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4. 17. 목요일
편집부 보리삼촌
어제 오전, 선박 사고가 발생했다.
많은 취재진들이 자리해 있을 그 곳, 본지도 함께 했다.
우측에 CBS 차량 보인다.
사진에 보이진 않으나 OBS, SBS, YTN, KBS 차량도 있었다.
거대 미디어그룹이지만,
딴지는 환경과 서민 경제를 생각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사고대책본부는 인천여객터미널 2층.
이번 사고의 선사는 (주)청해진해운이다.
백령도와 제주도를 운항한다.
사무실은 이미 여러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비공식적 정보를 주고 받는 사람,
직원에게 정보를 얻는 사람,
인터넷 검색을 하는 사람.
다양하다.
"왜 이렇게 얘기를 안 해주는 거야?"
"사망자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지금."
"안행부가 발표를 못하게 한대……."
기사를 송고하느라 분주하다.
"선장 누구야?"
"이준X 이라는데"
"연락 됐대?"
"지금 연락 안된대."
2014년은 창조혁신의 해.
최우수 서비스 선사, 대상
초쾌속선부문 대상
카훼리부문 대상
'임직원이 합심·단결하여'
'종합우수 선사로 선정되었으므로 이에 상패를 드립니다.'
합심·단결력은 재차 증명되었다.
승선원들을 제쳐 놓고 먼저 탈출하는 단결력.
(고 박지영 씨의 명복을 빈다.)
여기저기 뉴스 보도중.
보도는 해야겠는데 상황을 모르니,
선사 측에 알려달라며 다그치고.
이 난리 중 지루했는지 애니팡(혹은 비스무리한 게임)하는 사람도 있다.
3시에 있을 사측의 브리핑을 듣기 위해 점점 몰려드는 기자들.
코를 찌르는 암내만큼 다들 고생이 많다.
"빨리 오세요! 약속한 3시가 다 되었습니다."
선사 측을 향해 외치는 누군가.
"어우, 꽉 차서 브리핑 하는 사람이 진입할 수가 없겠네."
선사 측의 브리핑 일보 직전.
"이거 좀 이 쪽으로 옮겨주시면 안될까요?"
브리핑하는 사람도 긴장한다.
말실수라도 하는 날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질문 시간,
기자들이 잡아먹을 듯 선사 측 담당자를 압박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지만 그만큼 선사 측도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브리핑을 빨리 끝내려는 사측 담당자 VS 어떻게든 질문을 이어가려는 기자단.
기자단은 회사 관계자를 끝까지 따라간다.
사고자의 가족들이 사측과 얘기 중인 사무실.
모여드는 기자들.
침통한 표정의 (주)청해진해운 직원들.
반대쪽에 있는 침울한 분위기의 직원들.
사고로 우울해진 그들은
기자들이 곳곳에 진입해
헤집고(?) 다니는 게 더욱 불편한 표정.
현재의 상황을 한탄하며, 기자에게 호소 중인 일반 승선원 가족
"단원고 학생과 달리 일반 승선원들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되지 않고 있어요."
얘기를 듣고, 어느샌가 따라 붙는 기자들.
계속 따라간다.
이리로 가도, 저리로 가도 따라간다.
어수선해서 정리가 안 된다며, 공통적으로 브리핑 하겠으니,
제발 나가서 기다려 달라고 하는 사측 담당자의 말이 있었다.
"이러면 저희가 상황파악하는 게 더욱 힘이 듭니다. 공통적으로 브리핑을 할 테니
좀 나가서 기다려주세요. 여기서 얘기하고, 저기서 얘기하고 이러면 서로 힘들잖아요."
(이러나 저라나 상황 파악 못하면서 핑...계...는...)
그래서 밖에서 대기중인 기자들이 있었고, 1층에서 대기하는 취재진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무실 곳곳을 누비는 기자들도 있었다.
이에 모 공중파 취재진 왈,
"케이블 애들이 질서가 없어, 질서가."
(공중파 포함해 다양한 매체가 안에 있었다. 몇 번 반복한 걸로 보아, 공중파부심 작용한 듯.)
선박 도면과 승선원 명단을 복사 중인 누군가와
그것을 발견한 타 매체 기자의 대화.
"저도 이거 복사 좀 해 주세요."
"저는 해양경찰입니다."
승선원 명단은 찍지 못했으나, 보는 순간
'체계적인 인원 파악이 가능한 전산 시스템은 구축되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접했다.
대학교 엠티를 가도 이보단 나으리.
도면 우측의 숫자는 승선 인원 / 수용 인원 표시로 보인다.
사측 관계자가 입이라도 열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경쟁이다.
경쟁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
"교대 선장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건 무슨 뜻입니까?"
"원래 두 명이 근무를 하는데, 한 명이 휴가를 가면…."
제발 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는 듯
쉴 새 없이 울어대는 전화기. 하염없이 울어댄다.
시종일관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지만
누구 하나 관심주는 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으로 내려가는 누군가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해서 원..."
여전히 취재 열기로 사무실은 뜨겁다.
복도에서는 또 다른 실종자의 가족을 취재하는 기자의 모습도 보인다.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아저씨.
"아무도 연락이 안돼. 아무도. 아무도 전화를 안 받아.
뭘 알려줘야 가든지, 어쩌든지 하지!"
단원고와 상관 없는 일반 승선원의 가족이다.
학생들은 그나마 학교 측에서 명단을 갖고 있으니, 상황 파악이 빠른 거고,
나머지 일반 승선원들은 파악 자체가 느린 거다.
1. 매표 후에 발권을 받는다.
2. 승선개찰권에 성명,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을 적는다.
3.탑승 시 개찰구에서 승선개찰권을 내고, 승선권은 갖고 있는다.
승선개찰권을 때마다 정리할까? 매일? 하루에도 여러 번 운항하는데?
그냥 갖고만 있는 거다. 그러니 인원 파악이 늦다.
항공처럼 전산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보도 중인 JTBC기자.
그리고는 이내 또 다른 취재에 열중.
옆 사무실의 회사 가서 '선박'에 관한 질문을 이어간다.
새로운 소식을 송고중인 기자들.
"배가 확 기울어졌대. 그래서 넘어지고, 다치고, 폰 떨어뜨리고..."
무엇이든 알아내려는 기자와 내키지 않는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는 직원의 표정이 대비된다.
"거기 개인 전화번호는 찍지 마세요!"
종일 침통했던 표정의 직원들.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싶었는지 특정 기자에게 한두 마디 쏟아낸 후
몇몇 기자들이 나가자 다들 힘이 빠진 채로 앉아 있다.
시간은 흐른다.
다들 주어진 임무에 열심이었지만
무엇보다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우선이었을 게다.
분명 그럴 거다.
취재가 뭔지, 경쟁이 뭔지.
추신
대구지하철 사고 직후 만들어졌다 결국 흐지부지된
<재난 보도 준칙> 초안의 일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이미 발생한 피해 상황 전달보다 앞으로 전개될 다른 피해를 예방하고 줄이는 데 도움되는 보도
●인명 구조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취재
●위기 상황에 대한 심리적·정신적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데 주력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인터뷰 강요 금지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