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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내내 따라다녔던 논란을 딛고, 마침내 도날드 트럼프가 미국대선에서 승리를했다. 양당제를 택하고있는 미국에서, 당의 기반이 없는 외부후보가 당지도부와의 불화에도 당내경선을 뚫고, 나아가 대세론을 형성한 상대후보 힐러리마저 꺾으며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 모든 과정하나하나가 역대급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트럼프는 어쩌면 미국대통령 중, 가장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한 명이 될 지도 모른다. 대선은 철저하게 정치적인 과정이고, 보통 후보 하나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수 많은 타협과 거래를 거쳐야 한다. 작게는 주변 보좌진부터, 크게는 후보에 대한 지지를 약속하는 의원들까지, 이 많은 사람들을 다독거리기 위해선 당선 시 차기 행정부에 자리를 약속해 주거나, 해당지역구에 대한 민원을 해결해줘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상대적으로 이러한 비용이 매우 적다. 외부후보가 당내경선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는, 기반이 없는 외부후보 입장에서 지도부의 지지없이 (즉, 거래없이) 당원표를 가져오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인데, 트럼프는 이 당내경선을 외부후보로서 뚫어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외부후보가 당선 되기란 대단히 지난하지만, 이를 이뤄냈을 때 챙겨야 할 의원이나, 민원의 수가 현저히 적어진다는 말이 된다. 대선 직전까지만 해도, 하원의장 폴라이언, 상원의원 맥케인 등과 대립각을 세웠던 트럼프 입장에서는, 정치적 빚이 거의 없는 상태로 정권에 오르게 된다는 거다.


여기에, 상황 또한 트럼프에게 매우 유리하게 돌아가는데, 당장 공화당이 상, 하원에서 과반을 점하고 있는 데다가, 트럼프는 임기내에 3~4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가능성이높다. 시스템적으로 균형과 견제가 잘 이루어지는 미국이라지만, 트럼프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본인의 의사를 국정운영에 반영하는 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은 맞다고 본다.


자, 그럼 이런 정치적 권한을 판돈으로 트럼프는 어떤 경제 정책을 펼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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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세 군데다.


첫째는 조세개혁이다. 트럼프는 토론회 등에서 기업들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서, 해외로 이전한 자국기업들을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만들 것임을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다. 아마도 애플 등의 대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느냐 마느냐는 트럼프 행정부 초반 지지도를 가늠할 만큼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여러가지 유인책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규제완화가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지만, 트럼프가 던질 수 있는 가장 큰 카드는 조세개혁이 될 것이다. 이미 많은 미국 대기업들이 (특히 제약회사)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해외법인에 인수되는 등(대표적으로 버거킹이 규모가 훨씬 작은 캐나다 커피회사에 인수된 바 있다)의 편법을 써서 법인세를 아끼려는 노력을 해왔었다. 트럼프가 공약대로 법인세를 15%로 낮춘다면, 또한 과세대상인 해외잉여금의 국내송금에 대해 일시적인 감세를 제공해 준다면, 국제 대기업들에게 미국본사 이전은 꽤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이는 공화당의 이해와도 맞닿아 있는데, 공화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이었던 레이건은 복잡한 소득세를 간편화하고 세금을 낮추어줌으로써 큰 인기를 누렸다. 법인세 인하 및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는 기업은 물론 대중들, 공화당원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한 수가 될 지 모른다.


둘째는 대규모 공공사업이다. 트럼프는 후보시절부터 미국의 낙후된 공항, 도로, 댐과 같은 인프라가 낙후된 점을 여러 차례 지적한바 있고, 이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약 1조 달러가 거론되는 등 막대한 예산을 공공사업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는 세금감면과 더불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위한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이될것이다.


공화당이 본래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지만, 이미 부시정권 때 국방예산 등을 계속해서 늘린 전례가 있고, 미국인프라가 실제로 많이 낙후된 탓에, 공무원숫자를 늘리는 건 반대하겠지만, 예산안 자체를 뒤집긴 힘들 것이라고 본다. 더군다나, 여당이 나서서 임기초부터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셋째는, 무역조약의 전면 재검토이다. 트럼프는 교역국인 멕시코와 중국에 대해 무지막지한 발언등을 일삼으면서, 이들 국가가 미국에서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멕시코에 대해선 나프타 전면 폐기와 같은 카드를 꺼내들었고, 중국에 대해선 환율조작국으로 오랫동안 부당한 무역흑자를 기록한 만큼 최고 45%에 달하는 징벌적인 관세를 메길 것을 주장했다.


두 가지 공약이 실제로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공공연하게 떠벌린 트럼프가 최대무역국 미국의 대통령이 된 이상, 트럼프는 과거 자신들의 발언을 지렛대삼아 무역협정들의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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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나라에게 있어, 미국시장은 잃어버리기엔 너무 크고, 중요한 시장이다. 그런 미국의 대통령이 나서서 강경 발언을 하고, 이를 공약으로 당선이 되고, 당선되고 나서도 대만과 통화를 하는 등의 예측불허의 행동을 한다면? 그의 엄포가 뻥카이든 아니든 간에, 그는 매우 상대하기 힘든 협상상대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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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가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트럼프의 차기 경제정책들이다. 후보시절 일관된 정책을 내놓거나,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책 씽크탱크 등을 갖춘 일반적인 후보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이 그의 과거 발언에 미뤄 짐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예상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미국시장에 투자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쁠 게 하나도없다. 그래서 당초 예상과는 달리 미국 주가는 트럼프 당선직후 반등, 역대 최고점을 향해가고 있고, 미국의 달러 역시 초강세로 돌아섰다. 시장을 이끄는 대투자자인 드러큰밀러, 칼 아이칸 등도 같은 맥락에서 향후 미국증시에 대해 낙관한 바 있다. 반쯤은 정말로 트럼프가 미국에 다시금 부흥을 가져올 거라고 믿는 것 같고, 나머지 반은 어찌될지 모르니 일단은 지켜보자는 느낌이 강하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지도자로서 트럼프의 시험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세금감면과 공공사업 확대는 필연적으로 재정적자의 폭을 키울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정부의 빚은 23조 달러에 달하는데 (중앙정부가 20조, 지방정부가 3조 정도 된다. 참고로 GDP는 19조 정도), 트럼프가 약속대로 토목사업을 벌이는 데 빚을 늘리고, 감세를 해줘서 조세수입을 떨어뜨린다면 이 빚은 트럼프 재임시절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미 미국경제 실업률은 4.9%밖에 되지 않아 사실상 완전고용상태이다. 여기에 공공사업을 벌여 일자리를 늘리고, 세금은 깎아준다면? 일종의 버블이 생길 수밖에 없다. 거기에 재임에 성공한 거의 모든 대통령의 퇴임직후 경제위기가 찾아왔던 점을 고려하면 (거의 8~10년마다 경제위기가 늘 있었다), 트럼프 재임 중에 경제위기가 터질가능성? 대단히 높다.


그리고 이렇게 임기초반부터 세금감면과 공공사업을 확대해서 오버페이스 해버렸다간, 막상 버블이 터졌을 때 쓸 수 있는 카드는 진짜 얼마 남지않게 된다. 그때 가서 트럼프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완전히 소생에 실패하는 순간, 미국은 버블경제붕괴 직후 일본의 전철을 밟게될 것이다.


그게 언제가 될진 모르겠으나, 어쨌든 지금의 미국시장은 달린다. 당장 몇 년간은 시장에 돈이 쏟아질 게 자명하니까. 그렇게 오늘하루도 주식과 달러는 올랐다. 내일은 폭락하지 않을 테니까.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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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이렇게 쓰긴 했지만 트럼프 자체는 굉장히 영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다. 강한 자기애만큼이나, 계산적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데 매우 능한 인물이다. 그러나 여기서 나는 한국 MB가카가 많이 오버랩되는데, 성공적인 기업가 활동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통해 대통령에 올랐다는 데서부터, 재임시절 본인이 가장 잘하는 대규모 토목사업과 감세를 포함한 비즈니스 친화적인 경제정책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는 면면이 많이 겹친다고 생각한다.


사실, 기업가 출신 정치인을 나는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경제전문가라고 생각하지만, 미시와 거시의 경제문제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체에서 중요한 건 이익을 많이 뺏어오는 것으로, 경영자는 제로섬식 계산에 능해야 하자만, 일국의 지도자는 그못지 않게 분배와 밸런스를 유지시키는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이유로 경제는 대통령 본인이 아닌, 거시적 상황을 잘 진단할 수 있는 전문가가 중요할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트럼프에게 좀 더 기대를 걸어보는 것은, 미국 정치체제가 그리 호락호락해서, 공화당이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거수기 노릇을 할 리 만무하다는 점과 (당장 하원은 2년에 한번씩 선거가 이뤄진다),  트럼프 자체 또한 사고가 좀더 유연하고, 대중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성찰하고 그를 바탕으로 본인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는데 능하다는 게 선거과정을 통해 검증된 바 있기때문이다. 일단 2년 뒤에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그가 어떤정책을 내놓는지 지켜봐야 될 것 같다.






씻퐈


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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