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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9. 12. 목요일

독투불패 chanchon



 




 






추천을 받고 찾아간 B의사를 보고 우리는 깜짝 놀랐지과장을 섞으면 수줍은 사춘기 소년이 부드럽고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자기가 B의사라며 악수를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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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 당신말고 아버지 나오시라고 해...) 겪어본 후 짐작으로 나이는 삼십대 초중반인 것 같고, 동안 때문에 놀라는 환자를 많이 겪어서인지 책상 위에 잘 보이게 자기 아들 사진을 놓아 두었더라고. 하하하.


내가 여지껏 겪어 본 부인과 의사 중에 가장 좋았던 분이었지프로페셔널하고, 이야기도 진지하게 잘 들으면서 질문 하나하나에 대답과 조언도 잘해주고 말야. 게다가 손가락도 가장 친절하시고 끙...매번 손꾸락 입장시마다 봉 꾸라쥐 (Bon courage 우리말로는 ‘수고하세요’ 내지 ‘용기를 내세요’에 해당하는 격려의 말로 일상 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말라고 말해주셔. (남편이 두고두고 집에서 즐거운 시간 때 이 표현을 써 먹으며 즐거워 하더군...내 이놈을...)  한달에 한 번씩 B의사를 만나 검진을 받을 때마다 크게 문제되는 사항이 없어도 끝나고 나면 한 시간은 지나 있더라고.


한 달에 한 번 B의사 검진, 그리고 그가 써 주는 처방전에 따라 매달 피검사, 그리고 정기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한 축이라면, 출산 및 그 후의 일을 도와주는 한 가지 축이 더 있었으니 그것은 산파와 Centre PMI 에 관한 이야기야. 



프랑스의 산파와 Centre PMI


산부인과 다니는 거야 한국이나 프랑스나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이 부분에서는 차이가 많이 난다는 생각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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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이보다 더 하겠지?


산파라고 하면 공인된 국가 의료 자격증은 없으나 많은 경험이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애를 받는 나이 좀 있으신 아주머니가 연상이 될거야Sage femme (사쥐 팜 - 직역하면 현명한 여인네 정도 되려나)은 여성의 출산 관련 분야로 전문화 된 공인 간호사라고 보면 돼.


내가 특이하다고 느낀 건 그들의 일하는 분야가 상당히 넓다는 거야일단 종합병원이나 클리닉에서 분만 관련 일을 하는 산파들이 있지종합병원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 한 산파가 B의사와 같이 정기 검진을 하고 처방전도 써 줘. 분만도 특이사항이 없는 건 산파가 혼자 받아서 처리하는 경우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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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임신 과정 중 임신과 출산 그리고 산후 관련 알아야 할 일들에 대한 교육도 산파가 해 줘이 교육은 8개 과정으로 되어 있고, (산파 개인이나 사무소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음) 국민 건강 보험으로 100프로 환불이 돼(조금 넘는 금액을 청구하는 산파나 사무소도 있긴 하지만 넘는 금액이 별로 크지는 않아.)


내가 받은 교육을 떠올려 보면,


  • 어떤 증상이 보이고 어떤 상황에서 병원에 와야 하는가
  • 출산시 출산실에서 일어나는 일들
  • 출산시 호흡법 및 아기를 미는 요령
  • 애 낳으러 올 때 필요한 준비물들
  • 수유법
  • 애 낳고 집에 가서의 생활


뭐 이런 내용들의 과정이었어.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네그리고 출산 후 아랫동네 재활 운동도 산파가 해 주지.


바로 이어 소개할 Centre PMI 라는 곳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면 ‘구청 가정복지과’ 이런 거라 생각이 돼. 실제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존재하는지는 모르지만)에도 산파가 일하고 있어.



출산 예정일이 한 달쯤 남았을 때 우리는 구청으로부터 (프랑스 말로 Mairie는 시청으로 잘 번역이 되지만, 파리는 구마다 Mairie가 있고, 내가 사는 동네 Mairie도 시청처럼 먼 느낌은 아니라서 나는 구청이라고 할게.) 초대장을 받지.


‘곧 부모가 될 여러분을 구청 가정복지과 (PMI) 좌담회에 초대합니다’ 이런 내용이었어.


B의사와의 모든 상담과 초음파 검사를 같이 다닌 우리 남푠도 같이 갔지. 게다가 부모라고 했으니 너무나 당연하게가보니 배불뚝이 여자들만 있고 남자는 남푠 딱 하나더라고...하하하.


한 열세 명 정도의 임신부+남편과 세 명의 구청 직원이 자리에 모여 각자 자기 소개를 한 후 구청 직원의 설명이 이어졌지이 세 명은 구청 소속의 puericultrice (우리말로 하면 아동 복지사 정도 되려나)와 산파, 그리고 정신과 의사 였어그리고 puericultrice라는 사람이 여기 Centre PMI 의 디렉터라고 하더군.


이 모임의 목적은 Centre PMI의 역할에 대해 알려주고, 향후 부모가 될 사람들의 궁금한 점에 대해 답변을 함과 동시에 애를 낳고 키워가는 과정에서의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 게다가 같은 상황에 있는 동네 사람들이 만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도 받고, 정보도 교환할 수 있도록 하고 말이야.


사실 프랑스에 살면 공무원에 대한 엄청난 불만을 갖고 살게 돼어느 나라나 민원 처리하는 공무원들에 대해 크게 만족하는 나라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국은 공무원이 많이 친절해지고, 단순한 행정 처리는 매우 빠르잖아프랑스는 절차도 복잡하고, 속도도 매우 느려이런 서비스를 위해 19.6프로에 달하는 부가세를 내고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하냐는 불만을 달고 살게 되지


(각각 경력 10년이 다 되어가는 대기업 - 중견기업을 다니는 우리 같은 맞벌이 부부는 차 떼고 포 떼기 전 연봉에서 각종 항목 공제하고, 세금까지 떼인 후 순수하게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60프로 좀 넘는 정도한국에서 복지를 말하면서 세금 많이 뗀다고 벌벌 떠는 사람들 보면 웃음이 나와...허허허.)


그러나 애 없고, 건강한 맞벌이 부부 즉, 사회복지의 혜택을 받을 일이 없으면서 세금은 젤 많이 떼이는 입장에서, 이젠 애를 갖게 되어 Centre PMI 등 몇 가지 사회복지의 수혜를 받는 입장이 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어.


Centre PMI라는 곳에서 어떤 서비스를 해 주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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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위에 말한 좌담회 외에도 ‘모유 수유 중인 엄마들 만남의 장’이나 ‘애 키우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엄마·아빠들의 모임’ 이런 걸 매주 열어서 애 키우면서 힘든 사람들이 서로 고충을 토로하며 정신적 위로를 얻고 유익한 정보도 교환할 수 있도록 해 줘.


그리고 매주 두 번씩 반나절 동안 부모들이 아기를 데리고 와서 무게를 재고, 거기 상주하는 puericultrice에게 질문을 하며 상담을 받을 수 있어. 예약 없이도 말야. (프랑스에서는 처음 두 달 동안은 매주 Centre PMI에 가서 아기 무게를 재 볼 것을 권장하고 있어. 물론 한 달에 한 번 소아과 의사에게 정기 검진 받으면서 각종 예방주사도 맞혀야 하지.)


Centre PMI 소속 소아과 의사도 따로 있는데, 예약을 하면 이 의사에게 진단 및 상담을 받을 수도 있어. 출산 직후엔 여기 소속 산파가 직접 집으로 방문을 해서 여러가지 상담과 조언도 해 주지.



여기서 잠깐! 다시 나오는 산파의 역할...프랑스에서 산파는 애 낳을 때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애 낳은 후의 관리와 신생아 돌보는 부분까지 커버해 줘그러니까 출산 전후의 애 엄마에게 도움이 되는 거의 모든 분야를 섭렵한다고 할 수 있지.


임신을 하고 애를 낳으면 산파라는 직업에 대해 고마움과 애정을 느끼게 돼. 의사들은 보통 의학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만 딱딱한 태도로 이야기 해 줘. 반면 산파들은 현실에서 느끼는 어려움 같은 심정적인 부분까지 공감하고 이해해 주면서 일상 생활에 대한 조언과 도움을 주기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이 산파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직업이라고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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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도다... 

 

부인과 의사의 역할을 (위험한 출산이나 수술이라는 크리티컬한 부분에서 제외가 되긴 하지만) 거의 다 커버할 정도의, 의사 못지않은 격무에도 불구하고 연봉은 그들과 하늘과 땅 차이가 나는 안타까운 부분은 잘 안 보이지.



PMI의 역할로 다시 돌아가서, 이 곳의 정신과 의사와 예약을 하면 부모는 물론 아이와 관련한 정신과 상담도 받을 수 있지PMI에서 해주는 서비스는 다 무료야. 사람에 따라서 이용 정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매주 무게를 재며 받는 상담과 산파 방문 서비스를 받았어


한국에서는 동사무소에서 철분제를 무료로 주거나 아기 사랑 카드인가 뭐 이런거 발급해 주고, 출산 준비 관련 책자를 준다는 것 같던데. 울 언니가 자기가 받은 책자를 나한테 넘겨줘서 봤거든. 임신 중 영양 관련 유의사항, 유용한 체조, 태교 이런 정보는 나름 유용하기는 하던데, 나를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린 부분이 있었지


바로 남편의 역할! 내 딴지에 글을 쓸 줄 알았다면 인증샷을 찍어두는 건데 그냥 버렸네그랴. 누가 찾아서 올려주면 좋겠는데문자 그대로 기억은 안 나지만 이런 내용이었다네


임신 중 남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내에게 ‘잘하고 있다’ 이런 격려의 말을 자주 해 주도록 합시다. 예를 들어 아내가 집안일을 마치고 오면 부드러운 말로 칭찬과 격려를 해 줍시다.


그러니까 둘이 같이 집에 있는 시간에 배불뚝이 마누라가 청소기 돌리고 바닥을 기어다니며 걸레질을 하는 동안

자기는 소파에서 뭉개며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청소를 마친 아내가 가쁜 숨을 내쉬며 소파에 몸을 던지면 부드럽게 ‘자기야 수고했어’, ‘참 잘했어요’ 토닥토닥???


장난하는 거니? 그런 거니?


한국에서는 몇 푼 안하는 물질적인 것 몇 가지로 복지를 해 주는 것 같아반면에 프랑스의 복지는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들어 지고, 다듬어진 느낌. 여기서 ‘아 이런 점에서는 여기가 선진국이긴 하구나’하고 느끼게 되지.


다시 좌담회로 돌아와서 구청 가정복지과 사람들이 알려준 정보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아랫동네 재활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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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파가 말하길,


“애를 낳고 나면 네 담당 부인과 의사가 재활 운동 처방을 해주게 되는데, 반드시 챙겨 받아간혹 제왕 절개를 하면 처방을 안 해주려는 의사가 있어. 아래로 애를 낳지 않아도 임신 과정에서 아이의 무게로 인해 장기들이 아래로 쏠리면서 아랫동네 근육에 손상이 오거든. 그러니 무조건 챙겨 받아.”며 강조를 거듭하더군.


Puericultrice (아동복지사)가 말을 받아서 “이 재활 운동을 받으면 네 아랫동네는 처녀처럼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며, 네 아랫동네 근육으로 놀라운 일을 할 수 있게 돼.”라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윙크를 던지더군이 자리의 유일한 남자인 신랑과 나는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어. 그런 이야기를 커플로 같이 들으니 웃기더라고. 하하하.



이야기가 길어져서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엔 출산과 출산 후 병원에서 벌어지는 일, 재활 운동, 프랑스 보육 시스템 및 프랑스 엄마들의 양육법 등 대충 이런 순서로 얘기를 이어갈게. 요령 없는 초보가 애 보다가 결국 손목 인대 늘어나서 손목에 테이프 감고 쓰는 거니까 계속 예쁘게 봐주면 감사하겠어...







독투불패 chanchon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