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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9. 06. 금요일

한동원






개봉일 9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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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 영화 최고의 논란 포인트는 주인공이 제로센(零戰)의 설계자라는 점일 텐데, 사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미 오래전부터 무기, 특히 1,2차 대전 당시의 무기에 대한 취미를 드러내왔던 바(예를 들어 <잡상노트(雜想-)>나 <진흙투성이 호랑이(まみれの)> 등의 그림에세이만 봐도) 제로센이 카미카제에 사용된 비행기라 이 형화가 군국주의 미화 및 제국주의 찬양 아니냐는 식의 논리는 조잡하기 짝이 없는 비약이라 사료되고, 


사실 핵심은, 이 영화가 주인공 및 그 주변인물들을 '선구적'인데다가 '낭만적'이기까지 한 천재로 묘사함으로써, 일본인을 서구열강의 패권주의(그것이 제국주의든 파시즘이든)에 대항해 동양을 수호하는 선각자적 우등민족인 양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에 있는 바, 이 영화가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웠던 일본제국주의자들과 근본적으로 맞닿아 있는 지점은 바로 그 지점일 것이다.


아무튼 필자 개인적으로 가장 착잡했던 것은, 이 영화가 이제껏 감독의 영화들이 구축해 왔던 여성관과 여성 캐릭터의 이미지를 완전히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풍으로 퇴행시켜 버리고 있었다는 것인데, 이렇게 몇 십 년을 한 방에 뒤돌려차기 해버리는 행태는 최근 한국사회의 분위기와 대단히 흡사하여 그 착잡함의 농도 한껏 더 짙어지는 가운데, 아무튼 감독의 작품들 중 가장 지루하고도 안 성공적인 작품으로 보이는 이 영화가 그의 은퇴작이라는 점은 못내 아쉽다 아니할 수 없음이다.


이렇게, 또 한 시대가 가는군.







< 바람이 분다> 적정 관람료

(8000원 기준)



인상



+780원



어쨌든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작 : 200원


동시에 실존 인물을 그린 그의 첫 작품이기도 : 80원


'도대체 무슨 얘길 했길래?'에 대한 궁금증 해소 : 120원


그를 통한 소정의 역사 성찰 효과 : 50원


'저주 받은 꿈'에 대한 거장의 고뇌 구경 : 30원


이젠 거의 끝물에 다다른 '어른을 위한 셀 애니메이션' 구경 : 80원


왜 아니겠냐마는, 세밀하고도 철저한 항공기 관련 지식 및 고증 : 80원


그리고 그 묘사 : 30원


(비록 일본 배경이지만) 1900년대 초의 아날로그적 향수 : 30원


안경 렌즈 속 굴절까지 표현해내는 장인 정신 : 80원



인하



-1530원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도 이렇게 지루할 수 있다 : -200원


게다가 상영시간도 두 시간 남짓 : -80원


그럴 만큼 밀도 있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도 아님 : -100원


오히려 나른하게 쳐지는 느낌 가득 : -100원


결국 '최고의 비행 무기'를 위한 주인공의 맹목적 열정의 비극성 대신 낭만성에 훨씬 치중 : -150원


따라서, 곳곳에 삽입된 변명들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영화는 전쟁의(비행이 아닌) 낭만성에 대한 찬미일 수밖에 없다 : -150원



'항공기 개발' 따로 '사랑 이야기' 따로 : -100원


'항공기 개발' 이야기는 생각만큼 흥미롭지 않고 : -80원


'사랑 이야기'는 그닥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음 : -80원


하야오 최고의 강점인 생생하고도 매력적인 캐릭터 거의 멸종 : -100원


특히 여주인공 캐릭터의 퇴행은 대단히 실망 : -80원


주인공의 꿈을 통해 그의 내면을 드러내는 작법도 그닥 효과적이지 않아 보인다 : -80원


일본인(최소한 하야오) 특유의 '유럽병' 내수 버전 : -10원


곳곳에서 툭튀하는 일본풍 독일어(또는 이탈리아어)의 코믹함 : -10원


그러면서도, 판타지적 터치가 제거된 '진짜' 1900년대 초의 일본이 주는 비주얼적 칙칙함 : -80원


사람 목소리로 만들어낸 각종 효과음도 상당히 깬다 : -30원


결론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개인적 흥미에 지나치게 쏠린 나머지 균형감각 잃은 느낌 다분 : -100원



적정관람료 : 8000원 + 780원 - 1530원 = 7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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