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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제보자 A 씨가 노란 플라스틱 박스를 발견한다. 처음엔 누군가 잘못 버린 쓰레기구나, 생각하고 말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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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6일, 플라스틱 박스를 두고 작은 소동이 있었다. A 씨가 박스를 무단투기한 것으로 것으로 오해한 이가 A 씨에게 박스를 치워 달라고 항의한 것이다. 억울했던 A 씨는 박스의 주인을 찾기 위해 의문의 노란 플라스틱 박스를 열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걸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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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사진을 받은 본지는, 무언가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직감에 후다닥 쓰레기 무단투기 현장을 찾아갔다.


 

1.


현장에는 본지와 민족정론지를 두고 자웅을 겨루는 JTBC 취재진이 도착해 있었다. 다른 언론사는 보이지 않았다. 쓰레기 무단투기와 같은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건 딴지일보와 JTBC뿐인가. 침을 꼴깍 삼키고 취재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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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플라스틱 박스 안에는 전화기 두 대와 키보드, 30여 개의 파일철이 담겨 있었다. 차곡차곡 정리해 넣은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왕창 때려 박은 것으로 보아 무단투기범은 상당히 신경질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보인다.


다시 전화기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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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 상단에 '반드시 169를 누르라'는 문구가 보인다. 유선전화로 연락처 앞에 169를 붙이면 발신번호 표시제한이 된다. 범인은, 장난 전화를 즐긴 악질적인 놈이다.


그 아래 어디서 많이 보던 이름들이 보인다.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사이좋게 손잡고 구속될 예정인 문고리 3인방 아닌가. 이들과 함께 과거에 문고리 4인방으로 불리던 고 이춘상 보좌관의 이름도 보인다. 쓰레기 무단투기범과 이들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이건하 씨도 정치인 모 씨의 비서관을 지낸 인물. 실장님은 컨펌 해주시는 그분일까? 누군가 떠오를랑 말랑 한다.


이어 본지는 폭풍 같은 취재력을 발휘, 파일철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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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철 목록>


후원회 축사 / 2001 국정감사 / 2001 후원회 / 북한 경협/ 숭모다례제전 / 창당발기인 / 대우차 협력업체 / 중소 기업청 / 재벌 개혁 / 99 대정부 질문 / 그린벨트 관련철 / 외교통상부 국정감사 / 지구당 조직책 / 독일 경제 / 4대개혁 / 여론조사 / 정강 정책 / 마케팅 / 당관련 디자인 / 조직도 배치도 창당일정 / 조세 개혁 / 주요 경제수치 / 공약개발 / 동북아 / 지방교부세 제도 / 자원봉사 / 한국경제 대선질의 / 16대 총선공약 / 김대중 대통령 15대 대선공약



99년, 2001년, 16대 총선(2000년) 등을 보니 2000년대 초반에 만든 자료인 것 같다. 주목할 건 '창당발기인, 지구당 조직책, 정강 정책, 당 관련 디자인, 창당 일정' 등 창당에 관련된 자료들이다. 2000년대 초반에 정당 창당에 관여한 사람이 무단투기범일 가능성이 높다. 2002년 한국미래연합이라는 정당 창당에 관여한 모 씨가 불현듯 떠올랐다. 용의자가 점점 수면위로 드러난다.


그린벨트 관련철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용의자는 '규제개혁'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인물 같다. 어쩐지 규제는 손톱 밑 가시고 어쩌고 했던 정치인이 떠오른다. 그분이 그린벨트를 환경친화적이게 풀겠다는 참신한 소리도 했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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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는 환경친화적이면서 주변여건에 맞는 이용과 개발이 가능하도록 단계적으로 풀겠다."




북한 경헙, 독일 경제 등에도 남다른 애정이 있는 걸로 보아, 용의자는 통일 문제에도 상당한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통일은 대박이라던지, 드레스덴 선언이라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정치과 관련된 파일철 사이에 낯선 단어가 보인다. '숭모다례제전'. 숭모란 우러러 사모하는 마음을 뜻하고, 다례란 차례와 같은 말이다. 즉, 숭모다례제전이란 우러러 사모하는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는 행사를 뜻한다. 예컨대, 이런 행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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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BC-1TV

 


2.


영화에서 봤는데, 경찰은 사건이 일어나면 주변 탐문부터 하더라. 그렇다. 나라고 못할 거 없다. 나쁜 무단투기범을 쫒기 위해 현장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골목을 탐색하며 나가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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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여긴 왜 경찰들이 지키고 있지?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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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빨간 벽돌집에 누가 살길래 경찰이 지키고 있는 걸까. 아무래도 여기 수상하다. 천천히 집을 살펴보려고 하는데, 경찰들이 자꾸만 매의 눈으로 나를 주시한다.


주소를 초록창에 검색해보니, 여기가 유력한 용의자 박근ㅎ, 아니,  모 씨의 사저란다. 오호라. 착착 들어맞는다. 


슬쩍 사건 현장으로 돌아가는 척 하며 현장에서 집까지의 거리를 재 보았다. 본지는, 어설픈 장비 쓰면서 취재 안 한다. 기자는 발로 뛰는 직업이니까. 직접 걸어봤더니 178 걸음이었다. 대략 150m 정도 되겠다. 사건 현장과 졸라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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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정치인으로 추정되는 이가 혹은 그 집에서 쓰레기 무단투기를 했다. 범인은 문고리 3인방과 관련 있고, 2000년대 초반 창당에 관여했다. 또한,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굳이 차를 타고 이곳까지 와서(통행이 적지도 않은 곳인데) 버릴 이유가 없이 때문이다.


모로 보나 제1 용의자는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정치인 모 씨. 그가 범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모 씨의 사저에서 현장으로 가는 길의 CCTV를 확보하면 노란 플라스틱 박스를 옮긴 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 주변 모든 건물의 CCTV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가장 결정적인 단서인 현장이 완벽히 보이는 CCTV 1대는, 무단투기 직전에 현장이 보이지 않는 각도로 돌아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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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여러가지 사안들을 확인하여 무단투기범을 쫒고 있으나, 현재 알려드릴 수 있는 건 요정도이다.


지금까지의 정황만 보더라도 유력한 용의자 모 씨가 범인인 것이 확실시 되는 터, 그네(근혜, 아니다. 삼인칭 대명사 그네다)에게 한 마디 던지고 기사를 마무리하겠다. 


취재하며 동네주민들에게 물어보니, 이 동네에서는 쓰레기를 각자 집 앞에 놓는다고 한다. 지정된 장소 외에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면 1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제대로 몰랐다거나 순수한 마음으로 했다는 변명 따위는 필요 없다.



법을 어겼으면, 벌을 받으시라. 자꾸 버티고 있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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