장 명문이란다. 기숙형 고등학교여서 타 도시에서도 많이 진학한다. 스카이도 많이 간다더라.


뽑혔다. 이유는 A중학교의 4개월(정확하게는 4개월 열흘) 경력이었다. B고등학교 과장님은(6급, 여성, 훗날 나의 은인이 된다) 나이 어리고 사회 경력 없는 베이비 보다, 나이는 쫌 많아도 민간기업 경력에 타 학교 근무 경험도 있는 나를 뽑았다고 한다(참고로 이 때 경쟁률은 3대 1이었다. 나머지 2명은 20대 여성).


여기서 중요한 팁이 나온다. 사실 3개월, 6개월 대체 인력은 경력도 뭤도 안 된다. 급여도 일급 계산이고, 행정실무사들이 받을 수 있는 모든 수당 제외 대상들이다. 심지어 설, 추석에 모두가 받는 명절 휴가비도, 대체인력들은 못 받는다(존나 서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단 대체인력부터 시작하라고 권유 해드리고 싶다.


물론, 처음부터 턱하니 1년 계약직 되면 감사 땡큐지. 그런데 그 자리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절대 그럴리는 없겠지만), 내정자가 있는 경우도 많고, 아무래도 나이 어린 사람들을 선호하기 마련이다(그래야 선생님들이 부려먹기 서포트 받기 좋거든).


3개월, 혹은 6개월 대체인력은 비록 메뚜기처럼 이 직장 저 직장 옮겨다녀야 하는 아픔은 있지만 이 경력이 제대로 된 자리를 얻는 씨드머니가 될 수 있다. 증거로 1편에서 언급한 A중학교 7급 차석 공뭔 인생역정과 B고등학교에서 만난 8급 공뭔, C중학교 구육성회직원. 이렇게 세 명의 여인 인생역정을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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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1

A중학교 7급 공뭔님이다. 지금으로부터 삼십 몇년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이 분은 아는 사람 소개로, 지역의 모 학교 6개월 대체 인력이 되었다고 한다. 근면 성실하게 근무하는 태도에 당시 실땅님이 무척 감명받으셨나보다.
이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타 지역으로 발령 나면서 새로 갈 학교에 학교회계직원 한명 뽑는데, 너 올래? 이렇게 물어보셨단다.


지금처럼 교통 좋은 시대가 아니어서 버스를 세 번 갈아 타야 하는, 출퇴근시간 4시간 이상 소요되는 곳이지만 무조건 다녔다. 그렇게 해서 정식 학교회계직원(학교에서 근무하는 비공뭔)이 되었단다. 십여년이 지나고 학교회계직원들 기능직 공뭔으로 일괄 전환 시즌에 기능직 공뭔(아마도 기능직 10급이었을거다)으로 뽑히고 차근차근 승진. 그리고 드디어 올해 일반직 공뭔 전환 시험(세 과목이었다나?)에 합격.

인간승리 되시겠다.



CASE 2

두 번째 B고등학교 8급 주무관님. 나와 동갑인 여성분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분은 역시 지인의 도움으로 집 근처 중학교 학교회계직원으로 첫 근무 시작. 그런데 당시 실땅이 인간 말자였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눈물로 세월을 보내던 중 B고등학교 학교회계직원이 그만둔다는 소식을 접하고 얼른 이력서를 냈단다. 그렇게 학교회계직원이 되고 역시 기능직공뭔 전환시즌에 공뭔으로 신분 변신(역시 기능직 10급).


차근차근 승진. 작년에 일반직 전환시험 합격(두과목이랬나?). 당당히 일반직 8급공뭔 신분 세탁. 역시 인간승리 되시겠다.


CASE 3

세 번째 C중학교 구육성회직원 아줌마. 구육성회 직원은, 글자 그대로 옛날 육성회 직원이다. 옛날에는 육성회비로 운영하는 행정 보조, 교무 보조가 있었단다(지금은 없다). 이 양반도 고등학교 졸업 후, 지인의 도움으로 집근처 중학교 육성회 직원이 되었단다.


그리고 몇 년이 흘러 기능직 공뭔 전환 시즌이 되었다. 서류 다 내놓고 발령대기 중 안타까운 개인사가 있어서 학교 근무를 포기 하게 된다. 그리고 나서 1년후 다시 직장을 구하는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할 줄 아는 게 학교 근무밖에 없어서 지금의 학교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십년 넘게 학교회계직원 신분이다.


주변에 같이 일 시작한 동기들이 기능직 공뭔 되었다가 최근에는 일반직 공뭔으로 탈바꿈 된 것을 씁쓸히 지켜보며 쓴 소주잔을 기울이신다.



여기에서 얻는 교훈은 인생사 타이밍? 뭐 이런 거? 어쨌든, 이 세 여성의 인생사의 공통점 깨달았나? 


일단 학력. 이 분들은 비록 사정상 대학진학은 어려웠지만 꾸준히 근면성실 일해서 오늘 이 자리까지 왔다. 그런데 이분들이 특별한 게 아니라 교육 공뭔쪽에는 이런 분들이 꽤 많더라. 학교 근무에 중요한 건 학력이 아니란 말씀이다(물론 기왕지사 다홍치마라고 좋은 대학 나온 사람 선호 하겠지. 그런데 은근히 뽑는 쪽에서 부담 느껴하더라. 너무 좋은 학벌 소유자는 이 일 오래 안할 것 같다는 그런 느낌?)


두 번째. 학교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거의 지인 소개다. 아마도 예전에는 학교, 우체국, 농협, 무슨 무슨 조합... 뭐 이런 공공기관에서 알음알음으로 사람을 뽑았었나 보더라. 요즘도 지방 소도시는 이런 식으로 채용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어차피 우리에겐 괜찮은 일자리 확 꽂아줄 삼촌 고모 따윈 없지 않냐. 그렇다면 독고다이로 뚫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이 눈도장이다. 대체인력으로 근무 하면서 실땅님 비롯하여 다른 공뭔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면 괜찮은 자리를 얻는 경우도 있다. 교육 공뭔들은 워낙 자리 이동이 많다 보니 자기들끼리 네트웍이 상당 하더라. 어느 학교에서 사람이 필요한지, 어느 지역에 새로운 학교가 생기는지, 이런 거 잘 알고 있단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네트웍 이용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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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누가 댓글에서 물어봤길래 정규직, 무기계약직 뭐 이런 거 정리하고 마무리 하겠다.


학교 행정실 근무 하는 사람들은 일반직 공뭔, 기능직 공뭔, 그리고 뭣도 아닌 학교회계직원, 이렇다고 이미 말했다. 일단 이해를 돕기 위해 이렇게 구분해 본다.


모든 노동자는 공뭔과 비공뭔으로 나뉜다. 무슨 말인가 하면, 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가 있단 말씀이다. 공무원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들은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권리중 일부가 제한된다(노동 3권 따위). 급여체계나 권리 의무... 뭐 하여간 일반 노동자들과는 다르다.


이런 공무원들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귀찮으니 각자 알아서들 찾아봐라(공무원법 참고해라). 다만 한 가지 체크할 것은 공무원들 중에서도 계약직 공무원이 있다. 이 사람들은 계약직이지만 분명히 공무원이다. 그러니 공무원법 적용을 받는단 말이다. 이 계약직과 우리가 얼핏 들은 무기계약직이니 기간제 근로자니..전혀 상관 없다. 한 마디로 계약직 공무원은 근로기준법 적용 안받는다.

 
자, 그렇다면 공무원님이 되지 못한 우리들에게 중요한건 뭐? 근로기준법이다. 학교회계직원들은 정식티오로 뽑힌, 한 마디로 신분보장이 되는 노동자와 A중학교에서 산가대체인력으로 근무했던 나처럼 신분보장 안되는 노동자로 나뉜다. 각 학교마다 학교장 재량껏(예산 범위 내에서) 비공무원 직원을 뽑을 수 있다. 이 비공무원들이 학교회계직원인데 종류는 2편에서 표로 정리했으니 각자 알아서들 봐라.


이 사람들 중에서 신분보장 되는 학교회계직원은 2년 이상 연속근무 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한 마디로 정년이 보장된단 말이다. 현재 학교회계직원의 정년은 공무원의 정년과 같다. 그런데 최근에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 관련 다양한 이슈들이 터지면서 경기도교육청은 무기계약직 전환을 1년으로 변경했다.


즉 1년만 근무하면 정년이 보장된단 말이다. 채용권자도 학교장이 아닌, 지역교육청 교육장으로 변경이 되었다. 학교장이 맘대로 해고를 할 수 없게 되었단 말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1년은 정식 티오를 받은 학교회계직원을 얘기한다. 대체인력은 백년을 다녀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안된다(이 부분도 점차 개선 한다는 말은 있더라). 어쨌든 현재 스코어로는 안된다.


무조건 정식 티오를 꿰 차야 한다. 그러고 1년 버티면 정년 보장.


어때, 이해 됐냐? 모르면 걍 외워라. 사실 나도 잘 모른다... 제대로 아는 너님들. 댓글 이용 부탁드린다. 틀렸다고 너무 물어뜯진 마라. 상처 받는다. ㅋㅋㅋ 


그렇다면 학교회계직원이 장래가 있는 직업인가? 그딴 걸 내가 어찌 아냐? 다만 저 위 세 여인의 인생 다시 한번 읽어봐라. 내가 괜히 길게 쓴 거 아니다. 나도 모른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하지만 또 누가 아냐? 열심히 살다보면 뜻밖의 선물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그건 각자 알아서들 판단 해라.


그래도 '지금 이순간'을 살아야 할 우리들에게 오늘 당장 손에 넣을 수 있는 캐쉬와 근무 조건... 당근 중요하지. 왜 아니겠어. 그렇기 때문에 다음 편에는 그나마(어디까지나 내가 보기에) 급여나 복지 등등 괜찮은 학교회계직원은 어떤 직종인지 그걸 한번 디벼주겠다.


밥먹으러 가야겠다.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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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독투불패 게시판의 글이 3회 이상 메인 기사로 채택된 '셀러킴' 님께는 가카의 귓구녕을 뚫어 드리기 위한 본지의 소수정예 이비인후과 블로그인 '300'의 개설 권한이 생성되었습니다. 


조만간 필진 전용 삼겹살 테러식장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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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투불패 셀러킴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